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는 '모순'이라는 컨셉에 의거해 나를 종종 소개하곤 했다
내가 완전 모순덩어리다, 하는 거 보면 말되는 게 거의 없다 -_-
앞뒤가 맞는 것도 별로 없다

나는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도,
오늘의 날씨에 별 관심이 없다
집에서 나올 때 비가 안오면 우산은 거의 안들고다니고
가끔 보일러 펑펑 틀어놓은 집이 따뜻하다고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된통 추운 적도 많았다


오늘 비온다는 소식 있더라,라는 동기의 말에는
그래?

근데 눈올 것 같아요,라는 앞자리 초록별씨의 말에는
하하, 그래요? 난 그런 거 잘 못느껴요-

내가 멍청해서 꼭 닥쳐야 안다, 날씨를-
근데 닥치면 너무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것도 문제


그런데 저녁에 정말 교회 아동부 제자한테 문자가 왔다
눈이와요

회사에 있던 나는 얼른 회의실 창가로 뛰어갔다, 그리고 답장
여긴 안오네, 그래도 고마워 ^^


그리고 잠시 후, 날아온 사내쪽지
밖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건 사내쪽지니까 맞는거지?
창가로 달려가 눈을 본다
와, 정말 많이 내리는구나, 이런 건 맞아줘야지,

일을 정리하고 퇴근을 준비한다


그러나 우물우물하는 사이에, 눈이 비로 바뀌었다
결국 비를 맞으며 퇴근한 셈

올해 아직 눈은 안맞은거야, 그래 안맞은거야, 라고 하는 순간
코트위로 간간히 덩어리진 것들이 보인다
니들, 눈이니? ㅠ (안쳐줘 안쳐줘)



난 올해의 첫눈을 봤지만,
아직 올해의 첫눈을 맞지 않았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7-11-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올해의 첫눈을 봤지만,
아직 올해의 첫눈을 맞지 않았어 2

웽스북스 2007-11-19 23: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어디서 보셨나요? 저처럼 우울하게 회사에서 보신 건 아니죠?

2007-11-20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7-11-2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지도 못했습니다.

웽스북스 2007-11-22 00:2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은 그럼 도넛공주님만의 첫눈을 보면 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