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일명, 사비타에 대해서 난 사실 전혀 모른채 이 뮤지컬을 보러 토요일 저녁에 대학로에 갔었다. 처음에 나는 이 사비타가 영화 'Singin' in the rain'의 내용을 극화한거라고 생각했었다.(그래, 모른다는 건 참 웃기기도 한거다. 무지가 죄일수도 있다..ㅠㅠ)
하지만, 뮤지컬 사비타의 기본줄거리는 형제간의 사랑과 방황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각보다 짧구나, 싶었는데 끝나고 보니 벌써 10시였다.(시작이 7시 반이었다.)

형 동욱과 동생 동현, 두 형제의 오해와 갈등은 오래 묵었기에 더욱 깊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 22살의 실패로 인해 두려움을 겪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청춘이 있다. 내 또래의 젊은 여자, 유미리는 난데없이 나타나 실수투성이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그런 그녀에게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이 그리울 거라고 동현은 그녀를 위로해 준다.

형제간의 화해와 사랑도 가슴에 남았지만, 내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극중 유미리의 22살보다 겨우 한 살 많을 따름이며,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있는 중이다 보니 난 오히려 그게 더 기억에 남는다.
힘을 내서 살아가기에는 어쩌면 조금 부족할 지도 모르지만, (미리에겐 충분했을지도 모를 위로이련만, 나에겐 왜인지 조금 부족하다.) 그래도 같이 공연보고 여행갈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살만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의 팬 사인회가 있었다. 같이 받으려고 줄을 섰다가 귀찮은 마음에 그냥 줄에서 빠져나와(! 생각해 보니 조금 후회된다.) 친구들이 돌아올때까지 기다렸다.
받아온 싸인을 보고 든 생각은 역시 내 친구들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사람의 이름을 조금 잘못써 주었는데, B는 그냥 그대로 놔두었고 S는 하트로 메꾸어 달라고 해서.. 이름 두자 사이에 (성빼고..) 난데없이 하트가 들어가 있었다.

유미리를 두고 B가 나오면서 딱 한마디 했다..'S스러운 사람이다'
이에 헉겁한 S는 왜 내가! 라며 항의했지만, 나머지 세사람의 동의로 묵살되었다.

오늘 사비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게시판을 보니 배우에 따라서 극 중 성격이 조금 다르게 표현된 면도 없잖아 있는것 같았다. 언젠가 한번 또 누굴 꼬셔서(!) 보러가야 겠다.

참고로 내가 본 배우들의 캐스팅은 '김성기 - 동욱역, 최민철 - 동현역, 윤공주 - 유미리역'이었다.
참, 동현의 얼굴 옆에 붙어있던 마이크에 난 그만 마이크를 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친구들의 말로는 유미리는 이마위로, 동욱은 안경에 마이크가 있었단다. 그래, 사실 난 나머지 두사람은 마이크 없이 연기한 줄 알았다.... 생각보다 무대가 작았기에...(아마도 난 전에 보았던 캣츠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세사람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 정말 놀랐다. (친구가 달리 뮤지컬 배우겠냐고 타박했다...-_-)

 

