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TV판 SAC Vol.5
카미야마 켄지 감독 / 뉴타입 DVD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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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 시절 접했던 공각기동대가 바로 이 SAC판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상당히 유치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당시엔 이렇게 목숨을 맡기고 신뢰할 만한 동료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의 감동을 주는 장르만 봐도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확실히 팀이 비극적으로 깨지는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었다. 이후에 공각기동대 원판을 보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것도 소령이 독단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한다는 설정 때문이었고, 에반게리온이라거나 카우보이 비밥을 자주 보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블랙 수트를 입은 일행들의 모습을 보니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건, 고전에서 벗어나 서브컬쳐에 심취한 최근 근황과 함께 내가 점점 유치하고 어려진다는 증거인가 싶다. 뭐, 그렇다고 해서 새삼 내 인생의 흐름을 바꿀 생각도 없지만.

 

 2. 샐린저의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따와서 창안된 스토리는 의외로 굉장히 절묘하게 짜여졌다. 6년 전부터 웃는남자 사건을 맡았던 토구사의 동료가 토구사에게 웃는남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자료를 보이고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토구사의 집요한 수사 덕분에 웃는남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가 무슨 의도로 기업테러를 일으켰는지 거꾸로 추적해가는 설정은 상당히 창의적이었다고 본다. 그림체에선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작붕도 없는 편이고 스토리상에선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일본의 정경유착에 관해서 밀도있게 다루었는데, 실제 일본에서도 끈끈한 정도가 찰거머리 수준이라 논란이 되고 있는 그 깊은 유대를 깨기 위해 공안 9과가 희생을 치루는 장면은 꽤 스릴이 있다. 어떤 데서는 장면이나 대사의 진도가 너무 빨라서 긴박감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몇 번 반복재생을 해야 할 정도로.

 

3. 약간의 스포일러이지만, 원래 웃는남자는 해킹실력은 뛰어났으나 책들을 정리하는 사서?같은 일을 보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다 우연히 세라노 게노믹스에게 누군가 보낸 협박메일을 받게 되었다. 국적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두뇌를 전뇌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리고 자신의 뇌도 전뇌한 시점에서, 그는 전뇌한 부작용으로 전뇌 경화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전뇌 경화증을 치료할 수 있는 무라이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마이크로 머신요법과의 특허 싸움 중 무라이 박사가 정치계에 밀려 약사 심의회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우리나라에 매우 불리하게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해 미국 소고기를 먹는 우리나라 시민 중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처음 접한 대학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사실 별반 능력도 없는 나는 그 사실을 알고서도 촛불집회의 인원 중 하나로 섞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지만, 감히 추측해보건대 그는 그 시점에서부터 삶의 전환점을 얻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세라노 게노믹스 회사 사장의 전뇌를 해킹하고, 그와 이틀간 대화를 시도한 끝에 흥분하여 그를 매스컴에 출연시킨 뒤 총을 들이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는 인간과 사회에 크게 실망하여 6년간 입을 닫고 귀를 막으며 사회에 나타나는 걸 꺼렸다.

 

 

