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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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혀 새로운 화물열차의 어두컴컴한 구석자리에 앉아 일단 방향을 가늠해보려 애쓰고 있어요.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역에 아직 역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방위마저 아주 모호하게 표시되어 있어요. 뿌연 유리창 너머로 휙휙 지나가는 바깥 풍경 가운데서 내가 뭔가를 알아보고서는 이따금 당신에게 소식 전해도 괜찮을까요? -158쪽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관심 없어요. 결혼이란 단지 거기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발판을 잃었을 때 꽉 붙잡고 매달릴 수 있다고 믿는 하나의 구조물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217쪽

당신은 나를 얻기 위해 싸웠어야 해요. 영웅처럼이 아니라, 사나이처럼이 아니라 '완벽한 남자'처럼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는 보통 사람이 하듯 그렇게 말이에요. -241쪽

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을 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 자신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어요. 유감이고 불행이에요. 기회를 놓쳤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242쪽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단조로운 도움닫기를 함께 하면서 앞선 파도들에 자신을 맞추지요.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밀려오기도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 뒤에는 모든 것이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 -256쪽

40초 뒤
Re:
맞아요, 그리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 두 사람이 그 사이의 시간도 함께할 수 있어요.

30초 뒤
Re:
맞아요 그게 좀 위험하죠.
-274쪽

난 여기에 말이 접근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에요. 말은 '그것'에 폐가 돼요. -287쪽

지금 내 앞에는 그녀와 함께 걸어야 하는 어두운 복도가 있어요. 그 복도를 당신과 걸을 수는 없어요. 당신은 바깥에 있어야해요. 하지만 내가 복도를 통과하고 나면 당신에게 다 얘기할게요. -316쪽

아직도 복도가 어두컴컴해요? 아님 저 멀리 작은 불빛이 보이나요? 작은 불빛이 반짝거려요? 그게 나에요. -319쪽

1) 안티파스티 디 페스체
2) 린기네 알 리모네
3) 파나 코타
4) 그 전과 그사이와 그 후와 그걸 먹는 동안에,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 곁에 있는 레오!
5) 내 맞은편에 시각적으로 존재하고, 청각적으로 존재하고, 손만 뻗으면 닿도록 가까이에, 무릎과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 레오!-347쪽

(난 이제 이러저러한 눈빛을 연습하러 갑니다)-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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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4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뭘 안가르쳐줬다는 거에요?

그리고 웬디양님, 저기 저위에 242쪽

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을 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 자신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어요. 유감이고 불행이에요. 기회를 놓쳤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아, 아침부터 가슴이 막 미치게 울렁대잖아요 ㅜㅡ

웽스북스 2009-09-15 01:35   좋아요 0 | URL
끝까지 둘만 알던 그거요 ㅎㅎ

다락방 2009-09-15 08:26   좋아요 0 | URL
그거 가르쳐 줬잖아요, 웬디양님. 마지막에 레오가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왜 헤어지게 됐는지 메일 보냈을때, 거기에 나오잖아요. ㅎㅎ

손바닥 점에다가 한 그거요..

웽스북스 2009-09-18 00: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아 전 그건 별개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물질적인 조웬디같으니 ㅋㅋㅋㅋㅋㅋ

무스탕 2009-09-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으면 안 돼!! 읽지 마!! 당장 이 페이퍼에서 벗어나!! 어서!!

뿅~~~!!!!!!!!

웽스북스 2009-09-15 01: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하셨습니다 브라비~

또치 2009-09-1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읽었지롱~
(근데 뭔가 더 슬프길 기대했던 ... 난 '운명적인 사랑'은 모르겠는데, '운명적으로 안되는 사랑'은 있는 거 같아요)

웽스북스 2009-09-15 01:36   좋아요 0 | URL
응. 그죠. 저도 뭔가 아련함이 덜해서 아쉬웠어요

마냐 2009-09-15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 읽은지 이틀밖에 안됐는데...넘넘 좋군요. 정말 이 책을 어쩜 좋아요...

웽스북스 2009-09-15 01: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마냐님. 전 3일은 됐으니 제가 좀더 선배군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