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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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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 역사란 무엇인가?


1.


E.H.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학자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사 과목을 듣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이 사람이 등장한다. 역사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교과서의 서두인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은 언제나 밑줄이다. 시험에도 객관식이나 단답형으로 단골손님이다. 그렇지만 딱 암기용에 머물렀었다. 대부분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알고 있지만 읽지는 않는다. 나도 역시 그러했고, 카의 역사론은 기억 한편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6년 국정교과서 사태가 터지고 다시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읽어야지 했다가 국정교과서가 폐지되고 나니 읽게 되었다. 도대체 역사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난리인가, 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이리도 으르렁거리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읽었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 책으로 그 당시 사상서로 분류되어 박해를 받을 정도였다는 책을 읽는다는 나름의 스릴도 있었다.




읽어보니 한 나라의 역사 교과서 서론에서 언급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고 시대를 관통하는 책이다. 수능에서 국사 과목을 선택하기 전에, 한국사능력시험을 깨작대면서 공부하기 전에, 역사 관련 다양한 책들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해의 깊이가 달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다. 내용이 길지 않지만 묵직하다. 저자는 역사는 과학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절대적으로 진실된 역사란 것은 없다, 역사는 진보에 대한 것이다 라는 등등 굵은 주장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먼지 쌓인 책들 마냥 정적인 것만 같은 역사는 카의 주장들로 인해 역동적이고 항상 변화하는 것으로 변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옥 같은 말은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가는 자신이 현 시대의 편향성에 어쩔 수 없이 물들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로 그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배운다. 문명과 떨어져 제3의 위치에서 문명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의 교육 자체가 이미 사회적이고 특정 사회의 가치를 내포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가는 객관성이 없는 자기 허세적인 역사가일 뿐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와 상통하는 의미로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결과적으로’라는 말을 쓰면 안되며 그런 말을 쓰는 역사가는 별로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한다. 일단 내가 옳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정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역사가의 의무라는 점에서 고루해 보였던 그들이 멋있어 보인다. 



2.

2016년 국정교과서 사태 당시에 이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재미있고 깊숙하게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국정교과서는 잘못되었다는 느끼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왜 잘못되었는지는 애매했다. 이제야 알겠다. 전 정부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자신들이 쓴 역사서가 정답이라는, E.H.카가 그렇게 비판하는 역사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람들이다. 과거를 바꾸려고 낑낑대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신문 내용을 정부의 입맛대로 수정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1984’가 생각났었다. 잘 막아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현재 OECD국가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국가는 없다. 전세계적으로 북한,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등이 국정교과서만을 채택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검정과 자유발행제를 채택해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역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쓴 이 역사교과서가 정답일 수가 없으니 이것만 있으면 안 되고 다른 의견을 가진 교과서들과 함께 비교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 역사는 과학과 같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향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움직여야 한다. 역사가는 역동적인 지금의 역사를 가장 앞에서 이끌고 있으며 역동성에서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깨닫게 된다. 과거에서 현재를 읽고 미래를 보니 그들은 시간을 다루는 자들이다.



마지막문장 – ‘그래도 그것은 움직인다’ 라고.



<인상깊은 구절>


p.109 – 역사는 운동이며, 운동에는 비교가 포함된다. 따라서 역사가는 ‘선’이라든가 ‘악’이라는 비타협적이고 절대적인 말보다는 ‘진보적’이라든가 ‘반동적’이라는 비교의 성질을 가진 말을 사용하여 그 도덕적 판단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여러 사회나 역사적 표준을 어떤 절대적 기준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의 상호관계에서 규정하려는 기도인 것이다.


p.112 – 과학자, 사회과학자 및 역사가는 모두가 같은 연구의 서로 다른 부문에 속하고 있다. 즉, 어는 것이든 인간과 그 환경, 환경에 대한 인간의 작용, 인간에 대한 환경의 작용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연구의 목적은 동일하다. 곧 자기의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력과 지배력을 늘리는 것이다. 


