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

내 속에 들어 있는 말을
즉시 발효시켜
술술 나오게 하는
촉매와도 같은
사람이 있다.
누룩곰팡이와도 같이
인류의 전(全) 시간을 발효시키고
그 숨 쉬는 공기를 발효시키며
그리하여
말을 춤추게 하는 영혼 ̄
다만 그런 영혼은 아주 드문데
그건 우리의 사회생활에서
기쁨이 아주 드물다는 것과 일치한다.

- 정현종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 중 '촉매' 전문.

 

*​


말을 춤추게 하는 영혼이라는 말이 참 좋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있어, 촉매와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그런 영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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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독 들이다가 결국 지른 모나미153id 미드나이트 도착.

2. 도서전 다녀온 이후로 다시 시에 빠져있어서, 백석의 시를 써보려고 했으나

쓰려고 들면 그의 시는 너무나도 긴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이런 시> 소환. 딱딱한 글씨보다는 저렇게 써야 맛이 날 것 같아서

색다르게 써봤는데 ㄴ에서 흥 조절 실패로 뭔가... 묘해졌다.

3. 시를 외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필사를 하는 것. (소리내어 읽으면서 필사하면 두 배😣💕)
실수를 했거나 글씨가 마음에 안 들 경우 다시 쓰고 또 다시 쓰다보면 절로 외워진다. 이 시도 그렇게 외웠던 것 같다.

4. 전엔 '내내 어여쁘소서'가 좋았는데,

어느 날은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가 좋았는데,

오늘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가 눈에 밟힌다.



그러한 정도로, 그렇게까지 사랑하던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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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관람한 게, 벌써 일주일 전인데 글 쓸 거리만 곱씹다가 새로운 리뷰를 쓸 타이밍을 놓친 미 비포 유.

2차 관람의 주 목적은, 스크린으로 영화 음악을 다시 듣는 것이었다. 음악이 한 곡 한 곡 어찌 그리 좋은지.

에드 시런의 두 곡 'Photograph'와 'Thinking Out Loud'를 가장 좋아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영화의 엔딩곡 'Not Today'를 배경삼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최초 시사회 때는 엔딩씬 들어가면서부터 눈물이 앞을 가려, 많이 울었다.

몇번이고 읽고 또 읽은 편지인데, 윌(샘 클라플린)의 목소리로 듣는 편지라니.

루이자 역시 활자로 읽었을 그 편지를, 좋은 노래와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건 영화화의 매력 중 하나가 분명하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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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에서 가장 와닿았던 대사는 이 부분이다. 'it isn't over unless it is over'.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고하는 남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인생을 살아갈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게 아니라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 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그 줄무늬 타이츠를 당당하게 입고 다녀요.

그리고 그 어떤 말도 안 되는 남자한테 굳이 정착하고 싶다면,

꼭 이 돈 일부를 어딘가에 다람쥐처럼 챙겨둬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 가능성들을 당신에게 준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일말의 고통을 던 느낌이에요.


이게 끝입니다.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그 웃기는 옷들과 거지 같은 농담들과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숨길 줄 모르는 그 한심한 무능력까지.

이 돈이 당신 인생을 아무리 바꾸어놓더라도,

내 인생은 당신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이 바뀌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사랑을 담아서,

윌.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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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활용을 통한 일곱 가지 혜택

이런 좋은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또 기대 심리가 생긴다. 그리고 일은 전보다 쉬워진다. 물론 좋지 않은 경험도 있다. '소셜 피로'에서 황당한 사건까지 별일이 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SNS 활용을 추천한다. 특히 인간관계를 확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소셜의 강점은 사람에게 다가서는 방법으로써 상당히 '쉽다'는 데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개인의 몫이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소개해본다. 내가 이렇게 얻은 혜택은 무려 일곱 가지다.

- 김민태, 나는 고작 한 번 해봤을 뿐이다 p.128

💁일곱 가지 중 세 가지를 옮겨본다.

4. 공감에 대한 이해
소셜은 거대한 인간 실험실이다. 의도치 않아도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무수히 많은 글을 올리는데 상호작용이 없다. 풍요 속 빈곤이라고 혼자만 얘기한다. 마치 대중 목욕탕에서 옷 입고 돌아다니는 세일즈맨처럼 외롭기 짝이 없다. 반면, 어떤 사람은 가끔 글을 올려도 사람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사람들은 그를 친구처럼 생각한다. 그들의 특징은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

5. 가성비 좋은 놀이터
모든 관계는 나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마음껏 중얼거릴 수도 있고, 시시껄렁한 일상에 반응해주는 친구도 있고, 좋은 정보를 애써 추천해주는 친구도 있다. 언제 어느 때고 놀이터로 나가면 나올 수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실제 만나는 인연도 늘어난다.

6. 가벼운 글쓰기의 습관화
나는 문장력도 좋지 않을뿐더러 이야기를 재미있게 배치할 수 있는 구성력도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소셜에서 짧은 글을 쓰면서 적어도 한두 단계는 도약했다. 매일 뭔가를 쓰면 분명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긴 글쓰기에 발판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은 사람을 연결해준다. 소셜은 글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상당한 재료는 소셜에서 가지고 왔다.

제일 크게 공감한 건 6번이다. 지난 10년간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하면서, 최근엔 인스타에서 뭔가를 쓰면서 글이 늘었다. 객관적으로는 몰라도, 주관적으로는...🙈

적어도 내게는 SNS가 시간낭비서비스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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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3 그래그래 피었던 벚꽃이 송이째 떨어지는 시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너무 예뻐서, 떨어진 꽃잎이 흩어진 거리가 너무 예뻐서, 오랜만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전자책이라, 종이를 넘기는 맛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좋은 문장을 읽을 수 있다면야 전자책이 대수일까.

지난 번 올린 구절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이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실린 이 칼럼들을 편집한 패멀라 폴은 여러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어떤 대답에는 실로 감명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아 있는 작가나 이미 고인이 된 작가 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꼽았을 때,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독창적인 답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공상이 적어도 열 명의 다른 응답자들, 그것도 모두 내가 찬탄해마지않는 작가들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큰 힘을 얻었다.

​- 패멀라 폴 <작가의 책> 중에서



김연수 작가님이 <백년의 고독>을 추천해주셨고,

하준 교수님마저 제일 좋아하는 책을 한 권만 꼽으라면 <백년의 고독>을 꼽는다, 는 인터뷰를 읽으면

도무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책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비밀 독서단 시즌2에 출연하는 동진님이 매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언급하며 기승전쿤데라 하시면,

박웅현 작가님이 내 인생에 책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면 납득이 되는 것이다.

한 명의 추천도 큰데, 이 두 명이 추천하는 책이라니.

그걸 체감했을 때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째로 읽었을 때였다.

그저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며 개츠비에 시큰둥했던 내가, 개츠비를 세번이나 읽을 줄이야.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구절처럼 개츠비를 처음 읽던 그 무렵의 나는 너무 어렸고, 

궁지에 몰리는 것이 무엇이며, 회한이 인생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조금 나이를 먹고 다시 읽으니, 개츠비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대한 개츠비였고 피츠제럴드는 대단했다.

글 재주가 없어서 온전하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 덕분에 '추천에는 분명 한 이유가 있다'를 실감하게 되었으니

내겐 위대한 개츠비에 마지않다. 


p.s. 사진은, 알라딘 굿즈 '크레마 카르타 셜록 오거나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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