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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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없이 달려든다는 것에 대하여


심심해서. 내가 느낀 저자가 카페를 시작한 이유다. 친구랑 휴일마다 게임만 하는 것에 쓸모없음을 느껴 시작한 것이 카페였다. 정말 카페에 대해서, 창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자의 고군분투기를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치밀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실수가 넘쳐났고 분통터지는 일들도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카페를 오픈하였다. 읽은 내내 든 생각은 바로, 어찌되었든 했다는 것. 


항상 생각만 하며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나와는 사실상 차원이 다르다. 그냥 지체없이 할 수 있는 능력. 이것도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순히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카페로 엄청나게 돈을 번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배울 점이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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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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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지에서 친해지기에 대하여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대화. 손짓, 발짓으로 교감을 하며 그들이 사는 곳으로 깊숙이 들어가 같이 밥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의 순간순간 만나는, 어쩌면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만남을 인연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 이것이 여행 경력이 아주 많은 저자의 능력이다.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자전거에 문외한이 저자의 고생담이나 베트남, 라오스의 순수한 자연에 대한 감탄보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저자의 그 친화력이었다. 나는 이 책을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읽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너무 일찍 도착한 2시, 6인실에 아무도 없는 방에 누워 이 책을 빠르게 읽어 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난 2일간의 여행을 반추해보면 첫날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다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에 껴서, 내가 술도 사오고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었다. 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을만큼…하지만 둘째날에는 여행지에 나의 동년배들도 잘 보이지 않고, 잠도 찜질방에서 자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리고 이 날도 별로 말을 나누지 못했다. 결국 나는 내가 먼저 다가서서 말하지 못하였다. 나와 또래가 아니니까, 저들은 무리가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며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닐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먼저 다가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자기방어를 하고 싶다는 자신을 이겨내고 다가선다는 것. 너와의 다리를 놓기 위해 나의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성벽은 필요 없다. 



- 여행의 유형에 대하여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과거의 한 사람은 여행을 거부한다. 가보지 않아도 모든 정보를 책이나 그림으로 볼 수 있는데 고생하여 여행지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며 각국의 여행기나 기념품을 모으며 살아간다.


여행을 통해서 느끼는 점은 나 역시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더운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여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나 공공시설, 숙소에 가장 오래 있었고, 정작 여행지에서 볼만한 것을 본 시간은 별로 되지 않았다. 이미 검색을 통해 본 수많은 풍경들이 그냥 내 앞에 놓여있었고, 나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다. 오히려 습하고 더운 날씨를 피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뽑아 읽은 이 책을 통해 메콩강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더욱 깊게 느꼈다. 가기 힘들다는 해남의 땅끝마을에서보다 종이 위의 활자를 통해 여행의 묘미를 더욱 느꼈던 것이었다. 우리가 티비나 책을 통해서 보는 것은 그 여행지의 가장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도구로 기록한 것으로 사실 우리가 보통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은 그림과 풍경을 보여준다. 최고의 순간을 더위나 벌레의 간섭 없이, 피로감 없이 볼 수 없다는 것. 간접적으로 본다는 것과 직접적으로 본다는 것에서 여행을 아직 많이 다니지 못한 나로서는 간접적인 여행이 아직은 더 좋다.


흔히 나 같은 젊은 나이의 사람들은 배낭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배낭 하나 딸랑 메고 싸지만 힘든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길바닥에서도 자고, 밥도 빵 하나로 때운다. 나는 아직 그 어려움의 즐거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편한 여행, 결혼 후에 떠날 법한 휴가지에서의 휴식 여행을 더 선호하는 나는 마음이 늙어버린 것일까. 그래도 한달 간의 유럽 여행 티켓을 결제하고, 추석 직후에도 해외 배낭여행을 위해 인터넷을 계속 뒤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아직은 작은 여행의 불꽃이 살아있는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나가고 더욱 여행을 하자. 그렇게 되고 싶으면 그렇게 자꾸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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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스패로우 2015-08-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하는 당시에는 힘들어도 지나고나면 추억들이 만들어지는 재미...그래서 떠나는게 아닐까요??

윙헤드 2015-09-02 22:44   좋아요 0 | URL
추억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회가 될 때마다 돈이 없어도 떠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해피북 2015-08-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윙헤드님 글을 읽으며 따끔한 마음이 들었어요 ㅎ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고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네요 비가 오는 목요일 아침 입니다 우산 잊지마세요^~^

윙헤드 2015-09-02 22:45   좋아요 0 | URL
제 못난글을 보시고 반성까지 하시다니 영광입니다... 늦게 답글을 달았지만 지금도 비가 오니 우산 잊지않겠습니다~ㅋㅋ
 
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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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 대한 질문들에 대하여