p.137 – 실례를 들어보면, 존스가 어느 파티에서 평소의 주량을 넘는 술을 마신 후 브레이크가 다 부서져 가는 자동차를 몰고 돌아가다가 앞이 막힌 막다른 모퉁이에 이르러, 그 모퉁이의 가게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던 로빈슨을 치여 죽였다… 이 사고는 운전자가 술이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또는 고장난 브레이크가 원인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막다른 모퉁이가 있었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가진 로빈슨 때문인가?


p.141 – 우연적 원인은 일반화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것이므로, 어떤 교훈도 주지 않고 어떤 결론도 낳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또 한 가지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논의의 열쇠가 되는 것은 바로 앞에서 본 목적이라는 관념이다. 그리고 목적의 관념은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포함하는 것이다 .


p.152 – 다윈의 혁명은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함으로써, 즉 역사와 마찬가지로 자연도 결국은 진보하는 것이라고 판명함으로써 모든 곤란은 제거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진화의 근원인 생물학적 유전과 역사상의 진보의 근원인 사회적 획득을 혼동함으로써 훨씬 중대한 오해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p.159 – 진보에 대한 믿음은 결코 자동적이거나 불가피한 과정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을 믿는다는 뜻이다. 진보라는 것은 추상적인 용어이다. 인류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적은 때에 따라 역사의 진로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역사 밖의 어떤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p.176 – 정적인 세계에서는 역사란 무의미하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면 진보이다. 그래서 나는 결론적으로 진보는 ‘역사 기술의 기초가 되는 과학적 가설’이라고 한 액튼의 말로 되돌아가기로 하겠다. 


p.212 – 역사란 과거 사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석, 평가하여 재구성할 때 확립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

1.영화 변호인 한장면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935379

2.국정교과서 사진

https://1boon.kakao.com/ppss/58ae768d6a8e510001b99ae4

3.국정교과서 집필진명단

http://khanarchive.khan.kr/entry/%EC%97%AD%EC%82%AC%EA%B5%90%EA%B3%BC%EC%84%9C-%EA%B5%AD%EC%A0%95%ED%99%94-%EA%B4%80%EB%A0%A8-%EA%B7%B8%EB%9E%98%ED%94%BD-%EB%89%B4%EC%8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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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5-29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 못한 책인데 읽고싶어지네요^^

윙헤드 2017-05-30 07:52   좋아요 1 | URL
저도 읽어야지읽어야지하면서 오랜시간 읽지못했는데 막상 읽으니 생각보다 빨리 읽혀서 좋았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5-30 0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변호인˝에서 (이 리뷰의 사진에서 처럼ㅋ) 노무현 변호사 역의 송강호가 반발하던 모습에서 진짜 제목만 알고 있었던 이 책을 읽으리라 결심하고 바로 구입했죠.
알고는 있지만, 읽진 않았던 책..
진즉 읽었어야 했던 책이었어요ㅋ

고양이라디오 2017-05-30 13:55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의 한 장면 기억에 남네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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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렵지 않고 깊게 파고들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선의 왕들을 개별적으로 다루어 우리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세종부터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종 등등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여 사실 기반이었고 중간중간 그림이 들어가 재미적 요소도 있었다.




이 책은 큰 서점을 가면 몇 주 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역사서가 1위에 있다는 것이 일단 놀라웠고, 몇 주 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물론 설민석이라는 저자의 파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책 내용이 좋지 못하면 금방 내려왔을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잡아낸 저자의 역량이 돋 보이는 것 같다. 조선왕조실록은 그 양이 어찌나 방대한지 평생을 읽어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많고 많은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어떤 내용을 골라서 지금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지 잡아내는 능력. 그것이 저자에게 있었기에 사랑받고 있다. 