4. 그러나 그가 다시 웃는남자 사건에 나설 것인지 고민하게 된 원인은 두 가지이다. 정치계에서는 일부러 마이크로 머신에 독을 넣고 웃는 남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등, 웃는 남자의 존재를 크게 불려서 마치 그를 우리나라의 '빨갱이'같은 존재로 만들어 국가 보안예산을 늘리려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사람들의 과도한 호기심에서 나온, 그에 관한 모방이다. 이도 또한 촛불집회의 사태를 연상케 한다. 지금은 정체가 밝혀졌지만, 미네르바라는 가명을 써서 다음의 아고라에 글을 썼던 박대성 씨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태가 바로 그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유명인사들이 가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되었으니 가볍게 생각되겠지만, 그 당시엔 '인터넷이나 하고 있는 한 논객'이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라던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을 추측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박대성 씨는 한 때 증권사에서 일했던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책에만 파묻혀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 사실 해커의 자질이 뛰어났으며 인터넷 영웅이 되었다는 스토리는 이 애니에서만 진행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능력을 제외하고 보면 아마 웃는남자 아오이의 설정은 안단테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그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설명을 붙이자면,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대통령 탄핵을 제안했다. 나는 실제로 그를 만난 적이 있고, 그의 실제 인상도 아오이와 굉장히 비슷한 면이 있지만 이건 리뷰이므로 개인적인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러나 정부가 미네르바와 안단테를 잡기 위해 수사에 착수하기 시작했을 때, 시민들은 '내가 미네르바요 안단테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썼던 마스코트가 문화계 전반으로 뻗어가기 시작하고, 기자들은 시니컬하게 정부와의 기자회견에 응하기 시작했으며, 경감이 세라노 회사를 옹호하기 위해 직접 나설 때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웃는 남자라 사칭하며 암살을 계획한다. 개인들이 꼿꼿이 일어서서 사회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도 시로 마사무네는 일본 시민들이 정부의 비리에 항의하는 방법은 이것뿐이며, 그렇게 해주길 내심 바랬던 게 아닐까. 좀 소름끼치는 가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5. 사실 긴박감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토구사의 집요함 덕분이었다. 그의 의지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던 요인은 분노였다. 그러나 그것을 냉정하게 걸러내서 객관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바토, 그리고 육체적인 힘이라던가 사격 실력이 어마어마한 소령의 완력, 그리고 정치와 법조계에 매우 빠삭한 인맥을 갖춘 부장의 조력이 없이는 그의 추진력도 불발에 그쳤을 것이다. 특히 아라마키 부장이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게, 그가 공안 9과의 머리 역할을 한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공안 9과는 확실히 세상에 존재할지 의심이 들 정도로, 부원들이 자기들 멋대로 행동하는데도 원활하게 굴러가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안 9과를 재창조할 각오를 하고(확실히 그는 검찰총장과의 대화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아무렇지 않게 돌연 자신이 이끄는 집단을 해산시키고, 자신의 직위마저 벗어던질 각오를 한다. 뭐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무덤덤하게 자신의 정의를 추구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심플함과 날카로움은 빠져들만하다. 내 이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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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스
오시이 마모루 감독 / 대원DVD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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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애들이 참 좋아했을 것 같은 애니. 한 눈에 봐도 조잡한 명언들로 이루어져서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데 대충 성서라던가 밀턴의 실낙원을 참조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복잡성 때문에 공각기동대 원작에 추리 요소가 가미되어,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분해서 볼 만하다. 뭐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스포일러를 뿌려도 상관없을 것 같으니 살짝 힌트를 뿌려준다.

 

 이번에도 역시 로봇기체를 만드는 회사가 사건의 중심에 개입한다. 처음에는 길거리의 아이들을 납치한 다음 세뇌시켜서 안드로이드에 넣은 다음, 몸을 판다던지 청부살인이라던지 다방면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높으신 분들 중엔 로리 하악거리는 사람들도 제법 많고, 그런 사람들을 방심시키면 죽이기에도 훨씬 손쉬울 테니까.) 게다가 청부살인 시엔 먼저 자해를 한 다음 살인을 하는 것 같은데, 이게 로봇관련 제3법칙을 절묘하게 비켜난 수법이라 회사에 책임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일단 그 기체가 섹서로이드이다 보니 유족들도 고소하기가 찝찝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 기체를 원하는 인간들의 수요가 많아지자 아무래도 회사 내 사원의 아이들까지 억지로 끌어다가 쓴 듯. 제품검사부장 퍼커슨은 자신의 아이까지 잡혀가게 되자 자신의 전적이 있으니 차마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고, 안드로이드 기체가 마치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일부러 난동을 부리게 한다. 그리고 경찰의 눈에 띄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 살인...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이나 애나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ㅋㅋㅋ 아무래도 감독은 천진난만하게 아무 것도 모르고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잔혹하게 그려내기 위해 '이노센스'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은 것 같은데, 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놈의 유전자를 이어받았고 그런 놈한테 가정교육을 받았으니 애새끼도 똑같지.'

 

 2. 영상미와 전투씬만큼은 정말 끝내준다. 그러나 홍진회 건물이 환상이었던 걸 떠올리면 아마도 이 건물들도 환상이 아닐까...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곧 세상은 원래부터 태어난 얼굴과 몸매에 관련된 유전자는 아무 상관도 없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왜냐하면 자신의 원래 모습에서 아바타를 뒤집어 쓰고,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업데이트를 시키면 사람들의 눈엔 그 아바타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보이는 모습도 기분나쁘긴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것마저도 실제가 아니라면, 세계 최고로 부흥했다는 이 도시도 실제론 그저 폐허 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건가.