    매주 일요일마다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가지고 매주 한 챕터를 깊게 읽고 토의하는 것이다. 책은 심리학자 아들러와 관련된 이야기 이지만 우리는 가끔씩, 인간 존재의 이유, 대한민국 경제의 원인, 삶의 방향, 행복의 정의와 같이 추상적인 토론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다. 즉, 인간과 관련된 토론을 주로 하는데, 아직 내 생각이 완전치 못해 토론은 서로간의 가벼운 생각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 관한 질문은 참 어렵다. 우리는 왜 사는가, 생각은 왜 발생하는가 등등, 너무나 추상적이고 정의조차 내리기가 힘들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도 이런 토론을 함으로써 평소에는 절대 하지 못했을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 ‘빅 퀘스천’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저자 김대식씨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필요한가, 정의란 것은 무엇인가 등등 다양한 질문들을 뇌공학자답게 기술과 연관시켜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그 동안 이런 인간과 관련된 질문들은 거의 철학 쪽에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철학적 용어나 이론들을 기초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았었다. 기술은 어떻게 보면 그런 과정에서의 예시나 폐해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았을 뿐, 큰 연결점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자는 주로 기술과 인간적 질문을 연결하는 능력이 좋아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맞닥트리고 있는 기술적 현실, 금방 올 미래와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중 가장 맛깔 나게 읽었던 장은 마지막 장 ‘인간은 왜 필요한가’이었다. 인공지능이 마침내 개발되고 로봇이 탄생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에게 우리 존재의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적인 내용이다. 엄청난 처리능력으로 인류의 역사, 지구의 역사를 파악한 인공지능이 지구의 보전, 발전을 위해 인간의 제거를 생각해 낼 수가 있는데 우리는 단지 로봇 3원칙을 가지고 그런 결과를 막을 수 있을까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은 그냥 인간이니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를 기본으로 하는 인공지능에게 있어는 어불성설일 것이다. 로봇이 미래에 우리에게 해올 질문에 대해 우리는 대답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인간에 대한 깊은 생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화 ‘아이로봇’의 비키처럼 인류를 위해 인류를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인공지능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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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우디
김용대 지음 / 미진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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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디의 스페인에 대하여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그냥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가장 가보고 싶다.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싶다는 이유도 그 중 하나였다. 왜 나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러 가고 싶은 것일까. 난 가우디가 어떤 생각으로 건물을 지었는지,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모른다. 하지만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건물들과 아직도 건설되고 있는 그 이름도 모르는 대성당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며 가우디의 스타일을 아주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우디의 대표적인 구엘 공원, 구엘 단지 지하성당에 나오는 구엘이라는 것이 지역명이 아니라 가우디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사람의 이름이었다는 점과 작은 타일장식들을 화려하게 붙여놓아 건물이 알록달록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뜨렌까디스 장식이 그의 대표적 건축 공법이라는 점,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인데, 곡선을 추구한 그의 정신이 동화책에 나올 법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점 등이 매력적이었다.  그런 건축물들 중에 인상적이었던 점은 까사 밧요나 까사 밀라 처럼 사람들이 여전히 그 건축물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건물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건축물의 사진을 보니, (불확실하지만)화분이나 전깃줄 등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흔적이 보였다. 아름답기로는 정말 둘째가라면 서러울 건물에 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역시 가우디의 작품 중에 압권은 파밀리아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인 것 같다.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성가족 성당의 총감독으로 임명된 가우디는 이후 몇 번의 중단 사태를 이겨내고 결국 죽을 때까지 성당 작업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성당의 완벽을 너무 추구했던 모양인지 완성하지 못하고 전차 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그 이후 여전히 건설되고 있는 대성당. 정부의 힘으로 완성이 금방 될 법도 하지만 ‘신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는 가우디의 말처럼 성당의 건축을 주관하는 사람들도 오로지 기부금만으로 성당을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가우디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 과정을 보고, 완성된 후의 작품을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하다. 일단은 올 11월에 마주할 성가족 성당의 모습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빈 공간으로써의 건축에 대하여


    우리 학교에는 사당과 같은 오래된 건물이 있다. 옛 선조들이 공부를 했던 공간으로 10여 년 전까지는 사시나 행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그 사당에 서 주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더 이상 학생들을 들이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건물의 노후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말씀을 전해주신 교양 수업의 교수님은 건축물은 결국 살기 위한 공간이기에 사람이 살아야 건물도 숨을 쉬며 자연스럽게 늙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일견 타당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건축물은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하게 지어도 결국은 누군가가 그곳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가우디가 그랬던 것처럼 건축가는 그 건물에 살 사람들을 치밀하게 고려하여 건축물을 만든다. 그럼 결국 건축의 완성은 사람이 공간에 살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외관이 아름다운 것이 중요하다면 무조건 화려하거나 웅장하게 짓기만 하면 될 것인데, 아름다운 건축물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칭송을 받는 이유는 그 주변 환경과 어울리고 주거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에라는 말이다. 때문에 아무리 거장이 지은 건물이다, 이건 건축가의 유작이다 하여도 그 용도에 맞게 계속 사람이 살게 해야 한다. 건축물이 훼손될 것이 두려워 건축물의 제1기능을 금지시켜 버리면 그것을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조각상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정부의 고궁 사용 방안은 기가 막히게 창조적이다. 문화재청이 창덕궁 낙선재에 있는 전각 두 개를 개조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데 1박에 300만원 정도로 값을 치겠다는 것이다. 왕실의 가족들이 살 던 공간인 석복헌과 수강재. 사람이 살던 공간인 것은 맞다. 이런 사람이 숙박하는 공간이라는 점만 이용하여 살던 사람들의 특성이나 성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런 창조적인 정책 덕분에 정부는 또 다시 욕을 얻어 먹고 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건물이 왜 지어졌는지, 어떤 생각으로 지어졌는지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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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
김지선 지음 / 낭만판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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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예술에 대하여


