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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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제대로 해라. 다 읽고 독후감 쓰면서 얘기하겠지만 참나, 53년 전 한자 섞인 내려쓰기 현암사 판이 궁금할 지경. 지금 100쪽 조금 넘긴 상태. 나중에 별점 포함 이 백자평도 수정할 예정. 아직까지는 깝깝하다. 뭐 때문에? 앓느니 죽는다. // 다 읽었다. 수정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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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3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저 읽다가 걍 반납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2-14 05:20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계속 읽을지 고민중입니다.

망고 2023-02-13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괜히 샀다 후회중ㅠㅠ

Falstaff 2023-02-14 05:21   좋아요 1 | URL
아이고, 사셨군요. 전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2-13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자 궁금해서 눌러보니 밀덕(?) ㅋㅋㅋ전쟁 군사 관련 관심은 있으신가 본데 역자와 편집자의 콜라보로 망망해졌나 보네요 ㅋㅋ저도 헤밍웨이 번역 엄청 이상한 소설(에덴의 동산-다른 번역본이 없었음 ㅠㅠ)겨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Falstaff 2023-02-14 05:22   좋아요 0 | URL
역자가 군사 분야에만 전력을 기울이면 안될까 싶네요. 글이 문학 방면엔 조금 덜 훌륭한 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3-02-13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 싶은데 ㅋ 헤밍웨이여서 더 궁금합니다 ㅎㅎ

Falstaff 2023-02-14 05:2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어떻게 하겠습니까. 호기심이 승하면 읽으셔야지요. 후회하는 거 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레이스 2023-02-15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차라리 AI가 필요할까요?
요즘 글도 잘 써주던데...^^

골드문트님 덕분에 이 책 피해갑니다.

Falstaff 2023-02-15 15:3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어느 책이나 오류는 있는데 좀 심각합니다. 자세한 건 3월 4일 독자서평에서...

coolcat329 2023-02-15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안타깝습니다. 혹시 사셨나요? 도서관에서 빌리셨기를요...

Falstaff 2023-02-15 15:40   좋아요 2 | URL
옙. 빌렸습니다. 그것도 구입신청해서요. ㅎㅎ
 
따끄나의 아가씨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윤준식 옮김 / 예니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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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이라도 다 읽는 수가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들은 서로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고 해서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이들 가운데 좀 사나운 성깔을 지닌 스페인계 사람들이 모여 산 곳이 힘 깨나 쓰는 인간들한테 밀려, 밀려, 또 밀려서 악만 남은 상태로 저 안데스 넘어 태평양 연변에 길게 퍼져 살게 된 칠레가 있다. 칠레 사람들이, 특히 남자축구 국가대표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는데, 이들의 용감무쌍함은 정말 대단하긴 했던 모양이다. 1879년, 조선이 제물포항을 열고 불과 3년 후에, 볼리비아하고 칠레가 한 판 붙게 됐다. 이때 태평양 극동 볼리비아 해안의 바로 위에 페루 해안이 펼쳐져 있었고, 볼리비아와 페루는 거의 형제국과 다름없어서 페루는, 볼리비아와 연합하면 2개 국가의 연합군이 그깟 칠레 하나를 못 이길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참전을 했다가 둘 다 쌍코피가 터지게 된다. 페루는 전쟁에 져서 타크나, 이 책에선 따끄나 주를 1929년까지 근 45년간 칠레에 양도해야 했으며, 볼리비아는 태평양 해안을 전부 가져다 바쳐야 해서, 지금 볼리비아는 바다에 면해 있지 않으면서 해군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찌그러졌다. 해군을 유지하는 이유가, 언젠가는 치욕을 갚고 해안을 되찾으리라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라지만, 불행하게도 당시에 잃은 황무지에 (며칠 전에 독후감 쓴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무대와 매우 비슷하게)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갖춘 구리와 니켈 광산이 있어서 현재 칠레 경제의 절반 가까이 부담하는지라, 볼리비아가 북한에 이은 다음 순서로 핵폭탄을 개발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않는 한은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인다. 라틴 아메리카 3국은 1879년에서 1884년까지 있었던 전쟁을 “태평양 전쟁”이라고 부른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1981년 작품인 <따끄나의 아가씨>의 첫번째 무대가 바로 이 당시다. 페루가 괜히 참전했다가 젊은 청년들만 골로 보내고 따끄나 주를 통째로 가져다 바친 초기에 당시 기준으로는 여성들의 전성기이자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던 마마에 아가씨가 있었으니 바로 표제의 “따끄나의 아가씨”이다. 이 아가씨를 낳다가 어머니가 그만 세상을 떴고, 몇 년 후 아버지까지 한 많은 세상살이를 접으면서, 그것도 염병을 한다고 자신의 남은 돈 전부를 깨끗하게 빚잔치 하는 데 몽땅 쏟아 넣어, 나중에 “마마에”라고 불릴 소녀 엘비라는 빨간 빈 손의 고아 처지로 떨어져버린다. 친척들이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매우 부유하고 친척에게 활수하지만 청결 강박증이 있는 숙부 메넬라오와 숙모 아멜리아가 아이를 거두어 따끄나 주의 주도 따끄나 시의 저택에서 자신들의 딸 카르멘과 함께 키워 드디어 결혼을 시키는 시점에 왔다. 조카라고 해도 친딸 카르멘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교육시키고, 잘 먹이고 입혀 상당히 아름답게 키운 것은 물론이고 결혼을 위하여 웨딩드레스를 비롯한 신부 옷과 혼수품은 전부 유럽에 주문해 직접 조달한 것이었는데, 신랑감이 바로 칠레 군 장교 호아킨이었다. 문제가 발생한다. 호아킨은 따끄나에 주둔하면서 엘비라와 약혼을 했고, 이 전에는 물론이고 약혼 중에도 세 아이를 둔 서른살의 유부녀 까를로따 여사와 뼈와 살이 타는 불륜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던 거였다. 호아킨은 매일 저녁 엘비라와 만나면서 깊은 페팅을 요구하지만 교육을 잘 받은 엘비라는 혼인 전에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버텨 약혼자의 김을 빼놓기만 한다. 그러나 혼인 전전날. 혹은 그보다 조금 먼저, 난데없이 엘비라 앞에 등장한 까를로따 여사. 자신과 호아킨이 얼마나 속궁합이 잘 맞는지를, 결혼 후에도 호아킨이 엘비라와 관계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떠올리리라는 것을 상세하게, 그러나 질투심 넘치고 그만큼 표독하게 설명을 하고 돌아갔고, 결국 엘비라는 결혼 전날 밤, 유럽에서 배 타고 도착한 웨딩드레스에다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확 질러버리고 만다. 자기 손도 함께 타는지도 모르고.

