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두식 교수님의 평화의 얼굴 출간 소식을 듣고 얼른 그 책을 사리라 결심했으나, 그 때는 이미 내가 한달간 도서구매 금지령을 내린 뒤였다. 나중에 사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책에 1000원 할인 쿠폰이 떴다, 아으 정말 어찌나 고민되던지, 현명한 구매자라면 할인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거늘, 나는 고민 끝에 그 책을 한달간은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의 결심은 1000원보다 비싼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1000원에 결심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지는 말자,라고 다짐했고, 결국 나는 할인 기간이 지난 후 1000원을 더 주고 그 책을 샀다. 참 미련한 짓이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며칠 앞두고 신간 판매량이 치솟았을 것이라 예상되는 요즘이다. 왜 나는 꼭 이런 시기에만 스스로에게 구매금지령을 내리는지, 10월 한달간 또 책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요즘, 정말이지 멋쟁이 신간들이 쏟아져나온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 책을 사게 되면 이번에는 1000원의 손해가 아니겠지, 나는 또 흔들리기 시작한다. 때맞춰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초호화 할인쿠폰까지!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여전히 그 책들을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면서, 꼭 나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돈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긴다. 돈에 대한 오만함이 아니라, 나에 대한 존중이다. 어쨌든 시덥잖은 결심이라 해도, 돈과 바꾸고 싶지는 않다. 미친듯이 지금 당장 꼭 읽고 싶었다면 그 결심을 무너뜨렸을지도 모른다. 미묘하지만 확연한 차이이다.

하여, 나는 요즘 침만 흘리고 있다. 그치만 책꽂이에는 여전히 좋은 읽을 책들이 가득하므로 애써 위로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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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0-1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사고 싶은 책은 18개월 기다려서 사요.
신간은 사놓고 한 번 읽고 안 보는 경우도 태반이라.
사실 뭐 한 푼도 못 버는 백수 주제에 책 값으로 펑펑 써대는 것도 좀 그렇지만 ㅎ

웽스북스 2007-10-18 00:44   좋아요 0 | URL
ㅎㅎ 그쯤 되면 옥석이 가려지긴 하죠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마음이 불끈거리긴 하지만 ㅋㅋ

Jade 2007-10-18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고싶은 책들이 많았는데 이번달 지출이 커서 꾹꾹 참고 있었어요. 그러다 20일부터 책값이 오른다는 말에 결심을 저버리고 냉큼 사버리고 말았답니다...ㅡㅜ 저도 웬디양님을 본받아야겠어요!

아 그리고, 옆에 '나생문'이 있네요 ㅎㅎ 저도 저 책 참 좋았어요. 영화 라쇼몽은 '덤불 속'이었죠? 암튼 영화도 재미있었고 ㅎㅎ 뒤늦게 발견하고 막 좋아하고 있어요 ^^

웽스북스 2007-10-18 09:35   좋아요 0 | URL
저의 문제는 꼭 결심을 만인에게 천명하는 바람에 진짜 '결심'으로 만들어버린다는데 있어요- 흐흐 그냥 참는 정도였다면 저도 질렀을 거에요 제이드님 ^^
크크 그리고 제이드님도 같은 작품을 좋아하신다니 반가워요 ㅎㅎ 아쿠타가와류노스케는 더 읽어보고 싶어서 리스트에 꾹꾹 담아놓고 몇권 사놨는데 계속 못읽고 있어요 (역시 꽂힌 순간 화라락 읽어야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