    미술에 나름 관심이 있다. 예술에 관한 정말 조금의 재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좋은 작품을 보는 것은 좋아한다. 그래서 이따금 미술관을 혼자 가서 감상하거나 미술과 관련된 책을 찾아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르네상스, 로코코, 초현실주의, 팝아트 처럼 예술의 흐름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건 그 누가 그렸던 거였는데, 누구였더라, 무슨 파였는데 어디 파였더라, 이런 식으로 헤매다가 결국은 몰라서 지나치기가 일쑤였다. 예술은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믿으며, 열심히 찾아 읽고 기억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했었다. 생각해보면 음악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 화성이 어떻다, 음색이 어떻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건 누구의 작품이다라고는 알고 있어야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 잘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유럽 미술관 작품들의 설명들을 계속해서 읽으면서 정말 좋은 예술은 설명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미술 작품이라면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그 그림 그대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느낌이 있을 것이고, 그걸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작품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각기 다른 언어가 아니다 .만국 공통의 언어이다. 어느 나라의 아무나가 보아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풍경화가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인기가 있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멋진 풍경을 좋아한다. 드넓은 들판이나 산, 바다를 보며 자유를 느끼고, 자연과 하나됨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살려놓은 풍경화는 작가의 의도나 시대적 의미가 배제되는 측면이 강하기에 사람들이 더 찾게 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나오는 종교화, 수태고지나 예수와 관련된 그림을 볼때마다 이것의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를 모르니까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모나리자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가 그 특유의 아름답고도 미묘한 미소인 것처럼 에술은 의미를 다 떼어내고 봤을 때 아름다워야 진정한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마크 로스코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다. 색으로만 표현한 그의 작품들 앞에는 방석이나 의자가 놓여있다. 거기에 앉아서 끊임없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결국 동화가 되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로스코의 작품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고 하여, 나 역시 안 보러 갈 수가 없었다. 근데 나는 정말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마다 살아온 경험이 모두 다르고 감정이 모두 다르지만, 나는 아직 내가 소름이 끼칠 정도나, 눈물이 나올 정도로 멋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유럽 여행을 통해서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진품에 대하여


    미술 작품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마주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광고에도 나오고, 심지어 약 상자에도 세계적 명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을 통해서도 작품을 좋은 질감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 의문점이 든다. 이렇게 좋은 화질로 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면 과연 진품을 보러 갈 가치가 있을까라는. 진품을 본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보러 오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보고 있는 모나리자가 진짜 모나리자일까 부터가 의문이다. 영화나 책을 보며 추론할 뿐이지만 많은 박물관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들 경우에는 가품을 전시하고 진품을 금고에 보관할 것이다. 관람객들은 가품을 보면서 진품이라고 느끼고 감명을 받는다. 그럼 여기서 가품과 진품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진품의 의미라는 것은 작가의 숨결이나 그 정신이 오롯이 감상자에게 전달되는 작품이라는 것인데, 관람객들은 가품을 보고서도 이것이 마치 진품인냥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것으로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요즘은 조금은 덜하지만 항상 말이 많은 명품의 가품 문제. 모두가 가품에 대해 비난하지만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진품만을 찾지만 구별하라고 하면 구별하지도 못할 것이다.  신발을 살 때도, 저렴한 브랜드는 잘 안보고 믿을만한 브랜드만을 고집하고, 진품이니까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나의 인식 역시 구별도 못하면서 진품만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결국은 인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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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을 여러 번 봐야 이 그림이 진짜 좋다는 걸 알게 돼요. 제 개인적 경험이라서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저 같은 경우에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봤는데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미술 서적 속에 있는 사진 이미지의 그림을 자주 보게 되니까 전에 실물을 봤을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저는 벤야민의 아우라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복제의 예술도 충분히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요.

윙헤드 2015-08-02 17:48   좋아요 0 | URL
저도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봐도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보는것과 크게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지 않아요...결국은 자주 봐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