두번째 장면. 1950년 정도. 어느새 호칭이 엘비라에서 ‘마마에’로 바뀐 따끄나의 아가씨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처녀의 몸이며, 사촌동생 카르멘과 그녀의 남편 뻬드로와 함께 산다. 여기서 약간 숫자의 오류가 발생하는지, 아니면 내가 아는 태평양 전쟁과 칠레의 페루 침공 역사 사이에 또 뭐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마마에는 백살 가량을 먹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걸음과 눕기조차 스스로 할 수도 없는 지경까지 와서 조카 에밀리아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처지가 됐다. 뻬드로도 이젠 뻬드로 할아버지로 불리며 가운데 중中을 쓰는 중등도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 하여간 세 명의 노인이 다 살아 있으며, 뻬드로-카르멘 부부의 중년 자녀 아구스띤, 세사르, 에밀리아에 이르러 집안의 부는 어느새 홀랑 빠져나가고 노인들을 부양하기에도 버벅거리는 상태다.

아구스띤은 장가도 들지 못했고, 네 자녀를 부양하며 세 명의 노인을 돌보는데도 가세를 보태야 하는 세사르는 차라리 아구스띤이 부러울 정도인데, 정작 한심한 건 에밀리아. 에밀리아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자마자 남편 새끼가 도박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니 러시안 룰렛을 감행하는 바람에 총알 한 방에 머리통과 뇌수가 허공에 흩뿌려지는 참사를 겪게 된다. 이 유복자가 거처를 리마로 옮겼고, 무대에선 같은 무대의 한 쪽을 사용하는 시인 지망생이었다가 지금은 작가, 극작가를 겸하는 벨리사리오. 독후감 읽는 분들께 미안하다. 주인공이 이제야 나타났다. 당시 벨리사리오는 페루에서 주로 삼촌들의 도움으로 법과 대학을 다니며, 졸업을 하기만 하면 변호사가 되어 집안을 중흥시키겠다고 말로만 호언장담하면서 실제로는 허황스럽게 시인이 될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로 언제나 엄마와 친척들의 넘치는 기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벨리사리오는 자신의 변호사 운운을 이유로 공부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삼촌들의 말을 단칼에 못들은 척했으니. 자, 이제 슬슬 감이 잡히시지? 벨리사리오의 가족사, 예컨대 러시안 룰렛을 하다가 엉뚱하게 골로 가고 만 아빠를 둔 것 같은 건 요사 특유의 맹랑한 과장이더라도 법과대학을 다니며 집안을 중흥시킬 것이라는 친척들의 기대감을 받아온 것 등을 감안하면, 다분히 요사 스스로의 이야기다.

아니나 달라. 세번째 장면은 1980년의 리마. 벨리사리오의 작업실이다. 이제 제일 연장자 따끄나의 아가씨 마마에와 뻬드로 할아버지, 카르멘 할머니는 다 돌아갔고, 아구스띤과 세사르, 에밀리아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 꿰차고 있을 듯한 시간. 이렇게 벌써 세대는 세 바퀴를 돈 상태에서 벨리사이로는 자신의 가계를 소설로 쓰며 지나간 인물들을 소환한다. 이렇게 1880년대, 1950년과 1980년, 그리고 또 필요하다면, 물론 실제로 1880년과 1950년 사이의 시점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공간은 무대를 둘로 나눈 두 세트에서 자유자재로 변주된다.

얼핏 읽으면 <따끄나의 아가씨>는 평생 처녀로 살다 죽은 마마에의 한 생애와 사랑 이야기라고 읽힐 수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그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허구, 즉 이야기가 탄생하는지를 설명하는 요사 식 서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두번째 경우에 더 힘을 주고 싶기도 하다.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작가 벨리사리오가 다 밝힐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가 쓰는 것이 픽션이니까. 픽션은 현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제적 불만, 그것을 콕 집어서 뇌의 작용으로 새로운 화학변화를 일으키는 결과물이니까. 그것을 위해 실생활은 후세의 작가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망각과 혼돈의 구덩이를 군데군데 파 놓은 것이기도 하다. 지나간 “사실”이 진리인가? 아닐 걸? 사실을 꾸며 새롭게 보이게 하는 “이야기”, 그게 진리이며 진실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라고? 아니면 말아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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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2-1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초에 만난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에도 라틴 아메리카
삼국지인 ˝태평양 전쟁˝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나오더군요.

요사스러운 샘의 절판된 책에서도
페루의 흑역사를 다루는가 봅니다.

관심 있는 책인데 새로 나왔으면
좋겠네요.

