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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죽음의 한주였다. 으으. 화요일 하루 잠깐 뮤지컬보러 기쁜 나들이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월-금 Full 야근 모드. 퇴근 잘하고, 잘 놀러다니던 그 때, 나는 직장생활도 역시 할만한 것이야, 나는 이제 회사에 적응도 잘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어, 하면서 행복했더랬는데, 다시 야근의 계절이 돌아오니, 사람 마음 정말 순식간에 변하더라. 문제는 다음주까지 계속 이 모드가 유지되야 할 것 같다는 것. 그래도 기쁜 건, 줄줄이 예매해놓은 공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후훗. N과 보러 가기로 한 폴님 콘서트와 H대리님과 보러 가기로 한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새해가 오면 C와 리타 길들이기를 보러 가기로했다. 주머니는 좀 엉엉 울긴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계획들을 세워놓으니 연말이 기다려진다. 나이따위, 기쁘게 먹어주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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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대리님과 보러가기로 한 호두까기 인형은 좀 사연이 있다. 회사에서 팀사람 말고 친한 사람 거의 없는 내게 그래도 유일하게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인 동네주민 H대리님과 (그러니까, H대리님도 주류형 인간은 아닌거다 ㅋㅋㅋ) 작년에는 백건우 아자씨 연주회를 함께 보러 갔었다. 그 때 H대리님이 자기는 연말마다 꼭 호두까기 인형을 보는데 같이 보지 않겠냐고 묻기에,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올해, 내가 일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공연 보자고 슬슬 꼬드기며 함께 뭘 볼지 정하는데, '혹시 호두까기 인형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데 내가 그만 하하하하 웃어버렸다. ㅋㅋㅋ 작년에도 물어봤던 걸 까먹었던 것. '하하하,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요. 그래요, 그럼 우리 호두까기 인형 봐요' 라고 해서 예매를 하려고 보니, 우옷, 연말에 정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많구나. 안양, 군포에서도 꽤 좋은 발레단의 공연이 있고, 그외 여기저기서 있는데다가, 또 이게 좋은 좌석은 이미 막 매진 사태다. 연말에 호두까기 인형을 보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호두까기 인형이라니, 그 연말스러움에 나도 좀 설레온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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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님 콘서트는, 으흡, 말할 것도 없다. 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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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데려다 키웠던 남의 자식 같은 솔루션이 있는데, 얼마전 회사 소속 협회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에 출품했다가 은상을 받았다 (-_-V) 사실 출품작이 별로 없었다는 후문이다. 금상 없는 은상이라, 이건 뭐, 굉장히 찝찌르르르름한 은상인 거다. (아무래도 이거 유행이야? 자기들이 황순원 문학상 심사위원도 아니고 ;;;) 동상이 없었으면 우리만 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럼 매우 부끄러웠을텐데, 하하하. 그래도 동상이 있엇으니, 다행히 출품한 데가 적어도 하나는 더 있었다는 얘기. ㅋㅋㅋ 이게 솔루션은 안보고 소개서만 보고 심사하는 거라 소개서 쓰는 데 힘좀 들였었다. (혹시나 들어와서 볼까봐 접속 주소도 안적은 사건 ㅋㅋㅋ) 암튼, 대학 졸업할 때 상하나 못받았던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상받은 게 처음이네. 아, 대학 때 이상한 프리젠테이션대회 제외하면. ㅋㅋㅋ 하지만 정작 나는 어제도 야근을 하느라, 시상식 장에는 가지도 않았다. 흐흣. 그래도 가져온 트로피를 보니, 나름 나쁘지 않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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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장의 이 피폐함은 어쩌면 좋을까, 집에 오면 청소할 여력도 없이 겨우 씻고 잠드는 밤. 대책이 없다. 오늘 저녁에 놀러나가려면, 방도 치워야되고, 아동부 예배 준비도 해야되고, 애들 장기자랑용 악보도 준비해야되고, 끄적끄적 적어야되는 것도 있고, 그사세도 봐야하고, 토지도 읽어야하고, 사투리아저씨 강의 녹취도 해야되는데, 으흑. ㅜㅜ 자자, 침대에서 일어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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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0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히..보시려고 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어디서 하는 걸 보실 예정이신가요...???

웽스북스 2008-12-07 08:06   좋아요 0 | URL
우헤헷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걸로 보려고요~ 메피님도? ㅎㅎ

Mephistopheles 2008-12-07 12:09   좋아요 0 | URL
국립이겠군요..난 또 성남에 가시나 해서요..

웽스북스 2008-12-07 13:45   좋아요 0 | URL
아.. 혹시 마님이?

Mephistopheles 2008-12-07 19:11   좋아요 0 | URL
혹시 아니지롱~~

웽스북스 2008-12-07 22:41   좋아요 0 | URL
에잇, 나의 놀라운 유추 능력에 감탄했건만!

Mephistopheles 2008-12-08 00:49   좋아요 0 | URL
제 말 혹시 아니지롱이란 뜻은..혹시가 아닌 역시라는 뜻으로 제대로 유추했다는 뜻인디요..?? 이래서 조선말은 어려워요.
근데 강마에는...어디다 팔아먹었어용...?

웽스북스 2008-12-08 01:10   좋아요 0 | URL
어이쿠 그렇구나 어쩐지 안타까운데요 ㅜㅜ
메피님과 마님을 뵐 수 있는 기회를 놓친건가요? ㄷㄷ

강마에님은 이제 제 마음으로 깊숙이 모셨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민원이 들어와서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12-08 12:45   좋아요 0 | URL
민원이 들어오면 이렇게 외치셔야죠..
"강마에는 내 연인입니다. 그 어느누구도 뭐라 할 수 없습니다. 품에 안는 것도 서재간판에 올리는 것도 내 권한입니다!!" 라고요..

