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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은 좀 정신없이 바빴다. 머리쓰는 일이 아닌, 궁극의 노가다 3종 세트를 해내느라 그랬는데 (-_-) TM부터 시작해서(그러니까, 전화돌리기 -_- 뭘 판건 아니구 ㅋ), 봉투붙이기에 이르더니, 심지어 오늘은 엑셀 자료 입력까지. 하하하. 원래 노가다는 머리쓰는 일보다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드니, 가끔은 내가 좀 단순노동 체질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모처럼 업무시간에 초집중하여 엑셀자료 입력을 했으니. 그냥 이런 거 하면서 돈은 조금만 벌면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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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값이 나왔구나. 으흠,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내 카드명세서를 보면 알 수 있지. 어쩜 이렇게 크게 들어간 돈 하나 없이 질금질금 썼는데, 저리 무서운 숫자를 만들어내는 걸까. 지난 달 목표가 책값과 커피값 아끼기였고, (으흠, 구매내역을 보면 약 3주 정도 구매버튼을 아예 안눌렀다, 오오옷) 나름 잘 해냈는데, 그만큼 고스란히 또 다른 데 쓴 걸 발견하고는 좌절했다. 아무래도 돈을 좀 묶어놔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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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묶어놓고 싶은 건 아무래도 청와대에 있는, 지난 한달간 쥐의 품격을 제대로 격하시켜주신 (아, 우리는 쥐박이라고 할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쥐에게 미안했던가. 도무지 쥐가 무슨 죄란 말인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동급으로 몰락한 쥐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그분이 아닌가 싶다. 뉴스를 보며 광화문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토요일까지 준비해야 하는 발제가 있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놓고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사건? 늘 이런 식이지 -_-) 뭐 얼마나 뻑적지근하게 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귀한 시간을 도둑질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해야 할 일을 버리지 못하는 소심함이 나의 힘이긴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스스로의 한계이기도 하다. 게다가 해야해 해야해,를 달고 다니면서도 꼭 최후의 순간까지 미뤄놓는 것. 이건 나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힘이다 -_- 최후의 순간에는 업무능력이 꼭 2배 이상이 되더라. 하하하. -_- 어제도 칼퇴근을 위해 초집중을 발휘해 일을 마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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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칼퇴근은 평화방송과 창비에서 주관한 김형경, 최규석과 함께하는 북콘서트에 가기 위해서였다. 김형경 작가의 책은 예전에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엔 조금 뜸하다. 최규석을 좋아하긴 했지만 평일 홍대에서 하는 콘서트는 신청할 엄두가 안났다. 초칼퇴근은 늘 불안하니까. 그런데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고 나는 바로! 콘서트를 신청했고, 사연도 궁극의 비굴함으로 작성해 (심지어 노래방 가면 서영은 노래 꼭 부른다는 얘기까지 했다매? ㅋㅋ --> 서영은도 게스트였음) 뽑혀서 무겁게 사인받을 책도 세권이나 들고 머나먼 홍대까지 출타를 하셨다. 아흡, 네꼬님이 잘생겼다고 했을 때도 사진을 봤을 때도, 그냥 잘생겼구나, 했지, 이토록 초간지나는 분이실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나의 눈은 그만 하트로 변해버렸다. 함께한 시니에님은 미소짓는 입모양까지 하트였다. 아흠.

오늘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막 습지생태 보고서 작가를 만났다고 자랑하면서 (습지생태보고서는 지난 설에 대행사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로 대량 구매해서 보냈던 터라 회사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추석에는 무조건 대한민국 원주민이다 -_- 자기중심적 책고르기라고 해도 어쩔수 없다 ㅋㅋ) 그 작가 그리 훈남이더라며, 아니아니 훈남이라는 말은 그의 매력에 미치지 못한다며, 혼자 또 짧은 언어능력으로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초절정 아름다운 묘사를 해댔다. 훤칠한 키에 군살 없는 몸매, 넓은 어깨, 하루도 운동을 빼놓지 않는 부지런함 덕에 보기좋게 발달한 잔근육들 -_- 잘생겼으나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외모에, 사투리 섞인 수수한 말투로 가끔 던지는 말에는 매력이 뚝뚝 묻어나 분명 하나도 안웃긴 말인데 말만 내뱉으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고.