근데,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책으로 내가 이 책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은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20권의 만화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그대로 그림으로 구현한 만화이다. 개인적으로 과거 이영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지만 역사적 사실로 꽉꽉 채워져 있고 재미있으나 웬만한 일반 책보다 더 교육적이다. 왕들의 성격에 따라 곤룡포의 색을 미세하게 다르게 칠한 디테일을 본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중, 고등학교 입학 선물 혹은 대학교 입학 선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박시백 화백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축약하지 않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모든 흐름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좋은 만화다.



2.




설민석이라는 사람, 대단하다. 역사 공부를 외면하는 이 나라에 역사 열풍을 일으켰다. 각종 케이블 방송에서 찰지게 강의를 하더니 국내 최고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에 까지 출연할 정도이니 전국민을 상대로 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에도 많은 스타 역사 강사가 있었을텐데 어째서 설민석이 국내 최고의 역사 강사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외모적 힘? 특출한 강의 능력? 나는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고 본다. 그가 이렇게 방송에 나오기 이전에 스타 강사로 이미 이름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도 그는 칠판에 그래픽을 더해 입체적 효과로 수강생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새로운 콘텐츠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다. 바로 영화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짧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밀정’의 황옥은 누구인가, ‘암살’에서 나온 역사적 인물들은 누구인가 등등 영화를 관함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포인트를 잡아 내 재치있게 설명했다. 사람들의 관심도가 올라갔고 방송에서도 찾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대국민 강의가 시작되었다. 


역사라는 지루할 법한 과목을 콘텐츠로 만들어 성공시킨 것이다. 재미없다고만 생각되는 역사를 활용하여 콘텐츠화 시켜 특화를 시킨 사람, 설민석을 단순히 역사 강사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를 보면서 시대에 뒤쳐진 것은 없고, 모든 것은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다시금 깨닫는다. 



출처

1.베스트셀러 매대

http://dhsovhs3.tistory.com/111

2.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http://hulog.co.kr/category/%EB%B0%95%EC%8B%9C%EB%B0%B1%EC%9D%98%20%EC%A1%B0%EC%84%A0%EC%99%95%EC%A1%B0%EC%8B%A4%EB%A1%9D/2015%20%EB%B0%95%EC%8B%9C%EB%B0%B1%EC%9D%98%20%EC%A1%B0%EC%A1%B0%EB%A1%9D

3.설민석 강의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PFXSqRWVx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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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프랑스 과거사 - 독일강점기 프랑스의 협력과 레지스탕스 우리 시각으로 읽는 세계의 역사 11
이용우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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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되었다.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 잘잘못의 문제이다. 지금 현 시국은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다. 이 ‘틀림’은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것인가. 18대 대통령선거에서부터 잘못되었나. 5.16군사정변에서부터 틀려 먹은 것인가. 이승만의 초대대통령 취임 에서부터 이미 틀린 것인가. 틀림의 기원을 찾고 싶었다. ‘다르다’면 토론하고 양보하고 맞춰가면 된다. 하지만, ‘틀렸다’면, 고쳐야한다. 하지만 지금 어디서부터 틀렸는 지부터 확신할 수 없기에 찾고 싶었다. 하나의 가설은 독립 직후 친일 부역자들을 제대로 숙청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썩은 뿌리는 아직도 썩은 물을 먹으며 버티고 서서 새로이 태어난 떡잎이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비하여 썩은 뿌리를 비교적 잘 잘라 냈다고 한다. 단순히 해방 이후에 빠르게 숙청한 점과 더불어 30,40년이 지난 이후에도 부역자들을 법정에 세워 형을 내리는 점이 특히 귀감이 된다. 인상깊은 부분을 통해 우리의 썩은 뿌리를 되돌아본다.




P.133 – 경제적 부문의 숙청이 미약했던 것은 다분히 당시 상황의 현실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이다. 피폐해진 경제를 다시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데에 이들의 존재는 없어서는 안 되었고, 바로 그러한 사정이 이들의 숙청을 완화하는 데 작용했다. 


