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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출간기념50주년 제4판 ㅣ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홍성욱 옮김 / 까치 / 2013년 9월
평점 :
과학은 항상 전진한다, 가 내가 가진 평범한 생각이다. 실험과 증명을 통해 이때까지 풀지못한 문제를 풀어나가고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들을 해석한다. 그래서 한발한발 천천히 나아간다. 진리를 향해서. 이게 지금까지의 과학이고 앞으로의 과학인줄 알았다.
그러나 쿤의 패러다임론은 과학이 전진, 후퇴의 방향이 아닌 새로운 판, 구조의 성향을 띤다고 말한다. 과학은 정상과학 – 위기 – 혁명 – 새로운 정상 과학의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정상과학에서 설명될 수 없는 몇가지의 위기들이 혁명의 기폭제가 되고 그 설명할 수 없는 위기를 설명하는 새로운 틀이 이후에 새로운 정상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구조다. 한마디로 과학도 역사 속 제국처럼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하고 싶은 점은 위기에 혁명으로 넘어가는 그 지점이다. 정상과학에서 몇가지 변칙들이 발견되는 시점이 있는데, 처음 한 두개가 드러나면 정상과학은 흔들리지 않는다. 가정을 일부 수정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오류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변칙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면 이제 과학자들이 구조 자체의, 중심 가정 자체의 오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변칙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오류는 무시가 되어도 여러 개의 오류는
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
그의 패러다임론은 과학을 대상으로 말했지만 정치나 사회에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사상을 퍼트릴 때 흔히 패러다임을 바꾸자, 사회가 불안정할 때 패러다임이 흔들린다 라는 말을 많이 쓴다. 아무래도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 판이 자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는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다. 국내의 위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나가던 개도 심각하다는 것을 알 것이고, 비단 한국 뿐 만 아니라 전세계
역시 위기의 연속이다. 트럼프의 당선부터 브렉시트, 시진핑의 절대권력구축, 일본의 군국화, 전세계적 경제 저성장 구조
등 2016년의 위기는 고스란히 2017년에 남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죽하면 2017년에 가장 확실한 건 ‘초불확실(Hyper uncertaintay)’이라고 하니...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다가 기존의 패러다임이지만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나왔지만 예상했던 방향대로 경제가 활성화가 되지 않는 나라들. 통합과 자유화가 세계의 패러다임이었는데 영국과 미국이 보란듯이 폐쇄적 행보를 보이는 상황. 세계의 경찰 노릇을 했던 미국이 자국 내에 공장을 지으라고 외국 기업에게 윽박지르는 상황. 여기저기 위기가 터져 나오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진단조차 하지 못하고 단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만 한다.
패러다임이 위기라는 게 확실한 지금 한국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개발독재시대의 패러다임을 아직도 유지한 채 마지막 남은 단물 한방울까지 다 짜 먹은 상태에서 이제는 정말로 위기 밖에 남은 것이 없다. 경제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사회, 문화, 정치 등 문제가 없는 곳이 없다. 이걸 돌파하기 위해서는 밑에서의 개혁, 젊은 세대들의 폭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익숙하여 바꾸기가 너무나 힘들다. 50대에 코딩을 배우는 것처럼 할 수는 있지만 너무 새로운 것이라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아직 뇌가 말랑말랑한, 요리조리 튈 수 있는 10대, 20대가 미래의 패러다임에서 주인공이 될 테인데, 현 세태를 보면 슬프다. 여전히 10대
재벌 기업의 입사가 최고이고(경제적 관점과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최고!)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한 공무원에 들어가고자 열심히 공부한다. 패러다임이, 구조가 이렇게 만들었다. 위기에서 혁명으로 넘어갈 주체가 젊은 세대들인데
현재의 패러다임에 억눌려 있다니 아니러니하다.
그래서 차기정부가 이 패러다임 시프트의 핵심이 될 것이다. 재벌 위주의 구 패러다임이 지금 폭풍의 눈에 있다. 10대 재벌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고 국민적 반정서도 극에 달했다. 차기 정부는 기존의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날 명분이 이미 차고 넘친다. 그
입김이 강했던 전경련조차 해체 수순이니(물론 이름을 바꿔 다시 생기겠지만) 중소기업, 청년기업 위주로 정책을 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차기 정권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가 아닌 그보다 더한 근본개혁을 위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한국만이 유독 10대 부자의 리스트가 상속받은 자들로 채워져 있는 현실에서 10년 뒤에는 모두 새로운 인물이 상위를 차지하여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음 좋겠다.
출처
1. 인공위성사진
https://unsplash.com/search/science?photo=NuE8Nu3otjo
2. 트럼프,푸틴,시진핑 그림
http://www.scmp.com/comment/insight-opinion/article/2018648/why-macho-putin-has-lead-over-xi-when-it-comes-amer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