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버로드 16 : 하프엘프 신인(下) 오버로드 16
마루야마 쿠가네 지음, 김완 옮김, so-bin 그림 / 노블엔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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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생각해봤는데, 군대들을 쭉 복붙해서 묘사해놓은 것으로 오버로드의 굉장함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작진들도 별 생각없이 예산을 아끼려는 생각으로 생각없이 연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씬밖에 없는 초반의 빈란드 사가나 킹덤같은 경우는 되려 그런 연출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경우에는 어쨌든 전쟁이 주요 테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버로드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버로드의 주요 테마는 독재다. 주인공이 말하는 당근과 채찍에도 그 일면이 잘 드러난다.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파국이 닥쳐오지만, 그에게 복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순 편리한 점이 있다. 알베도는 처음부터 그에게 복종했기 때문에 광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점이 있었다. 4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라나의 폭발이다. 마지막에 자기 나라가 멸망해가는데도 좋아 죽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독재가 얼마나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라나가 처음부터 그런 기질이 있었다 할지라도,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각성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반면 주인공도 한 현실의 굴레에 불과했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회계를 잘 모르는 걸 보면 아마 회사에서도 말단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주인공보다도 오히려 더 날뛰는 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 아니 악마들인 것을. 알베도의 광기에 슬슬 전염이 된 건지, 그녀 주변의 모든 추종자들이 멋대로 주인공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리라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리라 추측해낸다. 독재의 단점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극성인 자들의 세력이 오히려 독재자보다도 더 커질 때, 역사는 일변한다. 주인공에게는 불행일지도 모르겠으나,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굴러가는 게 일생이고 독자들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성우들이 열일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대로 5기도 쭉 진행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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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슈마허 다시 읽기 인타임 총서 1
김해창 지음 / 인타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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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이 세계의 축소판 같습니다. 섬과 육지를 나누는 낭만의 이미지는 사라졌습니다.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섬을 답사하고 돌아오면 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1. 작아 직원분이 아무리 '앞으로 작아의 내용은 오랫동안 쉬워질 거에요'라고 이야기했다지만 관광 잡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특히 이전 작아 독자였던 나에겐 그런 느낌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자연과 생태 잡지가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봤을 땐 이 잡지가 이렇게나 오랫동안 살아남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 목소리에 힘이 없는 점도 아쉬웠다. 하기사 일본에서 핵폐기물이 흘러 들어온다고 하니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보통 이런 때엔 현 대통령과 반대되는 세력들이 더 목소리를 내는 법인데, 그 세력에 인재가 없고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열기의 흐름이 끊겨 있으니.. 한동안 진보는 물론이고 환경에서도 암흑기가 감돌지 않을까 생각된다.

3. 사실 나에게는 갯벌 다음으로 별로라 생각한 게 섬이었다. 사실 갈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자유롭게 낼 수 없는 직장에 있었을 땐 섬에 갈 수가 없었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지금은 올레길이랍시고 섬을 다리로 연결하지만, 옛날에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가야했다. 최근에서야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우도 및 신안을 보고나서 그제서야 섬이 좋아졌다. 만약 섬을 다리로 연결하지 않았다면 나는 섬에 가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왜 그렇게 섬을 관광지로 만들고 개발하지 못해 안달인지는 의문이다. 못 가봤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득불 다리까지 놓고 방문하기 좋은 곳은 아닌 거 같다. 중소도시에 사는 나조차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서울에 가는 판인데; 굳이 가봤자 답답할 거 같은 생각만 든다. 어차피 인간이 가면 섬이 오염된다는데 그냥 놔두면 안 됨? 그렇게까지 섬에 가고 싶은 분들은 아예 그냥 거기서 사셨으면 좋겠다. 이 잡지에서도 말하듯 쉬운 일은 아니긴 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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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에 웃다 2
케무리 카라카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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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요새 회사에서 질풍노도 ㅈㄴ 힘든 시기를 맞이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재미가 없어도 너무 심하게 없는 게 아닌가 싶기는 하다.

대략 극장판은 1기부터 3기까지 나뉜다.

1기에서는 TV판의 사건이 일어난 추후 이 삼형제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즉, TV판을 꼭 보아야만 이해가 가능한 내용이라는 사실. 그마저도 TV판에서 나왔던 쿠모 텐카의 야마이누 생활 때의 이야기를 다시 재탕한다. 작화가 좀 더 뛰어나게 보정되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외의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2기는 킨조 시라스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가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시간 제한으로 인해 TV판에서 거진 엑스트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전에 TV판 리뷰에서 이 작품을 나루토에 비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환상을 깬다. 이 영화에 나온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사망한다; 애초에 오로치마루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닌자마을이나, 부족의 장은 강한 닌자를 만들기 위해 친족을 죽이는 끔찍한 전통을 고집한다. 목표가 전도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 점에 있어서도 닌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나루토하고는 결이 다르다. 물론 오로치마루를 지킨다는 그 닌자의 목표 자체가 잘못되긴 하였으나(...)

