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도 지불하지 않은 아프락‘식’스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야양청스 정회원으로서 그냥 확! 태그 충동 느껴서 따라 써봤다. (완전 지병으로 자리잡았군...-_-) 그나저나 따라 쓰는 페이퍼도 테트리스 무너뜨리는 데에 깨나 도움이 되더라는. 홍홍~
1. 잠
: 역시 가장 본능적이고도 간편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잠으로의 무한도피. 나 같은 경우 곤란한 일이 생기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헤아려본 다음, 결국 맨 처음 생각했던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후 잠으로 파고드는 패턴을 되풀이한다. 과연 자는 동안은 편안할 것인가. 도리도리. 꿈에서도 역시 고민은 계속된다. 해결되지 않은 일을 껴안고 잠 속으로 도망을 가면 꿈에서 나는 버스를 놓치던가, 신발을 잃어버리던가,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하는 등, 별별 심란한 일을 다 겪는다. 선잠을 잤으므로 몸은 찌뿌드드하고 깨어나는 순간부터 고민 리플레이! 너무 생각을 오래 해서 거의 실신하다시피 잠드는 게 아니라면 소심한 나에게 있어 잠이란 그다지 효과적인 테트리스 해소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엄마의 지청구를 피해서 곤히 자는 척 하는 것은 테트리스 예방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2. 독서
: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읽는다. 대개 학창시절, 시험 끝나고 하던 짓인데 요즘도 뭔가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책을 지르거나 읽어댄다. 이 때 읽는 책들은 주로 각계의 어르신들이 쓰신 에세이집이나 잠언집들이다. 특히 골치 아픈 연애가 끝났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가던 곳은 서점이었다. 만 원짜리 책 한권만도 못한 것 같으니라구! 마음껏 조소해주면서 활자를 통해 위안 받는다. 이런저런 일 숱하게 보고 겪으며 세상 오래 사신 어르신들은 그까짓 건 별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콧방귀를 끼어 주시기 때문에 나는 미련스러운 미련으로부터 멀찌감치 객관적 거리를 확보한다.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3. 여행
: 떠난다. 오감을 열고. 모든 걸 훌훌 버린 채. 휴대폰도 수조에 빠뜨리고? (암만 저렴한 기종이라도 그건 차마 못할 짓) 처음 가는 낯선 곳이든, 예전에 가 보았던 익숙한 곳이든 상관없다. 일단 일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이니깐. 개인적으로는 시끄러운 놀이공원이나 번화가는 별로였고 역시 자연의 품이 좋았더랬다. 나무 냄새를 맡고 바다 바람을 쏘이다 보면 저절로 치유되는 뭔가가 느껴지더라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다시 친숙한 일상과 사람들이 그리워질 때가 온다. 그때 돌아오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니까.
4. 수다
: 다소 뒤끝이 허하더라도 효과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찜질방으로 모여드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소리 내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묵었던 기를 바깥으로 뿜어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수다 끝에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사실 페이퍼를 쓰고 리뷰를 올린다는 것도 수다의 일종이다. 내 의견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때로는 과잉감정의 까칠한 댓글도 올리면서 나름 테트리스를 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참 특징적인 것은, 대개 긍정적인 어조로 글을 쓰는 사람은 페이퍼든, 리뷰든, 거의 항상 그런 반면에 언제나 삐딱한 어조를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페이퍼도, 리뷰도 거의 항상 또 그렇더라는. 가끔 우연히 어떤 서재를 찾아들어갔다가 테트리스만 왕창 쌓여가지고 나왔던 경우도 있었더랬다. 갑자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아주 하잘것없이 느껴지는 동시에, 이토록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 채 호호거리며 지내도 되는가 하는 자책감이 들면서,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지기도 하다가는, 결국 밥맛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칼날 같은 글들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테트리스 벽돌들을 샤샤샥 가루분말로 만들어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든다. 소심한 나는 눈에 먼지 들어갈까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5. 아이스크림
: 나에게 이율배반적 감정을 품고 있던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이 녀석은 나와 친해지기도 전에 나를 너무 잘 파악하는 바람에 오히려 내 쪽에서 까칠하게 굴었던 케이스. “알았어. 알았어. 아이스크림 사줄게!” 이 한 마디에 내가 헤벌쭉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녀석이었다. 나는 모든 게 죄다 마음에 들지 않다가도 배지킨로빈스의 피스타치오아몬드만 입에 넣어주면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아 평상심을 되찾곤 하기 때문에 ‘모든 길은 아이스크림으로 통한다’는 간단한 사실 하나만 파악하고 나면 나와 잘 지내는 건 일도 아닌 셈. 가끔 배지킨로빈스가 안 보이는 곳에서 피스타치오아몬드가 아니면 안 된다고 강짜를 부려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집에 가고 싶단 이야기고 웬만하면 다른 아이스크림도 잘 먹는다. 가게 냉장고에 머리 수그리고 이런저런 아이스크림을 구경하며 고르다 보면 줄기차게 쏟아지던 테트리스 벽돌은 사르르 눈송이로 변해 있다는.
오홍~ 나의 피스타치오아몬드여~ 냐암~♡
이밖에도 장을 봐서 신메뉴 개발을 한다든가, 청소를 한다든가, 커피를 진하게 타놓고 사색에 잠긴다든가,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든가, 영화를 보러 가거나 노래방에 간다든가, 엄마한테 이 힘든 세상 대체 나를 왜 낳았느냐고 발악발악 대들어 본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다. 애인이 있는 사람들은 일일 샌드백 데이트를 즐겨도 되겠군. 어헛... 써놓고 보니 이렇게 부러울 데가. -_-
그리고 혹시 알라딘 내에서 테트리스 해소하고픈 분들은 대개 자정을 기점으로 한 야양청스 집회 시간에 맞춰 관람 겸 참여 하셔요. 게릴라성 막무가내 집회이므로 피곤하시더라도 마냥 넋 놓고 기다리시다 보면 어느 순간 알록달록 댓글들이 스멀스멀 올라올 겁니다. 단, 임산부와 노약자는 관람에 주의하시고 부작용 또한 심각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