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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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유명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원생이 사회적 빈곤층들이 모여 사는 임대아파트촌을 매일 같이 방문하며 조사한 내용을 책으로 풀어냈다. 사회학과 학생으로 여러 사회 통계에 대한 자료들을 마주하던 수디르 벤카테시는 진짜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여 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임대아파트촌으로 향한다. 거기서 마주한 것은 갱 단원들. 아파트 계단에서 엉겁결에 붙잡힌 그는 그 지역을 관리하는 갱단의 중간보스를 만나고 왠지 모르겠지만 같이 다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이내 그와 함께 붙어 다니며 그들의 일상, 지하경제를 가감없이 기록한다. 심지어 중간보스가 재미삼아 일일 중간보스 역도 시키는데 그 하루동안 갱단원들 사이의 정산 문제 해결, 갱단 모임 장소를 뒷돈 주고 예약하기, 갱단원들의 출입을 막는 가게 손 봐주기, 길거리 마약 판매팀 확인 및 격려 등의 일을 한다. 영화보다도 더욱 영화 같은 스토리에 쉽게 읽힐 수 있었다


정말 무서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 안에도 가족이 있고 공동체가 있다. 예를 들어 임대아파트에서는 중간보스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수디르가 놀러가면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시며 음식을 차려 주신다. 또한 다양한 가족들이 각자 열심히 살고 있고, 갱 단원 중에서도 다른 진로를 꿈 꾸는 자들이 많다.


그러면서 사회의 모습은 단순히 통계나 숫자에 의해 파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예컨데 임대아파트촌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경찰이나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다. 어차피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스스로 자경단을 구성하여 지역 내에서 해결한다. 이런식으로 해결하다보면 그 지역의 경찰 출동 횟수는 줄어들기 때문에 숫자 상으로는 안전지역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사회를 너무 숫자만으로 바라보는 추세에 대해 직접 다가가서 부딪혀 보는 괴짜 같은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퍼센트나 확률, 글자나 사진으로 보는 현실은 사실 가공되어 있다.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정말로 걱정한다면 직접 가서 경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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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0-29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Floating City>까지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이네요^^
 
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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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릿은 끈기를 가진 열정? 정도로 해석이 될 수 있는 용어로 저자가 미는 단어다. 성공에 있어 재능이나 환경보다 끈기를 지닌 열정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양한 사회적 실험, 분석을 통해 설파하고 있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 평범한 학교, 대학교의 미식축구팀 등 재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분야(미식축구)와 일반적인 분야(학교)의 분석을 통해 그릿의 효과를 강조한다. 아이큐와 같은 재능을 재는 도구와 실제 끝까지 살아남는 자들의 관계는 오히려 반비례에 가깝다는 말은 흥미롭다. 조금의 안심을 준다. 나는 왜 이렇게 돌머리인가, 왜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 있어 반짝반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나 싶은데 세상은 우직한 돌머리들이 조금 더 성공할 수 있다고 하니 괜히 유리한 것 같다. 천재나 성공한 자들의 신화에 눈이 멀지 말고, 과정의 고통을 감내하며 쓰러져도 맷집 있게 버티라는 것이 데이터의 결과값이다. 




뭔가 한국 사회에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단거리 스퍼트 경기처럼 사는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고 20대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어느 순간까지 집을 사고 등등 누구도 경주하라고 하지 않는데 모두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리고 있다. 성공하고 화려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가히 폭발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으로 어린이들이 가장 되고 싶은 것이 연예인이라는 것은 재능에 대한 열망이 아닐까. 누구나 쥐드래곤의 성공을 갈망하지만 쥐드래곤이 연습생으로만 6-7년? 정도 지내면서 ‘너 6년 연습하고 집에 갈래?’라는 사장의 일침까지 들었던 것은 잘 기억하지 않는다. 단번에 훅 떠버리는, 천재와 같은 등장에 사람들이 취해버렸다. 일이 잘 안풀리면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말하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나조차도 그러하다. 사업이 잘 안풀리니 내가 이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것인가, 재능이 아예 없나 라고 자책하곤 한다. 그러니 다들 이 책을 읽고 행복한 돌머리가 되자. 우직하게 하다보면 어느샌가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6분짜리 테드(TED)강연을 보면 책의 핵심이 드러나 있다. 

