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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평점 :
- 여행지에서 친해지기에 대하여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대화. 손짓, 발짓으로 교감을 하며 그들이 사는 곳으로 깊숙이 들어가 같이 밥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의 순간순간 만나는, 어쩌면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만남을 인연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 이것이 여행 경력이 아주 많은 저자의 능력이다.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자전거에 문외한이 저자의 고생담이나 베트남, 라오스의 순수한 자연에 대한 감탄보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저자의 그 친화력이었다. 나는 이 책을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읽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너무 일찍 도착한 2시, 6인실에 아무도 없는 방에 누워 이 책을 빠르게 읽어 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난 2일간의 여행을 반추해보면 첫날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다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에 껴서, 내가 술도 사오고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었다. 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을만큼…하지만 둘째날에는 여행지에 나의 동년배들도 잘 보이지 않고, 잠도 찜질방에서 자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리고 이 날도 별로 말을 나누지 못했다. 결국 나는 내가 먼저 다가서서 말하지 못하였다. 나와 또래가 아니니까, 저들은 무리가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며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닐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먼저 다가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자기방어를 하고 싶다는 자신을 이겨내고 다가선다는 것. 너와의 다리를 놓기 위해 나의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성벽은 필요 없다.
- 여행의 유형에 대하여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과거의 한 사람은 여행을 거부한다. 가보지 않아도 모든 정보를 책이나 그림으로 볼 수 있는데 고생하여 여행지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며 각국의 여행기나 기념품을 모으며 살아간다.
여행을 통해서 느끼는 점은 나 역시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더운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여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나 공공시설, 숙소에 가장 오래 있었고, 정작 여행지에서 볼만한 것을 본 시간은 별로 되지 않았다. 이미 검색을 통해 본 수많은 풍경들이 그냥 내 앞에 놓여있었고, 나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다. 오히려 습하고 더운 날씨를 피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뽑아 읽은 이 책을 통해 메콩강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더욱 깊게 느꼈다. 가기 힘들다는 해남의 땅끝마을에서보다 종이 위의 활자를 통해 여행의 묘미를 더욱 느꼈던 것이었다. 우리가 티비나 책을 통해서 보는 것은 그 여행지의 가장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도구로 기록한 것으로 사실 우리가 보통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은 그림과 풍경을 보여준다. 최고의 순간을 더위나 벌레의 간섭 없이, 피로감 없이 볼 수 없다는 것. 간접적으로 본다는 것과 직접적으로 본다는 것에서 여행을 아직 많이 다니지 못한 나로서는 간접적인 여행이 아직은 더 좋다.
흔히 나 같은 젊은 나이의 사람들은 배낭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배낭 하나 딸랑 메고 싸지만 힘든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길바닥에서도 자고, 밥도 빵 하나로 때운다. 나는 아직 그 어려움의 즐거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편한 여행, 결혼 후에 떠날 법한 휴가지에서의 휴식 여행을 더 선호하는 나는 마음이 늙어버린 것일까. 그래도 한달 간의 유럽 여행 티켓을 결제하고, 추석 직후에도 해외 배낭여행을 위해 인터넷을 계속 뒤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아직은 작은 여행의 불꽃이 살아있는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나가고 더욱 여행을 하자. 그렇게 되고 싶으면 그렇게 자꾸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