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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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는 결코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봤다.

결론만 말하자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건 이 토끼 그림밖에 없다. 

 

 아쉬운 소감을 먼저 말하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몇몇 천재적인 동화작가를 제외하고는 점점 작가들의 상상력이 한계에 달해간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어떤 동화보다도 더 길고 내용도 다양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난 뉴베리 상을 받았다길래 적어도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같은 퀄리티의 기발함을 기대했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처음 성격이 츤데레에 좀 밋밋해서였을까. 작품도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서 파도라던가 까마귀라던가 말을 할 줄 아는 무생물이 좀 더 많았더라면 재미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지만... 음. 그건 내 상상력일 뿐이고. 어쩌면 에드워드의 고독함을 강조시키기 위해서 작가는 인간과 인형 외에는 모두 침묵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에드워드가 겪는 여정도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기사 내가 바라는 줄거리의 퀄리티는 중세 남작이 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던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받은 '닐스의 신기한 모험'같은 것이었으니 애초에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삽화만큼은 좋았다. 너무 귀엽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게 된다. 에드워드의 성격은 전체적으로 냉랭하고 심술궂게 나오는데 그 삽화와 결정적으로 대조되는 면이 있어서 우습기도 하다. 아무튼 인형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은 적이 있는 어른들에겐 꽤 가슴이 훈훈해지는 동화책이라 생각한다. (만약 아직까지도 남아있다면) 구석에 처박혀서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낡고 오래된 옛 '친구'를 끄집어보는 사람도 있겠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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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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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들어 내가 느끼는 극심한 피로감은, 그들은 약자에게 조금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가차 없이 팬다는 것이다. 곤죽이 될 때까지. 그것도 공개적으로 팬다는 것이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p. 151

 

 

지금은 하도 잔인한 뉴스가 많다보니 그 말이 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뉴스를 볼 때마다 하던 말이 있었다.

"경찰과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지금 그 경찰과 정부가 국민을 패고 있다.

그들이 강성노조였다고 치자. 그는 노동자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체 그들이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런 폭력을 가하는가.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쇄살인범을 연행할 때에도 저런 짓은 아마 안 했을 것이다. 적어도 입에서는 쌍욕을 하기 전에 미란다 원칙을 줄줄 외고 있었을 것이고, 국민들이 떼로 모여서 욕을 퍼붓고 몸을 던져도 감옥에 데려가기 전까지는 그를 보호했을 것이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우리가 테레비전을 볼 때마다 자주 보게 되는 영상이기도 하다. 연쇄살인범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마땅치 않게 생각할 지언정 반발하진 않는다.

 대체 그 빨갱이라는 낙인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강력하게 찍혀있기에, 어제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자살해 어느새 22명이 되어가는데도 사람들은 모른 척 하는가.

 지금은 쌍용노조들이 전원 회사복귀에 성공했다. 뒤늦게나마 법원이 양심을 되찾아 그들의 손을 들어준 건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난 그 기쁨의 현장에 참여해서 같이 축하해주지 못했다. 평택에서 시위중이었을 때도 가지 않았다. 대학교에 다시 다니기 위해서라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려워서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노조라면 근육을 울뚝불뚝 움직이는 어깨춤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이 자살로 죽어간다는 게 너무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그러나 이 책을 보니 정말 그 이야기가 현실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느 책보다도 무서운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을 불태워서 노동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과 생각을 일으킨 전태일 평전보다도 더 하다. 그들의 죽음은 혁명과 개혁의 정신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게 된 이율배반적인 마음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일으킨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할까? 대한민국 정부란 게 정말 국민을 지켜주는 보안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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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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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진짜 우리나라 K1국회 사진인 줄...

 

 '내 연애의 모든 것' 드라마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서부터 그의 소설책을 접했다. 형광색에 가까운 연두와 대비되는 붉은 사과의 사진은 요즘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어느 현대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실제 책 내용도 그만큼이나 골때렸다. 본인은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드라마 홍보를 보면 이 소설 내용 대부분이 짤려서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선정적인 장면도 그렇지만, 여주인공의 과거라던가 테러범이라던가 여러가지가 짬뽕이 되서 대체로 어두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실제같은지 허구같은지는 뒷전으로 하고, (작가가 픽션은 픽션일 뿐 실제로 여기는 사람은 여기 소설 속에 나오는 미친 테러범과 정신세계가 똑같다는 강한 암시를 주기도 했지만.) 보수당과 진보당을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설정한 것 자체는 매우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꽃보다 남자'에서 츠쿠시와 츠카사처럼 맞고 때리며 사랑하는(?), 언뜻 보면 진부한 설정도 보안법에 관련한 정치싸움으로 연결해버리니 졸지에 신선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정치에 대한 패러디도 등장하지만 대체로 책을 읽어도 그 사상을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마음대로 분류해버리는 인간을 비난하는 것 같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요즘 이렇게 확실한 메시지가 담긴 소설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응준의 소설 중에서 갑작스럽게 발견해서 매우 기뻤다. 볼까 말까 망설였던 '국가의 사생활'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빌려놓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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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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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새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나는 주제넘은 사람을, 배은망덕한 사람을, 교만한 사람을, 음흉한 사람을, 시기심 많은 사람을, 붙임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라고. 그들이 이 모든 결점을 갖게 된 것은 선과 악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선은 그 본성에 있어 아름답고 악은 그 본성에 있어 추하며, 내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나와 피가 같고 출신이 같기
때문이 아니라 인성과 신성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 동족이라는 것을 아는 까닭에 그들 가운데 누구에게서도 해를 입을 수 없다.- p. 32

