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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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 씨가 말해주었다.
애초 빗방울이란 허공을 떨어져내리고 있을 뿐이니 사람들이 빗소리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빗소리라기보다는 빗방울에 얻어맞은 물질의 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런 물질에도 닿지 못하는 빗방울이란 하염없이 떨어져내릴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세요, 야노 씨는 말했다. 허공을 낙하하고 있을 뿐인 빗방울들을 생각해보세요.
우주처럼 무한한 공간을 끝도 없이 낙하할 뿐인 빗방울을.
(중략)
하지만 야노 씨, 우주 같은 공간이라면 중력이랄 것도 없으므로 물방울은 물방울로 떠돌아다닐 뿐 빗방울이 되어 어디론가 떨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서 반박해보기도 했으나 마찬가지로 무서웠다. 끝도 없다는 부분이 아무래도 무서웠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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