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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 금융의 탄생에서 현재의 세계 금융 지형까지 ㅣ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6
이찬근 지음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 금융시장에 대하여
돈, 돈,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오늘의 지출을 피피티 파일에 정리하며 이번 주의 지출을 살펴보니 역시나 많이 썼다. 잡지를 사는 데에, 밥을 먹는 데에, 택시를 타는 데에, 영화를 보는 데에 여기저기 쓰는 것도 참 많다. 10만원, 20만원 나가는 것은 없지만 만원 2 만원 나가는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몇 십 만원도 금방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지출 모아 잔액 제로다. 집 밖으로 한발자국만 나가도 모든 것이 돈으로 변한다. 왜 다들 돈, 돈 하고 다니는 지 아주 잘 알 것 같다. 나부터가 돈, 돈, 돈 거리고 있으니까… 경영학과인데 돈벌레마냥 돈, 돈 거리면 모양이 빠지니 돈에 대한 거시적 환경인 금융에 대해 좀 더 잘 알기 위해, 그리고 내가 금융 시장을 통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지 알기 위해 이 책을 빌려 읽었다.
돈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다. 돈은 참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런 중립적 특성이 금융 시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사회를, 세계를 나쁜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금융은 은행에서의 대출, 증권회사에서의 주식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숏 셀링, 풋, 옵션, 헤지펀드, 정크 본드, ETF, ELS 등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이름을 가지고 돈 넣고 돈 먹는 게임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다. 화폐가 더 이상 교환의 개념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돈을 투자하여 돈을 버는 기이하고도 정교한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는 자본가의 이익 성장률이 노동자의 이익 성장률보다 훨씬 높다고 증명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과연 맞는 말 같았다. 헤지 펀드, 숏, 풋 이런 것들은 사실 투자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인데 이제는 버젓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규모가 워낙 방대해서 이제는 금융이 세계를 좌지우지 한다. 미국의 금융 위기가 오자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렸고, 열심히 노동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왜 이런 위기가 왔는지도 모른 채 고통을 분담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의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한 헤지 펀드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이루어진 국민연금을 이용하였고, 그 결과 지금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시장이 단순히 금융시장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금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학교 수업에서 투자론, 경제학, 회계론 같이 금융의 세분화된 과정에 대해 배웠었지만 이제서야 금융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 결과 그리 긍정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만든 제품, 내가 만든 서비스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돈은 후방에서 그 가치를 책정해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건전하다고 생각하는데 돈이 주인공이고 돈으로 돈을 버는 현시대의 금융은 나에게는 아이러니한 개념이다. 나는 그냥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돈을 벌 테다. 책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돈으로 도서관, 서점을 짓고 그래서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래서 책 관련 일도 더 많아지고…완전한 선순환이다!
- 주식에 대하여
위에다가 실컷 금융시장 별로야 라고 써 놓았지만 사실 나는 금융 시장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주식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 번 사면 장기간 보유하고 있고 내가 잘 아는 기업만 산다는 자부심을 내세우며 ‘주식’이 아닌 ‘장기투자’를 한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지만 사실 도박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 기업에 대해 철저한 재무제표 분석을 한 것도 아니고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CAPM을 계산해 본 것도 아니고 분산투자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도 아니다. 돈을 잃는 것 같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버는 것 같지는 않은 요상한 상태의 계좌를 그래도 몇 년 동안 유지시키고 있다. 그래도 주식을 하면 경제 자체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요즘과 같은 유가 폭락 사태나 홍콩 달러의 폭락,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럽의 양적 완화 등 내 주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대략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그래도 이상하게 주식을 통해서 돈을 벌면 돈의 소중함을 잃어 버린다. 내가 노동이나 지식을 이용해서 벌었다기 보다는 단순한 운으로 벌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익이 발생했다가 아니라 컴퓨터 상에서 숫자가 늘어났다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 점으로 보아 나는 금융시장과는 그리 잘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기업을 사면서 그 기업 제품을 기분 좋게 이용하는 지금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