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늦은 퇴근 후 쓰다가 엎어져 잠든 일기 (어제 = 그제 / 오늘 = 어제)

어제는 늦은 귀가후 이래저래 뉴스, 중계방송(?) 등을 찾아서 보다 보니 4시가 넘어서 잠들었나보다. 오늘은 상상만으로도 악소리나게 바쁠 것 같은 하루였기에, 나는 출근길부터 긴장이 됐다. 할 일은 많은데, 남은 시간에는 슬슬 손 놓고 있었던 왕건이 업무도 들어가야 하니, 도무지 정신적 물리적 짬이 없다. 그래도 간간히 알라딘을 통해 올라오는 소식들을 접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뉴스도 읽긴 했으나, 역시나 평소에 비하면 어림없는 딴짓.

심지어 오늘부터 5주간 회사사람들과 단체로 사내 강의실에서 모 강의도 들어야 하는 관계로 결국 12시 가까운 시간에 퇴근 카드키를 찍었다. 비는 내리는데, 나는 우산도 없이, 콜택시도 부르지 않고 그냥 국기원 사거리를 향해 걸었다. 모범택시를 탈 생각이었는데 이조차 잡히지 않아 결국 콜택시에 전화한다. H콜택시에게 거절을 당하고, K콜택시에 안양차와 겨우 연결이 돼 통화를 한다. 교보사거리란다. 금방 오시겠군.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아저씨. 심지어 중간에 10분쯤 기다린 후에 안양 차가 빈차로 내 옆을 서성거렸다. 내가 안양살게 생겼나? -_- 그 콜택시인가 싶어 물어보니 아니지만, 콜 취소하고 타라고 하신다. 잠깐 망설였으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원래 잡은 콜을 기다린다. 강남지리를 잘 모르는 아저씨는 빙빙 헤매고, 나는 점점 거세지는 빗발을 온몸으로 맞이해주며 -_- 그렇게 택시를 기다렸다.

결국 20분도 넘게 기다리고서야 택시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국기원사거리가 안찍힌다는데 우짤꾜 -_- 그냥 웃으며 용서해드리고 타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아저씨 적반하장이시다. 그래도 손님은 운좋게 택시 잡으셨네요. 이 근방에서도 못잡는 분들 많아요. 제가 이리로 지나갔으니 다행이죠.

순간 어/이/상/실

아저씨, 저 안양차 한대 보내고 10분 더 기다렸거든요 ㅜㅜ 지금 아저씨가 길 못찾으시고 엄청 헤매시는 바람에 이렇게 비 쫄딱 맞고 있었는데 운이 좋다니, 정말 너무하신거 아니에요?

라고는 물론 속으로만 말했다. -_- 나의 최대 반항은 하하하 하며 한번 썩소를 날리고 귀에 이어폰을 꼽는 것이었다. 택시아저씨와 종종 노닥거려드리는 거 잘하지만, 오늘 저 아저씨와는 필요한 말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테다. 라고.


바쁘고 정신없는 만큼 괜스레 시간에 더 민감해지는 요즘.이어서 더 화가 났나보다. 토지는 집에서만 읽기로 결심했기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나는 고스란히 그 시간을 잃게 되니. 그래서 그 늦어져버린 시간만큼 화가 났음에도 용서해드리려고 했는데, 적반하장이라니. 택시아저씨 정말 정말 미워요. 복수의 침묵을 받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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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6-0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그냥 오래 기다리셨죠 고생했어요 한마디만 했어도 될 것을.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웽스북스 2008-06-03 23:21   좋아요 0 | URL
그죠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무스탕 2008-06-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비스업종 종사자가 정말 인사가 박하네요.
네비를 업시키고 다니던가.. -_-+
감기는 안걸렸어요?

웽스북스 2008-06-03 23:23   좋아요 0 | URL
네네 흑흑 ㅜㅜ

아저씨 정말 미워요
오늘 택시요금 영수증 보면서 한번 더 째려봤지요

니나 2008-06-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 그순간 속으로만 말하게 되는 슬픔~ 그러고 말면 되는데 곱씹어지는 아픔~ㅋㅋ

웽스북스 2008-06-03 23:24   좋아요 0 | URL
역시 그부분에 집중해줄 줄 아는 당신 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6-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어제 3시에 퇴근했어요...아니구나 오늘 3시..그러니까 오전3시..^^

웽스북스 2008-06-03 23:2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나름 저랑 같은날 퇴근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