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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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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희안해요. 이전에, 아무도 그 어떤 사람도 나에게 ’네 명의 정상적이고 똑똑해 보이는 멋진 아이들을 갖다니 넌 정말 똑똑하구나! 그 애들은 모두 네 덕분이야. 훌륭한 일을 해냈어, 해리엇!’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어요. 아무도 이제까지 그런 말을 안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하지만 벤에 대해서는ㅡ전 그저 죄인이죠!"- p.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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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놀랍다. 꽤 옛날에 쓰여진 것이라 짐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식이란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현대적이고 사회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책치고는 예상 외로 매우 맛깔스럽고 가독성이 좋다. (역시 도리스 레싱의 책은 공포를 소재로 한 짧은 소설을 읽어야 진가를 발한다.) 읽다보면 스티븐 씨의 스릴러 소설 생각이 나기도 하고, ’오멘’이나 ’배드시드’같은 영화가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단지 호러로 끝나지 않는다. 도리스 레싱은 지극히 딱딱하고 현실적인 상황을 소름끼치게 뒤바꾸어 버리는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맡기는 기관의 현재 상태라거나,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 그 속에서 어떻게든 서로 소통하려 발버둥치는 어머니와 아들의 절망을 공포스러운 요소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희안하게도 이 낡고 오래된 소설에서의 상황은 오늘날 복지 정책의 상황과도 잘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도리스 레싱의 필체가 다 그렇듯, 이 책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버린다. 어떤 영어영문과 선배의 말대로, 퀘스천 마크만 연기처럼 둥둥 떠다니는 쓸쓸하고 공허한 필체만 남았다. 이웃들에게 엄마로서의 인정과 격려를 받았더라면, 해리엇은 어떻게 변했을까? 해리엇이 다섯째 아이 벤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야성적인’ 벤은 자신의 특성을 살리는 법을 배워서 격투기 시합에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불쌍한 벤’이 아니라 ’사랑받는 벤’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