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얘기는 많고
시간은 없고
게다가 오늘은 회식까지 했고
머리는 나쁘고
다 까먹을테고
그래도 짧게 짧게 해볼까, 안그러면 계속 못쓸라
일단 사진전 얘기부터
두개의 사진전
무식한 나인고로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전이 안양에서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물론, 세바스티앙 살가도 역시 잘 몰랐다. M언니의 지인께서 알려주셨는데, 이 분은 제주에 계신 관계로 사진전에 오지 못하고 혹시 사진집을 팔거든 사다달라는 부탁만을 남겼단다. 꽤 가까운 곳에 있는 안양 예술 공원은 몇번 가보지 않았으면서도, 혹시나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약간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가게 되는 곳. 갈 때마다 요상스런, 추억같지도 않은 추억이 떠오르는 곳-
사진은 그야말로 멋지더군.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사진들 뿐이다. 가장 좋은 사진은 이해하기 위해 굳이 골머리를 쓰지 않아도, 그냥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뭔가가 있는 사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던 순간이다.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고 불리던데, 과장되지 않았다고 적어도 나는 생각했다. 사진으로 찍은 건데, 분명 스케치가 아닌데, 어쩌면 이렇게도 터치가 고울 수 있는지, 참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몇몇 사진들 앞에서는 조금 먹먹해진다
언니, 전 감히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눈을 갖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나는. 진정 보배로운 것은 당신의 카메라가 아닌, 당신의 눈이라고 결론 내린다.
마음에 드는 사진 몇개를 올려본다.
온라인에서 전부 찾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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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있던 또하나의 사진전은 G언니의 오빠가 하는 전시였다. 오프닝 때 초대를 했는데, 시간이 6시였던 사건. 아무래도 난 언니가 날 놀리려고 부른 거라며 씩씩거렸다. 언니의 오빠는 사진을 찍은지 2-3년 정도 됐는데,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내 서재 메인 이미지인 저 튤립 사진을 찍으신 분도 언니의 오빠다. 저 사진은 G언니가 나를 보면 5월이 떠오른다며 선물해줬었고, 나는 5월도 저 사진도 무척 마음에 든다. 그래서 더, 조금 무리해서 사진전에 갔던 것 같다. (6시까지였는데 살가도의 전시를 보고 나온 시간이 4시 40분 정도였기에 간당간당)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걸린 컬러풀한 사진들이 보인다. 마치 저 튤립 사진의 색채를 떠올리게 하는. 언니는 자신의 오빠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을 봤다고 한다. 조금은 알 듯도 하고, 또 모를 듯도 하고. (이미지를 가져오고 싶은데 저장이 안되는구나)
아래층이 강렬한 색채였다면, 윗층을 부연 안개가 자욱한 느낌이다. 1년 내내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산다는 것은 삶에 어떤 의미일까, 혹은 어떤 영향일까. 또 그 희뿌연 안개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언니의 오빠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것들을 떠올려 본다.
건너 아는 사이지만, 그래도 안다 셈 치고 ^-^ 언니 오빠가 안내소책자에 써놓은 글을 보며 나는 또 막 웃는다, 언니에게 들었던 오빠의 이미지. 동네에 있는 포니 자동차란 포니 자동차에 있는 말 모형을 다 떼서 수집하고, 철물점에 팔아먹고, (그러면서도 걸릴까봐 자기 집 포니의 말은 못떼서, 동네에서 유일하게 말이 제대로 달린 포니를 가지고 있던 언니 아부지) 과학 실험 하다가 불을 내곤 했다던 그 주체할 수 없는 열정적 에너지의 소유자. 그리고 그만큼의, 이렇게 말하지만 정작 나는 알지 못했을, 어쩌면 그 열정의 실체였을지도 모를 삶의 무게와 아픔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역시 나의 능력으로는 헤아리기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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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그 어린 사진가가 이제는 당당하게 세계를 여행하고 또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갸륵한 일상을 담아내며 내 안의 감동들과 세상에 전해야 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진실들에 대하여 감히 사진으로 말하려 한다.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보다는 아직 내겐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하다. 풍요로운 삶의 풍경보다는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내겐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기묘하고 장대한 풍광보다는 거리에서 만나는 소소한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작고 푸른 하늘 한 조각에서 나는 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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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뭔가, 잔뜩 충만해진 것 같은 기분의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