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관 박물관 여행
김지선 지음 / 낭만판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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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예술에 대하여


    미술에 나름 관심이 있다. 예술에 관한 정말 조금의 재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좋은 작품을 보는 것은 좋아한다. 그래서 이따금 미술관을 혼자 가서 감상하거나 미술과 관련된 책을 찾아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르네상스, 로코코, 초현실주의, 팝아트 처럼 예술의 흐름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건 그 누가 그렸던 거였는데, 누구였더라, 무슨 파였는데 어디 파였더라, 이런 식으로 헤매다가 결국은 몰라서 지나치기가 일쑤였다. 예술은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믿으며, 열심히 찾아 읽고 기억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했었다. 생각해보면 음악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 화성이 어떻다, 음색이 어떻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건 누구의 작품이다라고는 알고 있어야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 잘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유럽 미술관 작품들의 설명들을 계속해서 읽으면서 정말 좋은 예술은 설명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미술 작품이라면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그 그림 그대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느낌이 있을 것이고, 그걸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작품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각기 다른 언어가 아니다 .만국 공통의 언어이다. 어느 나라의 아무나가 보아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풍경화가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인기가 있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멋진 풍경을 좋아한다. 드넓은 들판이나 산, 바다를 보며 자유를 느끼고, 자연과 하나됨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살려놓은 풍경화는 작가의 의도나 시대적 의미가 배제되는 측면이 강하기에 사람들이 더 찾게 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나오는 종교화, 수태고지나 예수와 관련된 그림을 볼때마다 이것의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를 모르니까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모나리자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가 그 특유의 아름답고도 미묘한 미소인 것처럼 에술은 의미를 다 떼어내고 봤을 때 아름다워야 진정한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마크 로스코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다. 색으로만 표현한 그의 작품들 앞에는 방석이나 의자가 놓여있다. 거기에 앉아서 끊임없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결국 동화가 되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로스코의 작품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고 하여, 나 역시 안 보러 갈 수가 없었다. 근데 나는 정말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마다 살아온 경험이 모두 다르고 감정이 모두 다르지만, 나는 아직 내가 소름이 끼칠 정도나, 눈물이 나올 정도로 멋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유럽 여행을 통해서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진품에 대하여


    미술 작품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마주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광고에도 나오고, 심지어 약 상자에도 세계적 명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을 통해서도 작품을 좋은 질감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 의문점이 든다. 이렇게 좋은 화질로 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면 과연 진품을 보러 갈 가치가 있을까라는. 진품을 본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보러 오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보고 있는 모나리자가 진짜 모나리자일까 부터가 의문이다. 영화나 책을 보며 추론할 뿐이지만 많은 박물관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들 경우에는 가품을 전시하고 진품을 금고에 보관할 것이다. 관람객들은 가품을 보면서 진품이라고 느끼고 감명을 받는다. 그럼 여기서 가품과 진품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진품의 의미라는 것은 작가의 숨결이나 그 정신이 오롯이 감상자에게 전달되는 작품이라는 것인데, 관람객들은 가품을 보고서도 이것이 마치 진품인냥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것으로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요즘은 조금은 덜하지만 항상 말이 많은 명품의 가품 문제. 모두가 가품에 대해 비난하지만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진품만을 찾지만 구별하라고 하면 구별하지도 못할 것이다.  신발을 살 때도, 저렴한 브랜드는 잘 안보고 믿을만한 브랜드만을 고집하고, 진품이니까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나의 인식 역시 구별도 못하면서 진품만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결국은 인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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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을 여러 번 봐야 이 그림이 진짜 좋다는 걸 알게 돼요. 제 개인적 경험이라서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저 같은 경우에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봤는데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미술 서적 속에 있는 사진 이미지의 그림을 자주 보게 되니까 전에 실물을 봤을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저는 벤야민의 아우라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복제의 예술도 충분히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요.

윙헤드 2015-08-02 17:48   좋아요 0 | URL
저도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봐도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보는것과 크게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지 않아요...결국은 자주 봐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