P.S > 친구를 꼬셔대서 난타를 보러가기로 했다.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아마도 친구는 추진할게다...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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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위로 2004-10-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땅히 넣을 만한 카테고리가 없기에...^^;;;;
찬찬히 다시 얽어보니 이거...-_- 횡설수설이다.. 흑흑흑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나와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랑하는 또 미워하는 엄마에 대한 생각을.
내 어린시절 엄마는 나에게 '너만 안 생겼어도 이 집안에 시집안왔다.'라는 말을 항상 했었다. '그럼 하지 말지 그랬어.'라고 쏘아붙이기는 했어도 나에게 그 말은 항상 상처였었다. ('너 다리밑에서 주워왔어'라는 말에는 나중에 웃어넘길수 있었지만 도저히 저 말에는 웃어 넘길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내가 짐이 되었다는 생각이 항상 나를 짓눌렀고 나는 그렇기에 일찍 철이 들어야 했고 그렇기에 엄마를 내 의논상대로 삼을 수가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영화속의 부모님과는 다르다. 아니, 닮았다. 엄마는 욕을 잘 하지는 않지만 억척스럽고 돈을 밝히고 아빠를 구박한다. 아빠는 무능력하고 몸도 안좋고 소리를 가끔 지르며 '그만 좀 해'라고는 하지만 엄마의 궁시렁 소리를 듣는다.
그런 엄마와 아빠가 나는 싫었다. 그래, 나는 딸인 나영과 닮았다. 고아인게 부럽다고, 차라리 나도 고아였으면 한다고 제대로된 추억하나 없다고 부모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소리치는 나영의 모습이 나와 같다. 그래, 철없이 어리던 시절 나는 그렇게 바랬었다. 차라리 혼자였으면, 차라리 고아였으면 그게 내 바람이었다. 추억들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주위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가 나에겐 너무 컷기에 나는 그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곤두세운채 모든 사람들을 대할수밖엔 없었다. 그게 엄마, 아빠라도, 그게 설령 내 동생들이라고 할지라도.
아빠의 무능력이 싫었고, 무책임이 싫었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마음이 싫었다. 엄마의 수다스러움이 싫었고(누구에게나 무슨말이든 해대는) 툭하면 부부싸움을 해대는 두분이 싫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그저 한쪽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는 것밖엔 할 수가 없었고 좀더 커서는 싸우는 두분 사이에 끼어들어 더 크게 소리지르곤 했었다. '싸우지좀 마!' '왜! 나도 집나갈까? 싫어. 나도 이런집! 그만좀 싸워대!'라고. 그리고 그후엔 완전히 포기했다. 두분이 싸우든지 말든지 나는 그저 작은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무것도 안들리는마냥 책만 읽어댔었다. 그리고는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랬기에 나는 기회가 왔을때 아무 망설임없이 집을 뛰쳐 나왔었다.
엄마는 하나뿐인 딸이 걱정되어서 인지 자꾸 자꾸 전화를 했지만 난 그마저도 귀찮았다. 조금 철이든 동생녀석은 나에게 집에 전화좀 하라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집이란 나에게 숨막히는 감옥과도 같았다.(동생 녀석은 사춘기시절 가출을 밥먹듯이 해대며 반항이라도 했었지만 나는 그저 숨죽이고 언젠가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어쩌면 동생과 나의 그 차이가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나도 동생처럼 그렇게 표출했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절대로 그러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아들녀석 하나가 삐뚤어져 나간다고 울던 엄마를 보고 기억하는 이상  그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에 불과했다.)
나는 정말이지 엄마를 닮고 싶지 않다. 엄마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속 아버지들을 보면서 아버지를 알게는 되었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던 나는 영화속 어머니를 보면서 엄마를 조금 이해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이미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살면서 억척스럽지 않고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남편을 두고 세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엄마는 그래야만 했는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역시 용서하기 힘든 것은 내가 아직은 어리기 때문일수도 있고 깊게 박혀있는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엄마를 이해는 하지만 용서할 수도 없고 닮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딸들의 숙명이려나? 아니면, 나만의 이기심이려나...집에 내려가게 되면 엄마와 영화를 봐야겠다. 그도 안되면 살살 꼬셔서 다운받아서 보든가. 그냥 말없이 둘이서 그렇게 데이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덧붙임. 하지만 힘들지도 모르겠다. 이번주에 내려갈 건데 동생녀석이 휴가나온다고 하니. 그래도 잘 꼬셔볼까?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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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간만에 영화한편을 보았다. ^^

다들 재미있다고 해서 다른 님들의 페이퍼에 있는 영화평을 과감히 무시하고자 열심히 노력했었다.(방금전에 다 읽고 왔다. 흐흐흐)
재미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삼스레 정재영이란 배우가 좋아지려고도 하고. 장진감독의 선택이 탁월했음이 드러났다. 정재영, 그의 전작 '실미도'에서 강하고 의리있는(!) 역으로 나왔던 그가 로맨스물에 그것도 약간 코믹이 가미된, 출연한다는게 약간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멋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인 동치성을 정말 잘 표현해 냈다. 정재영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약간 어색했을 것만 같다.
그런 배우들이 있다. 연기변신이라기엔 거창하고 캐릭터에 자신을 녹여 배우의 느낌이 들지 않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들. 정재영이 그런 배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연극배우 출신들이 대부분 많이 그렇다. 박해일, 설경구, 조승우등등. 그리고 난 그런 배우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송강호는 반대다. 어떤 역을 연기해도 그는 송강호다. 그래도 난 그를 좋아한다. 어쩔수없다. 송강호는 특별할뿐이다.)

사랑에 대한 물음. 끊임없이 동치성의 입을 빌어 장진감독을 사랑을 묻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사랑이다.'라고 극중 한 배우의 입을 빌어 감독은 그렇게 말한다.
영화에서는 사랑은 사랑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이 별건가, 그저 만나서 이름묻고 나이묻고 좋아하는게 뭔지, 취미는 뭔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살아서 하는 사랑.
사랑하니까 죽고, 죽일수도 있다라고 말하지만 죽어서는 사랑이 없다라고도 말한다.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은 없다라고..(확대해석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동치성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다른 사람에게는 있고 나에겐 없던 세가지가 오늘 생겼다. 난 내년이 있고, 주사가 생겼고 그리고 첫사랑이 생겼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해서 난 믿지 않는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다는 것은 그저 그 사람의 겉모습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겉모습과 첫인상과는 많이 다른게 정석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천천히 쌓여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며, 그렇게 믿는다.

