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죽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본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로 극장판 파라다이스 로스트하고는 연관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파라다이스 로스트가 오르페노크의 수가 많고 인간이 적은 세계관을 그려놓았다면, 파라다이스 리게인드는 이와 정반대로 오르페노크의 수가 적고 인간이 많은 세계관을 그리고 있어 의식하는 티가 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본편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질텐데, 왠지 스마트 브레인이 오르페노크의 정체를 밝히고 적극적으로 오르페노크의 소탕에 뛰어들고 있다. 또 가면라이더와 비슷한 수트를 만들어 변신하는 사람을 아이돌처럼 적극적으로 띄워주고 있는데, 이 여자애가 타쿠미를 좋아한다(이 정도면 하렘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지; 워낙 타쿠미가 잘생겼긴 했지 ㅠㅠ 근데 이번에도 그렇고 오는 여자 말리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해서 짜게 식었다.. 아무리 지가 살기 위해서라지만 마리가 불쌍해ㅡㅡ). 엑스트라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마지막 설정으로 등장했던 타쿠미의 풍화가 극심해지자, 그는 집을 박차고 나가 스마트 브레인에 의지한다. 세탁소는 2호점이 세워졌는데, 카이도 나오야의 강력한 의지 때문인지 라멘집으로 바뀌고 만다. 의외로 잘되기도 하는 모양. 그러나 스마트 브레인은 살아남은 쿠사카 마사토를 용납하지 않고 점점 숨통을 조여온다. 타쿠미가 스마트 브레인 회사에 속해있는 걸 봤으며, 심지어 자신의 주변에서 2명이나 죽어나가자, 마리는 혼란에 싸여 오르페노크로 변신하게 된다. 닥치는대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자살도 해봤지만, 진화된 인간인 오르페노크의 몸이 너무 탄탄하여 매번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몸이 됨으로써 점점 본격적으로 오르페노크 타쿠미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관계는 회복된다.
이는 마리의 상황을 빗대어서 타쿠미의 심정을 짚어본 고차원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꿈에 대해서 흐지부지 완결내지 못하고 끝냈던 TV판의 마무리라고 볼 수 있겠다. 일단 마리와 타쿠미를 포함한 모든 배우가 화장을 거의 최소화한 채 맨 얼굴을 드러낸다. 20년의 세월을 지낸 그들의 목소리는 중후해졌고, 얼굴 근육은 처져 쓸쓸함까지 느껴진다. 게다가 타쿠미의 경우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상황에서 그는 꿈을 포기하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세탁소를 그만두고 스마트 브레인에 입사한 것이다. 아마 가면라이더 555를 어린 시절 시청했다면, 시청자는 30~40대가 되어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무직이면 회식과 회사 내 정치질, 그리고 야근과 개저씨들을 겪어내면서 살아내고 있을테고 말이다. 혹은 사회운동가, 운동선수, 음악가 등을 꿈꾸다 포기하고 다른 전공의 취직생활을 택한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비난을 받거나 혹은 꿈을 끝까지 쫓지못한 자신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가? 이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이건 일본 뿐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우리 모두 일은 먹고사니즘에 불과하다는 걸 명심해야 살 수 있다. 꿈은 일을 한 후에도 쫓기가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의 일이 굉장히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쉽지 않긴 하지만, 꿈을 잃어버릴 정도라면 이렇게까지 해서 직장을 다녀야 하는지부터 재고해야 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잊어먹는 사실인데,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딱히 영혼까지 가져다 팔 필요는 없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고어 장면은 매우 쓸데가 없고 파라다이스 로스트의 오르페노크 세상 연출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기대한 것보단 좀 담백하게 여겨지긴 했는데.. 뭐 담겨있는 교훈성이 꽤 좋아서 이 정도라면 괜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