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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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사슴에 영감을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거 되게 이상한 노랜 거 아냐?
그래?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그래 그거. 가엾을 정도로 왕따를 당하다가 감투를 쓰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얘기.
그런 얘기냐.
남들하고 다르다고 놀림을 당하고 외톨이로 지냈잖아. 그러다가 싼타한테 뽑힌 거잖아. 싼타의 썰매에 묶여 한자리 차지하게 된 거지. 그러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아니야? 루돌프 코는 그전에도 빨갰는데 이제 그 코가 뭔가 쓸모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 비로소 사랑받는 빨간 코가 되었다는 거지. 게다가 길이길이 기억되기까지. 치사한 노래다.
그래.
너 내가 나중에 꼭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뭔데.
감투를 쓸 거다.
뭐하려고.
다른 모든 사슴들한테 니들은 다 멍청이 같다고 말해줄 거야.
그런 말 하는 데 감투까지 쓸 필요가 있냐.
필요하지. 필요해. 왜 필요하냐면, 그냥 코가 빨간색일 뿐인 사슴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루돌프여야지. 한자리하는 루돌프. 다들 그래야 들어줄걸.
그럼 해라.
그래 할 거다.
꼭, 하고 덧붙이며 고미는 드라이버늘 쥐고 낡은 녹음기에 달린 나사를 돌린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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