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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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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서관에서 때로는 빌릴 생각이 없던, 아예 존재조차 모르던 책에서 큰 감명을 받는다. 바로 이 책이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묘하게 무미건조함을 느낀다.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모든 것에 무관심하다는 듯하고, 여러명이 등장해도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책에서 말하길 ‘실제로 호퍼가 표현하는 빛의 특징 중 하나는, 인상주의 회화의 빛처럼 대기를 채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예의 나타나는 그 따스한,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줄 것 같은 빛이 호퍼의 그림에서는 철저히 배척된다.

 

그런데 그 무미건조한 그림에 묘하게 안정감을 느낀다. 마치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니구나 라고 안도하게 된다. 사람들과 같이 사회를 이루며 살고는 있는데 어쩌다 보면 하루에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있을 정도로 무관심한 하루들. 핸드폰에 수백개의 연락처는 있지만 나도 찾지 않고 그들도 찾지 않는다. 다들 바쁘게 살기 때문이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그런 무관심이 덤덤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낀다. 


이 책은 마크 스트랜드는 시인이 산문 형식으로 호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감각적인 단어들과 시적인 표현 덕분에 더 감상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번역가인 박상미 님 또한 스트랜드와 호퍼 둘 모두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사람으로 책이 출판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셨던데 너무도 훌륭한 책이기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조합의 책은 언제나 옳다.


호퍼가 활동했을 시대는 현대 추상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때라서 처음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미국의 실상, 미국인의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낸 호퍼의 그림에 관심을 드러내고 인기를 얻게 되었다. 대부분이 흐름에 따라 추상으로 넘어갈 때 끝까지 구상의 영역에 남아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한 그의 감각이 부럽다. 



몇 달 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세계의 쓱 광고. 모두에게 익숙한 이 광고는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광고라고 한다. 무언가 모순적인 공간에 서로에게 무관심에 보이는 남녀가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누는 광고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광고에서는 색채감을 좀 더 살리고 톱스타를 살린 점도 있겠지만, 호퍼 특유의 고독을 표현한 화풍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된 점도 있을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바로 이 그림, ‘뉴욕의 방’이다.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의 공간은 전체적으로 보면 아늑하기 이를 데 없다. 말쑥한 정장에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치는 여자. 하지만 분위기를 보면 적막하다 못해 마치 각각의 공간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스트랜드는 이 그림에 대해 ‘이 그림은 소원함의 습관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한데, 그것은 이들 간에 소원함이 존재할 뿐 아니라, 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처량할 정도로 안정된 생활 속에 갇혀 있다. 우리의 시선은 그 둘 중 어느 한 명에게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둘 사이에 있는 문으로 바로 향하고, 문은 두 사람 모두에게 닫혀 있다.’



책을 읽고 호퍼에 대해 더 찾아보니 그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과 단편 소설 모음집 ‘빛 혹은 그림자’가 눈에 띈다. 특히 책은 SF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외에 쟁쟁한 작가들이 각각 호퍼의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꼭 읽어봐야겠다. 영화와 책을 끝내면 호퍼의 고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호퍼의 첫번째 그림

