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Psycho-Pass: The Movie (극장판 사이코패스)(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Funimation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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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요약. 시빌라 시스템이 지금의 80년대 우리나라같은 동남아에 수출되었다. 어쩐지 그 동남아는 독재정치에 시빌라 시스템을 이용하는 듯하고 그 독재정치에 반발하는 테러범들이 군에 맞서서 싸우는 중이다. 그 테러범들 또한 일본에서 차량 장비를 받으려는 중이었는데, 아카네 일행에게 한 명이 잡혀서 기억을 스캔당한다. 그리고 그 스캔한 영상 중에 코가미 신야가 찍힌다. 그가 일본으로 테러범들을 보냈다는 혐의를 받자 아카네는 이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한다. 국장은 샴발라 플랜트 내부 반경에서 행동하라고 지시하지만, 위에 사진처럼 코가미와 대치하다가 결국 테러범들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반갑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상당히 사무적으로 이야기를 하던 그들은(뭔가 사귄지 굉장히 오래되서 친구처럼 된 연인같은 느낌.) 정보를 교환하다가 동남아 군인들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 여기서도 역시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등장한다. 특히 프란츠 파농vs제러미 벤담이라는 구도가 참신했다고 할까. 하지만 프란츠 파농을 언급한 쪽이 테러범들이고 제러미 벤담 쪽(공리주의)을 언급한 쪽은 군인들이다. 그러는 걸 보면 프로덕션 I.G가 이 작품을 통해 상당히 좌파 편을 많이 밀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시빌라 시스템으로 사람을 정당하게 심판해야 하니 모두의 계급장을 까자는 아카네의 어투를 봐서도, 그녀가 공각기동대의 소령과는 달리 상당히 좌파쪽의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아카네는 시빌라가 밀어주는 사람이라서 그녀의 작전은 어떻게든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단지 투표의 자유를 얻은 인간들은? 다시 말하지만 이 동남아는 뭔가 80년대 우리나라를 닮았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독재자를 좋아하는 군중들은 스톡홀름 신드롬을 지니고 있다'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따지고보면 코가미와 아카네도 뭔가 로미오와 줄리엣 같으면서도 스톡홀름적 관계라고 할까. 코가미는 한술 더떠서 '날 죽이러 와요 히ㄹ... 아니 아카네.' 이러고 있으니 ㅋㅋㅋ

 

 

 3. 그러나 여전히 영화에서 회수하지 못한 떡밥이 있다. 일본에서 테러범을 지지해준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아무래도 배후가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 사이코패스가 나온다면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시빌라 시스템이 쓰이고, 그에 대항하여 전문적으로 테러범들을 심어놓는 조직이 나올 것 같다. 아무튼 애니로든 극장판 형태로든 이 사이코패스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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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누이 페르소나3 아이기스 (おもちゃ&ホビ-)
壽屋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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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은 네게 맡기마.

 * 게임 하나도 안 해봤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내용은 어떤지 하나도 모릅니다. 페르소나 자체를 이 영화로 처음 접했습니다. 혹시 제가 설정을 잘못 이해한 게 있거나 혹은 게임의 사정을 추가해주실 분은 삿대질과 지적질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페르소나 3부터, 특히 극장판부터 접한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내가 아주 의외로 끝까지 해서 엔딩까지 본 3대 게임이 마계전기 디스가이아(그것도 1탄만)하고 환세취호전, 그리고 진여신전생3 녹턴이기 때문이다. 진여신전생 시리즈 중에서도 녹턴은 상당히 특이한 편에 속한다. 주인공도 인간이었다가 악마로 변해버렸다는 점에서 별나고 세계관도 다른 진여신전생들과 매우 다르며, 무엇보다 상당히 어둡다. 뭐랄까 처음엔 내 이념을 선택지로 삼았다가 결국엔 안달이 나서 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 끝까지 해피엔딩도 보지 못했다. 있기나 한 건가? 아무튼 진여신전생도 3탄에서 남에게 추천하기 민망할 정도로 아주 더럽게 막 나가는데 페르소나도 3탄에서 막나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긴 했다. 단지 그 당시엔 ''진'여신전생이니까 이게 역시 전통이지! 외전 꺼져!'라는 심정에서(...) 플레이하지 않았을 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2에 미쳤던 내 어린 시절엔 게임 취향이 겁나 까다로웠음;;;

 

  

  

 2. 영화에서는 주인공 유키 마코토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10년 전 어떤 대사고로 부모를 잃고 충격을 받아서인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상당히 무신경하면서도 남의 죽음엔 민감하다.이 영화의 부제인 메멘토 모리는 질문형이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는가?'