-> 프랑스나 한국이나 경제인에 대한 숙청이 가장 미약했다. 독립과 해방 이후 기존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해방이 되었지만 해방 이전의 시스템이 선진의 문명이라 생각하여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지위의 유지는 정치적 이상보다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이건 도려낼 수 없는 암이었고 그래서 지금 추악한 정경유착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방법은? 극강의 반민특위가 생겨나 과거의 죄에 대해 물을 수 있는 파워를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 세월호 특조위도 힘을 못쓰는 정부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P.180 – 파퐁 재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비시 시기에 그렇게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어떻게 전후에도 처벌받기는 커녕 장밋빛 대로를 달릴 수 있는지 의아해했고, 이와 관련하여 비시 체제 말기에 레지스탕스 활동에 관여했다는 것이 대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게 되었다.


-> 독일 나치에 빌붙어 신나게 비시 정부에서 권력을 누리다 독일이 망할 것 같으니 급하게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자들. 이들의 경력 세탁 혐의에 대한 의문은 프랑스인들 역시 가지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경력으로 배반자와 애국자가 갈리는 것인지, 평균으로 봐야하는지, 시작으로 봐야하는지, 너무나 주관적이고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애매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밀정’을 통해 부각된 황옥의 정체가 딱 여기에 들어맞는다. 그가 의열단의 일원이었나 일본의 밀정이었나 말이 많은데 진실은 누가 아는가. 김구 선생의 수첩에 황옥은 의열단원이었다는 말이 있었으나 이것이 효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런 주관적 판단요소 때문에 숙청이 태생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듯 싶다. 사실 숙청을 쉽게 봤다. 딱 보면 배반자라는 게 드러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이완용과 같은 대표적 케이스의 경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져나갈 방법이 너무나 많다.



P.201 –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 1944년 9~10월에 여론의 주류를 이루었던 ‘철저하고도 급속한 숙청’에 대한 요구는 곧, 대체로 12월부터는 실망과 환멸로 바뀌었다. 대독협력자들에 대한 처벌을 조속히 개시하라는 요구와 압력은 10월 하순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역자재판소가 문을 열고부터 수그러들었지만, 재판 시작이후 질질 끄는 재판과정, 너무 미온적인 판결, 그리고 선고 형량들 간의 심한 불균등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었다. 너무 관대하다고 느껴진 판결에 대한 불만은 때때로 성난 군중들이 그러한 판결을 받은 부역 혐의자를 법정이나 감방에서 끌어내서 직접 ‘처형’하는 상화로까지 이어졌다.


-> 프랑스 숙청의 역사가 우리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고 들었었는데 이런 경우를 보니 또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 앞서 말한대로 숙청은 태생적으로 어렵고 까다로운 점이 많은 것 같다. 법은 국민의 감정과 동일하게 가지 않는다. 그래서는 안되는 게 당연히 맞지만 누가 봐도 배반자인데 법에 의해 풀려나는 것을 보며 분통이 터지지 않는 국민이 있을까. 영화 ‘암살’에서도 마지막에 의열단원인척 했던 친일파는 법정에서 당당하게 무죄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법정에서 나온 직후 의열단원의 총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 이것이 해답인가, 골치아프다.


P.231 – 1970~1980년대의 프랑스인들은 1945년 재판 당시보다 대독협력의 최고책임자에게 훨씬 더 관대해졌던 것이다. 재판 당시 형사 처벌을 요구했던 이가 응답자의 4분의 3에 달했던 반면, 30여 년 뒤에는 페탱의 ‘유죄’에 동의하는 이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되었다. 이렇듯 ‘유죄’에 동의하는 이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되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모르겠다’라고 답변한 이의 비율의 증가이다.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자체를 아는가의 문제로 넘어가면 ‘모른다’는 답변의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P.247 – 눈에 띄는 사실은 ‘해방 직후 부역자 숙청’이란 주제 자체에 대해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극히 적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 친일파들과 일본정부가 가장 좋아할만한 내용이다. 시간이 지나면 까먹는다.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그래서 점점 시간이 갈수록 친일파에 대한 악감정도 무뎌지고 위안부에 대한 인식도 무뎌질 것이다. 까먹을 것이다. 그래서 동상을 계속 세우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화도 계속 만들고 관련 기사도 계속 나와야 한다. 나도 얼른 무슨 활동에라도 동참해야겠다.