http://news.joins.com/article/18704325

-쓱 광고 포스터

http://m.mt.co.kr/renew/view.html?no=2016081811374428790

-호퍼의 두번째 그림

http://news.joins.com/article/18704325

-셜리에 대하여 포스터

http://magazine.notefolio.net/features/ssg_ad

-빛 혹은 그림자 포스터

http://ch.yes24.com/Article/View/3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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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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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옷 중에 남색 옷을 가장 좋아한다. 남색 니트, 청바지, 남색 맨투맨 티. 왜 남색일까 생각해 봤는데 그냥 제일 무난하고 멋진 색이다. 나 말고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남색 옷을 입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고 파란색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파란색은 처음엔 색으로 쳐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선사시대에는 하양, 빨강, 검정이 가장 중요한 3색이었고 중세 초기까지 별 볼일 없는 색이었다. 문서에 하도 언급이 없어서 옛날 사람들은 파랑이라는 색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성모 마리아 그림에서 성모 마리아를 파랑으로 칠하게 되면서 파랑이 주요 인기 색으로 떠올랐다. 벽화와 더불어 옷감 염색 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탁한 파랑색에서 선명하고 밝은 색을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왕가의 문장에 사용되는 색, 프랑스 독립 혁명을 상징하는 색, 국기에 사용하는 색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프랑스 국기의 유래설이 흥미로운데, 영국을 상징하는 유니언잭이 식민지인 미국에서 휘날리던 시절, 미국은 영국의 유니언잭 색과 같은 3색을 활용한 깃발로 혁명에 성공한다. 같은 색을 사용한 것은 일종의 반기라고 한다. 그 뒤에 벌어진 프랑스 혁명에서도 이런 미국의 영향을 받아 삼색이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파란색의 지속적인 인기는 실제 설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한 선호하는 색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청색을 선호했고 그 다음이 녹색, 흰색, 빨간색 순이었다. 하지만 서양과 달리 일본에서는 비슷한 설문조사에 대해 하얀색, 검정, 빨강 순으로 응답하여 문화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서양 상징사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는 미셸 파스투로는 서구에서 색의 역사는 세 번의 중요한 전환점들을 맞았다고 상정한다. 첫 번째 전환점은 선사 시대부터 있어 왔던 하향, 빨강, 검정의 3색 체제가 소멸하고 하양, 검정,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6색 체제가 시작되는 봉건 시대다. 두 번째는 인쇄술과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하양의 검정의 절대적 영향력이 축소되는 중세말기-근세 초엽이다. 세번째는 산업혁명의 시기로 뉴턴의 스펙트럼 방식의 대중화로 체계적인 색 연구 단계라고 한다. 


2.

색은 우리 문화를 반영하고 상징을 담고 있다. 시각적으로 영향 받기 쉬운 우리에게 있어 참 중요한데 전세계적으로 색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있어 놀랍다. 팬톤이라는 기업은 모든 색에 코드를 부여하여 전세계 어떤 사람이든 이 코드가 적히 컬러칩북만 가지고 있으면 서로 색에 대해 왈가할부 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우리 사업에서도 중국 공장에 샘플을 만들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 색에 대한 것은 모두 팬톤 컬러 코드를 통해 말했다. 국내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모두 같은 컬리칩북을 가지고 있었다. 전세계인의 색을 통제하는 그들의 파워가 부럽다.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들은 유행할 색을 미리 조장하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출처>
파랑 방
http://idolza.com/qz/812b1p1/design-bedroom/8t11v2/

삼국 국기

http://alwaght.com/en/News/85890/UK,-US,-France-War-Games-Provoke--Persian-Gulf-Tensions

팬톤 올해의 색

https://www.forbes.com/sites/karenhua/2016/12/09/pantones-color-of-the-year-2017-greenery-symbolizes-a-fresh-start-fashion/#c0b84397e9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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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미술관 (책 + 명화향수 체험 키트)
노인호 지음 / 라고디자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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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콘텐츠의 발상이 참신한 책이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그림과 미술가들은 이런 저런 책에서 많이 봤다. 피카소, 르누아르, 쿠르베, 고흐, 칸딘스키 등등. 이 책이 여타의 미술책들과 다른 점은 바로 향기를 맡게 해준다는 점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기 때문에 향기가 담긴 시향샘플이 없었지만 구매할 때는 4병 정도 다른 향기가 담긴 샘플을 같이 준다. 그래서 책 중간중간 어떤 그림에 대해서 이 향기를 맡아보라고 한다.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2차원적으로 읽기만 하는 대상이었고 3차원으로 넘어가면 그 펼치면 종이가 일어서면서 집이랑 나무가 서있는 책이 전부였는데, 향기라는 컨텐츠는 처음이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가 적힌 통상적인 형태에서 벗어난 책은 기억에도 잘 남는 거 같다. 어렸을 적 드라큘라가 나오는 어린이 소설을 읽었는데 그리 무섭지는 않은 내용인데도 책에 군데군데 빨간 핏자국을 인쇄해 놓아서 몰입도가 참 좋았고 지금도 기억이 난다. 아마 이 향기의 미술관을 읽은 독자들도 나중에 그림을 마주하면 그 향이 떠올리며 이 책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2.

