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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글로벌 금융위기 - 현대인을 위한 금융특강
최혁 지음 / K-Books(경문사,케이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1.
2016년 초에 ‘빅 쇼트’란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제1위 원인으로 꼽히는 미국 주택가격의 버블을 예측하고 역투자를 해 큰 돈을 번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각종 금융공학이 얽히고 설킨 사태였지만 영화 중간중간 어려운 개념들을 따로 설명해주었기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금융위기로 실로 어마어마한 돈을 번 사람들이지만, 초점은 거기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극중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벤 리커트’는 그와 한 팀인 초짜 펀드 매니저들이 집값 버블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된다는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자 이렇게 말한다.
‘우린 지금 미국 경제가 쓰러진다에 엄청난 돈을 걸었어, 미국 경제가 쓰러지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우린 지금 미국
국민들이 망한다는 것에 베팅한 거야. 춤추지 마’
<영화 ‘빅쇼트’ 포스터>
그 외에도 전화로 수억 달러의 이익을 확정 짓는 통화를 마친 ‘마크
버움’이라는 펀드 매니저가 허공을 응시하고, 등장인물 중
가장 많은 돈을 번 ‘마이클 버리’도 몇 천 배가 넘는 이익을
내고도 결코 웃음 짓지 않았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누가 돈을 벌었느냐가 아니라 왜 그런 사태가 발생했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반 서민들의 무분별한 주택 투자, 투자은행들의
미친듯한 탐욕, 신용평가사들의 돈에 눈이 먼 평가 남발, 정부의
안일한 대처. 모두가 원인제공자인 이 사태의 마지막은 이 사태로 처벌받은 월가 관련자가 단 두 명에
그친다는 무서운 사실로 끝난다. 이 영화 장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아니라 ‘호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관람객들은 모두 이 호러가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현실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공감했을 것이다.
2.
영화로도 개봉되고 책으로도 다양하게 나오는 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는 왜 알고 있어야 할까? 왜 배워야 하는 것일까? MBS, CDS, CDO, JP 모건, 프레디 맥, 페니매, AIG 같은
미국의 금융 상품들과 미국의 회사들의 연결고리를 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이런 질문들을 생각해보면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주가가 요동치고, 중국의 경제 부진에 우리의 경제는 휘청거리기 십상팔구이다. 그런데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는 잘 모른다. 선진국 경제가 부진하면
우리나라도 부진하는 거 같기는 한데, 한쪽이 좋고 한쪽이 나쁘면 어떻게 되는지는 긴가민가하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평균이 되도록 행동하는데 그런 평균들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피해를 입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현재 전세계
실업자들의 4분의 1일 정도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실업이라는 연구를 보면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세계 경제의 최정점에
서 있는 미국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 특성상 선진국에서 발생한 경제문제는 조만간 우리에게 다가올 문제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파악하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크 루이 다비드 – 소크라테스의 죽음>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전문가 집단이 믿음직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알아야 한다. 세계 금융의 핵심국가인 미국에서 거의 범죄와 같은 금융상품들이 판을 쳐도 감지한 이가 별로 없었고, 정부 마저도 그런 상품들에 호의적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백 번은 더 현명하다.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가운데에 서서 공평한 판결을 내릴 것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소망일 뿐, 정부는 거의 항상 기업 편에 서 있었다. 기업이 손해를 극심하게
내면 파산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미국 정부는 대마불사라는 이유를 들어 천문학적인 비용의 구제금융을
행한다. 탐욕적으로 국민들의 여윳돈을 갈취해가던 월가의 기관들이 망해가자, 국민의 돈으로 그들을 살린 것이다. 그러고는 이 모든 것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둘러 대는데, 우리 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대기업 회장이 아들에게 왕좌를 물려주기 위해 편법으로 자회사 두개의 합병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피인수기업의 대주주 중 하나인 외국계 사모펀드가 부당한 합병에 대해 항변하자, 정부는 국민연금의 힘으로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합병 이후
두 회사의 가치는 이전보다 떨어져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고 있다. 이것 외에도
투자회사에서는 거의 모든 회사에 대해 매수의견을 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지 않는 등, 정부나
전문가 집단 모두 국민을 위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공부해야 하고 그들의
속셈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 우리나라를 타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언제까지나 중립적이라는 생각에
의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3.
최근에는 이 책과 더불어 ‘인사이드잡’이라는 다큐멘터리도 봤다. 맨 처음 말한 영화 ‘빅 쇼트’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이야기이지만 인과관계, 사실들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코 그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운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골드만삭스의 전CEO로 월가의 대변인이었고, 결국 그들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몇 천 억
달러의 정부 자금이 월가로 흘러 들어갔고,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잊었다. 지금도 골드만삭스, JP 모건,
AIG같은 투자은행들은 세계인들이 들어가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고, 큰 이익을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위기가 언제 터질지만 모르고, 터진다는 것은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하고, 대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