마지막으로 3기에서는 비밀리에 쿠모 텐카의 몸으로 인체실험당한 인간의 최후가 나오는데 솔직히 처음 몇 분은 이 영화에서 주요 인물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런데 썸녀와 함께 끔살당한다;; 않이 심지어 킨조 시라스도 살려줬으면서 왜 ㅋㅋ 결말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극우파가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과정이 단편적으로 등장한 예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라프텔은 왜 TV판은 안 보여주고 극장판만 내걸은 건지 모르겠다. 라프텔로만 애니메이션 보는 분들은 어떻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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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홈 히어로 1
야마카와 나오키 지음, 아사키 마사시 그림, 김진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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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주인공 1인칭 시점을 유지하는, 요즘 보기 드문 전형적 범죄물이다. 덕분에 다른 인물들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다른 인물들의 독백이 없지는 않은데, 결정적 대사에 대한 힌트는 잘 안 준다. 예를 들어 주인공과 그 아내가 이상하게 침착한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행동대장 마지마 쿄이치가 '너같은 인간들이 제일 나빠'라고 이야기한 점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은 안 나온다. 그러나 쿄이치의 직감대로 테츠오 일가의 비밀이 있는 게 밝혀지고.. 자세한 건 생략한다.) 실제로도 몇날 며칠을 두고 인터넷상으로 팬들이 논쟁을 벌이기도 하니 읽고 토론을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테츠오의 딸 레이카는 집과 분가해서 살고 있다. 딸이 잘 있는지 노심초사하던 테츠오는 어느 날 딸의 얼굴에 상처가 점점 많아지는 걸 발견한다. 레이카의 집까지 미행한 테츠오는 레이카에게 노부토라는 남자친구가 있으며 그가 같이 어울리는 무리마저 혀를 내두르는 천하의 쓰레기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레이카의 집에 잡입했던 그는 인기척이 들려 옷장에 숨었으나 여자들을 팬 이야기를 전화기로 영웅담처럼 늘어놓는 노부토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가 실수로 소리를 내서, 결국 그를 진정시킬 시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방법도 찾지못한 테츠오는 노부토를 죽인다. 노부토가 워낙 악질로 소문났던 탓이었는지 노부토를 찾던 무리들이 분열하는 모습,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침착하게 노부토의 시체를 처리하는 아내 가센을 보며 테츠오는 어리둥절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되는 범죄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기분이 나쁠수도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은 노부토를 나쁜 인간으로 묘사하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어딘가 상처가 늘어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레이카도 희화화하고 있다(나중에 성장할 여지는 있을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인물은 없다고 봐야 하나.. 원작 소설이 있나 찾아보려고 했는데 소설은 아니고 만화가 원작이었다. 그렇게 보기엔 왠지 일본 추리소설처럼 전개되는 점이 많았다. 테츠오가 추리소설 광팬이라는 설정이 잘 적용되었나보다. 그렇다고 해서 보통 추리소설처럼 용두사미는 아닌 것 같아 재미있게 보게 되는 작품. 원작보다 많이 심리묘사가 생략되었다는데, 대신에 속도감이 생겨서 시간 많고 심심할 때 한 번 쭉 훑어봐도 좋을만한 애니메이션이다. 2기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원작이 아직 완결 안 나와서 지켜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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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1호 Maniere de voir 2023 - '자유' 없는 자유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1
안세실 로베르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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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민 자유의 허용은 그 이전에 대중매체에 나타난 탈정치화 현상에 비추어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음모론으로 여겨지는 구절들도 여럿 있지만 생각해보니 이 책의 이야기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정치권력과 정보자본주의의 결탁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이전부터 나는 종이책을 읽는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미워하는 종족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그런데 만일 그런 미움이 의도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꼰대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SNS가 꽤 자극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동영상이 그렇고 중국의 틱톡 이후로 더욱 불이 질러졌다고 생각한다. 좀 더 섹스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좀 더 자극적인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종이책을 보는 게 되려 이상하게 해석될 지경인 것이다. 결국 정치에 관해서도 자극적인 점에만 집중하게 되고 필요 이상의 법은 공부하지 않게 된다. 전남친이 국가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연구하지 않는다고 한탄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바이러스는 '쓸데없는' 정보를 차단한다. 정치에 대한 재미없는 부분은 사람들이 무관심해서 안 보는 점도 있지만, 정보가 차단되면 못 보는 점도 있다. 모 유명 독립운동가에 관한 시는 페이스북에서 적극 차단되지만 정작 그 시를 쓴 시인이 쓴 책은 시중에서 멀쩡히 팔리는 예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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