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대리님은 원래 밥을 조금 먹어요. 어제 밥먹다가 놀라던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시고요.
L과장님은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이시지만 굉장히 예리하고 정확한 눈을 가지셨고요
팀장님은 업무능력으로는 우리 회사에서 거의 베스트라고 보면 돼요, 굉장히 배울 게 많은 분이니 많이 배우는 게 좋을 거에요
그리구 D대리님은 처음에는 좀 무뚝뚝해도, 알고나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새로 들어온 경력 사원을 데리고 내려가 커피를 사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먼저 있던 사람으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팁은
문서화되지 않은 정보들, 타인에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법을 알려주는 것.

내가 지정사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선배로서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실은 이 친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문제.
저 가벼운 말투좀 고쳤으면 좋겠다,
그래도 둘째날인데 좀 격식있게 입고 왔으면 좋았겠다, 하는...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쿨한 척, 웃으며 이야기하는 가식까지 겸비한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렇게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잔인함도 나한테 있구나, 싶어서 실은 좀 놀랐고
그걸 자각하면서도 바뀌지 않는구나, 싶어서 또 놀랐고
그러면서도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선배의 '의무'에는 충실하는구나 싶어서 의아하고

진심으로 좋은 선배가 되는 건 참 쉽지 않구나
선배이지만 또한 후배인 나는, 선배의 진심을 이끌어내는 후배여야겠구나

(이러면서 살짝 후배에게 책임전가 해주는 못된 심뽀라니!)


2

실은 직속 후배를 하나 뽑으라는 오더가 내려왔다
일단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직접 리크루팅해도 좋겠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된 터라 아는 후배도 별로 없거니와
주변에 괜찮은 아이들을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의 세계속에 내 손으로 넣고 싶지도 않다
 
실은, 직장에 아는 사람을 두고 일하면서
일할 때도 부담스럽고, 결과가 좋지 못할 때도 사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회사에서는 아무 조건 걸지 않을테니,
그냥 내가 보기에 괜찮은 사람만 있으면 바로 데려오라고 하지만
정작 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모습들을 워낙 많이 보게 되니,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

뽑아준다고 할 때 얼른 괜찮은 애 하나 집어넣고 바쁜 일 다 털어버리고
새로운 업무들을 하라고 하는데,
여러모로, 참 고민이고 걱정이다


3

방 치운다고 일찍 퇴근해놓고는 오늘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내가 이렇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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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03-1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같아서는 절 데려가세요라고 리본 묶어서 내놓고 싶군요 ㅎㅎ

2008-03-1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9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03-1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직종에 대한 환상이 있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도시락 싸들고 말립니다.

웽스북스 2008-03-19 01:03   좋아요 0 | URL
아이쿠, 도시락값도 만만치 않겠어요 ㅋㅋ
그 직종에 대한 환상이 보통 어마어마해야 말이죠
(갑자기 막 겨울연가가 떠오르고 그르네)

Mephistopheles 2008-03-19 02:26   좋아요 0 | URL
근데근데 저 위의 직장동료 인물품평에 웬대리는 왜 빠진거래요?

turnleft 2008-03-19 02:48   좋아요 0 | URL
그르게요. 정작 본인은 어떤 식으로 설명해줬는지 궁금 +_+

웽스북스 2008-03-19 13:16   좋아요 0 | URL
엄훠, 저야 저 스스로에 대해서는 부끄러워서 얘기 못하죠
대리님은 이러시다면서요...라는 말에 눈 내리깔며, 뭘요, 라며 겸손모드 한방 날려주는 가식을 떨었죠
(쓰고보니 재수없다 ;; -_-)

보석 2008-03-1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이런 게 사회에 길들여지는 거겠지요. 적당히 눈치 보고, 속과 다른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해내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2.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업무에 끌어들이는 건 정말 비추입니다. 한번 그랬다가 중간에서 어찌나 입장이 곤란하던지.

웽스북스 2008-03-19 13:16   좋아요 0 | URL
1. 그런것 같아요, 사회화는 정말 되도 문제 안되도 문제
2. 그렇군요, 좀 강경하게 나가봐야겠어요 ㅋ

L.SHIN 2008-03-1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정리 한다고 일찍 들어가놓고 어제도 나 몰라라 했다...( -_-)

정말이지, 내가 사장이라서 내가 데려다 놓고 잘못되도 내가 책임지면 그만인 경우 말고
남의 회사에 괜찮을 줄 알고 데려왔다가 서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피하고 싶죠.

웽스북스 2008-03-19 16:30   좋아요 0 | URL
흐흐 에쓰님도 그러셨구나나나나~
순간순간 깨끗하게 해놓고 살면되는데 난 참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