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4월 3일에 갔을것을 여차저차해서 결국은 지난 토요일(26일)에 다녀오게 됐다. 솔직히 말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잔뜩 남았다.
전철에서 내려서부터 걸어가면서 사람이 많구나, 싶었지만.. 설마했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게 어디 서양미술 400년 전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했건만, 결국 도착해서 보니까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대기시간 2시간 이상'이라는 안내말에 살짝 기절할뻔하고는 둘이서 한 숨을 푹 쉬면서 줄을 서기 위해서 한참을 걸었다. 광장을 한바퀴(?) 돌고도 계단을 올라올라가서 기다리다 지치겠다면서 한 숨을 푹 쉬고는 또 재잘재잘 댔더랬지..
그나마 한시간 반 정도만 줄을 서서 표를 구매하고 2층에 올라가서 또 한참을 길게 늘어져있는 줄에 잠시 절망하고는 하필이면 새 구두를 신고있던 관계로 발은 점점 아파오고 한숨만 푹푹쉬고, 약간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더워서 한참 손 부채질도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도 좀 찍고.
2층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림 보러와서는 절망하고, 애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엄마 손 잡고 온 애들 나이는 또 왜 그렇게들 어린지... 소란스럽기도 하지. 엄마도 잘 모르면서 애들을 왜 데리고 온건지, 차라리 같이 손 잡고 인터넷등으로 공부라도 하고 오던가.. 어떤 엄마는 자기가 잘 아는걸 애한테 설명해 주는데 애는 별 관심이 없다. 이제 6살이나 됐을까 말까 한 애들이 뭘 안다고.
'엄마, 나 나가있으면 안돼?'하다가 혼나는 애도 봤다. ...로렌초의 시종님 말씀에 동감하면서 도대체 애들이 무슨죄야. 난 저러지 말아야지(어이, 결혼은 할꺼야?) 하다가도, 막상 내가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어찌돼었든 알 수 없는게 사람 앞일이니까,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했다니까.
2층에서만 1시간 반을 보내고,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다리가, 정확히는 발목아래부터가 너무 아파서 30분간 휴식을 취하고, 올라갔다. 다행히 줄은 별로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막상 들어가니 사람은 많았다. 마구마구 나오는 짜증을 내리누르면서 찬찬히 구경은 잘 했지만.. 대략 실망.
누구누구 전(달리나 샤갈전같은)게 아닌 이상 대충 예상은 했지만,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었다.
최대의 불만은 오래 기다린 시간도,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조명과 그림과의 간격이었다랄까? 그림과 관람객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조명이 너무 너무 밝아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한눈에 그림을 살펴보기도 힘들었다. 그림이 좀 큰 것들은 그래서 감상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림도 너무 아래쪽으로 진열되어있었고.
아는 화가가 별로 없어서 조금 그랬고, 아는 그림이래봐야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정도. 아, 그래. 마라의 죽음 앞에서 전에 교양시간에 들은 대로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다가, 애들 데리고 온 아줌마 들이 나에게 설명좀 해달라는 말에 놀라서 도망도 갔었다.
어쨌든, 힘든 경험이었다. 사진과 실물의 차이를 느끼면서 확실히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아직도 다리가 아프다. 다음부터는 좀 일찍 오기로 했다. 거의 끝나갈 무렵에 왔더니 사람이 너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