https://www.ted.com/talks/angela_lee_duckworth_grit_the_power_of_passion_and_perseverance#t-72786




<인상깊은 구절>

p.99 – 워런 버핏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3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첫째, 직업상 목표 25개를 쓴다. 둘째, 자신을 성찰해가면서 그중에 가장 중요한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친다. 반드시 5개만 골라야 한다. 셋째, 동그라미를 치지 않은 20개의 목표를 천천히 살핀다. 그 20개는 당신이 무슨 수를 서서라도 피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더 중요한 목표에서 시선을 앗아갈 일이기 때문이다. 


p.147 – 처음에 관심사를 발견했을 때는 종종 본인도 모르고 넘어간다. 즉 이제 막 무언가에 관심이 생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지루한 감정은 느끼는 즉시 알지만 새로운 활동과 경험을 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뒤 이제 열정의 대상을 찾았는지 며칠에 한 번씩 초조하게 자문하는 것은 너무 조급한 행동이다. 

p.171 – 벤저민 프랭클린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글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의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제일 좋아했던 잡지인 스펙테이터에서 최고로 잘 쓴 글들을 모아 두었다고 한다. 그는 그 글들을 메모해가며 읽고 또 읽은 다음에 원문을 서랍에 넣고는 다시 써보았다. ‘그리고 내가 쓴 글과 원문을 비교해서 잘못 쓴 부분을 찾아내고 정정했다.’



출처

1.그릿 강연자 사진

http://wearetherealdeal.com/2017/03/01/true-grit-and-normal-ea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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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그리고 향기 - 향수 만드는 남자의 향기 이야기
임원철 지음 / 이다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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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향수에 관련된 제목이지만 내용은 향수보다는 패션에 가깝다. 유명브랜드들의 스토리, 특이했던 광고 등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아 향수보다는 마케팅 사례 기본서? 같은 느낌이다. 



2.

그래서 딱히 기억나는 내용은 없지만 프라다의 스토리는 관심을 끈다. 1990년대 프라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것이 프라다 설립자의 손녀딸인 미우치아 프라다다. 그녀는 다른 유명 디자이너나 패션 가문의 구성원들과 달리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땄다. 패션과는 거의 정반대에 있는 분야에서 공부하다가 디자인 일을 시작했으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프라다 패션을 구축했다.


몸매를 드러내고 더 많이 노출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요. 단순하고 시각적인 것을 넘어선 지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아름답지 않나요?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의 정신을 흔들어 놓아야 그게 진짜 매력 아닐까요?


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에 공감이 간다. 단순히 명품 이미지나 고급 이미지를 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차원 더 높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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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0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족들은 방귀 냄새를 숨기려고 향수를 팍팍 뿌리고 다녔답니다. 그런데 불쾌한 냄새를 나게 만듭니다.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려다가 망한 사례입니다. ^^;;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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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믿고 공유하는 인류


나는 믿는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우리나라 돈을 환전해서 다른 나라로 가면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본적은  없지만 우리 모두에게 모두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믿는 능력.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지금  당장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으며 공유한다. 우리는 돈을 믿는다. 돈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데 5살 꼬마부터 80살 노인까지 그  종이를 사용한다. 세계의 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다니면 정말 나와는 아주 다른 사람도 달러를 주저없이  받는다. 종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모두 말하기도 힘들다. 종교에서 처단하라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원정을 떠나고 누군가를 박해했다. 한편, 삼성이라는  회사는 사실 실체가 없는데 우리 모두 삼성이 있다고 믿는다. CEO가 삼성이 아니고, 삼성 핸드폰이 삼성이 아니고, 대주주 5인이 삼성도 아닌데, 모두 삼성을 손에 잡힐 듯이 이야기한다. 이런 허구를 믿는 능력이 우리 호모 사피엔스를 뭉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들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 다른 호모 종에 비해 육체적으로 작아서 불리 했는데 허구를 믿어서 그들을 이기고 지배할 수 있었다. 맨 처음 정착을 할 때에도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곡물을 상상하며 그렇게 시작했다. 상상력, 이게 지금 내가 안전한 방안에서 전기로 켜지는 노트북 키보드를  두들기게 만드는 근본적인 기원이다.