Falstaff 2023-02-11 11:08   좋아요 1 | URL
ㅎㅎㅎ 페루 흑역사가 자세하게 나오는 건 아니고요, 페루 군인들에 대한 나쁜 감정이 도처에 보이는 수준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책이 다시 나오는 걸 바라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도서관 이용이 최선일 거 같군요. 아옌데, 참 좋습니다.

moonnight 2023-02-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군요(뱅글뱅글)@_@;;; 사놓고 안 읽은 사이 절판(품절)된 책도 있-_-;;; 반성하며.. 골드문트님 존경합니다@_@;;;

Falstaff 2023-02-12 13:4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책 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지요. 재미있습니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coolcat329 2023-02-13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도 있군요.
제가 사는 고양시 전체 도서관 검색해 봤는데 단 한 권도 없네요. ㅎ
태평양 전쟁에 대해 짧막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볼리비아 바다없는데 해군은 보유하고 있다니 안됐습니다. ㅠ

Falstaff 2023-02-13 10:05   좋아요 1 | URL
고양시에 아주 어려서 산 적이 있다더라고요. 대학 시절에는 신촌역에서 교외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려 화사랑에 자주 술 마시러 다녔습니다. 그때 아가씨는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ㅎ 아니, 할머니라고 해야 하나요? ㅋㅋㅋㅋㅋ
이 책 재미가 괜찮아요. 그렇다고 필독 어쩌고 저쩌고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
 
코스모폴리스
돈 드릴로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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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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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돈 드릴로로 <코스모폴리스>를 선택했다. 오직 작가 돈 드릴로의 이름 하나만 보고 골랐지만 카피는 2013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같은 제목의 영화, 65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이라는 점을 더 강조했다. 책의 초판도 2013년이니 영화의 개봉에 맞춰 후다닥 번역, 교정, 편집, 출간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내가 사서 읽은 책이 초판 1쇄본인데도 책 표지가 사진과 같지 않고 영화의 한 컷을 빌려다 썼다. 토마스 핀천 같은 현란한 맛은 좀 덜 하지만 그래도 핀천과 함께 20세기 후반 미국의 대표적 포스트 모더니즘 작가로 꼽히는 드릴로의 작품성보다, 2013년에 개봉해 무려 1.2만명(네이버 영화 통계자료), 즉 1만2천명의 박스오피스를 자랑한 희대의 망작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그것도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 에릭 패커로 분했음에도.

투자의 귀재가 있다고 치자. 미국에서 달러를 빌려올 때 금리가 연 1% (1% p.a)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데 현재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이라서 1억 달러(천억 원)를 가져와 4% p.a의 한국 국채에 투자하면 연간 3% p.a의 수익인 30억 원의 세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 거래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라서, 1년 사이에 원화가 급격하게 떨어져, 그것도 11개월 동안은 안 그랬는데 딱 마지막 달에 급격하게 추락하는 바람에 달러당 1.500원이 됐다면, 이제 미국 전주錢主에게 돌려주어야 할 원금은 천억 원이 아니라 1,500억 원이 된다. 세전 이익도 예상 이익 30억원에서 45억원으로 늘었지만, 환율 차이로 인한 원금 상승분 500억원을 감안하면 투자의 귀재는 최하 455억 원을 손해를 봐야 한다. 진짜로 우리나라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97년 ‘IMF 사태’라고 일컫는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모든 기업이 이런 상태였으니 딱 한 방에 나라가 거덜이 날 수밖에.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방 네 개에 창문 두 개짜리 뉴욕 서민 아파트에 살던 선량한 패커 부부는 다섯 남매와 시아버지, 이렇게 여덟 식구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아버지 마이클 씨가 병을 앓았고, 병을 끝까지 숨기다가 더 이상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을 때는 이미 두 달의 시간만 남았었다. 아버지가 죽고 현명한 어머니는 다섯 남매를 그래도 착실하게 교육시켜, 이 가운데 한 명인 에릭 패커가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된다. 처음엔 웹사이트를 열고 주가를 예상해 사이트에 올리기만 하면 그가 꼽은 회사의 주가가 상당한 실적을 기록하는가 했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에릭이 선택해주는 은총을 내리기만 하면 해당 회사의 주가는 곧바로 말 그대로 수직 상승하는 잭팟을 터뜨리게 된다. 이야말로 신의 선택. 약간의 시간이 지나 이제 에릭은 웹사이트를 닫아버리고 자산 운영회사를 창립해 보통 사람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지닌 거부가 됐다. 그리하여 실로 길고 긴 하루가 될 2000년 4월의 어느 날, 22일 전에 은행업으로 재산을 모은 전설의 쉬프란 가문의 적자이자 법정 상속인인 엘리스 쉬프린과 결혼을 했고, 결혼의 당사자 엘리스와 에릭을 비교하자면, 부자이며 법정 상속인 vs. 부자이며 자수성가한 남자, 교양있는 여자와 가차없는 남자, 여린 여자와 강한 남자, 재능있는 여자와 머리있는 남자의 결합이며, 여기에 보너스로 여자는 매우 아름답다는 선물도 있는, 유럽의 귀족 가문에서나 볼 수 있는 대단히 전략적인 혼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럽식 정략결혼이라면 혼인을 해서 대를 이어갈 자손 하나를 만든 후에는 서로가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고 알아서 즐기는 삶이 보통이었듯이, 에릭 패커는 정숙한 아내를 둔 것으로 만족하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바람을 피우는 즐거운 삶을 살기 시작했고, 책의 전편을 두고 자주 언급하는 “비대칭적 전립선”으로 하여금 발기부전 증상이 오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열심히 그런 삶을 살기로 결심을 한 바 있었다. 실제로 결혼하고 22일이 지났건만 아직 아내와 첫날밤도 치루지 않았으며, 작품의 시간적 무대인 4월의 어느 날 만해도 오전에 그의 딜러이자 유언 집행인 지지 판처와 그녀의 아파트에서, 오후에 근무가 끝난 자신의 여성 경호원 켄드라 베이즈와 시내 호텔에서 자일로플렉스 사에서 나온 방탄조끼를 입은 채 섹스를 치룬다.

