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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라고 해놓고 실은 일상이 아닌 것들을 적게 되는 곳이 블로그나 미니홈피 같은 곳인 듯하다. 내 현실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지난하고 지루할 일상에 대해서는 사실 쓸 이야기들이 없다. 대신 일상이 아닌, 특별한 것들이 일상인 것인 양 둔갑해 이런 폴더를 채우다 보면 내가 굉장히 즐겁고 명랑하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스로마저 착각할 정도로.
어제는 보고서 막바지 작업으로 좀 정신이 없었다. 오늘 아침까지 드리기로 했는데, 실은 아직도 작업할 게 남았다. 2007의 오류 화면을 서른번쯤 만나니, 이제 저장 버튼도 저절로 한장 할 때마다 누르게 되고, 짜증도 안난다. 그냥 또 오류났니? 하면서 파일을 열 뿐. 그런데 그러다보니 작업 시간이 예상 외로 길어졌다. 퇴근 시간은 거의 12시. 실은 더 남아있어서 오탈자를 찾겠다며 파일을 집으로 보내고 프린트해서 가방에 스윽 넣고 집에 왔으나 노트북을 켜고 끼적끼적하다가 그저 침대에 쓰러져 잤을 뿐이다. 아, 아침에 일어난 후 몰골이 참 처참했는데 제일 처참한 건 내 몸을 지나던 노트북선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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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커피에 쓰는 돈을 줄여보겠다며 (커피를 끊겠다는 게 절대 아니다!) 홍차를 마시고 있다. 홍차에 카페인이 더 많이 들었다던데, 라는 말은 별 효용이 없다. 왜냐면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한 거니까. 그리고 책값도 줄이겠다며 중고샵도 안들어갔다 ^-^V
이번달의 목표는 책값, 커피값 아껴 옷사자! 야, 라고 하면 주변에서 어이 없다는 듯 비웃는다. 내가 봐도 좀 어이없는 문구이긴 하지만, 지난 3월에 중고샵에서 너무 질러주신 관계로, 실은 단 한권도 사지 않아도 향후 몇개월은 끄떡 없을 듯 하다. ㅋㅋㅋ 하여 목표는 중고샵 들어가지 않기 (쓸데없는 책을 사게 되는 원흉이다, 중고샵 관리자님 미안~) 그리고 커피 대신 홍차 마시기다. 다행히 작년에 이래저래 선물받은 홍차들이 많다. 어제는 로네펠트의 크림드코코라는 홍차를 마셨는데, 매우 사랑스러운 차다. 이 차 덕분에 기분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한잔씩 타주고, 주변 사람들도 기분좋아 하는, 기쁨주고 사랑받는 하루였다. ㅋㅋ
사람들은 남들은 옷값 아껴 책산다는데 너는 어째 거꾸로냐며 비웃는다. 내가 좀 검은 옷들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무난라고 '날씬해보여서' 계속 사다보니, 거기에 맞는 옷 사야지, 하고 또 검은옷, 또 검은옷, 이렇게 되버린 상황?) 게다가 작년에는 옷을 거의 사지 않았더니 (살빼고 산다며 -_- 이젠 포기했다) 이 봄날에 옷입기가 참 난감하다. 다들 앙큼상큼하게 입고다니는데, 나혼자만 봄볕 아래 장례식장 가는 아가씨 모드가 되곤 한다. 올 봄에는 좀 밝게 입고 다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