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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께서 바뀐 이후로, 내 스스로 속도 조절이 가능했던 회사생활이 갑자기 숨가빠진 느낌이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이것들이 다 덩치가 큰 것들인지라 매우 심히 각이 안나오는데다가 매일 매일 회의도 많고 할 일도 많고... 정말 하루하루를 내가 종종거리며 뛰어다닌다는 느낌이다. 잘 해내면 다행인데, 그나마도 적응되지 않는 속도에 여기저기 숭숭 뚫려 있는 구멍이 딱걸려버리는 건 아닌지, 매우 걱정되는 요즘. 어제는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었는데 연속 회의를 마구 쫓아다니던 때인지라 그 메신저를 씹은 걸 오늘 아침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야 생각이 났다. 엉엉. 메신저로 노닥거리는 건 나의 취미생활이었는데. 엉엉. 알라딘에 간간히 들어와 잠깐 놀다 나가는 것도 내 즐거움이었는데. 엉엉. 일하면서 음악을 듣고 여유를 즐기는 건 나의 위안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요즘. 심지어 소설책 읽을 시간까지 마케팅 서적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아 쓰고보니 정말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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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어제도 라캉 강의를 (처음으로) 빠지고 야근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허나, 두번의 연속 회의에 진이 빠져 (심지어 저녁 먹고 와서도 회의가 잡혀 있었던) 그만 노래방에 가자는 부장님의 유혹에 홀랑 넘어가 일을 버리고 또 놀았다. 이러니 바쁨은 누적되지 -_-
그런데 난 그만 노래방에 가서 기절. 부장님은 박화요비의 노래, 장혜진의 노래 (심지어 1994년 어느 늦은 밤) 인순이의 거위의 꿈, 이런 것들을 '키를 전혀 바꾸지 않고' 소화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반칙이다 -_- 거의 팝페라가수같은 스타일이랄까. 성악을 해도 좋았을 뻔했다. 내스타일의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수준. 하룻밤에 노래방을 두번이나 간것도 첨이고, 하루걸러 또 노래방에 갔던 것도 처음이고, 5차까지 가본 것도 첨이고, 5일 연속 술을 마신 것도 처음이다. (그것도 주종 바꿔가며 ㅋㅋㅋ 마신양은 다 합해봐야 남들 하룻밤치도 안된다며 누가 비웃긴 했지만) 나 아무래도 점점 '놀이형 인간'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느는 건 탬버린 실력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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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전후로 해서 파란만장했던 일정들을 들으면 돌아오는 소리는, 흠 님 체력 좀 짱인듯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들이다. 내가 체력보다는 체격이 좋고, 사실 체력은 좀 허당이긴 한데... 이런 체력도 정신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일할 때는 안나올까. ㅋㅋ 역시나 놀이형 인간인가봐. 흐흐. 그런데 아직도 그게 극복이 안되서 집에만 오면 쓰러져 잔다. 결과는 며칠째 업데이트되지 않는 알라딘과 노다메를 넘어선 내 방이 보여준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