 

 3. 비록 가상현실이긴 하지만 자신의 몸이 기체로 변해 회처럼 떠지는 체험은 참 기분 나쁠 것이다(...) 토구사가 이제 다시는 바트랑 같이 팀짜지 않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토구사도 나름 공각기동대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인데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지다니 ㅠㅠ

 

 아무튼 토구사가 해킹당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난 이 작품 말고도 매트릭스도 봤는데, 이 기묘한 느낌은 아무래도 감독이 매트릭스에서 빌려온 듯하다. 공각기동대가 만들어지고 그 작품의 여러 장면들을 토대로 하여 매트릭스라는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 영화를 다시 카피해서 공각기동대 외전이 나오고. 흠... 마치 감독이 작품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 제일 쓸모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작품에서 제일 맘에 드는 인물이 바로 이 박사님이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싶은 인형사와도 다르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소좌와도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뒤에서 상황을 관조하며 감상을 적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아이와 인형은 별로 다르지 않으며 그렇기에 인형은 자신이 버림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이론은 제법 객관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반전.

 

 결국 인형을 살아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인간밖에 할 수 없는 생각이며, 로봇을 인간과 똑같이 만들기를 집착하는 자체가 그들을 고철로 있게 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여기에 숨어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인데, 그 감정 중에서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동질화와 이기심'이라는 논리가 된다. 내가 너 같고 너가 나 같은 게 사랑이라면?

 

 영화의 첫 장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들의 신도, 우리들의 희망도, 결국 단순히 과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사랑 역시 과학적이지 말라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랑은 동질화에서 이기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영화는 굉장히 냉소적인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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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host in the Shell 2.0 (공각 기동대 2.0) (한글무자막)(Blu-ray) (2009)
Manga Video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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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트워크를 통하면 확실히 소수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쿠사나기 모토코는 아예 네트워크에서 생겨난 생명체와 융합해버린다. 말 그대로 '결혼'해버린 것이다.

 

 무슨 사정인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뇌를 빼면 온 몸을 기계로 바꾼 상태이다. 그 결과 그녀는 왠만한 인간 남자는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아니 인간을 뛰어넘는 체력을 손에 넣는다. 형사 직업 편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경찰을 은퇴하면 기계로 된 몸뚱아리를 전부 반납해야 하는 처지인데다가, 일을 계속 한다고 해도 전뇌능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제대로 구제할 수 없어서 진퇴양난이다. "제대로 인간 취급 해주고 있잖아."라는 동료의 말에서도, 대외에 나가지 못하고 은근히 활동해야 하는 공안 9과의 사정에서도 그녀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가 훤히 드러난다. 그녀는 자신이 소속 기관에, 정부에, 세계에 종속되어있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2. 그런 그녀의 일상에서 불쑥 인형사가 등장한다.

 

 그녀는 (비록 닥터인가 뭔가 하는 미국 놈이 멋대로 껍질을 여성으로 설정하고 성별을 붙인 것이지만. 그것도 여자라고 깔보기 위한 의도가 농후하다.) 네트워크에서 우연히 태어난 생명체라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는 공안 9과로 피신한 후 자신을 감금하려 출동한 공안 6과 관계자 앞에서 공안 6과 (혹은 일본 정부인지도 모른다.)의 프로젝트 명까지 까발린다. 또한 당당하게 자신을 '생명체'라 소개하며 망명을 신청한다. 비록 사람이 만든 네트워크에서 인간의 고스트들에 접촉하는 과정을 겪으며 '각성'하긴 했지만, 자신의 탄생은 어디까지나 우연이니 자신도 생명체가 아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반박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놀랍게도 그녀가 거론하는 건 인간의 DNA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선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구성하는 건 DNA 체계가 전부이며, 우리의 육체는 그것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조종하는 로봇기기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잘 알듯이, 마지막에선 인간이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 애니가 에반게리온과 인기도가 쌍벽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분위기나 메시지가 완전 정반대인 이유는 인형사의 존재에 있다. 에반게리온에서는 사도를 초월하는 능력을 지니기 위해 노력했던 인간이 멸망의 나락에 빠지는 결말이 나오는데, 공각기동대에선 반대로 '네트워크상의 생명체'가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인간의 능력을 지니길 원한다. 놀랍게도 인형사가 원하는 인간의 능력은 다양성이다.

