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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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간만에 여러대목에서 빵 터지며 책을 읽었다.

재밌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진짜 재밌다. 

설마 이 가족 정말 이렇게 살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 매우 현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말이다. 

작가 본인의 이름과 모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범상치 않다. 

우리 엄마아빠와 나를 두고 이런 관계를 상상도 못하니까. 


"길고 뿌리깊은 역사의 흐름을 명랑하게 거스르는"

책에 대한 소개를 읽으며 이갈리아의 딸들 한국버전인가? 했는데 

그러고보니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으며 감탄 했던 것이 벌써 25년 전이다. 

어쩌면 이런 책이 지금쯤 나와줘야 하는 시기 였다는 생각을 했다. 


2.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모부가 그녀를 비꼬듯이 말하는 이 대목마다 웃었다. 

성공한 이슬아 작가를 축하한다. 

최근 한국의 문학 지형을 보면 여성작가들만 성공하는 것 같아서. 이것은 필연인지. 


'낭독회는 김장중에 시작된다' 

이슬아가 자신의 뿌리를 이야기하는 모녀3대의 이야기

엄마들은 딸들의 수호신이었고, 동시에 지긋지긋한 굴레이기도 했다. 


가부장을 가녀장으로 대치하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가볍게 휘리릭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아픔과 고통이 명랑으로 대치되어 좋았다. 


에세이를 즐기지 않아서, 이슬아 작가를 처음 읽었다. 

다음 소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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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봄, 외도의 시작은 에볼라 홈즈 때문이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만드는 것이 세상 귀찮아 안보던 넷플릭스를 에볼라가 궁금해 시작해 버렸다. 

그녀와 라디야 포예트를 만나고  헌바이헌의 개미편을 눈물흘리며 보고 나서는 온갖 하드보일드, 범죄,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애니매이션을 보느라 정신차리고 보면 새벽3시인 날들이 6개월쯤 이어졌다. 이미 왓챠에도 아이디가 있었고 미스마플, 인데버, 피셔, 머독 시리즈에 나쓰메 우인장을 아끼며 야금야금 보고나니, 어느샌가 장송의 프리렌에 매혹되어 , 약사의 혼자말을 끊을 수는 없는 2025년 이다. 


2. 

넷플릭스 슬슬 물려서, 이거나 저거나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2년만에 책으로 귀환 작품은 코드1030. 

이 맛이다. 

눈으로 활자를 읽고, 책장을 넘기고, 종이냄새에 익숙한... 이 맛을 내가 좋아한다구.  

넷플릭스와 왓챠를 끊지는 못했으나, 첫사랑에게 돌아온 느낌 

파친코에 이어 가녀장시대를 읽고 있다. 재밌고 흡족하다. 

미처 몰랐는데 책이 그리웠나봐. 


2년만에 나를 일상으로 옮겨준 리 차일드에게 고마워서 아끼며 남겨둔 잭 리처를 순서대로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넷플릭스, 왓챠로의 외도에도 책은 나를 버리지 않았으니, 고맙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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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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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지요."

이 말이 반복해서 나온다.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문장인데 설득력 있다. 


"선자는 평생 다른 여자들에게 고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가 어릴때도 고생하고 아내가 돼서도 고생하고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고생이라는 말에 신물이 났다. 고생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양진과 선자와 경희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날때부터 평등하다는 근대의 이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특히 권력에 가까운 엘리트들은 지금이 조선시대인줄 안다. 

고위공직자들과 정치한다는 분들이 비서나 보좌관을 대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자기들을 모셔야 하는 줄 알아. 

노비니? 


그럼에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캐릭터가 모범적이긴 한데 

나같으면 상이라도 들어 엎어야 할 것 같은 장면에서 이분들은 불평 한다미가 없이 순종하셔서 

별을 네개만 선택했다. ^^;


저출생이 문제라던대 어릴때 고생한 여자들이 아내가 돼서도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기 싫어서 결혼이나 출산의 선택지를 미래에서 지워버린 탓이다. 

