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벤트-2】외계인을 웃겨라 !!!


원래, 나와 N은 이러구 놀았었다




1. 문제의 그 노트북 사건

(주요 등장인물은 볼드로 처리함 ㅎㅎ)

흠. 다른 글들은 다 내가 알아서 올렸는데
이 글은 내가 밍밍대고 있으니
주변에서 다들 이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는
제보를 너무나 많이 해 주었다. ㅠㅠ

그래서 이렇게 무료한 오후
암울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글이나 끄적인다.
(너무 기대하고 읽으면 재미없음)

때는 지난 주 토요일 12시 가량
방순이 '숙'양이 집으로 가던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서관을 갈 준비를 하고 있던 웬디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한 니나.
그리고 방문을 나서는 '숙'!
방문을 나서려다가..

숙 :
언니 책상 안에 제 노트북 있으니까
잠궈서 열쇠좀 깡통에 놔주세요.

웬디 ;
깡통? 너무 불안하지 않아?

니나 :
그럼 저 위에 컵에 넣어

컵이라고 뭐 다를까...? 하면서도
새로운 장소를 찾기가 귀찮았던 나는
결국 컵에 열쇠를 집어넣는다.
약간의 불안한 마음과 함께..

이 불안한 마음은 아마도
사건의 시발점이었으리라!

힘든 하루를 마치고
사랑스런 노영심 노사연과 함께
새벽에 방으로 들어왔다.

자야겠다고 양젼 침대에 올라간 노사연...
자료를 찾아야 한다는 노영심...
자료는 찾지 않고 싸이질이다..
옆에서 싸이질을 하는 노영심를 보니
웬디도 싸이질이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숙'이의 노트북을 꺼내려고
컵에 손을 집어넣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차가운 컵의 느낌만 있을 뿐이다.

시간을 계산해본다.
'숙'은 12시에 나갔고,
나는 1시에 나갔고..
니나는 방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숙'이 나간 후 내가 방에 있는 시간동안
'숙'은 다시 방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집으로 간 게 분명하다.

그래, 어쩜 니나가 방에서 나가면서
안전한 곳에 열쇠를 놨을 수도 있다.
그래.. 그랬을 것이다.

근데 내가 아는 니나는..
도무지 그랬을 것 같지가 않다..ㅡ.,ㅡ
그러나 시간은 새벽 3시..
니나를 깨워서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긴 책상 사물함의 문은
아무리 흔들어도 열리지 않고,
나는 점점 불안해진다.

무심결에 책상 위에 있던 실삔을 잡고
책상 열쇠구멍을 콕콕 쑤시고 있는데
옆에 있던 노영심이...

근데 불안하게 그게 왜 거깄냐?

아차. 하는 마음에 실삔을 빼든 웬디..
실삔이 찌그러져 있음을 발견한다..

웬디
내가 아는 '숙'이는 실삔을 쓰지 않아..
그리고.. 이게 지금 실삔의 형상이야?

점점 불안해지는 우리..

그런데 침대에서 니나가 뒤척뒤척 거리더니 잠에서 깬다
(원래 우리가 들어가는 순간 깼다고 한다)

웬디
니나야.. 너 '숙'이 책상 열쇠 혹시 챙겼니?

니나
응...? 아니....

웬디
어떡하지? '숙'이 노트북 아무래도 도둑맞은 것 같아...

니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일한 단서인 실삔은
열쇠 구멍을 열어보겠다는 노력으로인해
그 찌그러짐이 더해갔고
나는 마스터키를 찾으러 경비실로 내려갔다
(우리 방은 참고로 아시다시피 6층)

긴 거리를 마다않고 내려갔으나
지금은 마스터키를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허탈한 마음으로 올라오니
노사연도 깨어나 있다.

혹시 맞는 열쇠가 있을 지 모른다는 마음에
노사연도 방으로 내려가서 열쇠를 가져왔으나
속수무책.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점점 심증은 확실해져 갔다.

웬디
아는 사람의 소행이 분명해. '숙'이가 집에 갔고, 너가 휴게실에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니나
글쎄... 근데 도둑이 노트북이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웬디
('숙'의 책상위의 마우스와 랜선을 가리키며) 책상위에 노트북이 있다는 증거가 너무나 확실해...

노사연
그럼 열쇠도 도둑이 가져갔다고?

