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의 순교자가 재발간되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 중 한권으로. 이 책은 한국 작가에 의해 영어로 쓰여진 소설이라 번역자가 따로 있었는데,(도정일, 장왕록) 그 부분을 김은국 작가가 다시 보완해 재번역을 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김은국 재번역 판.

그런데, 이번에 나온 건 도정일의 번역이다. 도서 정보를 보다 보니 의문이 남는다. 작가가 직접 재번역한 판이 있는데, 다시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한다면, 작가의 원 의미를 더 잘 살려 표현할 수 있으려나? 굳이 직접 번역본이 없어지고, 타인에 의한 재번역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이상해, 트위터로 물었다.

Q / 김은국 작가님의 <순교자>요. 김은국님이 직접 번역하신 게 있는데, (물론 절판되었지만) 도정일님이 새로 번역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A / <순교자>는 수십년전 장왕록, 도정일 교수님이 각각 번역하셨지요. 을유문화사판은 저자의 온전한 번역이 아닌 앞선 번역에 대한 작가님의 보충이라 보는게 맞을 듯합니다. 이번에 나온 건 도정일 교수님이 새롭게 옮기다시피 심혈을 기울여 다시 작업한결과입니다
 
새롭게 번역이 되었다면 작가의 의도가 담긴 을유문화사 판도 많이 반영이 되었겠지. 그래도, 여전히 뭔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책을 책 잘 파는 출판사에서 내서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지게 된 것은, 참 좋고,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종교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 책은 엔도슈사쿠의 침묵과도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침묵보다 더 깊은 고민을 던져주기도 한다. 오랜만에 추천하고 싶은 책.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정말 김은국의 직접 보완 번역보다 더 저자의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걸까)

참. 김은국 선생님은 작년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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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6-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안그래도 이 책 보고 번쩍 해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당장 주문하고 싶어지네요. 번역 면은 조금 의아하긴 하네요. 그래도 그만큼 신경을 쓴 거라고 생각하고 생각해 버리고 ㅋㅋㅋ 그런데 재미도 있나요? 재미없는 소설은 무서워요--;;

웽스북스 2010-06-20 04:0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자신있게 추천해드릴 수 있어요. 재미있어요.
그런데 혹시 신의 존재, 이런 것에 관심 있으신지? (묻고 나니 도를 아십니까 같다는 ㅋㅋㅋㅋ)

차좋아 2010-06-20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 분석 들어갑시다!!

웽스북스 2010-06-20 04:05   좋아요 0 | URL
귀찮아서 그건 모르겠고, 일단 샀어요. ㅎㅎ

風流男兒 2010-06-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했심. 당분간 마지막 주문 책이 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

웽스북스 2010-06-22 23:40   좋아요 0 | URL
이거 주문 전에 다른 거 주문한 거 또 있음 지금 불어용 ㅋㅋㅋ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엔도의 <침묵>을 떠 올렸습니다. 찾아보니 <순교자>가 1964년작이고, <침묵>은 1965년작이더군요.
하지만 엔도의 소설이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반해 김은국의 소설은 부정하는 듯 합니다.

웽스북스 2010-06-22 23: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엔도의 신관은 수많은 기독교인들보다는, 김은국 쪽에 가깝죠. 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3 08:57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침묵>을 읽고 나서 얻게 되는 '허함'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기회가 되어 엔도의 <바다와 독약>도 읽어 보았는데 이 소설도 비슷하게 느껴지더군요.
외려 크리스천들이 엔도의 작품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크리스천이지만 말이에요.

Matt 2010-06-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저 무척 어려운 심정이 되어 읽었습니다.
제가 아직 대학생 시절일 때, 그러니까 여동생이 영어교육학과인데 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과제였나봅니다. 동생 책장에 꼽혀 있고, 마침 외출했길래 무심코 뽑아 들었다가 등에 땀나는 줄도 모르고 다 읽어버렸습니다.
읽는대대 제가 느낀 감정은 '슬픔'으로 표현되기 힘든 무엇이었습니다, 저런 소설을 영어로 쓰셔서 다시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지요. 여튼 이렇게 블로그도 관리하는 웬디님이 부럽습니다! 대단하십니다! ㅜㅠ

웽스북스 2010-06-22 23:48   좋아요 0 | URL
아. 이 책이 좀 그렇지요- Matt님 그러니까, 영어로 읽으신거? ㅎㅎ
안그래도 오늘, 이 책 영문본 구할 수 있겠나, 없겠나,
뭐 이런 얘기를 했었더라는. ㅋ

블로그 관리는 뭐 대충대충. 저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어서
시간은 많은가봐요. ㅎㅎㅎ

erasmus 2011-01-1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영안 교수님과 대화하다 이 책 얘기가 있었는데, 제목이 'The Martyred' 그러니까, '순교한 사람'이 아니라, '순교당한 사람', 혹은 '순교되어버린 사람'이란 의미란 거죠. 그 말 들으면서 머리 얻어맞은 듯 번쩍 했더랬죠.

웽스북스 2011-01-15 02:03   좋아요 0 | URL
아. 저희도, 모임에서 읽으면서 그 얘기 했었어요. 간과하기 쉬운 부분.

여튼, 이 책은 정말 오래 마음에 남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