2000년에 일본의 이자율은 0%에 가까웠던 것은 다 기억하실 것으로 안다. 세상의 모든 자연에는 각 종마다 일정한 패턴을 그린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를 투자에도 접목해, 하는 일마다 대박을 친 에릭 패커는 자신의 거액을 걸고 일본에서 엔화를 차입하는데 성공한다. 이자율이 바닥이고, 아무리 분석을 해봐도 엔화는 앞으로 약세 국면을 면하지 못할 것이며, 약세가 아니더라도 절대 강세로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러나 이게 웬일. 엔화가 강세를 띠기 시작하는 거 아닌가 말이지. 이 상황에서 2000년 4월의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여 하루 종일 교통을 통제하는 날이며, 유명해도 너무 유명한 래퍼가 죽어 대규모 장례식으로 한 번 더 교통을 통제하는 날이기도 하고, 이 모든 불편함을 참고 참다가 불만이 폭발해 시민들의 폭동이 터져버리는 길고도 길고, 피곤하기도 피곤한 날, 에릭 패커의 하루가 열린다.

에릭은 돈 개념이 없다. 숫자를 들으면 반드시 이 숫자가 소수prime number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습관(나도 이런 습성이 조금 있다)이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 1억 5백만 달러를 써서 89(소수)층, 274미터 높이의 지상 최고 주거용 아파트를 사고, 자기는 꼭대기 복복층 형의 회전하는 방에서 잠은 자는 불면증 환자로, 불면으로 기가 죽거나 우울하면 맨션 안의 48개 방을 돌아다니는 걸 취미로 하는데, 이 방들은 피트니스 수영장, 트럼프 실, 체육관, 상어가 살고 있는 수족관, 영사실 등등으로 되어 있다. 에릭에게 돈은 이것을 향유할 수 있는 수단이라기보다, 자신이 돈을 써서 이것들을 살 수 있어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행위, 즉 돈이란 형태가 없는 것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매개일 뿐이다. 물론 자신은 그런 줄 모르지만. 그러니 별 생각 없이 어마어마한 수준을 넘어 입이 쩍 벌어질 만한 돈을 써서 자신이 궁리한 패턴을 믿고 엔화를 차입한 것이고 오늘 안에 한 번 더, 이번엔 자신이 가진 나머지 모든 돈을 엔화에 던질 예정이다. 천재니까. 천재가 내린 결정이 어긋나면 그때 천재가 아닌 것이 되니까.

대규모 투자회사의 회장이지만 이제 겨우 나이 스물여덟 살. 28세 맞다. 에휴, 난 뭐 하고 살았나 몰라. 이 젊은이는 패커 투자회사의 회장실을 자주 옮기는 것으로 유명하고, 게다가 사무실에 있기보다 몇 대 보유하고 있는 리무진을 타고 뉴욕 시내를 배회하면서, 필요하면 중역이나 주임을 불러 함께 태우고 다니며 그들과 회의를 하지만 당연히 일방적으로 결정을 한다. 그들의 역할은 자료를 전해주거나 생각/의견을 말해 결정에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보조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다. 오늘도 에릭이 리무진에 태운 중역이나 주임의 면모를 보면 이러하다.

기술팀장 샤이너. 작은 체구의 동안. 회장은 3년 동안 이이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의견이 필요하지 생긴 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생긴 것만? 그럴 리가. 정 붙여 좋은 거 없으니까. 시스템만 해킹 당하지 않으면 된다. 언제나 안전하기만 하면.

(옆에서 지나가는 택시 뒷자리에 탄 아내 엘리스 발견. 함께 간식 먹음)

통화(currency) 분석가 마이클 친. 수학, 경제학 박사. 22세. 거터펑크족. 아직 애송이. 너무 과하게 엔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결과 보고하지만 결론은 위에서 이미 설명.

(애인 디디 판처와 베드 씬 후, 로스코 채플의 모든 로스코 그림 구입 문의. 나만 보고 싶어!)

재정주임 제인 멜먼. 휴일 조깅하다가 난데없이 불려나옴. 조깅 팬츠와 탱크톱 차림. 싱글맘. 손실 감수하고 엔화 투자에 손 떼기를 권하지만 역시나.

닥터 잉그램. 닥터 네비어스의 대타로 리무진 안에서 건강 일일 검진. 아래 옷 홀랑 벗고 전립선 촉진 당하면서 (이거 무지 아픕니다) 고통을 참고 제인과 계속 토의(라기 보다 수다)

(길 막혀 잠깐 들른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시인 아내 엘리스. 점심식사. 에릭, 당신한테 섹스 냄새가 나.)

이론 담당 주임 비자 킨스키. 작은 키의 여자. 사생활에 관해 조금의 틈도 없는 여자. 폭동을 함께 겪음.

(호텔에서 근무 끝난 경호원과 베드 씬)

(다시 만난 엘리스. 외환투기 손실을 자기 돈으로 보태주겠다고. 그러나 여전히 에릭, 당신한테서 섹스 냄새가 나.)

그러니까 하루 종일 리무진 안에서만 일을 한 거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마니어리티>에서나 볼 최신 첨단 장비로 무장한 리무진의 통신 시설이 이를 가능하게 했으며, 심지어 에릭은 리무진을 “프루스트 시키기”도 했다. 프루스트 시키기가 뭐냐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다. 소음을 참지 못하는 작자가 방을 코르크로 한 번 덧씌운 거. 이처럼 에릭은 차 내 소음을 줄이기 위하여 방탄 리무진의 모든 틈새를 약하디 약한 코르크로 메우라고 명령을 내려, 오래 공을 들여 결국 그렇게 했다는 말씀. 이걸 이룬 건 뭐? 맞습니다. 돈입니다. 돈이 돈 한 겁니다.

자신이 점점 변하기 시작해 서민 아파트 다섯 남매 가운데 하나였다가 이제 피도 눈물도 없는 거대 부자가 되면서 이 와중에 얼마나 사람들에게 안 된 일을 시켰는지 전혀 몰랐겠지. 뭐 다 그런 거긴 하다. 이제 부자 중에서도 무지하게 부자이긴 하지만 불면증 환자에다가 사랑하지 않는 섹스리스 결혼생활에 점점 가학, 피학으로 몰려가는 젊은 영웅 에릭 패커는 머리가 벗겨지고 목이 없는 강건한 남자, 체코제 최신 디지털 권총으로 무장한 경호주임 토발이 없으면 시내를 활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가 된 유명한 자리에 앉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선 돈은 많지만 참 가련한 인생일 수도 있다. 세상에 오직 자기 한 명만 사는 무수한 군중 속의 외톨이.