웬디
당연하지. 나같아도 가져갔을거야. 열쇠가 없어야 범행 사실이 늦게 밝혀지지. 오늘은 게다가 주말이라서 열쇠를 구하려면 한참 걸리고, 그동안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는게지

니나
근데 도둑이 그렇게 똑똑할까?
여지껏 여학생 기숙사에 그정도 지능범은 없었어

웬디
말도 안돼.. 그럼 '숙'이가 첫번째 희생양이라는 말이야? 오... 어떡해... '숙'이의 숙제와 모든 기사들이 다 거기 있는데.. 뿐만 아니라 '숙'이는 이 노트북을 정말 비싸게 주고 샀는데... 어쩌구저쩌구 부모님과 함께 올텐데.. 이 소식을 접하게 되서 어쩌지? 아..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난감하네...

니나
우선은 '숙'이 내일 토익 시험 봐야 되니까 시험이 끝나고 나면 전화하자.. 우선은 맘편하게 시험 보다가 맘편하게 내려와야지..

노사연
근데 아무리 봐도 이 허접한 실삔으로 문을 열려고 했다는 게 이해가 안가

웬디
그러니까 대담한 거지! 실삔으로 열려고 하다가 안되니까 열쇠를 찾다가 저 컵에서 열쇠를 찾아낸 거지. 아무래도 너무 불안했었어

니나
친구를 빌려줬을 수도 있지. 그래! 친구를 빌려줬을 거야

다같이
그래! 친구. 친구를 빌려줬을 수도 있구나

결국 '숙'이의 노트북은 친구가 빌려간 것이고, 열쇠가 함부로 놓여져 있는 게 불안했던 친구가 열쇠를 챙겼다는 결론으로 우리의 밤은 일단락지어졌다. 당시 시간은 새벽 4시 30분...

부활절날 아침.. 예배도 좋고 말씀도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숙'이 빨리 토익이 끝나야 전화를 해볼텐데..
그러나 토익이 끝난 후에도 쉽게 전화를 걸 수는 없었다.

만약 친구를 빌려주지 않았다고 하면?
그 비보는 누가 전하고... 어떻게 감당해야 하지? 라는 두려운 마음이
섣불리 전화기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총대를 맨 웬디
'숙'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디
'숙'아... 언제와(애써 태연하게..)


네 언니! 1시간쯤 후에 도착해요(아무것도 모르는 '숙')

웬디
그래? 지금 어딘데(애써 발랄한 목소리로)


경주요..

웬디
그렇구나.. (웃으며..) 그런데..혹시..너 노트북 누구 빌려줬어? (아주 조심스럽게)


아니요....?

'숙'이의 큰 목소리는 스피커처럼 울렸고
잠깐이었지만 아니요 라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당혹해 하는 노사연와 니나..

웬디
그, 그래...?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하지?)


열쇠 제가 들고 왔어요...(너무도 태연하게)

순간 비명소리... 방내는 아비규환...

(이어지는 '숙'의 목소리) 나갔다가 주민등록증을 놓고 와서 다시 들어갔었어요, 니나언니 자고 있던데요?

웬디
(기뻐해야 하는 거 맞지? 하는 감정으로, 그러나 왠지 씁씁하게..) 그렇구나....


(왜이러지? 하는 목소리) 언니! 방이 왜이렇게 시끄러워요? 끊어요!

웬디
그, 그래... 알았어...^^;;

결국 사건은 그렇게 종결지어졌고,
이날 이후로 나는
극단적 사고쟁이 및 시나리오쟁이 등의
별명이 붙었다..ㅠ.ㅠ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너무 열심히 봤나보다.

그런데 니나가 계속 방에 있었는데
'숙'이가 들어왔다 갔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던 것이지..ㅡㅡ;;

하여튼 지난 나의 주말을 잡아먹었던
이게 문제의 그 노트북 사건이다!

아. 우울하다 진짜.
이거 쓰느라 또 낮잠을 못잤네.

'숙'이의 노트북은 나의 잠과 왠수인가보다...ㅠㅠ

 

2. 니나는 나의 라이벌

이번 학기 들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 3년간 늘 방에서 꼴찌로 일어났었는데
바로 그 꼴찌를 탈피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방순이 니나는
날마다 늦은 밤 연극제작에 지쳐 들어와
다음날 3교시에 늦지 않을 시간에 일어나곤 한다.

