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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시놉시스 - 프롤로그, 性의 단절과 에필로그, 미래의 회복 ㅣ 김정환 장시 3부작 3
김정환 지음 / 삼인 / 2010년 9월
평점 :
당신은
질식이 싫다고 말한다.
검은 눈동자 하나가 깊은 수면과
황무지를 길다랗게 뽑아내고
금방이라도 눈이 영롱한 토끼가 뛰쳐나올 기세로
번쩍이며, 기일다랗게 끄집어냈다
갓 끄집어낸 순대처럼 뜨끈뜨끈
메마른 울음을.
우리도 옛날엔 물고기였어.
네 개의(둘 중 하나는 다섯 갠가?) 촉수를 늘어뜨리며
아스팔트 깔린 거리를 휘적거리고
지면에 파문을 남기는 아이의 밤머리칼
검은 불꽃을 나부끼게 하는 조류
수분알갱이로 꽉 찬 수면 속엔 저렇게
하얗고 붉은 꽃이 가득 피어 있는데.
견딜 수 없이
숨이 벅차오르는
벅차오르는 만큼 견딜 수 없는
사람의 괴로움은 외로움이다
저승사자가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는
자연死마저도 숨막히는 탄생事이다.
푸른(초록빛이 아니라!)
우리의 살과 뼈와 근육과 내장이 녹아들고 스며들고 배어들어
뼈 중에서 가장 작은 뼈인 말랑말랑 耳소골마저 남김없이
섞일 수 있다면
함께? 안 들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나의 품안에
풀려
액체되고
나는
당신 품안에
묶여
헤엄치고.
어차피 천사는
걸을 필요성이 없고,
어차피 물고기는
숨쉴 필요성이 없고.
끙끙컹컹으르렁거리는 당신과 나의 인간됨의 경계에서
속절없이 발이나 동동 구르는 하얀 거품.
가슴만 빵빵한 인어공주가 치켜든 새파란 칼날
그 서슬에 짓눌려 새파랗게 질린 채 사망
구천을 동동 부유하는 바다가
언제나 문제다.
- 시인의 진실성있는 유년기, 현재기, 그리고 미래기. 보면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문득 시를 쓰고 싶었다. 어언 10년만에 다시 쓰는 시다.
쓰고 나니 내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많이 찔린다(...)
새삼 김정환님의 훌륭한 시와 내 변변찮고 지리멸렬한 시가 비교되기도 하고..
오랜만에 영감을 주신 김정환님께 감사드리며,
새삼 밤을 새가면서 쓴 이 시를 리뷰란에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