 

 2009년 4월과 6월 사이에 일어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설정은 봄인데 어쩐지 배경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많이 나는 듯하다. 밤 0시 이후에 세계가 이상하게 변하기 때문인데, 그 때 쉐도라는 괴물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덮친다. 심상세계같기도 하고 저승세계같기도 한 그 세계에서 쉐도에게 기습을 당하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원인모를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 버틸 수 있는 능력자들이 드물게 존재하는데, 미나토구의 인공섬 타츠미 포트 아일랜드의 월광관 학원은 특수활동부서를 만들어 그 쉐도를 퇴치하고 정체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유키 마나토는 그 세계를 처음 목격할 때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빠져나감으로서 '신인이면서도 별종'으로 통한다. 

 

 

 3. 특이하게도 페르소나3에서는 총을 쉐도에게 쓰지 않고 자신에게 씀으로서 페르소나라는 것을 소환한다. 유키의 경우 적용된 첫 페르소나는 오르페우스였다. 유키의 가느다랗고 다소 여성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신이라기보다는 죽어서 신이 된 인간이지만.) 하지만 뭐랄까 유키의 '죽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거야?'라는 식의 질문이라던가 아마도 유키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하얀 나비를 볼 때 그리스 신화보다는 동양 사상, 특히 불교 쪽 사상이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 좀 과장되었을지도 모르겠다만, 영화의 마지막 전투 씬에서 타케바 유카리의 기술을 보고서 '박일박이 누겁의 정진보다 낫다'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박일박이란 불교에서의 수행 방식 중 하나를 말하는데, 간단하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평소엔 가만히 성장할 타이밍을 살피고 나서 기회가 왔다 싶으면 상황의 흐름에 맞는 수련 방식을 취해 단숨에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충분히 자신의 힘이 다했다 싶으면 다시 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는데, 항상 신체와 정신을 바로 세우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평소엔 아무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수행을 밀고 나간다면 벼락치기와 다를 바가 없겠다. 다만... 뭐랄까. 페르소나의 총으로 따지자면 재장전을 하는 시간을 갖추는 것이다.

 

  

4. 유키 마코토의 경우에는 그 재장전이 친구가 아니었을까 한다. 내 친구의 경우, 이전에 자폐증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속한 친구들 그룹이 열심히 그 녀석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반강제로 술래를 시키고 노는 등 여러 폐를 끼쳤고(...) 그 녀석은 자폐증을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그 녀석이 자폐증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저 굉장히 수줍은가보다라고만 생각했었지만. 샘터 2015년 5월호에서도 1급 정신지체아를 입양해서 고생했었느니데, 그 다음에 입양한 동생뻘 녀석이 집요하게 런닝맨 놀이를 하자고 매달린 덕분에 5급으로 내려간 케이스가 있었다. 유카리와 준페이는 유키 마코토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일으켜주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러나 너무 전개가 성급했던 탓일까. 유키 마코토와 타케바 유카리가 커플관계로 설정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타케바 유카리의 페르소나가 이오인데,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섬기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이다. 즉 최고신 제우스가 잠깐 정을 통한 정령 정도의 존재일 뿐이며, 제우스가 한눈파는 여자들의 결말이 항상 그렇듯이 제우스하고도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다. 페르소나를 사용할 때도 끝까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며, 소의 머리에 사지가 묶인 여자가 소환되는데 이는 그녀의 망설임과 고민을 상징하지 않을까.

 

 유키 마코토는 그런 점에 있어선 마치 어린아이처럼 텅 빈데다 순수하다. 이는 곧 삶에 대한 아무 집착도 미련도 없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론 이 세상에 의지할 곳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가장 연기를 못할 것 같은 이가 가면을 쓰니 연극은 이상해진다. 타케바 유카리는 그렇게 연극을 망치는 유키 마코토에게 화를 낸다. 그것은 그녀가 유키 마코토에게서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녀도 10년 전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하지만 유키는 그녀를 의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총을 쏠 용기가 없었음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 있다. 아니면 거처라도 있다. 그러나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은 방황한다. 그리고 그렇게 방황하는 사람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성내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서 무언가를 받기를 기대하는, 탐욕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 같이 성을 내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유키 마코토처럼 행동한다면 굉장히 차가워보일 수는 있다. (남녀관계에서 상대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지만.) 친구관계는 달성되었다. 그러면 그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의 페르소나와 성격은 다 천차만별로 다른데 말이다. 극장판 1기에서는 이에 대해서 나오지 않는다. 아마 이 문제에 대한 답이 2탄의 주제일 듯하다.