하긴, 다 좋을 수 있나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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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등산가의 호텔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 현대문학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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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빈기 관류 뮤르시 외곽에 비행물체가 출현했으며, 그곳에서 황록색 피부에 다리가 세 개, 눈이 여덟 개 달린 인간 형상의 존재가 내렸다. 스캔들에 목마른 삼류 언론은 앞다투어 그들이 우주에서 온 존재라고 보도했다.……”

책을 열면 1장 앞에 위와 같은 서문 격의 첨언으로 시작한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십억 년>, <노변의 피크닉>,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읽었고, 작품들을 통해 형제들의 주된 관심사는 외계 어딘가에 있을 지능을 갖춘 생명체, 그들과의 소통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관료적이고, 고결하고, 늘 광이 나는 단추를 달고, 불쾌할 정도로 법을 준수하며, 다정한 남편, 모범적인 아버지, 사람 좋아하는 동료, 정 깊은 친척”이라는 모든 구속을 탈탈 털어내 가볍고 경쾌하고 수정처럼 청결해지기 위해, 오직 홀로, 세상 모든 길의 종점, 온통 눈으로 덮인 산악지역에 자리한 “죽은 등산가의 호텔” 2층 건물에 주인공 ‘나’, 페테르 글렙스키 경위가 도착해 작품을 시작하면서도 이 책이 추리소설이 되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도 갇힌 건물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불세출의 탐정 푸아로가 독자들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스타일즈 저택의 살인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구성을 갖추었다는 것도.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스트루가츠키 형제들이 누군데 옛 추리소설 작가의 플롯을 베끼겠으며, 자신들의 관심사를 꽁꽁 묶어 두기만 하겠는가. 다만 독후감에서는 나중에 어떻게 마감할지에 관해서 말을 아끼고, 딱 이 선까지 하겠다는 뜻이다.

호텔 주인 알레크 스네바르 씨는 호텔과 주위의 골짜기, 그리고 저 멀리 병목고개까지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지역 유지다. 예전엔 그저 “쉼터”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는 호텔이었지만 6년전 청년 한 명이 까마득한 암벽을 오르다가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바”)알루미늄 재질의 카라비너가 끊어지는 바람에 수직으로 2백 미터를 추락하고, 그가 지른 단발마의 비명이 눈더미를 진동시켜 순식간에 산사태가 일어나 눈 4만2천 톤과 함께 땅을 때린 이후 이름을 “죽은 등산가의 호텔”로 바꾸었으며, 그가 묵었던 객실은 당시 그대로 보존해 ‘객실 박물관’이라 칭했다. 이쯤해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책 두어 권 읽은 독자(나)는 몇 년 전에 눈과 함께 땅으로 자유낙하 했던 건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일 것이며 당시 사고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일부러 만든 일로 사고 때문에 해를 입은 지구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고자는 당연히 그곳을 기반으로 지구인 또는 지구의 특정 기구와 소통을 모색하며 일종의 대사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심 말이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하나뿐인 샤워장에서는 이를 이용하기 위한 대기자가 줄을 섰음에도 불구하고 15분간이나 더운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콧노래도 불러가며 누군가가 샤워를 즐기고 있었는데, 기다리다 못한 대기자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는 샤워장에 고물 트랜지스터가 켜 있기도 하고, 사람이 지나간 적이 없는 복도에 물 묻은 사람의 발자국이 찍혀 있기도 한다. 여성 혼자 자는 방에 누군가가 침대를 사용한 것처럼 시트가 흐트러져 있기도 하고, 샤워 후에 몸을 닦기라도 한 듯 수건이 젖어 있었던 적도 있으며, 미모의 귀부인이 홀로 사용하는 방의 창문을 밖에서 누군가가 훔쳐보기도 하는 중세 마법의 시대에나 볼 수 있는 현상이 일어나니 그런 믿음이 강화될 수밖에.

등장인물은 호텔 주인 알레크 스네바르와 주인공 페테르 글렙스키. 그리고 몇 명 더 있다.

먼저 25세가량의 통통하고 땅딸막하고 혈색 좋은 가정부 겸 요리사 아가씨 카이사. 정조 관념이 없고 남자를 좋아하는 약간 모자란 여성이다.

6년 전에 죽은 등산가와 함께 도착해 여태 호텔에서 지내고 있는 세인트버나드 수캐, 렐.

유난히 큰 키, 연미복을 입고 다니며 서커스에서 최면술과 마술을 전문으로 하는 세계적인 마술사 듀 바른스토크르 씨와 그의 조카 브륜. 브륜은 알렉산더 대왕의 애마 부케팔로스라고 이름 붙인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십대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구분이 안 가서, 호텔에 묵는 휴양객의 관심을 받는다.

시몬 시모네라는 이름의 인공두뇌 소속부대 대위이자 물리학자. 국가에서 가장 유능하고 천재적인 진짜 물리학자라는 건 저 뒤의 에필로그에서나 밝혀지지만 본문 중에선 압도적인 당구 실력을 갖고 있고 암벽 등반을 취미로 하는, 그러나 눈이 많이 온 관계로 암벽을 타지 못해 방에서 희한한 자세로 벽에 붙어 있고는 한다.