 

 3. 확실히 쿠사나기 모토코는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매력적인 존재다. 그 세계에서 비교적 편하게 살만한 능력이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그녀는 공감이 가는 존재에게 가까이 가길 원하며, 그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고 싸운다. 비록 보통 일본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른 얼굴형이지만, 그녀가 상당한 팬층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사실 공각기동대의 내용이 정치이야기 때문에 상당히 꼬여있긴 하지만, 그녀는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그런 일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흔히 내가 너 같고 너가 나 같은 것,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 그러면 모토코가 인형사에게 다이브하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것도 사랑의 형태라고 보면 되려나? 공각기동대 원작과 달리 2.0에선 인형사의 성우를 매우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성으로 채택했는데, 상당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가 만약 쿠사나기 모토코였다면, 안 그래도 상당히 강인한 성격을 지닌 인형사인데 목소리까지 완고한 남성이라면 융합에 좀 부담감을 느낄 것 같달까... 형사 일 하면서 남성은 아주 흔하게 봤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인형사가 소수자로 억압받고 있다는 느낌도 나지 않았을 듯하고. 어쨌던 그들은 우여곡절끝에 하나로 융합되고, 모토코도 인형사도 아닌 제 3의 존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4. 그러나 찝찝함은 남는다. 특히 Stand Alone Complex를 먼저 접하고 '가족같은 알콩달콩 공안 9과'의 분위기를 바라며 이 영화를 시청한 사람들은 한동안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감정없이 한 짓이라곤 하지만 수백수천을 죽음보다 더 처참한 나락에 떨어뜨린, 나치범죄자 뺨칠 놈과 어찌 융합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영화 세계관을 다시 돌이켜서 생각해보자. 인형사는 모든 기계는 물론이고 인간의 고스트, 즉 정신마저 해킹할 수 있는 먼치킨같은 놈이다. 게다가 인간이 아직 국가는 이루고 있지만, 거의 모두가 어떤 회사에서 만든 기계의 몸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모토코가 자신을 엄호할 인물로 유일하게 토구사를 두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문득 떠오르게 되는데, 그녀는 분명 '자신이 에러가 난다면 에러를 보충해주거나 고칠 사람이 필요한데 공안 9과 내의 인물들은 다 같은 회사에서 몸을 기계화시킨지라 똑같은 에러가 생길 여지가 많다.'라고 했다. 만일 그녀가 악의를 품어서 공안 9과 사람들의 몸을 개조한 회사에 바이러스를 뿌린다면 일본 경찰이 마비된다는 소리이다.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그녀는 인형사와의 융합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고, 고민많은 소녀에서 여성으로 한 발짝 다가갔으니 세상을 뒤흔드는 섣부른 짓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그녀는 인형사와 융합하지 않았을 때도 다소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스쿠버다이빙을 끝내고 배 위에 앉아 있을 때, 모토코는 자신의 옆을 스쳐가는 건물을 보다가 어느 카페에 앉아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본다. 자기 자신의 얼굴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잠시 소수자가 부상하고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때의 세상을 보았던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몸을 이루는 기체를 바다 속에 집어넣었다 뺐으니, 물 속에서 막 나온 그녀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지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그녀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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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1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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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사실 난 게임에도 낙관적이지 않고,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훨씬 더 냉정하다.

 

 첫째. 우리가 컴퓨터를 쓰는 와중에도 환경오염은 훨씬 심해지고 있다. 전자기기 하나 만드는 데 실제 생활에서의 환경은 엄청나게 소모되며, 이건 아무리 '친환경' 기기를 만든다고 해도 그닥 달라지는 바가 없을 것이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데에도 환경오염이 진행되고 있음은 입으로 말하기도 아깝다.

 

 둘째. 현실에서의 생활이 곤란하다고 해서 가상현실에 의존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가상현실에 관련된 직업군들이 많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소아온에서 나타난 것처럼 윤리가 올바른 사람들간의 공유 체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힘들다. 게다가 가상현실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그 쪽 계열로 취직하기는 힘들다. 사실 난 직업이 없더라도 먹고 살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상으로나 안정을 찾긴 힘들다. 이건 처음 키리토의 설정을 보았을 때 생각했던 것이고.