독서의 선진국 프랑스에서는 책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많아서 부럽다. 지하철에 short edition이라는 자판기를 설치하여 3분짜리 소설, 5분짜리 소설이 영수증처럼 생긴 종이에 출력되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책을 찾지 않게 되니 책이 사람들을 찾아간 것이다. 또 다른 서점에서는 책이 하나도 없고 인쇄기계만 있다고 한다. 손님이 원하는 책을 그 자리에서 5분만에 인쇄하여 준다고 하니 공간의 혁신이다. 이렇게 책의 발전을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독서율을 망한 수준인데 어떻게 머리를 좀 굴려봐서 독서를 좀 더 많이 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출처>
저자 노인호 사진
https://www.youtube.com/watch?v=AoompVFcmc8

팝업북 사진

https://vimeo.com/163164911

short edition 사진

http://prohitech.ru/avtomat-kotorye-vmesto-koka-koly-predostavit-vam-vozmozhnost-pochi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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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Normal - 평범함 속에 숨격진 감동 슈퍼노멀
재스퍼 모리슨. 후카사와 나오토 지음, 박영춘 옮김 / 안그라픽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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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이 제안하고 탐색해온 슈퍼노멀 영역에는 두 가지의 흥미로운 개념적 요소가 있다. 




1.

심플한 아름다움과 평범함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칭송받고, 어떤 디자인은 평범한 기성품으로 치부된다. 이 책에서 노멀을 넘은 슈퍼노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았지만 ‘아니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끌리는 그런 매력이다. 마치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별로네’ 혹은 ‘그저 평범하네’하는 부정적 첫인상이 ‘근데 썩 나쁘지 않네’하고 바뀌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처음의 감성적 거부감을 극복하다 보면, 육감적으로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매력을 느끼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끌림이 있다. 우리를 마구 흔들어 제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성질을 지닌 것들이 ‘슈퍼노멀’이다.- 그러면서 무인양품의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을 도와주는 두명의 작가가 슈퍼노멀을 느끼는 여러가지 상품들을 전시하고 설명해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2.

흔히 디자인에서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여러가지 예쁜 것을 추가하고 기능을 덧붙이는 것은 쉽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부가적인 기능을 접고 핵심만 살려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사용가능 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인데 그게 어렵다. 우리도 디자인에 대해 백치에 가까운 두 명의 경영학과 출신이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그 슈퍼노멀 스타일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포장 박스에 브랜드를 설명하는 정보, 혹은 슬로건을 넣을까 했지만 최대한 깔끔한 느낌을 주기 위해 넣지 않기로 결정. 굳이 많은 정보를 넣으려 하지 않고 애플을 따라하여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디테일을 결정하는 등, 어렵다. 이렇게 헤쳐나가면서 느낀 점은 빼면 뺄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구성요소 간의 비율이라는 점이다. 이름표의 크기를 얇고 길게 뺄 것인가, 두껍고 짧게 뺄 것인가 라는 결정에 따라 전체적인 이미지가 달라진다. 뺄 것을 다 빼고 중요한 정보만 넣다 보니 그 중요한 정보가 디자인 역할을 하고 다른 요소와의 비율이 인상을 결정한다. 심플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을 만들고자 했는데 제대로 만들었는지는 소비자가 평가할 것이다. 앞서 슈퍼노멀의 정의처럼 단순히 소비자가 ‘그저 그런 디자인이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꾸 생각나는 디자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3.