그리고 모제스 씨 부부. 모제스 씨는 전직 장군들이나 입는 금줄 두른 바지를 입고 다니며 안하무인, 목불인견이다. 반면에 부인 올가는 기묘한 미모를 갖고 있는데, 까무잡잡하면서도 푸르스름한 어깨, 우아하게 기다란 목을 지닌 미인 중의 미인이다. 반면에 호텔 주인 스네바르 씨가 글렙스키에게 해준 말에 의하면 아무래도 모제스 씨가 간혹 올가 여사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우리의 주인공 글렙스키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독자가 만날 수 있는 등장인물은 이게 다다. 아직도 마법사, 하느님, 악마, 유령, UFO 등을 모두 믿는 철학자 겸 시인 겸 과학자 겸 엔지니어이기도 한 호텔 주인 스네바르는 글렙스키에게, 은하계에 생명체가 살아 있는 태양계만 약 백만 개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으며, 이들 중에서 또 지구에 관심을 둘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물리학자 시모네는 곧바로 -e의 -1제곱, 즉 1/(-e), 굳이 비슷한 수로 말하면 2/3 정도의 상당히 높은 확률이라고 대답한다. 수학자 오일러의 수 e를 아시나? 약 2.72 정도를 말하는데 설명하자면 로갈리즘(로그)부터 시작해야 해서 되게 복잡하다. 그냥 넘어가자. 독자는 점점 외계인 또는 그들의 장비, 그것도 아니면 소모품 정도의 출현을 기대하게 되고. 일찍이 <노변의 피크닉>에선 지구별로 수학여행 왔다가 버린 쓰레기를 갖고 지구인들이 골머리를 썩인 경험이 있지 않은가 말이지. 그러나 여간해 장면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눈보라가 극에 달한 어느 밤, 검정 택시를 함께 타고 도착한 두 사람, 바이킹이나 북국 신화의 신 같은 외모를 한 올라프 안드바라포르스 씨와 단단하지만 작은 체구의 볼품없는 사내 힌쿠스 씨가 등장하면서 작품은 전환점을 맞는다. 불과 다음날,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큰 눈사태가 병목고개를 덮친 밤, 천하장사와 거구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올라프 씨가 정면으로 넘어졌으나 고개가 완전히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로, 즉 목뼈가 완전하게 부러져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면서 외계인에 관한 기대는 극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소설 <스타일즈 저택의 살인사건>과 닮아가기 시작한다. 과연 숙박인 가운데 누가 건장한 거인 올라프 씨의 목을 부러뜨려 죽일 수 있을까. 전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올라프 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온 스스로 결핵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성년자 전문 상담원인 힌쿠스 씨는 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짓만 골라서 하는데, 늘 독한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호텔의 지붕에 올라 뭔가를 관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숙박객 가운데 형사가 있으니 바로 주인공 글렙스키 경위. 그는 수표나 어음 위조, 세금 포탈 등의 경제범죄 전문 형사라서 난데없이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기는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나름대로 잠 한숨 못 자고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 전력을 기울이다가, 피해자 올라프 씨의 가방에서 이상한 형태의 장비를 발견하고 이를 증거품 가운데 하나로 호텔 금고에 보관한다.

이 와중에 눈보라는 더욱 거세지고, 이 눈폭풍을 걸어서 뚫고 또 한 명의 사내가 호텔에 도착하는데, 파랗게 얼고, 상처입고, 거의 죽기 직전의 루아라비크 L. 루아라비크 씨. 그는 눈동자가 하나는 A를 다른 하나는 B를 향하기도 하고, 오른팔은 어깨까지 없으며, 다리를 사용해 걷기에 상당히 불편한 몸을 하고 있다. 헐리웃 영화 <맨인블랙>에서 외계인이 간혹 연출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될 듯하다.

자, 이제 결말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건 당신이 직접 읽어보셔야겠다. 하여튼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상상력은 아주 매력적이다. 내가 읽기에 결말 근처가 좀 과하게 작위적이지 않은가 싶은 아쉬움이 조금은 남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이야기해도, 역시 스투르가츠키 형제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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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사두었는데 외계인... 뭐죠? 저는 외계인에 약한데 말입니다. 흐음..

잠자냥 2023-02-07 12:11   좋아요 0 | URL
아스트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2-08 06:07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이 책에 외계인이 등장한다고 했나요? 음.... 비밀인데 말입죠. ㅋㅋㅋ
SF 선호하지 않는 분은 좀 거리낄 듯합니다.
 
로마제국 쇠망사 세트 - 전6권 로마제국 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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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망사 3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성직자 성 암브로시우스, 현제wise emperor 테오도시우스, 훈족의 위대한 군주 아틸라, 그리고 서로마제국의 멸망이다.

쇠망사 1권에서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승인하지만, 겉으로는 잘한다, 잘한다, 말을 할 뿐 정작 황제 본인은 죽음의 침상에서야 겨우 세례를 받았고, 쇠망사 2권에서는 질투의 하느님에 의하여 뒷방 영감 신세로 떨어진 유피테르 이하 이교의 신들을 영웅적인 철학자 황제 율리아누스가 잠깐, 황제가 전쟁터에서 칼 맞아 죽을 때까지 복권시켰다가 다시 찌그러졌다는 얘기까지 했었다. 쇠망사 3권으로 가면, 이후 자기 말고 다른 신을 섬기는 꼴을 못 보는 기독교의 신이 본격적으로 불칼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최전방에서 유피테르를 비롯한 로마의 오래 묵은 신들의 조각상을 파괴하고, 신전을, 그냥 두고 교회 예배당으로 쓰면 될 것을 비싼 대리석 같은 초호화 자재들로 지은 신전까지 마구 파괴해버리는데, 집 나가서 아직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검은 양인 내 머리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이 대목을 읽으며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최고最高의 최고最古 불교 예술품인 부처 석상에다 폭탄을 설치해 터뜨려버리던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생각났는지 몰라. 하긴 난 천국 가긴 텄다, 텄어. 이제 기독교가 들어오고 불과 반 세기밖에 안 되어 사람들 생각이 언제나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수준까지는 안 갔을 터이니, 간혹 이교도 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말이지. 이런 사고 행위조차 얄짤없이 배척하고 탄압하고 가능하면 때려 죽일 거 같은 사람이 바로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 암브로시우스 주교와, 용감하고 전략적이며 훌륭하게 동서 로마 제국을 두루 살피던 현제 테오도시우스가 쿵짝을 맞춰 아예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 비슷한 수위까지 끌어올리니, 거봐라, 거봐. 내가 쇠망사 2권 독후감에서 이제 다신교를 믿는 로마에 기독교가 들어왔으니, 질투의 하느님이 엄청 바빠질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벌써 천년 가까이 비 오는 날 말뚝을 팍 박아버리고 터를 다진 유피테르 이하 다양한 신족들이 겨우 반백 년이 되지 않아 전부, 몽땅 거덜이 나버렸으니, 거참, 대단하다 대단해.

