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니 큰 택배 박스가 있다. 어 저거 뭐지? 잡지인가?
친구 H가 에디터로 있어 3년째 정기구독하고 있는 모 잡지. 박스가 커서, 우와 디게 큰 선물인가보다, 하고 신나는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에이... 창간호를 맞아 '선물'이라는 주제의 별책부록을 함께 보냈는데 그 책이 너무 커서 큰 박스에 들어간 것이다. 나는 약간 실망스런 마음으로 잡지를 꺼내 그 큰 별책부록의 내용이 대체 뭔가 하고 펼쳐봤다. Editor's Letter 라는 코너에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은...'이라는 제목으로 에디터들이 쓴 글들이 나열돼 있다.
그러고보니 며칠전, H가 메신저로
아,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 뭐였는지 써야되는데...... 뭐라고 쓰지? 라는 고민을 했었다. 같이 고민을 해주면서 아, 나는 H가 기억할만한 최고의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는 생각에 좀 미안해졌다.
"야, 뭐 그렇게 주제가 어렵냐. 나한테 쓰라고 해도 못쓰겠다,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래도 H가 뭔가 떠올려내긴 했구나, 라고 생각을 하며 그녀의 이름이 적혀진 쪽을 읽어내려갔다...
계절과일, 콩, 뻥튀기, 먹거리를 귀찮아하지 않고 매번 사주고 해주시는 엄마. 자조적인 넋두리를 늘어놓은 리포트에 '글 계속 써라'라고 격려해 주셨던 김연종 교수님, 출판하신 책 머리말에 고맙다며 인사를 남겨주신 류대영 선생님, 그리고 친구 조선아, 성격 참 안맞지만 그래도 사심 없는, 하나 있는 친구 돼 줘서 고마운. - 뷰티 에디터 H
아, 우리가 성격이 참 안맞긴 하지, 그래도 오랜시간 친구하고 있는 거 서로가 참 신기해 하지. 장난처럼 나니까 니옆에 있는다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나도 항상 고맙다. 장난처럼 늘 '간택'받은 친구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하고. ㅎㅎ H에게 바로 감동이라고 문자 보내고, 엄마한테 자랑하고... 글을 보더니 엄마가 H도 너랑 자기랑 성격 안맞는건 아나보다. 라고 얘기하신다. 하하. 모를리가 없잖아. 나도 괜히 읽고 또 읽고, 헤벌쭉 웃어본다. 선물을 주지 못한 게 미안했는데, 선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순간의 기쁨이라니. ^_^
고맙고, 고마워서 또 고마운 밤, 이 밤 나도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