100년전이라면 모를까, 왜 고생할 것이 뻔한 삶을 선택 하겠냐고. 

그러니 여전히, 아직은 양진과 선자와 경희의 시대다. 

그래도 그녀들의 삶을 따라가는 소설은 재밌다. 



2. 

하필이면 망해가는 조선에서 태어나 도망치듯이 일본에 가서 사는 사람들 

선자부터 솔로몬까지 그렇게 3대를 살아도 여전히 자이니치다. 


"우리는 자칫하면 추방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을 일본에서 살고 파친코 여러개를 운영하는 사장이 되어 겁나 부자가 된 후에도 모자수는 여전히 조선인이라 언제든 추방 될 수 있다. 

태어나서 평생을 산 나라가 나를 이방인으로 취급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 맞지만, 여전히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고 인간은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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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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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릴때 뉴욕으로 간 이민진

대학교 3학년때 강좌에서 '자이니치'라는 용어를 알게된다. 

식민지 시대에 이주한 조선계 일본인과 그 후손을 일컫는 단어다.

조선계라는 이유로 졸업 앨범으로 괴롭힘을 당한 어느 중학생 남자아이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잊을 수 없었던 그녀는 30년 동안 이 이야기를 품고 쓴다. 


1975년 일곱살때라면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이다. 

해외여행이 지유롭지 않던 시대에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  

그녀는 어쩌면 '조국'이 없는 느낌의 삶을 이미 살고 있었든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거기 사람이 되지 못하고, 떠나온 곳에서는 오래전 이방인이고

인간은 이방인에게 잔인하니까. 

무려 30년을 자이니치라는 존재를 탐색하며 자신의 영혼을 보았는지도 


2.

술술 읽힌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전쟁의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사람들

아귀다툼의 잔임함은 시대의 몫으로 두고, 인물들의 변화를 설득한다. 

다만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과 일본인에 대한 인상일까? 

대체로 인물들이 순종적이고 착하고 체념이 빠르다. 사람들이 독하지 않아.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가 없어서 편안하고 설득력 있지만, 현실보다는 동화같은 느낌  

 

한사람의 한장면씩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미디어시대의 작가와 독자들이 익숙한 방식이다. 

발자크 시대의 사람들은 그 방 벽지의 무늬와 색깔과 가구의 배치와 창은 어디로 났는지 시시콜콜 글로 써서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쌓아간다. 인물 소개만 해도 한참이다. 요즘 독자들이 보면 답답하지. ㅎㅎ 

이제는 이런것은 다 생략이다. 스토리의 전개에만 집중하니 빠르다.

발자크 시대의 글에 비하면 핵심 요약정리의 느낌이랄까. 


3. 

3대를 산 자이니치에 대한 일본의 편견과 비하와 혐오, 그리고 폭력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에 와서 사는 이주노동자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일본보다 더 폭력적이다. 

일본이 3년마다 한번씩 지문날인하고, 신고하게 했다면 

대한민국은 미등록이다. 없는 사람 취급이다. 

일본이 선생님, 의사, 공무원등의 일을 주지 않아 파친코 말고 할 것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어디에서도 합법적인 일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자녀가 소설을 쓴다면, 한국인은 악마일 것 같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죄없는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과 같이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맞다고 이민진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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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고
프랑스 하늘을 나는 새는
척박한 이땅의 하늘을 나는 새보다
자유로울 것이라 부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인민에게 있는
성공한 혁명에 대한 기억이
이땅의 인민에게도 있게 하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혁명 전략없이
혁명 전략을 도모하는 당없이
존재가 가능하지 않은 구좌파
사회주의자로 살며

삶으로 검증하는 인문학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외롭다 느낄 틈 없던 고지전
선생님의 단정하고, 쉬우며, 품위있고, 심지어 세련된 문장을 읽으며
인문학의 땅이 넓고 풍요롭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척박한 땅의 하늘을 나는 새처럼
좌파로 살겠습니다.
앞선 시대 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홍세화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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