상상력은 참 신기하다. 우리나라를 이야기하면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제2롯데월드는 결코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공유하고 힘을 합쳐서 이루어 낸 것이다. 조선소의  컨테이너선도 그렇고 우리는 이 작은 손으로 엄청난 것을 만들어냈다.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퍼트려 결국 현실로 만들어 내는 그 원리가 참 신기하다. 그리고 우리의 허구를 믿는  능력은 갈수록 진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호모 사피엔스가 막 정착생활을 시작할 때 밤하늘을 바라보며 언젠가  저 달에 가야지 라고 생각이나 했었을까.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고 이루어 냈다. 지구에서만 머물렀던 상상력이 이제는 우주로 나아가는,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우리는 매일 그린다.


그러나 상상력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착생활의 시작이다. 농업혁명으로 인류는 막대한 잉여물을 낼 수 있었고 폭발적으로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건강상태를 본다면 채집생활을 할 때보다 상당히 질 떨어지는 생활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농업 혁명은 인류의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상당히 놀라운 의견이었다. 농경생활을 하면서 한곳에 머물게 되면서 면역력이 극도로 낮아지고 채집생활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인구가 죽었다. 또한 채집생활 때에는 부족이 작게 운영되면서 모두가 공평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150명 아래의 부족수로 모두가 생활을 공유하고 친밀했다. 하지만  정착생활로 일부만 부유함을 누리고 통치를 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피지배층에게는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계속 발전하여 기술이 발전할수록 불평등도 심화되었다. 이제는  걷잡을 수가 없다. 인종적 불평등, 성적 불평등, 경제적 불평등, 기술적 불평등 등등 하나의 불평등을 해결 하지도  못했는데 새로운 불평등이 계속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는 슈퍼 인간은 이 불평등의 정점이다. 기술의  힘으로 한 단계 발전한 인류가 탄생할 수 있다고 보는 그의 말에서 종의 불평등이 엿보인다. 육체적으로  지능적으로 차이가 확 나는 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대책없이 그 불평등의 정점으로 쏠려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곧 종말을 맞이할 줄도 모른다.

 


2.

긴 역사위의 점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곧 종말을 맞이할 줄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다만 각자의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내일 각자 할 일이 있고 다음 달에 가야할 결혼식이 있고, 내년에  가야할 여행지가 있지만 1000년 뒤의 인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경제가 어렵고, 미세먼지가 자욱한데 인류의 미래를 신경 써야 한단 말인가? 그런 고리타분한 주제는 수업시간에만 배웠지 사회에 나오면 마주칠 기회가 없다. 거대한 것을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마주친 작은 현실이 너무 커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이 거대한 것을 꼭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몰라도 우리 세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세대내에서  인류의 발전은 너무나 미미하니까. 하지만 이 흐름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한층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 로봇의 등장과 인류의 생존, 세계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큰 흐름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면 내 앞의 작은 일들에 대해 조금은 여유롭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아주 가끔씩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라는 멍때리는 생각이 든다. 난 크게 되고 싶은데 왜 이럴까, 난 언제쯤 큰 성공을 할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이런 인류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으면 내가 정말 얼마나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류의 긴긴 역사에 인간  개개인의 일생은 점으로 표현하기에도 크다.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본다면 20대는 아직 아침이라고 한다. 인류를 하루라고 본다면 20대는….1초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계산조차 하기 어려운 수다. 축구에서 메시가 아무리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누가 된다 한들, 인류의  긴 흐름 앞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며 겸손해진다. 개개인의 일생은 한없이 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인류라는 1명의 역사에서  내가 차지하는 점.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우주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인류가 품은 수없이 많은 우주 중에 하나라는 겸손한 생각을 가지며 살아야겠다.




-출처

1.달러 사진:  https://www.slideshare.net/113iiminternship/aquatred-case

2.제2롯데월드: http://www.huffingtonpost.kr/2015/10/15/story_n_8300096.html

3.슈퍼휴먼: http://trueviralnews.com/superhuman-tech-most-americans-fear-the-worst/

4.점 사진: http://www.bobmankoff.com/blog/connecting-the-d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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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02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상상력은 과학을 한 단계 발전하는 데 이로운 영항을 주지만, 반대로 상상력이 지나치면, 사이비 과학이 됩니다. ^^;;

윙헤드 2017-05-02 22:05   좋아요 0 | URL
그래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같이 상상해서 적당함을 유지하는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쓸모없는 짓의 행복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 사람들
크리스 길아보 지음, 고유라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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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5월에 열린 멍때리기 대회. 