그렇지만 영화속의 한이연은 조금 이상한 존재다. 마냐님의 말(?)처럼 10여년을 짝사랑하면서 겨우 30여걸음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말한번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의 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됀다. 내가 사랑을 한다면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알고 싶어 질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신도 좋아하게 되었다면서도 그가 어린시절부터 해왔던 야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정말 이상한 존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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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소를 봤다. 사실 하도 많은 혹평들을 들은후에 모든 기대를 꺾은 후에 극장에 들어서서 였는지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마지막 장면이 좀 많이 깨기는 했지만 뭐, 같이 작품했던 사람들인데 뭐, 하다가도 이게 뭐 엽기를 떠올리게 하려고 넣은 거야, 뭐야. 하며 툴툴대긴 했다.

어쨌든, 영화는 철저히 전지현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말이 맞긴 맞다. 황당할 정도를 너무나 충실히 PPL광고를 때리고 있는 극중 배우들을 보면서 한숨도 잠깐 쉬긴 했다. 긴머리를 휘날리는 전지현이 이쁘게 나오긴 했지만서도... 사실 남들은 다 재미없다고 한 '4인용 식탁'을 난 흥미진진하게 봤다. 물론, 템포가 조금 빨랐다면 하고 아쉽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냥그냥 한 영화들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아 전지현 많이 노력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다시 그 이미지로 돌아와버렸다. 이래서는 안됄텐데. 언제까지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그녀는 그 여전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울어봐. 라고 영화 속에서 속삭인다. 플라시보님께서 그러셨듯이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나 여친소의 '경진'은 닮은 꼴이다. 둘다 엉뚱하고 둘다 막무가내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에겐 마치 머슴(?)같은 남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런건만 보인 것은 아니다. 시작이야 어찌돼었든 사랑하는 연인이 된 두사람의 모습이 예뻤다. 서로 마주보고 살며시 웃을수 있다는 것. 그저 한줄기의 시에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는 모습이. 사랑하는 여자가 검은 건반을 치지 않는 것을 알고 정성들여 하나하나 하얗게 칠했을 건반과 작은 엽서. 책 한쪽 한쪽에 그림을 그려넣은 정성. 그리고 내 남자가 내 여자가 위험하다면 어떻게해서든 도와주고 싶어하는 모습. 서로에게 그런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저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있는지 알아내어 달려가는 모습. 이 모든 것은 그저 영화이기에 가능할수도 있지만 하지만 사랑이기에 현실에서 일어날수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감싸고 그 무엇보다도 위대하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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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인생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냥 인생극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태웅이 살아가는 시대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시대와 같다. 그리고 하류인생에도 아버지가 나온다.  '효자동 이발사'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순박한 이발사이지만 하류인생의 아버지는 배울만큼은 배웠고, 싸울만큼 싸워봤고, 권력의 맛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그런 아버지이다. 이 영화는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그저 시종일관 담담하게 한 깡패의 - 상철(?)의 친구말대로 하류인생의 -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하류인생...

담담히 들려오는 한 남자의, 한 남편의, 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련한 듯 저 멀리서 다가온다. 그저 맞고온 친구의 복수를 위해 다른 학교로 쳐들어갔던(?) 태웅은 자신을 칼로 찌른 승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되고 그 인연으로 인해 명동파와의 인연도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철을 만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는 이야기를 길게 끌지 않고 짧게 짧게 끊어쳐대는데 오히려 그런 것이 영화의 장점을 부각시킨다(고 나는 생각한다.) 짧은 듯한 런닝타임이지만 오히려 여기서 더 길게 늘어졌다면 엉망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끝이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난 오히려 그게 나았다. 그게 삶이려니...

이번에도 영화속의 아버지는 나에게 말한다. 아버지란 이런 존재야.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는 거란다. 삶이, 세상이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단다. 너를 사랑한단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그렇듯 아련하게 울려오고 있지만 고집세고 냉정한 나는 오늘도 그 울림을 냉정히 뿌리치고야 만다.

태웅처럼 살아오신 것은 아닐지라도 내 아버지도 어쩌면 저렇듯 처참히 세상과 묵묵히 맞서오신 것일지도 모른다.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학력으로 그렇게 아버지는 아둥바둥 살아오셨으리라. 하지만 아버지는 태웅처럼, 아니 태웅보다도 나에겐 끔찍한 이름으로 남아버리고야 말았다. 이기적인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가족들이 점점 지치게 만들었고 내 기억에 영웅이던 아버지를 패배자로 비겁자로 만들어버리셨다. 부모, 자식은 천륜이라고 한다. 태웅은 자식을 낳고서야 어머니를 찾아가 '용서하고 말게 어디있어요. 어머니잖아요. 아들이잖아요. 부모자식은 천륜이라는데..'라는 비슷한 대사를 읊어댔다. 어쩌면, 어쩌면 나도 자식을 낳으면 태웅이 그랬듯 아버지를 용서할지도 모른다. 아니, 이해라도 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리기에 너무나도 어리기에 아직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렇듯 아버지들의 삶의 흔적을 보고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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