 

  

 5. 참고로 잭 프로스트 때문에 진여신전생3를 플레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녀석이 페르소나로 등장해서 매우몹시엄청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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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너의 거짓말 1
아라카와 나오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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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모두들 내용은 다 아시리라 생각하고 전개하겠다. 아침드라마같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사실 장르별로 역사가 깊다. 오페라 카르멘도 숭고한 오페라에 집시노래를 써서 사람들의 뒷목을 잡게 했고, 물랑루즈같은 영화도 새틴의 '개연성 전혀 없는 죽음'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다. 더 옛날로 돌아가서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도 12~17세의 여성남성이 5일동안 사랑했으며 만난 시간은 다 합쳐 24시간도 채 안 되는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을 썼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놈들 할 거 다 했잖아?) 아무튼, 어떤 애니에서 인물이 돌연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해서 그 전개가 감점요인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영화는 안녕 헤이즐이라는 이름으로 상영되었으며 본인이 예전에 리뷰를 쓴 적이 있다.)라는 책이 한 때 로맨스장르를 취급하는 업계 사이에서 태풍이 된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2. 이전에 피아노와 수영을 병행해서 했었다. 하긴 그 당시 부모님도 나도 뭐든 해보자는 투지에 불타서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봤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피아노를 특히 좋아했었다. 왠지 그 학원에 가면 칭찬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늦게서야 음을 듣고 한 번에 연주하는 내 능력이 사실 타고나야 하는 것이며, 요즘에야 흔한 일이지만 그 당시엔 유치원생이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콩쿠르까지 나가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영 후 귓 속의 물을 제대로 빼지 못해서 큰 병원에서도 처치하지 못했던 중이염이 생겼을 때였다. 병원에서도 잘못될까봐 치료를 거부하는지라 결국 아픔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민간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후로 이명이 생겨서 지금도 음을 듣는데 약간 혼돈이 생길 때가 있다. 물론 음을 정확히 맞출 수 없어 피아노는 그만둬야 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만뒀다.

 

 이 애니는 나에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일'을 생각나게 한다.

 

 - 애니에서 등장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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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를 들으면서 떠오른 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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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 아웃케이스 없음
신카이 마코토 감독 / 블루키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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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깊고 차가운 물 속에서 하염없이 숨을 멈추고 있는 듯한, 그런 나날이었다.

 

이 에피소드가 나중에 히로키와 사유리를 연결시켜주는 복선이 된다.

 

 너무 많이, 너무 오래 떠안게 되면 가까이 있어도 잃어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물건을 샀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그 물건을 봤을 때,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특수하게 그것을 쓰기 위한 목적이 있던 없던, 매장에 진열되어 있으며 아직 내 것이 아닌 그 물건은 반짝반짝 빛이 나서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물건을 구입하거나 내 것으로 만들어 집에 두게 되었을 때, 대부분은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의식적으로 그 물건을 샀을 때의 느낌을 적고, 먼지를 털고, 매번 관리를 하지 않는 이상(모든 물건에 다 그러면 이상한 취급을 받을 테지만.) 그 물건을 매장에서 들고이고지고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길 때의 그 설렘은 온데간데가 없다. 단지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추억으로 밀어넣어지며, 추억은 점점 흐릿해져 마침내 까마득히 잊혀진다. 봄날 대청소할 때 우리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내다버리고 현재 유용하게 쓰이는 새 물건으로 채운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전개가 뒤죽박죽이어도 상관없이 숨죽여서 보게 된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영어속담이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이론과 언뜻 비슷해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영원한 약속은 없다.' 히로키와 사유리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사유리는 평행세계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녀가 잠을 깨면 세상이 무너진다는 건,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의 불멸의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히로키는 꿈에서 그녀가 꾸는 꿈 속에 들어간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중에 꿈 속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야지.'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꿈에서 깨어나면 히로키에게 이야기해야지. 내가 꿈 속에서 히로키를 그리워했다고.' 그들은 일단 현실에서 했던 약속은 이뤘다. 하지만 꿈 속에서 했던 약속은 이루지 못했다. 그들이 꾼 '꿈'은 같으면서도 서로 달랐다. 하지만 히로키는 꿈 속에서의 일을 잊어버린 사유리를 탓하지 않는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장소.

