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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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빌어먹을 멍청이들. 전에는 군대가 자기 아내를 덮친다고 항의하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덮칠 여자들이 없다고 지랄이야."- p.168
 군대에서 창녀들을 모아 특별봉사대라는 조직을 차리는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다들 아실 듯.
 시작은 코미디이나 점점 상황은 고어와 사디즘으로 치달아가니 임산부와 노약자분들께는 비추천.
 책 표지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여자 다리를 향해 꽂꽂히 치켜든 장난감 탱크의 총부리.
 지극히 성적이면서도 여성에게 잔혹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상기시킨다.
 물론 다소 ’일중독자’의 증세를 보이는 판탈레온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우리는 이 내면에 있는 줄거리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판탈레온이 군복을 입고 장례식을 해준 것 때문에 장교들과 싸우는 장면을 잘 보시라. 대사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반전의식, 여성들에게 저질러지는 폭력과 성차별, 사이비종교, 기타 우리사회에서 저질러질 수 있는 온갖 일들이 담긴 책이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군대에서 나올 수 있는 딱딱한 보고서, 뉴스보도, 편지 등이 제멋대로 엉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현실성을 비중있게 다루려고 했는지? 아무튼 마술같은 책이다.
 저자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으나 이런 깊은 냉소를 담은 글을 쓰시는 분일 줄은.
 대게 선정적인 책(특히 어머니와 아들간 관계)을 많이 쓰신다고 듣긴 했지만 이렇게 골때리는 책일 줄은 ㅋㅋ
 이 책 가지고 다음주 토요일날 모여서 토론하는데 모두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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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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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심플하기 그지없지만 이 책 읽고서 한바탕 우울증이 재발해서 끙끙 앓았다. 남자주인공이 걱정한다,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여자주인공이 생각한다, 나를 떠날거야. 결국 사랑은 줄다리기보다는 눈치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고 서로 알지 못하기에 거울로 드러나는 겉모습을 보아야만 하는. 이 책 또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1년동안 벌어진 일이다. 남자의 직업은 돈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해커, 여자의 직업은 그 쪽 세계를 아는 남자들 모두가 욕망하는 동시에 천대하는 모델.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첫 만남부터가 스펙타클했다. (스포일러이니 내용은 자제.) 그 이후로 여자는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감옥에 갖히는 등 갖가지 사고를 치고, 남자는 여자가 저지른 일을 뒷처리하는 식이다. 그렇다. 작가의 모든 상상력과 온갖 미사여구를 뺀다면 이렇게 스토리는 처참해진다. 그러니 직접 봐야 안다는 것이다. 울다가 웃다가 기가 차다가 화가 나다가 감동했다가.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뒤틀음과 동시에 소설 속에 드라마 하나 연극 시나리오 하나까지 알차게 등장시킨다. 그야말로 혼을 빼놓는 전개였다. 독자를 압도하며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나는 마치 우리나라의 막장 아침드라마를 1화부터 완결화까지 밤새 본 듯이 피곤하고 흥분되고 얼떨떨했다. 돌이켜보면 실제로 막장드라마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는 무엇보다도 주인공 캐릭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에서도 그렇겠지만 이 책에서는 유달리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 외에는 모든 인물들이 뭉뚱그려져 나온다. 단점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도 있겠지. 무엇보다 더 선명히 각인되는 건 주인공 준성의 끊임없는 관용뿐이다. 좋게 말하면 불굴의 의지, 좀 비꼬아서 이야기하자면 참으로 성인군자의 태도이다. (비록 중간에 그녀에 대해서 회의하고 비난하고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지만) 아무튼 그는 자신을 똑바로 보고, 세상을 똑바로 볼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갑자기 외국의 어떤 동화가 생각났다. 남자들과 적절한 선에서 거래를 치르는 명품족은 사랑하는 남자와 첫 관계를 맺지만, 남자는 루이비똥 가방 하나를 남기고 떠나가버린다는 내용이다. 어린아이가 읽기에는 다소 무시무시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당장 어린이들의 그림 전시회같은 데라도 갔다와보라.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돈을 그려대는 데 충격을 먹고 돌아오리라. 세상이 뭔가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집회를 한다고 안정된 직장을 찾는다고 그 난리를 치는 것이다. 끊임없이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거래한다. 이렇게 사랑이 중요시되는 현대시대에서는 점점 이런 남자들이 인기인가보다. 남자든 여자든 커플이던 그냥 사랑하는 관계던 이렇게 끈질기게 필사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원하다 보면 결국 '심판의 날'에서 우리는 전부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은 '남자들은 전부 몹쓸 짐승들'이라는 견해를 지니고 있지만, 이 남자주인공과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극도의 자본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커가 되는 건 원하지 않지만, 많이 동일시했다고 해야 할까. 울면서 이 책을 얼굴에 가까이 대보니 내 얼굴이 갈기갈기 갈라져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실험해보고 싶으면 얼굴을 책에 가까이 들이대보시라. 아무튼, 추했다. 호랑이를 본 아이마냥 울음이 절로 멎었다.

