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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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새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나는 주제넘은 사람을, 배은망덕한 사람을, 교만한 사람을, 음흉한 사람을, 시기심 많은 사람을, 붙임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라고. 그들이 이 모든 결점을 갖게 된 것은 선과 악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선은 그 본성에 있어 아름답고 악은 그 본성에 있어 추하며, 내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나와 피가 같고 출신이 같기
때문이 아니라 인성과 신성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 동족이라는 것을 아는 까닭에 그들 가운데 누구에게서도 해를 입을 수 없다.- p. 32

 

여담이지만 글래디에이터에서 아우렐리우스가 잠깐이나마 출현한다.

바로 왼쪽이 노년의 아우렐리우스.

그는 왕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공화정을 선호하는 그의 철학대로 늙어 죽을 때까지 전쟁터에 나가서 몸소 군인들과 행동을 같이했는데, 이 책도 전쟁 와중에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많다.

 

 사실 그가 여기에 드문드문 써놓은 구절들을 정리하면 상당히 재수없는 인간이 완성된다 ㅋㅋㅋ 여자에게 두 번이나 데인 과거를 제쳐놓고 보자면 그는 상당히 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으며, 악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히 근원부터 팩트를 파고들어 고쳐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성에 따라서 생각하고 사물의 근원, 흐름, 결과를 따지자는 그의 말을 들을 때 순간 마트 안에 들어서서 눈살을 찌푸리며 상품 뒷면을 살펴보고 뜯어보고 직원들에게 여러가지를 시시콜콜 질문하는 노인이 생각난 건 나 하나뿐일까? (일단 자연을 상당히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에 마트는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게다가 로봇이 냉철함과 꼼꼼함의 대명사가 되고, 그에 대비해 감성을 키워야 한다는 현대의 견해를 볼 때 그의 글귀는 언뜻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플라톤 이론과 에피쿠로스 사상으로 단단히 무장한 이 아우렐리우스 왕이 글의 첫부분부터 자신의 사생활을 당당하게 까발린다는 것이다. 뭐랄까, 모두에게 감사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냉철하면서도 상당히 감성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이성을 갖춘 인간이 '모두에게 감사해야지'라고 결심하고 하루만 밖에 싸돌아다녀봐도 그가 얼마나 그 결심을 지키기 힘든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책에선 일면 달관한 태도가 드러난다. 그리고 난 이 한가지 점으로 인해 이 책에 플러스 점수를 주었다. 드라마에 과도한 오버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한마디라거나(드라마가 극단적인 건 그 시대나 이 시대나 다를 게 없나보다.) 신에 대한 그의 경건하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보면서도 독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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