웽스북스 2008-12-08 20:58   좋아요 0 | URL
사과를... 못합니다!!!!! 버러러러러럭!! ㅋㅋ

순오기 2008-12-0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근의 계절이라~ 밤참이라도 택배시켜야 되는 건 아닐지?
그래도 공연을 즐길 정도면 괜찮은 직장이 확실하군요.^^

웽스북스 2008-12-07 08: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먹는 건 진짜 잘먹으면서 하고있어요. 저녁밥을 튼실하게. ㅋㅋ
흐흐 사실 올해 (제 돈 내고 보는) 공연 러쉬하는 건
이번 달이 처음이에요. 공연은 비싸서 언제나 ㄷㄷㄷ 떨리는데, 연말이라 완전 오픈마인드가 됐나봐요 ㅋㅋ

이매지 2008-12-06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드리면 위안(?)이 될 지 모르겠지만, 야근도 부러워요 ㅎ

웽스북스 2008-12-07 08:12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2009년에는 야근 많이 하게 되시길요 ^_^
(축복의 의미인데, 으흠. 곡해하지 말아주세요. 제맘 알죠? 헤헷)

2008-12-07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7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12-0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까기 인형은 유니버셜 발레단의 것을 중학교 2학년때 보았더랬어요. 그 때당시 학교의 무용선생님이(네! 저는 무용-정확히 발레-을 배웠어요.) 신청자에 한해서 보게 해주셨었거든요. 후배가 그 발레단에 있다고 했던가, 기억은 가물하지만 그 때 보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티비에서 그 공연을 다시 보려고 했더니 졸립더군요. 발레는 역시 현장에서 봐야되는건가, 하고 궁시렁 거리면서 티비를 끄고 잤었지요.

야근하는 와중에도 기쁜일을 찾아내서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일하세요, 지금처렁요. 네네, 나이 기쁘게 먹어주자구요. (정말? ㅠㅠ)

웽스북스 2008-12-07 22:44   좋아요 0 | URL
아. 이번에도 유니버설 발레단공연 있더라고요. 저는 국립발레단 공연을 볼 예정이에요. ㅎㅎ 사실 비언어적인 수단으로 전달되는 것들을 보는 데 대한 좀 약해서 살짝 걱정이긴 해요. ㅋㅋ 그래도 한번 봐보려고요 ㅎㅎ

이번주까지만 야근하고 안할 거에요. 진정 그럴 거에요. ㅎㅎ

2008-12-07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7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12-0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근의 계절이군요! 그래도 꿋꿋이 살아남으시길! 예전에 선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보여주었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는데, 보다가 졸았어요ㅠ.ㅠ
폴은 어느 폴이에요? 저 예전에 루시드 폴 공연 보고 대따 좋았는데, 그 폴 말고는 생각나는 폴이 없네요^^
상 받은 것 축하해요. 근데 전문 용어가 나와서 대체 어떤 건지 전혀 상상이 안 가는 거 있죠.

다락방 2008-12-08 13:28   좋아요 0 | URL
그 폴이 이 폴 아닐까요? 설마 딱부리의 그 폴은 아닐거 아녀요. ( '')

웽스북스 2008-12-08 20:59   좋아요 0 | URL
으흐흐 별로 중요한 전문 용어가 아니어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_^ 저도 예술의 전당에서 보는데, 으흠. 갑자기 걱정이 되네요. 흐흣.

그리고 당근, 그 폴은 루시드폴입니다. 흐흐흣 ^_^ 요술차 마술봉 딱부리의 폴은 대마왕 손아귀의 리나를 구하러 갔어요. ㅎㅎㅎ

다락방 2008-12-0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폴 이야기를 하시니까 생각이 나서요.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요(아마도 중학교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실비]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여자주인공 이름이 '실비'이고 남자주인공 이름이 '폴'인데, 실비의 직업은 모델이었던가, 그렇고 폴의 직업은 택시기사였어요.

이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생각이 잘 안나는데요, 여튼, 이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바보같이 이 둘은 서로가 자신을 사랑할 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를 사랑할 리 없어, 나를 사랑할 리 없어. 그래서 이 둘의 쓸쓸한 혼자만의 사랑을 보면서 안타까워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여자주인공이 습기찬 (아마도 기차의)유리창에 'Paul' 이라고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거든요.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해요. 그 유리창에 손글씨로 쓰여졌던 폴이 떠오르네요.



(왜 이런얘기를....)

웽스북스 2008-12-08 21:00   좋아요 0 | URL
흐흐흐, 제가 '폴'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ㅋㅋㅋ

그런데 다락방님 기억력은 좀 많이 놀라운 것 같아요.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시면서 대학교 때 봤던 영화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폴과 실비의 이름까지 기억하다니. 너무너무 놀라워요.

아, 그런데, 그런데, 영화 내용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안타까워요. 정말 너무너무 안타까워요. ㅜㅜ

다락방 2008-12-09 09:47   좋아요 0 | URL
끙. 제목이 '실비' 잖아요. 그러니 기억이 되는거지, 기억력은 딸려요 ㅎㅎ

웽스북스 2008-12-10 00:25   좋아요 0 | URL
전 아마 제목과 함께 송두리째 잊어버렸을 거에요. ㅎㅎ
(왜웃지 이렇게 슬픈 얘기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