P.253 – 사람들은 숙청에 관한 한 드골보다는 아롱을 믿고 싶어했다. 사람들은 숙청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쪽보다는 ‘내전’의 비극에 슬퍼하자는 쪽에 더 귀를 기울였고, 해부와 분석보다는 애도를 선호했다. 


->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피 보는 것을 싫어하고 분노보다는 애도를 더 선호한다고 하니 누군가 나서지 않는 이상 대부분 조용히 애도하고 기도할 것이다. 물론 애도도 비극적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한 고귀하고 숭고한 일이다. 서로에 대한 유대감이 올라가고 공동체 의식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손에 피를 묻히며 할 일을 해야 한다. 아롱과 같은 사람이 다독여준다면 드골과 같은 사람이 칼을 뽑아야 한다. 우리 나라는 반민특위가 칼을 뽑으려 했으나 대통령이 중단시켰다. 세월호 조사위를 사실상 중단시킨 것과 다름 없다. 아직도 틀려 먹은 것 같다. 




프랑스는 우리와 비슷해서 분통터지는 일이 많았음에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부역자를 차단했고 몇 십 년이 지난 문건이 발견되자 관련자를 법정에 세워 다시 형벌을 내렸다. 끊임없이 과거를 반성하고 고치려는 행동에서 배울 것이 많다. 우리는 항상 앞으로만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과거는 적당히 덮자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제와서 친일파를 처단하자 라고 외치면 ‘그때가 언젠데 뭘 그걸 이제서…’, ‘좌퐈인가…’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나부터 과거와 대면하는 자세를 견지해야겠다.



출처

1.프랑스국기

http://blog.daum.net/pysyy/414

2.레지스탕스사진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I1Jj&articleno=2242338&categoryId=315109&regdt=20121220111828

3.드골사진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660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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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24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재명 시장 인기를 보면 칼을 빼들 인물에 대한 필요의식이 많이 반영되고 있단 생각을 합니다. 말이 쉽지 자기 관리 조금만 잘못 해도 비난의 화살도 그만큼 빨리 받죠. 이재명 시장이나 표창원 의원은 그러한 그들의 이미지 때문에 그런 곤란이 많다 생각합니다. 기존의 정치환경 때문에 타개해 나가기가 어렵긴 하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윙헤드 2017-01-25 22:50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우려하신대로 표창원 의원은 벌써 비난의 화살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새로운 얼굴들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최적의 시기인거 같아요! 이재명 시장처럼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칼을 빼들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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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신문사 주필인 이강희는 대중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대기업 회장에게 대중은 개돼지라며 곧 잊어버릴거라고, 안심하라고 다독입니다. 이 대사가 한동안 인기를 끌어 고위공무원이나 기업인의 비리가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며 개돼지의 세계로 끌어내려야한다고 자조하곤 합니다. 개돼지. 저도 영화를 볼 적엔 저 대사에 분개하면서 봤지만 이제 와서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저 역시 개돼지인 것 같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사건, 김형준 검사의 스폰서 사건,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현실판 '개돼지' 발언 들을 매일 챙겨서 찾아보지 않으니 왜 이 사람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까먹게 됩니다. 지금 당장 내 눈앞의 일이 급해서, 너무 많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서 집중해서 읽지 못하고 때문에 쉽게 잊혀집니다. 홍만표 게이트에 대해 그가 무슨일을 저질렀길래 왜 이슈가 되고 있는 거지? 하고 다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나서야 기억해 내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우병우 사건도 아마 한달 이후에는 까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강희가 웃으며 말했던 개돼지처럼...