이 책에는 210개의 상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한 70퍼센트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유럽에서 생산된 물건들이다. 일본의 제품이 특히 많고 특히 무인양품의 제품이 많은데 아무래도 저자가 무인양품에서 일한 사람들이어서 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이런 슈퍼노멀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앞으로도 심플한 디자인이 대세일 것이라 느껴지는데 일본의 슈퍼노멀 트렌드를 보면서 한 수 배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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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별전 팀 엮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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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디자인은 중요한 문제인가?


1.

디자인에 일종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쁘고 비싼 것보다는 조금 덜 예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 더 좋다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킨다. 명품 가방보다는 실용적인 가방, 조금 못생겨도 기능이 똑같은 상품을 찾으려고 한다. 디자인은 있으면 좋기는 하나 가격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느꼈다. 





이 책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의 일반적 인식에 대해 디자인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연, 우아함, 강인함, 희망, 유연함 등등 여러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예술가들의 공예 작품을 보여주며 예술이 어떻게 아름다움, 행복과 연결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인간은 상당히 감정적이고 민감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아름다운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해주어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가 매일같이 만나는 공산품들은 24시간 내내 디자인을 통해 우리에게 심미적 아름다움 혹은 추함을 전해주어 전체적인 기분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회색 도시에 아름다움을 위해 디자인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하는 과정을 겪어보면서 디자인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단순히 병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병의 글씨의 크기, 위치, 비율, 패키지와의 색감 조화, 패키지의 크기, 패키지의 재질, 촉감 등등 하나 하나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흔히 이니스프리하면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쉬운데, 그들의 토너 하나만 봐도 글씨 크기와 비율 디테일이 결코 대충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소비자들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 최고의 비율을 찾아 만든 그 단순한 플라스틱 병. 심플해 보이지만 심플해 보이기 위해 엄청난 디테일이 숨어 있었다. 마냥 비싼 것만 디자인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품 1,000원짜리 물병 조차 디자인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미 온갖 디자인의 바다에 살고 있다. 




다만 과도한 디자인은 경계해야 한다. 고객의 향한 디자인이 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것까지 디자인을 신경 쓰면 낭비라고 생각한다. 좋은 화장품 혹은 향수 세트를 열어보면 스펀지에 화장품이나 향수가 끼여 있는데 그 스펀지를 포함한 포장박스가 8,000원 정도 한다. 단순히 소비자가 받아서 선물 받았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열고 난 뒤에는 버릴 운명 치고는 비싼 값이라고 느낀다. 좀 비싼 향수의 포장 박스를 업체에 물어보니 적어도 단가가 20,000원은 나올 것 같은 디테일이라고 한다. 20,000원은 고스란히 소비자가로 전가 되는데 처음 1분동안 패키지에서 얻는 심미적 아름다움을 위해 20,000원을 지불하겠냐고 하면 과연 누가 동의하겠는가. 이런 디자인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고 A부터 Z까지 모든 디테일에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계속 닿아 있는 지점에 신경 쓰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제품 포장박스

http://blog.naver.com/worms1000/2209524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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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7-02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구매자는 그렇게 포장비가 많이 든다는 건 모를거예요. 대부분은 상자를 보관하거나 하지 않고, 포장가격을 잘 알지도 못하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윙헤드 2017-07-02 17:10   좋아요 1 | URL
저도 포장지가 몇천원 수준일거라는 생각은 하지못했었는데 듣고 나서 참 놀랐었습니다ㅜㅜ감사드리며 즐거운 일요일되세요:)

cyrus 2017-07-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출판 시장에서 유행하는 것이 특별판입니다. 사실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으로 꾸민 겉표지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윙헤드 2017-07-0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들이 점점 내용보다 패키지로 승부를 보려는거 같아 아쉬운 마음 공감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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