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신교 시국 예배를 드리기 위해 시청으로 갔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시비돌이님께 문자를 보내서, 나온다고 하시면 우석훈 블로그 쪽으로 가고, 안나온다고 하시면 그냥 혼자 예배를 드려야겠다는 생각. 간곡한 나의 설득에 시비돌이님이 나와 주셔서, 나는 우석훈 블로그 쪽으로 가서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시청에 들어섰는데, 시비돌이님은 아직 오시지 않으셨고, 나는 우석훈 블로그 깃발을 찾아 헤맸다. 제일 먼저 보이는 나들목교회 깃발, 여긴 니나가 다니는 곳. 어 그런데 저 분은? 학교 시절 교수님이시다. 친하지 않아서 인사는 못했지만, 오옷, 신기하네.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들꽃향린교회 깃발, H가 다니는 교회다. H에게 너희 교회 깃발이 보인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몸이 안좋아 못나왔다며 기도로 함께한단다. 그리고 내 뒤로 지나가는 사람은, 어랏, 나들목교회에 다니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CCM앨범 (삶이 묻어난 예배, 예배가 묻어난 삶) 의 제작자인 L모 선배다. 애기를 등에 업고 나왔다. 우석훈 블로그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데 눈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어랏, E다.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기독 신문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돌아와서 보니 탑기사를 썼구나. 바쁘게 어디론가 가는 E에게 잠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려고 보니, 내 뒤에 앉은 사람이? 덜덜덜 최규석이다. 이럴 수가. 안그래도 모과넷에서 보고, 시위 종종 나간다는 것 알고 있었고, 언제 만나게 되는 행운이 내게도 찾아올까, 싶었는데 이렇게 놀라울 때가. 나도 모르게 그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급 당황하는 최규석씨에게, 최규석씨 맞으시죠? 하고 그냥 앉아버렸다. 그치만 나 최규석씨한테 손피켓도 건네주고, 촛불도 건네줬다. 괜히 혼자 의미부여하면서 ㅋㅋㅋ 김밥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미약하여... 그런데 나중에 뒤를 돌아보니, 김밥 사드시고 계시더라. 하하하.

그럼 나는 여기서 왜 요란하게, 오늘 내가 만난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인맥이 넓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그럴리가. (넓지도 않다, 그저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일 뿐)
최규석씨를 만났다고 뽐내고 싶어서? 흠 좀 그런것 같기도 하고. ㅎㅎ

나는 개별로 그곳에 존재했지만, 우리는 연결된 존재구나, 라는 걸 문득 느껴서이다. 가끔 시위의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절대 혼자가 아니었구나.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돼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걸 보면, 실은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과 나는 이모습 저모습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당신도 여기 함께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이 내게 힘이 되고, 여기 서 있는 나의 모습이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이 되고 있구나, 연대의 시작은, 이렇게 존재만으로 옆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거구나. 여섯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라는, 인맥 네트워크를 얘기할 때 주로 쓰이는 실용적 MB스러운 이론을, 우리는 이 곳에서 우리다운 희망의 이론으로 바꾸고 있구나. 여섯다리만 건너면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들이라고, 그래서 서로에게 희망의 증거로 남는,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고. 사실 별것 아닌 생각인 것 같고 좀 유난스럽기도 했지만, 원래 난 오버가 심하니까, 괜히 또 좀 찡하구 그렇더라. 하하. 역시 오버쟁이.

2

오늘 함께한 우석훈 블로그 사람들은 액션로망이라는 깃발을 만들어서 가지고 나왔다. 액션로망, 우석훈다운 명랑한 언어이면서도,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꼭 어울리는 말들이구나. ㅎㅎ 오늘 밤 이렇게 또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된다. 우리로 인해, 우리의 지경이 넓어지길. 나로 인해 그들의 지경이 넓어지고, 또한 그들로 인해 나의 지경이 넓어지길.

3

시비돌이님은 그곳에서 작가 지승호,로 수많은 팬들과 함께했다. 팬레터 보냈는데 받으셨나요? 부터 시작해, 사인받을 책을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고, 인터뷰어 지승호를 인터뷰이로 만드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언제부터 인터뷰를 시작하셨나요? 부터 시작해서 ㅎㅎ) 나와 농담따먹기 할 때와는 다른 모습. 거기 계신 분 중 몇은 시비돌이님의 유머가 나올 때마다 이해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유머 강해를 했고 나는 거기서 나름의 엄격한 기준으로 언어 유희적 차원에서의 유머의 등급을 나눠 평가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팀사람들이 유머할 때마다 하는 일 ㅋㅋ)

4

디테일한 진행의 미숙함이 진정성을 가리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예배의 메시지는 좋았다. 흔하게 들었던 말이지만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라는 기도문이 이렇게 마음에 박힐 수가 없다. 모든 말들이 그렇다, 늘 당연하게 듣다가도 꼭 마음에 와서 꽂히는 순간이 있다. 산만한 분위기였지만, 손모으로 눈감고 진심으로 함께 기도했다. 내가, 아니 우리 모두가 평화의 도구가 되면 좋겠다고.





댓글(9)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7-0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최규석씨도 만나고 좋았겠당! 부러움 모드로~~~ㅋㅋㅋ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구나~~~ 그런 감동 알 것 같아요.
평화의 도구가 되고자 광장으로 모여드는 모두를 위하여 기도해요!

웽스북스 2008-07-06 02:43   좋아요 0 | URL
네네 감동
최규석이 눈에 보이던 순간은, 정말 정말 으흑 ㅜㅜ

니나 2008-07-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자로 오는 실시간 네트웍 중계 좋았다규 ㅎㅎ 울 교회 게시판에 사진 많이 올랐더라^^

웽스북스 2008-07-06 02:51   좋아요 0 | URL
으흐흣 그렇지? 사진도 가서 봤음 ㅋ

마노아 2008-07-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액션로망'이 여기서 나온 말이군요. 아주 액티브하게 들립니다.
우리 모두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아, 그런데 최규석님을 또 만나고 온 건 완전 부럽군요!

웽스북스 2008-07-06 02:51   좋아요 0 | URL
으흐흐 그쵸그쵸 ㅋㅋㅋ

갑자기 임영신님의 말이 떠오르네요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곧 길입니다

이리스 2008-07-0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넷에서 님 이름 보고 혼자 씨익 웃었어요. :)

웽스북스 2008-07-06 02:51   좋아요 0 | URL
으흐흐 실은 저두요 ㅋㅋㅋ

순오기 2008-07-07 03: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나도 웃었어요.
짧은 글도 하나 올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