책에서는 김기춘이 그동안 정권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정권을 휘어잡게 되었는지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 역시 대중의 개돼지 정신(?)에 기반하여 지금껏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신헌법의 설계자로 박정희 시절 총애를 받으며 여러 요직을 거쳤던 그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자신의 위치가 위태롭자 후배와 지인 줄을 이용하여 자신을 노리는 안기부 부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전달하여 간신히 목숨을 보전합니다. 국민의 손에 처단당해야 마땅한 자가 또다른 군사정권의 앞잡이에게 용서를 빌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목숨은 보전하고 한직을 전전하던 그는 군사정권이 끝나자 다시 힘을 잡았고 떵떵거리게 됩니다. 그 이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복집에서 부산의 기관장들을 불러모아놓고 김영삼의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발언을 했는데 이를 정몽준 의원이 도청, 사회에 까발려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당연히 구속되어야 마땅했지만 도청이 더 큰 죄라는 정부의 뒤집기적 흔들기로 살아남았고, 이후 노무현 정부 탄핵 당시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정부의 충실한 앞잡이 노릇을 합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서실장 자리를 꿰차며 남다른 생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엉망인지 매일매일 신문을 볼 때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한숨만 나옵니다. 정치로 이 사회를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는지 회의감만 가득합니다. 최근에 발효된 김영란법도 취지는 정말 좋고, 진일보한 법이나 현실에서는 각종 뒷구멍으로 주고 받고 하고 있으니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말이 넘쳐납니다. 정치적 해답은 새로운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청년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개돼지(?) 출신의 청년정치인. 비리가 발생하면 개처럼 물고 늘어져서 반드시 쫓아낼 수 있는, 그래서 김기춘같은 자가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하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2. 

위에서 정치적 해답을 말했지만 사실 저는 정치보다는 기업의 돈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직접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참 어려움도 많고 좋은 법안이 나와도 그 자체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이걸 내어주면 너희는 무얼 내놓을거냐 식의 거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법안은 정부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하고 가장 넓은 범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한계가 더 많기에 차라리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선한 일에 쓰는 것이 훨씬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 알려져 있는 대기업들은 사실상 정부의 비호를 받고 성장했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서 사회를 위해서는 별다른 일은 하고 있지 않지요. 최근 한진해운 파산사태에서도 최은영과 조양호는 아주 안내놓으려고 용쓰다가 강제로 사재금을 출연한 것만 봐도 잘 알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한미약품과 같은 자수성가형 기업들이 새로운 시각과 좋은 마인드로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들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넥슨 김정주 회장과 진경준 검사장의 친구간 우애(?)행각을 보니 별반 다를게 없다는 한탄이 나옵니다. 외국의 사례에서 페이스북 회장 저커버그가 기부를 경쟁하듯이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새로운 거대기업 CEO들도 열려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겠구나라고 넘겨짚은 제 판단착오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도 처음 시작할때는 선한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을텐데 어느순간 권력의 힘을 알아차리고 빌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나만의 회사를 꿈꾸는 나는 이렇게 추악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물어보게 됩니다. 아무런 줄도 백도 없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좋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데 나중에 권력의 맛을 보게되면, 든든한 검사장이 백이 되어준다고 주식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지조있게 거절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은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패기가 10년, 20년 뒤에도 있을 지 걱정이 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걱정이라고 하다니 아직도 부족한 건 분명합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얼른 직접 겪어보며 단단해지고 싶습니다.


위대한 피겨스케이터인 김연아 님은 전세계적으로 기부를 많이 한 스포츠스타 중 4위를 했다고 하며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30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대학생 주식부자로 400억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박철상 님은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지켜 한국의 워렌 버핏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최고에 대한 댓가를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 포르쉐 타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 것보다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멋있고,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오랜꿈인 도서관 100개 세우기를 이루어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지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3. 