암브로시우스 주교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성인이다. 그래 이름 앞에 ‘성聖’자를 달고 다녀야 할 정도로 어린 백성을 귀애하고, 가난한 이들을 동정하며, 음으로 양으로 사람들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그야말로, 주교님한테 이렇게 얘기해도 되는지 몰라, 그야말로 부처님 가운데 토막인 양반이다. 근데, 다 좋은데, 얘기가 이교, 다른 종교, 잡신들 쪽으로 나왔다 하면 갑자기 요괴인간으로 변신해 찌르고, 베고, 자르고 하면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니 정말 무섭다, 무서워. 이이에게 사랑해야 할 이웃은 엄연히 같은 그리스도교인들 뿐인 거였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세속 재산에 관해서는 또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교회 건물, 토지, 노예(교회도 노예를 소유한다면), 현금, 금괴, 은괴, 보석, 귀금속으로 만든 성구, 태피스트리 등등, 사실 이게 다 황실과 원로원을 협박해 얻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로마라는 나라가 망하든 말든, 아니 이건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아니라 다른 대주교들, 동시에 몇 명 있었다고 기번이 이야기하는 교황들 얘기지만, 하여간 당시 기독교, 믿어도 된다고 승인 받은지 겨우 50년 정도 된 종교에 종사하는 직업인들이 그랬다는 말씀. 보면 로마 속주 곳곳에 다 예배당이 있고, 그것도 큰 예배당이 있어서, 예배당마다 한 명 이상의 주교, 또 한 명 정도의 대주교가 있었는데, 아직 정확하게 나온 건 아니지만 눈치를 보니까 이 대주교들이 또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서로 교황을 칭한 거 같다. “거 같다.”라고, 정확한 거 아니고 이제까지 읽어본 걸로 추리를 하자면 그렇다는 거. 친구 가운데 사제, 성당에서 미사 집전하는 제사장 말고 공부하는 먹물 사제가 있어 물어볼까 싶지만, 성당 다니라고 그럴까봐 안 물어봤다. 하여튼 ‘인상적인’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엄청 인상 깊었다’. 예수 믿는 분들은 나보다 ‘훨씬 인상 깊게’ 읽을 거 같다.

테오도시우스 황제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최후의 제대로 폼 나는 황제라고 할 수 있겠다. 때는 바야흐로 로마의 전성기가 지나고, 로마가 이젠 시들시들해진 것을 눈치 챈 야만족들이 시도 때도 없이 속주를 침범해 약탈과 살인을 저질러 눈 번히 뜨고 당하고만 있었다가, 이제 제대로 된 황제가 등장해 말 그대로 한 번 뜨면 제대로 청소기 돌려 말끔하게 야만족들을 소탕하고 다녔던 거다. 기번이 재미난 것은 그러나 이 용맹하고 똑똑한 황제의 단점도 기어이 이야기하고 만다는 점. 바로 평화시, 아니다, 평화로울 때만 그런 건 아니고 하여튼 위급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게으르고, 늘 (나처럼) 술에 절어 있고, (이건 나 같지 않음)사치스럽고, (이것도 나하고 다름)환락을 좋아하는 군주였단다. 신나게 놀고, 마시고, 섹스 파다가 야만인들이 대규모로 몰려온다든지 몇 개의 부족이 연합해 덤빈다든지 한다고 누군가가 불평을 하기만 하면, 아, 씨, 한 번 나가볼까, 한 마디 하고 이때부터 작전을 짜기 시작하는데 이게 시작부터 보통이 아니란다. 작전 짜고, 진군 코스 정하고, 지리적 판단해서 공격 방법 택하는 거 하나하나가 정말 전쟁이란 예술을 하는 거처럼 신출귀몰, 제갈량 바로 뒷자리 정도는 된다. 게다가 얼마나 용감한지. 제갈량은 쌈은 못했거든.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물론 이후에도 군인 황제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백전백승이라 과장할 수 있는 마지막 황제였다. 그러나 다 좋을 수는 없는 법. 이이한테는 아르카디우스와 호노리우스 이렇게 아들 둘이 있었다. 아쉽게도 전부 함량 미달. 그저 저 두메산골에서 농부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인물에게 아르카디우스한테는 동로마제국, 호노리우스한테는 서로마제국을 맡겨 본격적으로 로마가 두 국가 체제로 확정하게 만들어버린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건 나라가 망하는 걸 지켜보는 일밖에 없다. 물론 두 아들 재위기간에 망하지는 않지만 쓰러져가는 나라의 전형적인 상태는 점점 심하게 곪아간다. 그리하여 서로마 제국부터 문을 닫고, 닫기 전에 한 번 더 괜찮은 황제가 등극하지만 재위기간이 하도 짧아 그저 그러다가 놀랍게도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를 마지막 황제로 제국은 셔터를 내린다. 아이러니. 로마를 건국한 것도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로물루스. 거기다가 황제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 로마 사람들은 마지막 황제에게 이름은 어찌 됐건 아우구스투스 호칭을 주는 대신 멸칭을 써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또 한 명. 훈족의 영웅 아틸라. 이 양반의 후손들이 지금도 헝가리 평원지대에 터를 잡고 살아 헝가리 식 발음으로 하자면 “어띨러”다. 보면 중국의 북방에서 몽고족 혹은 몽고족 옆에 살다가 걔네들한테 얻어 터져 서쪽으로 이동한 흉노 비슷한 족속인 것처럼 보인다. 틀림없지 싶다. 한나라 최고 미인 왕소군을 훔쳐간 민족. 유목민 하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말 타고 고기 육포 씹어가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리다가 눈에 보이는 마을 있으면 약탈하고, 처첩 삼고, 죽이고, 불 싸지르고, 뭐 이렇게 살던 야만인인데, 세월이 좀 흘러 냉정한 승부사이자 엄혹한 장수가 나와 로마와 속주의 기술까지 섭렵해 성문을 때려 부수는 파성기를 비롯한 무기를 제작하고나서 전 유럽을 강타한 인물이다. 위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덩치 크고 힘 센 인종들한테 모피를 비롯한 말린 대구, 넙치 등을 공물로 받고, 아래로는 흑해, 크름 반도 이하 지방까지 그야말로 말 가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때려잡았던 인물이다. 동로마제국은 물론이고 서로마제국 언저리까지 와서 로마의 속국들이 연합군한테는 한 번 패전을 한 적도 있지만, 전투에 지는 건 병가의 상사라, 다시 훗날을 도모해서 맞은 거에 두 배 이상으로 코피 터뜨려준 왕 중의 왕, 영웅 중의 영웅, 아틸라. 저 서로마제국으로 원정을 가 이탈리아 아가씨와 혼인을 하고 잔치를 벌여 술을 잔뜩 퍼마신 다음에 신방에 들었는데, 다음 날 해가 저물어도 텐트에서 나오지 않는 거라, 대왕님께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동맥 어디가 내출혈로 끊어져 한 대야의 피를 쏟고 죽어 있었단다. 이후 아틸라가 이끄는 종족들은 순식간에 헤쳐모여, 서로 왕을 해보겠다고 뿔뿔이 흩어져 전부 망가져버리고, 아틸라의 아들이 이끄는 순종 훈족 몇몇은 헝가리 동쪽의 황무지 넓고 넓은 평야에서 아직도 살고 있으니, 네모난 턱에 검은 머리카락, 약간 찢어진 눈을 하고 있다니, 시간 있으면 한 번 가보시든지.