 

 신카이 마코토가 작품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 이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은 사랑을 할 땐 한없이 어리석어진다. 그래서 '사랑'이란 단어를 함부로 거론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취중진담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이유가 그거다. 하지만 그 최악의 취중진담으로 헛소리를 했다 한들, 그 시간을 그 단어를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도 몸으로는 명백히 알고 있다. 요즘 젊은 애들이 '썸' 운운하는 걸 작년까지만 해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의 죽음이 무서워서 돈을 치덕치덕 처발라 수명을 연장시키는 판에, 정신의 죽음은 안 무서울까? 연애 경험이 많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별 경험이 많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사랑 없는 이별은 볼에 가벼운 입맞춤만 남기면 끝이다. 하지만 사랑이 있는 경우의 이별은 말 그대로 심장 속의 광란이다. 오죽하면 한 때 사랑했던 상대방을 죽이겠다고까지 할까. 

 

 몸은 붙잡을 수 없다.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마음 뿐이다.

 그래서 사랑은 마치 꿈과 같다. 잔치가 끝나면 겉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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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생활 창비시선 270
이병률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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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서너 달에 한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을 모른 체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최근 짬뽕 먹었는데 맛있기도 했고.
또 내가 좋아하는 색 중 셋 안에 드는 빨간 색도 나왔고.
시흥은 (동이) 내가 살았던 데고 의정부는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곳이고.
무엇보다 무심코 읽다가 세번째 문단에서 갑자기 심장이 훅 교통사고 당해버려서 올렸다.
기타 보통 직장에서 일하다 너무 힘들어서 쉬면 최대 3달 걸리고 현재 사는 데서 서울 가러 버스 탈 때 3시간 걸리는 것까지 많이 비슷하다;;
(여러분 그래도 짬뽕은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 가서 드셔야 맛있습니다. 무조건 재료 많이 넣는 곳으로...)


 


 


팟캐스트에서 여행길에 여자를 샀다는 등 이상한 이야기를 하길래 한동안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글에는 아닌 척 가식을 떠는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일단 읽어보자하고 시집을 들었다.


그리고 이 시집에 있는 시 외면이 그 당시 제일 좋았다. 친구에겐 절대 돈 빌려주지 않는 게 내 신념인데,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게 너무 실감이 안 난다;


 


 


저자는 한결같이 인연을 짓기를 거부하고 있다.



여행을 가도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더욱 적극적으로 건네는 것 같지만(...) 그는 필요한 말만 하고 딴청을 짓는다. 딱 한번 감옥에서 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는 편지가 저자의 집으로 왔을 때 제대로 된 답신을 보낸 듯 하지만,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다. 평론에선 저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길 거부한다고는 하지만, 대림에서의 일을 보면 어쩐지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보면 저자가 되려 상처받는 것 같기도 하다. 혼행이 유행이 된지 오래인 지금, 혼자여서 외롭냐 등등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을 상처주는 말을 툭툭 던지는 남들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혼행자들은 이 저자를 본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이미 친한 사람들과 더욱 깊은 인연을 쌓는데도 소홀하지 않다. 그는 히키코모리도 아니고, 아싸도 아니다. 저자는 나름대로 자신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2006년에 출간해서 나오는 정서가 2018년에 일상으로 정착한 걸 보면, 12년 분량의 대예언이라 봐도 좋겠다. 이 정도라면 문인으로선 성공한 삶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나비의 겨울 중에서

누군가 내 집에 다녀갔다
화초에 물이 흥건하고 밥 지은 냄새 생생하다
사흘 동안 동해 태백 갔다가
제천 들러 이틀 더 있다 왔는데
누군가 내 집에 다녀갔다

누군가 내 집에 있다 갔다
나는 허락한 적 없는데 누군가는 내 집에 들어와
허기를 채우고 화초를 안쓰러워하다 갔다

누군가는 내 집에 살다 갔는데
나는 집이 싫어 오래 한데로 떠돌았다
여기서 죽을까 살까 여러번 기웃거렸다

 

 
대체로 좋은 시집에서는 빈집에 관련한 시가 꼭 한번은 나오는 듯하다. 이번 빈집에 관한 작품도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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