저자 한홍구 씨의 저서를 읽어보면 상당히 편향적입니다. 현정부에 대해 스스럼없이 비판하고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몰아세웁니다. 논조가 상당히 강합니다. 보수파인 사람이 대놓고 비판하기에 참 적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도 그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빨갱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조선일보 역시 그를 대놓고 비판합니다. 



부럽습니다. 자기의 의견을 그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가. 사실 저는 역사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한다면 심도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의견에 휘둘리는 갈대와 같은 사람이지요. 그의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주류 의견이 아닙니다. 국정교과서도 막지 못한 우리나라는 우파의 사상이 아직 지배적이지요. 응원보다 공격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한 의견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능력이 부럽습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역사서에 대한 갈증이 납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기에 항상 책을 빌리 때마다 역사책을 의도적으로 빌리고자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책이 과연 진보적 성향을 담았는지, 보수적 성향을 담았는지 알 수 없기에 고민에 휩쌓입니다. 이 '역사와 책임'이라는 책은 빌릴때 사실 표지의 그림을 보고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다른 책들은 성향이 분간이 안가서 헷갈리곤 합니다. 역사서 중에서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역사서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도 노선을 걷는 책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책을 읽고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습니다. 정권을 날선 어조로 공격하는 한홍구의 책도 아니고 정부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도 아니고 저만의 생각을 가지면 조금 더 나은 사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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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안읽고 생각 안하고 살면 개돼지취급 당하게 되죠....

윙헤드 2016-09-15 20:2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생각없이 내앞에 닥치는 일들 처리하기 바쁜데, 그럴수록 시간을 내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yureka01님 즐거운 연휴되세요~~~~!!
 
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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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운동에 대하여

다들 힐끗힐끗 본적은 많다. 어렴풋이 본적은 많다. 면접을 보기 위해 지나가던 광화문 앞에서, 금융의 중심가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 앞에서, 직장을 다니던 회사 앞에서, 학교의 학생회관에서. 둥둥 울리는 스피커 소리, 주먹을 쥐고 외치는 구호, 머리에 두른 빨간 두건들, 그리고 서서히 퍼져 나가는 향 냄새는 뭔지 모를 긴장감을 주위에 퍼트려 나간다. 그래서 피한다. 힐끗 보고는 모른 척을 한 채 지나갔었고, 그들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물론 불리한 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귀족노조, 툭하면 파업하는 노조라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기에 서로 비슷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노조에 대한 기사는 거진 매일매일 신문을 통해 들려왔고, 거기에는 그들의 공격적인 모습, 어처구니 없는 요구, 경제 악화 등의 기사가 실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의 시위장소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를 이겨내기 위해 음악의 볼륨을 더 높이고, 현수막의 빨간 글씨들은 누군가의 생 떼라고 생각하고 읽지 않았다. 대학생, 직장인들은 노동자들을 그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에도 격이 있다는 듯한 인상. 자신은 하얀 셔츠를 입고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볼 것이니 현장 노동자들과는 다른 관리자 같은 노동자라는 생각. 구조적 문제 때문에 그들이 현장 노동자가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을 했다는, 개인적인 문제로 선택했다는 이런 생각들, 이런 인상들이 모여 지금의 노동 환경을 만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시대에 비해 그 조건이 월등히 개선되었다고 해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절대을의 위치에 자리한 그들. 건설 일용직들, 외국인 노동자들, 비정규직들은 현재의 직장이 있음에도, 혹은 회사에서 해고당해 돈이 궁한데도 거리로 나온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으니까.  2015OEDC 회원국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2(25.1%), 노동자의 임금불평등 수준이 3위라는 처절한 현실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그래서 우리가 노동 운동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이어폰을 빼고, 시선을 돌리지 말고, 그들이 외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한다. 그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낳는다. 우리가 붉은 두건을 두르거나, 노동가를 부르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과도한 임금이 아니라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해 준다면,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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