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만에 전화를 받았다. 야구소년(상익)이었다. 강남이란다. 커피를 살테니 회사앞으로 잠깐 오라고 했다. 북꼼에서 만나 보드게임하려고 딱 한번 만난 게 전부인데, 그 때부터 살갑게 메신저에서 인사도 잘하고, 조곤조곤 말도 잘 걸던 야구소년,을 거의 9개월만에 두번째 만난 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부러워할 게 뻔한' 야구소년에게, 내가오늘 우석훈 선생님 강의를 들으러 가지롱-이라는 어투로 자랑을 했다. 그리고 이후에 같이 술도 마실 거지롱-을 얘기하다가, 그 모임 주최자인 지승호님에 대해 얘기하게 됐는데, 어라? '승호형이요?'란다. 안지 7년된 사이란다.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다가 시사모에서 활동했던 얘기를 한다. 어어어, 알라딘에도 있어, 승주나무님이라고, 어라? '승주형이요?'란다. 안되겠다. 우석훈 선생님을 만난다는 사실에 부러워 눈을 반짝이던 야구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구소년, 이따가 와도 되겠네요- 꼭 와요'

2
그런데 늦어버렸다. 이런- 그것도 30분이나 늦어버렸다. 늦으면 밖에 누군가 있어서 안내해주겠지,라고 생각했건만- 알라딘 관계자 분들도 모두 안에서 강연을 듣고 계셨다. 그래, 그러고 싶겠구나, 당연한 걸 생각못했다. 생각이 짧았다. 흑! 내가 좀 마이 소심하다. 민폐같은 거 끼치는 건 죽도록 싫어해서, 밖에서 못들어가고 15분이나 서있었다. 나때문에 신경쓰여서 강의가 잠깐 흐름이 끊길지도 모른다며, 중간에 쉬는시간이 있을 거라며- 하지만 쉬는시간은 없었고, 누군가 화장실 가기위해 나온 틈을 타 슬쩍 들어가 앉았다. 강의 흐름은 안끊겼지만 역시나 민폐다. 기왕 이럴 거였으면 진작 들어갈걸 -_-

3
강의는 거의 끝나가던 중, '이것만 얘기하고 끝낼게요'라니, 흑! 난 2호선 반바퀴를 돌아서 왔는데 말이다. 질의응답 도중 나이조사를 잠깐 해보니, 20대가 70% 이상이다. 우석훈 선생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나도 선뜻 내 얘기를 하기가 힘들다. 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인을 받았다. 무겁게 책을 세권이나 들고 갔다. 구매리스트에서도 밝혔지만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순전히 사인 받으려고 미리 샀다. 이런 얄팍한! 책 세권에 쓰여진 메시지는 모두 달랐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세계의 빛과 같이"
88만원 세대 "희망과 기쁨이 함께하기를"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명랑, 상쾌 통쾌!

개인적으로 이런 디테일 매우 좋아라한다! ^^

4
시비돌이(지승호님)님과의 인연으로 우석훈 선생님과의 뒷풀이를 가질 수 있었다. 맞은편 자리에 앉아 하시는 얘기의 거의 대부분을 듣는 자세로 앉아있긴 했으나, 워낙 시끄러운 장소에서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셔서 100% 다 듣지는 못해 죄송했다. 그래도 자세만은 말 잘듣는 학생 모드 ^^
들었던 강연 끝자락과 사석에서 들었던 얘기는 88만원 세대 리뷰에 녹여볼까 한다. 물론 다 적을 수는 없겠고, 기억력은 점차 흐려져가는 상황 속에서 아직 뒷부분 조금 더 읽어야 하지만-

다만 인상적인 것 한 가지는

이 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과 자신감,
그리고 나 역시 그 믿음이 꼭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응원을 보내게 된 것

그치만 나 역시, 누군가, 누구든 잘 싸워주세요, 내가 응원할게요! 라고 말할 뿐
내가 나가서 싸울래요,라고 말하지는 못하는 20대인걸


5
1차 자리에서 우석훈님 얘기만 듣느라 난 고개를 옆으로 돌릴 새도 없었다. 얘기해보고 싶었던 다른 분들과 얘기하지 못한 게 아쉬워 늦은 시간임에도 따라간 2차, 하지만 난 거기서도 방청객 모드ㅋ 그러고보니 그날 계속 방청객 모드였구나

우석훈 강연회 방청객
우석훈 대담 방청객
무한주사 방청객 ㅎㅎ

집에 '금방 가요'라고 말한지 1시간 30분 후 먼저 일어나 집에 오니 새벽 3시다. 신촌에서 택시를 타고 온 건 처음- 택시비가 3만원 가까이 나오는구나 하하하! (신기록 달성) 조용히 들어가 화장도 안지우고 옷도 안갈아입고 바로 쓰러져 잤다는 충격적으로 쪽팔린 사건 (안쓰면 그만인 것을 쓰는 건 또 뭐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ani 2007-11-1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님의 강의 다녀오셨나봐요.. 저도 기회가 되면 꼭 만나뵙고 싶은 분인데.. 왕부럽네요. <88만원 세대>는 저에게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어요.

웽스북스 2007-11-19 01:20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에서 주최한 강의에 기회가 되어 다녀왔답니다. 하니님 반가워요! (하니님 서재에서 친한척 해놓구 슬쩍 뻘쭘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

순오기 2007-11-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용~ 전 수능 끝낸 딸이랑 가고 싶어 신청했는데, 광주라고 안 뽑아줬나 봐욧~씩씩! 스케쥴 바꿔서라도 갈려고 그랬는데... 하지만, 님의 후기로 맛보기합니다!

웽스북스 2007-11-19 03:40   좋아요 0 | URL
스케줄 바꿔서 갈겁니다, 라고 우겨보시지 그러셨어요 ^^ 제가 후기를 더 상세히 올렸으면 좋았을걸, 어쩐지 자기중심적 후기를 남긴 것 같아 죄송하네요

마늘빵 2007-11-1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3만원씩이나 나와요? 어휴. 그냥 밤새시지 하하.

웽스북스 2007-11-19 12:02   좋아요 0 | URL
다음날 일정만 없었어도, 부모님의 압박만 없었어도
그러고 싶었답니다 정말 ㅠㅠ

다락방 2007-11-1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도대체 88만원 세대가 뭐길래 다들 이렇게 극찬하는걸까요. 저도 이참에 살짝 읽어봐야겠어요. 아울러 웬디양님의 리뷰 기다릴게요.

웽스북스 2007-11-19 12:02   좋아요 0 | URL
제 리뷰는 언제 올라올지 아무도 몰라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