가치 없는 멍 때리기 자체에 목적을 둔 이 대회는 인기 스타 크러쉬가 우승하면서 큰 이슈가 됐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눈에 초점 없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모두 멍 때리기에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어서 나름 치열했다고 한다. 이런 대회가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피식 할지도 모르고 ‘정말 쓸데없는 짓들 한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런 대회가 우리 사회에 잠시 쉼표를 찍어줄 수 있다. 너무나 바쁘게 달리는 우리들에게 잠시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쓸데 없는 것이 간절히 필요한 사회다. 모든 것이 효율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시간을 아껴서 더 더 많은 것을 성취하려고 하고, 쉬는 시간에도 생산적으로 쉬어야 한다. 여유시간에 멍 때리고 있다고 하면 갸우뚱하고 운동이나 독서를 한다고 해야 제대로 잘 쉬고 있다고 인정받는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누가 누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냐는 시합의 연속이다. 남들이 열심히 하고 있기에, 밤 늦게까지 공부하기에 나도 해야한다. 나 역시도 신문도 열심히, 책도 열심히 읽으며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가만히 있으면 지는 것 같다. 멍 때리지 못하고 온갖 잡생각이 들락날락한다. 쓸데 없는 것에 낯설어 한다. 지금까지는 모두 효율성을 기준으로 살아왔고 최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멍때리기 대회와 같이 우리의 최적화 생활에 펀치를 날리는 활동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한다. ‘쓸데 없는 박람회’같은 것을 열어 쓸데 없는 것의 판을 벌려 주면 숨어있던 사람들이 나와 축제를 즐기고 그 쓸데 없음이 널리 퍼지지 않을까 싶다. 창의성이 각광받는 시대에 이보다 창의력 증진하는 박람회도 없는데,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열기엔 좀 그러니 톡톡 튀는 기업에서 열어주었음 좋겠다.





2. 

개인적으로 기대가 큰 책이었다. 최근에 읽은 책들이 과잉의 시대를 말하며 작은 일, 쓸데없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찾아 읽은 책이었다. 제목처럼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일이 나올까 궁금하였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대부분의 일은 쓸데없다고 하기에는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방문한다는 저자 자신의 계획이나 알래스카 주민들을 위한 진짜 신문을 만드는 것, 4년짜리 MIT 컴퓨터 공학 수업을 1년 만에 마치기. 이게 어떻게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인가! 누구나 해외여행을 꿈꾸고 MIT 컴퓨터 공학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도전이요, 자신의 역량을 높여주는 행동인데? 아리송했다.




이런, 원제를 다시 찾아보니 The happiness of pursuit 다. ‘추구하는 것의 행복’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 쓸모 없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옮긴이가 원문을 읽어보고 거기에 나온 많은 사람들의 계획을 쓸모 없다고 느꼈던 것인가? 아니면 출판사가 과잉의 시대에 반대되는 개념인 ‘쓸모 없는’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인가? 배신감을 느낀다. 어쩐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어조는 쓸모 없음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고난, 성취했을 때의 행복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자기계발서 였다. 읽을 때는 ‘오 좋아 나도 한번 해보자! 바로 시작해보자!’라는 역대급 자신감이 생기지만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기가 막히게 까먹고 헉헉댄다. 더군다나 이 책에는 쓸모 있는 성공을 이룬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내가 기대했던 사람 쓸모 없는 짓에 가까운 사람은 ‘100일 동안 무조건 거절당하기’ 실험을 하고 유튜브로 결과를 공유한 사람 정도다. 번역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쓸모 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한 청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심포니를 제작한 음악가’, ‘38피트 범선을 타고 사상 최연소로 전 세계를 항해한 소녀’ 오늘 저녁에는 가만히 혼자서 멍이나 때려야겠다. 


출처

멍때리기대회

http://www.huffingtonpost.kr/2014/10/27/story_n_6052238.html

에펠탑에서의 여유

http://zzz6366.tistory.com/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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