 

 셋째. 이건 전투게임에서 한정된 것이지만, 죽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소아온에서는 전체적으로 죽음에 대한 무감각한 분위기가 흘러서 상당히 내 마음에 안 드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은 원래부터가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쯤 가볍게 생각하는 타입같으니 열외이지만, MMO가 정말로 실제감을 주는 게임이라는 설정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대로 무기를 휘둘러도 위화감이 안 느껴진다는 게 말이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나도 꼰대 다 된 듯(...)

 

 아무튼 난 1화에서부터 대충 이 세가지 반감을 지닌 채 애니를 시청했다.

 

 

 

2. 게임이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게임의 재미요소 14가지 중 2가지가 사라져 12가지만 남았다고 전종수는 밝힌다. 그 2가지는 바로 게이머의 통제감, 그리고 비선형적 서사이다. '로그아웃할 수 없는 MMORPG' 소드 아트 온라인은 이것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자는 아예 사람들을 게임 안에 감금시켜놓았으니 어차피 전무하다시피하고, 후자는 100층까지 가서까지 몬스터를 죽어라 때릴 수 있을 뿐 개발자 NPC를 때린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 다했다. MMORPG를 플레이하는 데엔 다양한 변인과 목적이 있지만, 그들의 93.3%는 재미를 기대하는 것이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생존 유저들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로그아웃을 포기했다. 비록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개발자 카야바 아키히코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사실상 죽지 않는 이상 탈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게임 안에서도 나름 살 길을 찾고 재미를 찾으려 노력하니 말이다.

 그리고 10몇화까지 진행되면서 돋보이는 게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문제는 거론도 되지 않는다. 무조건 미성년자 보호의 측면에서만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정신이 빠져 아내(혹은 남편)에게도 관심이 없다는 사람들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치부될 뿐이고 성인의 게임중독증세에 관해선 연구자료가 매우 미미하다. 정신분석상에선 심각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일본에서는 애니로 그 문제가 폭넓게 거론되니 역시나 만화계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3. 한편으로 소드 아트 온라인은 ​MMORPG의 장점을 많이 찾아서 부각시키는데,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특성이다. 그 특성이 형성되는 방법으로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인터넷의 특성 중 하나인 커뮤니티를 중시한다. 왜냐하면, 생각해봐라. 1기에서 키리토가 카야바와 듀얼을 했을 때, 때마침 왠만큼 스킬이 있는 아스나의 레이피어를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를 죽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2기에서 세계수를 공략할 때나 샐리맨더 족의 전사와 싸울 때 스구하의 검을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스킬 한 번 못 쓰고 발렸을 것이고.

 표정 묘사를 볼 때 키리토는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관계에 약간 반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나 싶다. 오프라인 상에서 친구였다고 소개하는 유저집단들을 볼 때의 그 복잡미묘한 표정이란... 결국 여러가지 사정으로 솔로 플레이를 택했지만, 어쩌다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인기 짱인 아스나를 만난 이후로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반성한다. 혈맹에 매이지 않고 그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형성시키고, 그 자유로운 분위기를 오프라인에서까지 가지고 오는 그의 성장과정이 꽤 흥미롭다.

 사실 내가 게임에서의 길드나 혈맹을 상당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키리토의 기분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편이라고 할까. 게다가 현실세계에서 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라서, 자신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 성격도 잘 알고 있다. 딱히 이 캐릭터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째 내 얘기 같다고 해야 할까... 

 

 

4. 그러나 이게 꼭 유저들의 힘으로 보존된다고 말할 순 없다. 영웅이라 통하는 키리토도 플레이어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여럿 있었고, 유이라는 치트 캐릭터(...)와 아스나가 던져준 개발자 카드 없이는 알브헤임 온라인이라는 지옥감옥같은 곳을 헤쳐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마법은 사기다...! 검으로 정직하게 싸워 이기는 게 훨씬 더 보람차고 좋다고! (게임하면 항상 검사 선택하는 놈입니다.)