 

 나도 괴물일까?

 [괴물이겠지.]

 내가 속한 괴물은 어디일까?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이 책에서 시나리오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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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몬스터 -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
Robert Jergen 지음, 조아라 옮김 / 학지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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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ADHD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24살이 되서야 그 사실을 알고, 대학원에서 교수가 된 분의 이야기이다. 딱히 1부, 2부 식으로 나뉜 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식이다. 물론 그 이야기 중간중간에 ADHD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집어넣었다. (물론 약물에 대한 조언이라던가, 전문적인 소견 포함이다.) 정신문제 때문에 집중을 못해서일수도 있지만) 심리학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재미있는 책이다. 본인에겐 고생담이겠지만, 난 그 분이 저지른 온갖 악동같은 짓들을 보면서 한바탕 웃었다(...) ADHD가 결과적으로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자신의 ADHD를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에 감동했다. 딱히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단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본인은 유달리 힘든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직접 만나기는 어렵더라도 이런 분들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많이 참고해서 이런 아이들을 만날 때를 대비해야겠다. 최근 정신병이던 신체의 병이던 일찍 병을 겪는 아이들이 많을 뿐더러, 인생은 혹시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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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2 - 몰락 1936~1945
이언 커쇼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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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역사를 보는 관점은 도덕성을 벗어나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다른 동물들처럼 양육강식의 법칙이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부착되어있는지라.)
 히틀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싶었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책이다. 
 두꺼운 책 중에서는 역사의 원전 다음으로 두세번 꺼내 읽을 만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의 몰락은 부흥보다 더 두꺼웠는데, 이 긴 글을 핵심만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히틀러의 몰락은 어찌보면 권선징악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그의 ’물러섬이 없는 자포자기’성격상 결국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국민들이 이기적이고 멍청하면 나라가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4대강 공사가 이미 진행되었다면서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결국 그는 승리 아니면 절멸이라는 자신의 원칙 속에 말려들어 희생자가 되었다.
 기요틴을 만든 기요틴이 기요틴에 의해 목이 잘렸다고 하던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겠지만 새삼 스포일러를 뿌리자면 이렇다.

 범죄라고까진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런 헛된 죽음말고 다른 식으로 내 용기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 서글플 따름이오... 나를 너무 빨리 잊지 말아주오.
- 스탈린그라드에 포위된 6군 병사의 편지.

 아씨... 왜 이걸 읽으면서 눈물이 나냐....

P.S 밥먹으면서 보지 마라. 책장 넘기다가 갑자기 적나라한 유골사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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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시놉시스 - 프롤로그, 性의 단절과 에필로그, 미래의 회복 김정환 장시 3부작 3
김정환 지음 / 삼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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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질식이 싫다고 말한다.
검은 눈동자 하나가 깊은 수면과
황무지를 길다랗게 뽑아내고
금방이라도 눈이 영롱한 토끼가 뛰쳐나올 기세로
번쩍이며, 기일다랗게 끄집어냈다
갓 끄집어낸 순대처럼 뜨끈뜨끈
메마른 울음을. 


우리도 옛날엔 물고기였어.
네 개의(둘 중 하나는 다섯 갠가?) 촉수를 늘어뜨리며
아스팔트 깔린 거리를 휘적거리고
지면에 파문을 남기는 아이의 밤머리칼
검은 불꽃을 나부끼게 하는 조류
수분알갱이로 꽉 찬 수면 속엔 저렇게
하얗고 붉은 꽃이 가득 피어 있는데.

견딜 수 없이
숨이 벅차오르는
벅차오르는 만큼 견딜 수 없는
사람의 괴로움은 외로움이다
저승사자가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는
자연死마저도 숨막히는 탄생事이다.

푸른(초록빛이 아니라!)
우리의 살과 뼈와 근육과 내장이 녹아들고 스며들고 배어들어
뼈 중에서 가장 작은 뼈인 말랑말랑 耳소골마저 남김없이
섞일 수 있다면
함께? 안 들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나의 품안에
풀려
액체되고
나는
당신 품안에
묶여
헤엄치고. 

어차피 천사는
걸을 필요성이 없고,
어차피 물고기는
숨쉴 필요성이 없고.

끙끙컹컹으르렁거리는 당신과 나의 인간됨의 경계에서
속절없이 발이나 동동 구르는 하얀 거품.
가슴만 빵빵한 인어공주가 치켜든 새파란 칼날
그 서슬에 짓눌려 새파랗게 질린 채 사망
구천을 동동 부유하는 바다가
언제나 문제다.

- 시인의 진실성있는 유년기, 현재기, 그리고 미래기. 보면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문득 시를 쓰고 싶었다. 어언 10년만에 다시 쓰는 시다.
쓰고 나니 내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많이 찔린다(...)
새삼 김정환님의 훌륭한 시와 내 변변찮고 지리멸렬한 시가 비교되기도 하고..
오랜만에 영감을 주신 김정환님께 감사드리며,
새삼 밤을 새가면서 쓴 이 시를 리뷰란에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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