나는 공교롭게도 이번 학기 매일 2교시가 시작이기에
9시쯤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처음엔 내가 일어났는데도
누군가 또 자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옆 침대에서 누군가 자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으며
나 자신의 밍기적댐을 합리화 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눈을 슬며시 떠서 옆침대를 보니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니나양이 침대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내가 눈을 떠서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외쳤다.
헉...너...너....뭐야.........

충격이 컸는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날부터 나의 강박관념은 시작되었다.

마치 꼴찌하던 애가 꼴찌에서 2등을 하게 됐는데
한 번 꼴찌에서 2등을 빼앗겼다고
혼자 분해 하면서 괜한 라이벌의식 느끼는 것처럼
아무도 이해하지도 동참하지도 않는 경쟁을
(심지어 니나 조차도)
나혼자 시작하고 만 것이다.

"나보다 3번 더 늦게 일어나면
너의 '모범생 웬디양' 이라는 호칭은 사라질 거야!" 라는
니나의 장난같은 말에
가슴이 철렁했는지...

나는 그날밤 일찍 잠에 들었고,
다음날 7시에 눈을 떴다.

침대를 확인했다.
니나가 자고 있었다.

그렇게 아홉시까지 다섯번 가량을 깨어나
계속 니나가 자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아홉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니나는 여전히 꿈나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씻으러 내려갔고
학교갈 준비를 유유히 마쳤다.

그리고 방문을 니서며 나는
여유만만하게 이렇게 말했다.

니나야. 이제 일어나야지~

아직도 니나는 날 두고 놀린다.
아무도 동참하지 않는 라이벌 의식을 혼자 느낀다고 ㅋㅋ
나도 인정은 하는데..
아무래도 그 날의 충격이 너무나 컸나보다.

요즘도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니나의 침대를 보게 되는 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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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09-0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도둑이 그렇게 똑똑할까? 여지껏 여학생 기숙사에 그정도 지능범은 없었어(나름 다들 탐정인거져~ 그때는 미드도 안봤는데 왜그랬지?ㅋㅋㅋ) 우리 옛날에 진짜 웃기게 살았다. 하루하루가 시트콤이었는데 말이지~~~~ 안그래도 오늘 전철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여행스케치의 "옛친구에게"노래가 엄청 듣고 싶더라니만 ~~~ 옛날생각나요~~~~

웽스북스 2008-09-06 23:44   좋아요 0 | URL
그치, 그밤, 우리 정말 진지했지, 지금 생각하니 왜이리 웃기니
근데 우리학교 기숙사에 전용 털이범이 있었다더라, 학교 사람은 아니고, 워낙 경비가 허술한 제주도같은 동네였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멍청한 유비쿼터스) 꽤 옛날부터 그 사람 소행인 게 많았나봐, 그래서 이제 CCTV까지 설치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좀 슬프긴 하더라.

에링 2008-09-0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 읽고 갑니다.

웽스북스 2008-09-08 12:55   좋아요 0 | URL
아... 말줄임표가 어쩐지 심오해요

Alicia 2008-09-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나님, 역시 아티스트라서 밤잠이 없는거 아녜요?
저도 가끔 밤잠이 없을때가 있지만 아티스트는- 올빼미다(o)
올빼미는- 아티스트다 (x) 그렇자나요~ 으흐흐!
어제 이거 읽고 갔으면 더 좋았을뻔했어요 ^^

웽스북스 2008-09-08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올빼미
하지만 아티스트는 아니죠

알리샤님, 잘 도착했지요? ^_^

니나 2008-09-08 14:15   좋아요 0 | URL
밤잠이 없다기보단 늦게 자고 그만큼 충분히 늦게 일어났었죠 ㅋㅋㅋ 웬디 협박도 좀 해가며 ㅋㅋㅋ

웽스북스 2008-09-08 14:30   좋아요 0 | URL
난 협박을 막 좀 즐기고 ㅎㅎ

L.SHIN 2008-09-0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ㅜ_ㅡ
'양젼 침대'라는 말에 꽂혀버려서..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무슨 침대인가요?

웽스북스 2008-09-10 11:51   좋아요 0 | URL
헤헤헷~ 최고!

민정 2008-09-1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하하 너무 재밌다
니나는 역시 니나..
사람이 변하면 안되는거지.. 그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