에드워드 기번. 역사학자가 참 글도 맛있게 써서 읽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다만 너무 길어서 눈이 뱅뱅 도는 것만 아니면 더 좋았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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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2-04 0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쇠망사 1, 2의 독후감은, 서재에선 뜨지만 독자리뷰엔 빠지는구나. 1인 1리뷰인 모양이다. 그게 공평한 거 같기도 하다.

- 2023-02-04 07:47   좋아요 1 | URL
ㅎㅎㅎ 나중에 로마역사 공부 필요해질 때 레퍼런스 삼겠습니다!!

Falstaff 2023-02-04 16:18   좋아요 2 | URL
토욜이라 오늘은 좀 일찍 일과를 끝내고 이제야 답글 답니다.
서재는 휴대전화에서 답글쓰기가 안 돼 불편하군요.
로마 역사 공부하시려면 이 책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네요.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 프랑스혁명 전에 쓰인 책이라서, 후대의 연구가 더욱 많이 보태진 근현대 사가들의 역작을 고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2-04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덕분에 로마사 공부하는 기분! ^^

Falstaff 2023-02-04 16:19   좋아요 1 | URL
앗, 그렇습니까. 기분 좋습니다. 이 책은 재미로 읽으시면 좋을 듯하네요. 글도 참 잘 쓰는데 우리말 역자도 힘을 보탠 거 같더군요. ^^

stella.K 2023-02-04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니 천하의 골드문트님이 친구가 무서워
알고 싶은 것도 못 물어 보시다니요.ㅋㅋ

지난 주 아틸라 전기 영화를 조금 보다가 말았는데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훈족 뭔가 동양스러운데 말입니다.
자꾸 유혹하시네요.ㅠ

Falstaff 2023-02-04 16: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 친구가 무척 바쁜 인간입니다. 가톨릭 대학의 교수로 있지만 연구 또는 강의차 바티칸에도 자주 가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런 친구는 사제직 은퇴할 때까지 그냥 연락 안 하고 내버려두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제 은퇴...는 너무 늙어서 하는 바람에 그때까지 살아 있으려는지 몰겠습니다. ㅋㅋㅋㅋ
주제페 베르디가 아틸라를 되게 우스운 꼴로 만들어(각색해) <아틸라>라는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초기 작품(아홉 번째)으로 전형적인 19세기 벨칸토 오페라라서 자주 공연하지는 않지만 들을 만합니다. DVD로도 나와 있으니 아마 U-tube에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유부만두 2023-02-05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어요. (루슈디 톤 같아요) 그런데 로마제국 샷따 3권에 내렸는데 나머지 세 권엔 어떤 내용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Falstaff 2023-02-05 10:2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서로마 제국이 셔터 내렸습니다. 동로마제국은 더 오래가고 이어서 신성로마제국이 로마의 후예라고 구라를 칩니다. 영국인, 브리타니언들은 자기들이 진정한 로마의 자손들이라고, 심지어 망한 트로이 장군 아이네이스의 후예라고 아득바득 우기는 촌극까지 벌입니다.
원래 기번은 서로마제국의 멸망까지만 쓰려 했는데 주위에서 권하기도 하고 자기도 욕심이 생겨 동로마까지 집필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레이스 2023-02-05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훈족의 왕 아틸라>가 인상적이었어요
악마로 몰아갈 정도로 나타나기만 하면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투력. 하지만 그것은 로마인들의 시각이고.^^

역사가들이 로마사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겠죠?

Falstaff 2023-02-06 06: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오죽했으면 훈족에 밀린 게르만족의 대이동...때문에 로마가 문을 닫았겠습니까. 유럽인들 입장에서 보면 되게 쪽팔린 한 페이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