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두식 교수님의 평화의 얼굴 출간 소식을 듣고 얼른 그 책을 사리라 결심했으나, 그 때는 이미 내가 한달간 도서구매 금지령을 내린 뒤였다. 나중에 사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책에 1000원 할인 쿠폰이 떴다, 아으 정말 어찌나 고민되던지, 현명한 구매자라면 할인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거늘, 나는 고민 끝에 그 책을 한달간은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의 결심은 1000원보다 비싼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1000원에 결심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지는 말자,라고 다짐했고, 결국 나는 할인 기간이 지난 후 1000원을 더 주고 그 책을 샀다. 참 미련한 짓이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며칠 앞두고 신간 판매량이 치솟았을 것이라 예상되는 요즘이다. 왜 나는 꼭 이런 시기에만 스스로에게 구매금지령을 내리는지, 10월 한달간 또 책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요즘, 정말이지 멋쟁이 신간들이 쏟아져나온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 책을 사게 되면 이번에는 1000원의 손해가 아니겠지, 나는 또 흔들리기 시작한다. 때맞춰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초호화 할인쿠폰까지!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여전히 그 책들을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면서, 꼭 나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돈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긴다. 돈에 대한 오만함이 아니라, 나에 대한 존중이다. 어쨌든 시덥잖은 결심이라 해도, 돈과 바꾸고 싶지는 않다. 미친듯이 지금 당장 꼭 읽고 싶었다면 그 결심을 무너뜨렸을지도 모른다. 미묘하지만 확연한 차이이다.
하여, 나는 요즘 침만 흘리고 있다. 그치만 책꽂이에는 여전히 좋은 읽을 책들이 가득하므로 애써 위로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