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누이 페르소나3 아이기스 (おもちゃ&ホビ-)
壽屋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등은 네게 맡기마.

 * 게임 하나도 안 해봤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내용은 어떤지 하나도 모릅니다. 페르소나 자체를 이 영화로 처음 접했습니다. 혹시 제가 설정을 잘못 이해한 게 있거나 혹은 게임의 사정을 추가해주실 분은 삿대질과 지적질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페르소나 3부터, 특히 극장판부터 접한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내가 아주 의외로 끝까지 해서 엔딩까지 본 3대 게임이 마계전기 디스가이아(그것도 1탄만)하고 환세취호전, 그리고 진여신전생3 녹턴이기 때문이다. 진여신전생 시리즈 중에서도 녹턴은 상당히 특이한 편에 속한다. 주인공도 인간이었다가 악마로 변해버렸다는 점에서 별나고 세계관도 다른 진여신전생들과 매우 다르며, 무엇보다 상당히 어둡다. 뭐랄까 처음엔 내 이념을 선택지로 삼았다가 결국엔 안달이 나서 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 끝까지 해피엔딩도 보지 못했다. 있기나 한 건가? 아무튼 진여신전생도 3탄에서 남에게 추천하기 민망할 정도로 아주 더럽게 막 나가는데 페르소나도 3탄에서 막나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긴 했다. 단지 그 당시엔 ''진'여신전생이니까 이게 역시 전통이지! 외전 꺼져!'라는 심정에서(...) 플레이하지 않았을 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2에 미쳤던 내 어린 시절엔 게임 취향이 겁나 까다로웠음;;;

 

  

  

 2. 영화에서는 주인공 유키 마코토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10년 전 어떤 대사고로 부모를 잃고 충격을 받아서인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상당히 무신경하면서도 남의 죽음엔 민감하다.이 영화의 부제인 메멘토 모리는 질문형이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는가?'

 

 2009년 4월과 6월 사이에 일어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설정은 봄인데 어쩐지 배경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많이 나는 듯하다. 밤 0시 이후에 세계가 이상하게 변하기 때문인데, 그 때 쉐도라는 괴물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덮친다. 심상세계같기도 하고 저승세계같기도 한 그 세계에서 쉐도에게 기습을 당하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원인모를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 버틸 수 있는 능력자들이 드물게 존재하는데, 미나토구의 인공섬 타츠미 포트 아일랜드의 월광관 학원은 특수활동부서를 만들어 그 쉐도를 퇴치하고 정체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유키 마나토는 그 세계를 처음 목격할 때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빠져나감으로서 '신인이면서도 별종'으로 통한다. 

 

 

 3. 특이하게도 페르소나3에서는 총을 쉐도에게 쓰지 않고 자신에게 씀으로서 페르소나라는 것을 소환한다. 유키의 경우 적용된 첫 페르소나는 오르페우스였다. 유키의 가느다랗고 다소 여성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신이라기보다는 죽어서 신이 된 인간이지만.) 하지만 뭐랄까 유키의 '죽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거야?'라는 식의 질문이라던가 아마도 유키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하얀 나비를 볼 때 그리스 신화보다는 동양 사상, 특히 불교 쪽 사상이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 좀 과장되었을지도 모르겠다만, 영화의 마지막 전투 씬에서 타케바 유카리의 기술을 보고서 '박일박이 누겁의 정진보다 낫다'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박일박이란 불교에서의 수행 방식 중 하나를 말하는데, 간단하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평소엔 가만히 성장할 타이밍을 살피고 나서 기회가 왔다 싶으면 상황의 흐름에 맞는 수련 방식을 취해 단숨에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충분히 자신의 힘이 다했다 싶으면 다시 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는데, 항상 신체와 정신을 바로 세우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평소엔 아무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수행을 밀고 나간다면 벼락치기와 다를 바가 없겠다. 다만... 뭐랄까. 페르소나의 총으로 따지자면 재장전을 하는 시간을 갖추는 것이다.

 

  

4. 유키 마코토의 경우에는 그 재장전이 친구가 아니었을까 한다. 내 친구의 경우, 이전에 자폐증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속한 친구들 그룹이 열심히 그 녀석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반강제로 술래를 시키고 노는 등 여러 폐를 끼쳤고(...) 그 녀석은 자폐증을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그 녀석이 자폐증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저 굉장히 수줍은가보다라고만 생각했었지만. 샘터 2015년 5월호에서도 1급 정신지체아를 입양해서 고생했었느니데, 그 다음에 입양한 동생뻘 녀석이 집요하게 런닝맨 놀이를 하자고 매달린 덕분에 5급으로 내려간 케이스가 있었다. 유카리와 준페이는 유키 마코토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일으켜주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러나 너무 전개가 성급했던 탓일까. 유키 마코토와 타케바 유카리가 커플관계로 설정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타케바 유카리의 페르소나가 이오인데,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섬기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이다. 즉 최고신 제우스가 잠깐 정을 통한 정령 정도의 존재일 뿐이며, 제우스가 한눈파는 여자들의 결말이 항상 그렇듯이 제우스하고도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다. 페르소나를 사용할 때도 끝까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며, 소의 머리에 사지가 묶인 여자가 소환되는데 이는 그녀의 망설임과 고민을 상징하지 않을까.

 

 유키 마코토는 그런 점에 있어선 마치 어린아이처럼 텅 빈데다 순수하다. 이는 곧 삶에 대한 아무 집착도 미련도 없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론 이 세상에 의지할 곳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가장 연기를 못할 것 같은 이가 가면을 쓰니 연극은 이상해진다. 타케바 유카리는 그렇게 연극을 망치는 유키 마코토에게 화를 낸다. 그것은 그녀가 유키 마코토에게서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녀도 10년 전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하지만 유키는 그녀를 의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총을 쏠 용기가 없었음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 있다. 아니면 거처라도 있다. 그러나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은 방황한다. 그리고 그렇게 방황하는 사람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성내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서 무언가를 받기를 기대하는, 탐욕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 같이 성을 내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유키 마코토처럼 행동한다면 굉장히 차가워보일 수는 있다. (남녀관계에서 상대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지만.) 친구관계는 달성되었다. 그러면 그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의 페르소나와 성격은 다 천차만별로 다른데 말이다. 극장판 1기에서는 이에 대해서 나오지 않는다. 아마 이 문제에 대한 답이 2탄의 주제일 듯하다.

 

  

 5. 참고로 잭 프로스트 때문에 진여신전생3를 플레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녀석이 페르소나로 등장해서 매우몹시엄청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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