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파주 근무였다. 날씨가 유난히도 좋았다. 강을 따라 쭉 드라이브를 하고 물류센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한 말은 "아, 가을이다" 햇살이 달라졌다. 여기에서는 계절이 느껴지는구나.
구름도 두둥실, 높은 건물이 없으니 지평선도 보인다. 아. 올 때마다 느끼지만, 파주는 좋구나. 좋은 곳이구나. 물론 이것이 일상이 아닌 일탈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좋게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파주에서는 늘 책과 함께, 였는데 이날은 책 근처에도 못가고, 저 방전 장갑을 끼고 다른 일을 했다. 오랜만에 육체 노동을 하니 또 시간당 처리대수, 효율 이런 거에 집착하며 숨도 안쉬고 일했다. 새로운 적성을 발견했다며 즐거워했지만, 3시가 지나자 이내 지겨워졌다. 역시 내 한계는... ㅠㅠ
역시 다음엔 니들이랑 노는 게 좋겠어. 물류를 나오며 괜히 아쉬워서. ㅎㅎ
언젠가 퇴근길의 중림동, 문득 눈에 들어온 풍경.
가끔 회사 사람들과 피자를 시켜먹는다. 요즘 우리 팀원들이 꽂힌 피자다. 피자에땅은 맛없다는 편견을 불식시켜준 피자다. 사진 보니 또 먹고싶어. 츄릅 츄릅.
크레마를 받았다. 친필 각인을 신청했다가 내 글씨가 윤명조보다 예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일반 각인으로 바꿨다. 결과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 녀석과 잘 지낼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일단 세팅은 마쳤고, 어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제법 잘 읽고 있다. 글씨체는 예뻐서 저 필기체로 했다가 결국은 책과 흡사한 명조로 바꿨다. 하하. 50% 쿠폰을 어떻게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궁리하며 장바구니놀이중.
퇴근길에 종종 서울 스퀘어에 들러 투썸 플레이스에서 책을 읽곤 한다. 창가 소파 자리가 편해서 혼자 구석에 처박힌 느낌으로, 음악을 들으며. <몰락하는 자>에는 글렌 굴드가 등장한다. 그래서 글렌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굴드의 모습이 묘사될 땐 정말 입으로 곡조를 흥얼거리며 정말 신나게 피아노를 치던 굴드의 동영상과 귀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하나가 되기도 했다. 책도 무척 좋았다.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추웠다 ㅠㅠ 아, 계절의 변화는 어쩜 이렇게도 빠를까.
토요일 낮엔 역시 인스턴트 면이 최고다. 제일제면소에서 사온 잔치국수를 뜯었다. 생면이라 좀 감동했으나 면을 지나치게 삶아 결국 망했다.
약속 장소가 종로라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책을 팔고 1만 6천원 정도의 돈을 벌었다. 음. 유흥비로는 부족하겠지만, 은근 쏠쏠 돈 버는 재미. (역시나, 그 책을 사기 위해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는 생각하지 말기로 해)
스타벅스 신상 음료 '스윗 앤 솔티 모카' 맛있는데 달다. 내게 1+1 쿠폰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하나만 시켜서 마셨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잔 시켜서 다먹을걸 ㅠㅠ
가끔 내 맞은 편 자리가 아까울 때가 있다. 나는 테이블을 반밖에 쓰지 않고 의자도 하나밖에 안쓰는데 귀한 소파자리에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 나머지 테이블 반과 의자를 써도 좋은데. 하지만 그건 이 세계의 방식과는 다르니까.
토요일에 가지고 나간 두 권의 책은 제목을 연이어 놓으니 어쩐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달까.
일 때문에 바빴던 한 주를 좋은 책, 좋은 대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주말로 상쇄하고 또 다른 한 주를 시작한다. 신나게 노느라 청소는 이제 시작하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