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푸는 법 5
숭덩 숭덩 쌓여 있는 나의 테트리스들을 한방에 없애주는 작대기들은 뭐가 있을까
실은 별다른 방법이 없긴 하지만
방금 내가 하고 온 게 테트리스 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으니
그것은 이름하야!
엄마랑 훌라치기
엄마가 어제부터 훌라에 맛을 들이셨다. 동생이 목사님 댁에 컴퓨터를 고쳐주러 갔다가 사모님 동생 내외분과 훌라를 치고 온 얘기를 해줬는데 (이거 얘기가 뭔가 불경하다 -_-)
참고로 나는 동생과는 게임을 해서 이겨본 적이 없다. 동생은 보드게임부터 컴퓨터게임까지를 평정했는데 -_- 물론 기준은 내기준이다. 동생과 보드게임을 해서 이겨본 유일한 게임은 주사위빨로 이겼던 인생게임이다. 주사위에 머리써야되는 거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바로 진다. 부루마블 같은 것도 분명 운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실력인가보아. 그저 난 인생게임만 이겨봤다. 나머지는 처참하다. 흑흑. 머리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그렇다.
동생은 어제, 내가 지난 10월 속초에서 있었던 S언니의 결혼식 전날 밤, 방에서 훌라로 크게 당해 결국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오뎅과 핫도그를 사드려야 했던 사모님 동생 내외분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 그 집은 가족끼리 모여 심심하면 훌라를 하는 집인데 한판에 천원씩 모은 돈으로 얼마 전 눈썰매장을 다녀왔다고 하니, -_- 대단한 훌라매니아다. (이 한판이 게임 한판이 아니라, 100점 내기 뭐 이런식이다) 이 집안을 내 동생이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니가 누나의 원수를 갚아주는구나. 내가 그때 얼마나 서러웠다구. 알고보니 보드 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 밤마다 다진 실력이라고 한다. 엄마는 어제 동생에게 훌라를 배웠고, 둘이 밤새 50판 정도를 했다고 한다. 엄마는 훌라가 화투짝으로 하는 나이롱 뻥(?)이라는 게임과 매우 흡사하다며 좋아했다. 오늘은,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있는 동생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엄마의 손길이 나에게 뻗쳤다. 나는 매우 귀찮았으나 요즘 야양청스교에 빠져 엄마와 놀아준 지가 오래됐다는 생각에 그럼 다섯판만 하는 거야, 라고 하며 엄마와 함께 훌라를 쳤다. (참고로 난 고스톱은 아직도 칠 줄 모른다.)
결국 다섯판은 열판이 되고, 나는 엄마에게 큰 승리를 거두었다. 나는 기분이 좋고, 사모님 동생 내외분과의 기억 혹은 동생과 보드게임을 해서 졌던 기억 따위는 무시한 채, 마치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스트레스가 마구마구 풀린다. 앞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엄마와만 훌라를 쳐야겠다. 다시는 사모님 동생 내외 가족들과 훌라를 치지 말아야지. 내 동생이랑은 절대절대 치지 말아야지. 나는 꼭 엄마랑만 훌라를 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