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만들어놓고 혼자 뿌듯해하는 병은 언제 고칠까. 나는 디자이너가 됐으면, 일을 잘하지는 못해도, 매우 행복해 하면서 일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흐흣.
파워포인트로 쓰려던 보고서를 엑셀로 쓰면서, 나는 다시 ㅅㄹ 놀이를 생각한다. ㅋㅋㅋ (아, 인간적으로, 좀 너무 재밌다!) 그러니까, 파워포인트에 만드는 문서는 제한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유시같은 문서라면 엑셀에 문서를 만드는 건, 제한된 셀이라는 틀 아래서 (물론 도형삽입 같은 건 다 가능하지만) 최선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정형시, 시조 같은 거야. 그러니까 마치 ㅅㄹ 놀이 같은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또 혼자 즐거워하고. ㅋㅋㅋ.
요 며칠동안, 나를 둘러싼 상황들이 이렇게 최악이었던 적이 최근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짜증이 솟구치는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80% 이상은 일과 사람 때문) 역시 아름다움은 세상을 즐겁게 하는구나. 눈으로 확 들어오는 질서정연한 문서를 보는 마음이 꼭 자식 같구 그렇다. 솔루션 만들어놓고 딸자식 같다는 라모대리님 심정도 막 이해 되려구 그러고. ㅋㅋㅋ. 똑같이 막 화면 보내기 버튼 누르고. (내가 그렇듯 받는 사람도, 실은 남의 자식을 보는 일에는 큰 감흥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한 3개월쯤 지나면 나의 눈도 객관화되리라는 것 역시 알면서도) 그래도 예쁜 문서 만들기에 집착하니, 막막한 기획서 작성도 즐거워지려고 하는구나. 난 아무래도 집착형 인간.
그냥 확, 적성은 무시하고 흥미만 고려한 채, 디자이너같은 걸로 전직해버릴까보다.
(음, 누가 나를 써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