 

여담이지만 글래디에이터에서 아우렐리우스가 잠깐이나마 출현한다.

바로 왼쪽이 노년의 아우렐리우스.

그는 왕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공화정을 선호하는 그의 철학대로 늙어 죽을 때까지 전쟁터에 나가서 몸소 군인들과 행동을 같이했는데, 이 책도 전쟁 와중에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많다.

 

 사실 그가 여기에 드문드문 써놓은 구절들을 정리하면 상당히 재수없는 인간이 완성된다 ㅋㅋㅋ 여자에게 두 번이나 데인 과거를 제쳐놓고 보자면 그는 상당히 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으며, 악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히 근원부터 팩트를 파고들어 고쳐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성에 따라서 생각하고 사물의 근원, 흐름, 결과를 따지자는 그의 말을 들을 때 순간 마트 안에 들어서서 눈살을 찌푸리며 상품 뒷면을 살펴보고 뜯어보고 직원들에게 여러가지를 시시콜콜 질문하는 노인이 생각난 건 나 하나뿐일까? (일단 자연을 상당히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에 마트는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게다가 로봇이 냉철함과 꼼꼼함의 대명사가 되고, 그에 대비해 감성을 키워야 한다는 현대의 견해를 볼 때 그의 글귀는 언뜻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플라톤 이론과 에피쿠로스 사상으로 단단히 무장한 이 아우렐리우스 왕이 글의 첫부분부터 자신의 사생활을 당당하게 까발린다는 것이다. 뭐랄까, 모두에게 감사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냉철하면서도 상당히 감성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이성을 갖춘 인간이 '모두에게 감사해야지'라고 결심하고 하루만 밖에 싸돌아다녀봐도 그가 얼마나 그 결심을 지키기 힘든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책에선 일면 달관한 태도가 드러난다. 그리고 난 이 한가지 점으로 인해 이 책에 플러스 점수를 주었다. 드라마에 과도한 오버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한마디라거나(드라마가 극단적인 건 그 시대나 이 시대나 다를 게 없나보다.) 신에 대한 그의 경건하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보면서도 독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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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4.02.04 - 1062호, 설 합본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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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 1조원 투자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인지,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인지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다.- p. 69

 

쌍용하니까 생각나는 게 쌍용해고자들. 생각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뭐 쌍용해고자들에 대한 일은 최근 잘 해결했다고 들었다.

대통령이 또 다시 경제를 가지고 대국민사기를 치려는 게 문제지^^

지 욕하는 예술작품은 쏙쏙 찾아서 통제하더만 지한테 유리한 언론은 통제 안 하시나 보다.

 

 정치관련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주간경향답게 설 합본호도 정치에 관련한 기사가 굉장히 많았다. 깜짝 놀란 건 전남 지역에 안철수 신당에 관련한 지지도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전국으로 볼 때 민주당 지지도는 16%이지만 안철수 신당 지지도는 20%이다. 주간경향에서는 별다른 말은 안 했지만 이거... 민주당이 상당히 삐걱거리는 게 아닐까? 솔직히 말해 안철수가 아직 정치적 이념이라던가 공약을 내세우지 않는 관계로 아직까지는 지켜보고 있는 중이지만, 국민들의 지지도가 이렇다면 난 안철수가 괜히 의기양양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노무현 묘소와 박정희 묘소 두 군데를 참배한 것을 무모한 행동이라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무모하기 이전에 굉장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을 세웠으면 당의 철학을 세우고 그에 대한 든든한 기반을 세우는 게 중요한데, 그것을 밖으로 표명하는 게 바로 당헌과 당규이다. 근데 지금까지 안철수의 행동을 지켜볼 때, 아무리 생각해도 안철수가 무슨 당규를 세울지 감이 안 잡힌다. 안철수 신당 창당 예정이 3월이라는 데 이제 한 달 남짓밖에 안 남았다. 진보층 표가 갈라질 것은 이미 예상하는 바이고, 적어도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진보층과 젊은이들이 실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끄트머리 쯤에 덜렁 실린 BBK 기사는 놀랍다 못해 반갑기까지 했다. 박근혜가 이명박을 대신하여 김경준이 미국으로 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발언은 실로 충격적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왠지 그럴듯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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