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과 맞아, 이 영화가 묵묵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이 영화를 보는 행위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육가공업체의 비도덕적 경영과, 비위생적인 쇠고기를 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에, 그것봐 먹으면 안되잖아, 를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 속에는, 실은 광우병에서 시작했지만, 광우병이라는 좁은 의미에 천착되어서는 안되는, 그것을 통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보고, 이것들을 고민하며, 바꿔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우리가 고민해나가는 과정이 함께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다. 경고!)

영화는 미국 내 패스트푸드 업체의 대표상품인 더 빅원에서 분변성 대장균, 그러니까 똥의 성분이 발견된 데서 시작한다. 회사의 마케팅담당자는 이 문제가 보고되자, 어떻게 패티에 똥이 묻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장을 직접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결국에는 그 공장의 기계화, 속도지향, 등으로 인해 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내장이 터지고, 배설물이 튀겨져 나가도 그것을 위생적으로 제거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대로 상품화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일이 다반사이나,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보상조차도 거부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그 이후이다. 사고로 다리를 다친 남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내는 다시 그 곳으로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그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마케팅 담당자는, 다시 묵묵히 돌아가 더빅원의 판매촉진에 힘쓴다. 참 쓸쓸한 현실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소의 모습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마음에 남는 장면은 다른 데 있었다.

도축업체의 비리를 알게 된 대학생들이 이에 저항하는 방법을 논하는 과정, 거기에서 한 학생의 소들이 있는 울타리를 부수자,는 발언이 받아들여진다. 울타리를 부수면 소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것이고, 그 때 우리가 그들의 비리를 폭로하자,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라는 것. 그들은 그대로 실행에 옮기지만, 결국은 실패한다. 울타리를 부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떤 소도 그 울타리를 빠져나오지 않는다.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른 채, 꼬박꼬박 먹을 것을 제공해주고,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그 곳을 택하고, 결국 그들의 행동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 짧은 장면 하나는, 비교적 정확하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다 함께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 길에 몸을 싣는 사람들.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당장의 편안함과 안전함 때문에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소를 탓할 수 없는 것처럼, 결국은 그런 소를 양산해낸 사회의 구조에 대항해야 함이 당연하나, 그것은 너무나 견고하기만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과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본다.  점점 먹을 것이 없어지고 있다,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이 가장 나쁜 놈들이고, 그런 놈들은 사회에 발을 못붙이게 해야 한다,는 게 과장님의 의견이었다. 맞는 말이다. 나쁜 놈들이지. 하지만 생각이 거기에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의 도덕은 분명 사회에 중요한 구성요소이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저런 업자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개인을 양산해내는, 그 위의 더 큰 무언가로부터 기인한 사회적 합의(라고 누군가가 믿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것들)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더욱 악화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감독은 이러한 우려를 '패스트'라는 말이 가진 함의 속에 담아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전 세계가 패스트푸드'네이션'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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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7-0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우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소떼들을 자연스럽게 사람 특히 우리나라 국민에 접목시켜보면 아주 재미있는 비유가 나와요. 그냥저냥 경제만 살려주고 일자리만 늘려주면 좋다면서 웬만한건 그냥 대충 넘어가는 모습...

웽스북스 2008-07-10 02:10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정말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8-07-0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과장님은 그걸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을까요?

2008-07-10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8-07-0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회사, 좋아보여요.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나란히 이런 영화를 보러 가는 과장님이라면, 그래도 똘레랑스가 있는거잖아요!

웽스북스 2008-07-10 02:11   좋아요 0 | URL
ㅎㅎ 회사, 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제가 회사동료복은 그래도 좀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네꼬님한테 깨갱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