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몇몇 인간들을 그리워하였고
훈련을 통해 마침내 그리움을 끊었으며 그 여력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찔레꽃으로 사랑하였다.
김영민 / 산책과 자본주의 중
내 책상앞에 붙어있는 문장이다.
이런 경지가 되길 바라는건지 아닌지 잘모르면서 이문장이 좋고
이런 경지가 되는것이 가능한건지 아닌지 잘모르면서 잘난척 하느라
얼마전 마음아픈 사랑을 하는 동무에게 일러주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비워야 하는건지, 비우고 편하면 되는건지
여전히 세상의 진자리에서 가파르다고 나는
더 깊이 내영혼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게으름을 세상탓으로 돌린다.
사람들이 말하길 바닷물이 깊다지만
내 그리움의 반에도 못 미치지
바닷물이야 오히려 끝이 있지만
그리움은 아득해 가장자리가 없다네
당말의 여류시인 이계란 의 절창이라고 손철주가 일러주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역시 꽃피는 삶에 홀리다에서 손철주가 알려준 유치환의 시 그리움이다.
두시를 읽고 보니 찔레꽃처럼 사랑하지 말고 도대체 어쩌면 좋으냐고 떼쓰고 싶다.
평정심을 갖기 어려운 요즘
조선말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훌쩍 떠나서, 오지말든지
깊은 바다밑에 잠겨 내 머리위로 훌훌 세월이 가든지 말든지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도망가고 싶은
불혹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데
서른아홉이라 그런가, 휘청휘청 유혹에 흔들리고 싶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