나는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면서 분명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는데, 정작 손들어 한마디도 물어볼 수 없었다. 어후, 너무 부끄러워서 원. 나 그래도 두권 다 들고 가서 꿋꿋이 사인 받았다. 이 책은 00로부터 선물받았습니다. 라고 이야기하자 '그럼 사신 게 아니네요?' 라고 건네는 농담. 하하하. 그래서 열씸히 선물하고 있습니다! ^_^ 사인에는 본인의 얼굴까지 그려줬는데(나만 그랬다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_^), 배달되어 오지 않은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으흑.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오늘 배달되어 왔다. 맨 앞에 있는 사랑은 단백질, 이라는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셀마의 단백질커피라는 이름으로 오늘 개봉. (세가지 이야기 중 가운데) 지난 번 은하해방전선 볼 때 인디스페이스에서 예고를 해줬다. 보러가야할텐데. 풍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가던, 하늘을 날고 싶어하던 닭돌이를 만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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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닭돌이를 위해 풍선 날개를 달아주는 재호군같은 친구는 없지만, 예전에 나를 투명날개라고 불러주던 친구가 있었다. 세상에, 난 하나도 착하지 않은데, 그 친구는 나의 어떤 면을 봤기에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다. (실은 그친구 하나였다, 나를 그렇게 불러준 친구는, 살면서) 그런데 정말 재밌는 건 그렇게 믿고 있는 친구 앞애서는 내가 정말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투명날개의 모습이 되더라.

순오기님이 생일(생신이라고 일부러 안썼어요 ^_^)을 맞아 책선물을 맞은 페이퍼에 알라딘이 아니면 이 분들을 어떻게 만났을까, 라고 쓰신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보면서 나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나도 알라딘 덕에 발랄한 아가씨 이미지를 하사받아 많은 사람들과 즐거운 관계를 맺고 있지만 실은 난 그리 발랄한 아가씨가 아니다. 심지어 스스로 사교적이라 믿는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다소 까칠한 아가씨에 가깝다. 첫 알라딘 정모를 갔을 때는 부끄러워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누군가 다가와주기 전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던. 허나 그렇게 믿어주고 있는 이들 앞에서는 내가 발랄한 아가씨가 되나보다. 따뜻한 사람이라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는 스스로 좀 더 따뜻해지나보다. 이건 노력에 의한 건 아닌 것 같으니, 아마도 나도 모르게 그런 에너지가 숑숑 나오나보다. 털짱님 말처럼 마법가루가 숑숑 뿌려지는 건 아닌지. 하지만 그 마법가루는 내가 아무리 피터팬과 팅커벨의 친구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지만, 나에게만 주어진 것은 아닐게다. 누군가의 좋은 부분을 진심으로 믿고 격려해줄 때 나오는 마법같은 힘이 아닌가 싶다. 

알라딘을 통한 만남들이, 나 역시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이건 순오기님의 글에 대한 답글이기도 하고, 어젯밤 시니에님이 보내준 문자에 대한, 매우 긴 답문자이기도 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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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06-2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의 불라 사랑은 끝이 없군요 ㅎㅎ
덕분에 저도 언제 한 번 꼭 가봐야지하고 생각중 ㅎㅎ
궁극의 노가다 3종은 정말 하고 있을 때는 의욕 만땅.
근데 '다했다!'하는 순간 왠지 막 허무해지더라는;;

웽스북스 2008-06-26 22:57   좋아요 0 | URL
아 오늘 친구가 가자고 꼬셨는데 제가 안된다고, 할일 있다고 막 그랬거든요 ㅋㅋㅋ 그 친구를 의식한 태그라는거 하하하 ㅋㅋㅋ 그리고 저 불라의 영업부장이잖아요 ㅋㅋㅋ

궁극의 노가다 3종은 하고있는 중에도 제스스로 좀 지겨워지기도 해요 근데 손에서 절대 끊을 수가 없다는 ㅋㅋㅋ

니나 2008-06-27 15:55   좋아요 0 | URL
원래 우리 기숙사 살때 시험 전날 수다 최고로 많이 떨었잖아 ㅋㅋ 난... 니가 불라에 왔어도 되었으리라는걸 알고는 있었어:p

순오기 2008-06-27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 이름이 나오기 전에, 최규석이 누군지 알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막 행복해하고 있었는데...ㅋㅋ 제이드님도 생일(일부러 생신이라고 안 썼어요~) 이런 멘트를 남겼던데. 우리말의 존칭은 안 쓰면 미안한 맘이 들게 하는가?ㅎㅎㅎ 시니에님이랑 또 만났군요~ 좋았겠다!^^ 이 페이퍼 읽고, 습지생태보고서도 봐야겠다 생각함.
알라딘 사랑, 알라딘 중독은 이제 끊을 수없는 대세야!!

마노아 2008-06-2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요일만 아니었음 저도 신청했을 텐데 아쉬워요ㅠㅠ 공룡 둘리- 이 책 주문하고 안 읽었군요. 그런 게 너무 많아서 셀수도 없지만...;;;; 대한민국 원주민은 보관함에 있어요. 참고 참고, 적어도 공룡 둘리-는 읽고서 사야지...막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2008-06-27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8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