 프레즌스라는 게 있는데 이건 게임 속의 세계가 자신이 본래 살았던 세계인 것마냥 느끼는 현상이다. 주변이 시끄럽거나 노래에 몰입하고 싶을 때 이어폰 꽃고 노래를 크게 틀고 다니는데, 게임중독에서도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이다. 이는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 (감정과 유사한 걸 느끼긴 하지만) AI를 딸처럼 생각하며 아껴주고, 게임상에서의 결혼을 마치 현실에서 결혼한 것처럼 중요시하는 키리토와 아스나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닷핵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먼저 지적되었던 것처럼, 스토리게임은 개발자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가상현실이다. 이 프레즌스라는 현상을 게임 개발자들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개발자들이 NPC를 조종하며, 그들의 의도에 따라 플레이어 주변의 환경이 조종되기도 한다. 비밀스런 어둠의 과학자라는 설정은 사실 너무 흔해서 금지되다시피 했지만, 이것이 개발자로 바뀌니 신선하다 해야 하나. 아무튼 첫번째 악당개발자보다 더 비열한 두번째 개발자가 기존의 소드 아트 온라인 시스템을 카피하여 비슷한 게임을 빅데이터로 사용한다는데서 1기 2쿨은 시작된다.

 그러니 아스나가 두번째 개발자에 의해서 납치되어 왔다는 설정이지만, 은유상으로 보자면 이 상황은 아스나가 게임중독 상태에 빠져있다고 봐도 무난하다. 인터넷에 한동안 돌았던 아스나 창녀설이라던가, 독자들 사이에 이는 묘한 아스나에 대한 반감도 (주요 이유는 아마 키리토와 넷상에서 했기 때문인 것 같지만)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키리토는 소드 아트 온라인 사건 이후 그가 게임중독에 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 편견을 지니지 않고 진심으로 그를 걱정해주는 가족들을 보고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불안증세도 있는 듯하고, 무엇보다 귀환병같은 분위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록 게임상에서지만 죽었다 살아났으니까.

 키리토는 이 묘한 사태(...)에 직구를 던졌다.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그녀를 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애니 속 어떤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이는 게임에서 시작되어 게임으로밖에 풀 수 없는, 그녀와 그 특유의 정신치료과정이다.

 

뭐 이 장면은 단순한 아스나 서비스 장면으로 해석하기로 하겠다(...) 랄까 초등학생 상대로 촉수 몬스터가 쏟아져나올 때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 중 촉수취향자가 있음을.

 나? 나는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든다. 무녀복을 입히란 말이다! ​

 

5. MMORPG의 중독요소는 5가지가 있다고 한다. 
 대리자아(캐릭터), 가상세계의 체험, 커뮤니티, 익명성, 호기심이다. 이것들은 온라인 게임 중독진단 측정에만 적합한 요인들이다.

 ​새로운 정보도 알았으니 이것으로 간단히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 인물들이 게임에 몰두하게 된 원인 분석도 해보겠다. (취미로 심리학을 부전공한지라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키리토: 사실 자신도 뭘 원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녀석이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냥 원래부터 재미있는 것에 몰두하는 녀석인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가상세계의 체험을 즐긴다고 해야 하나.

 아스나: 또 다른 자아를 만들고 싶어서 게임에 몰두하는 타입이다. NPC는 NPC이고 게임 캐릭터는 그저 게임 캐릭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의외로 현실적인 녀석이다. 그리고 아바타를 아바타가 아닌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생각하는 이런 녀석이 제일 게임 중독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타입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구하: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즉 호기심으로 게임을 시작한 경우. 전종수에 의하면 호기심 요소는 게임 중독에 미치는 영향도가 가상세계의 경험, 익명성 등에 비해 2배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검도 등으로 정신을 갈고 닦아 성품이 딱 부러지는 타입이기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를 다른 게이머들보다 고레벨로 성장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그런 사람으로 되는 건 면했나보다. 키리토와 아스나에 비해 외모도 이름도 상당히 다른 걸 보면 익명성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듯. 되려 나이어린 여동생이 게임하는 걸 지켜보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든다.

 

6.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애니, 재미있다.

 솔직히 말해서 라노벨로 보면 상당히 따분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정보에 의하면 소드 아트 온라인 원작은 내용도 훨씬 더 길다는데, 솔직히 메인 스토리 빼고는 별로 재미없었음...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깔끔한 영상미와 내가 좋아하는 유키 카지우라의 깔끔한 OST 덕분에 작품이 더욱 돋보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럴 땐 텍스트보다 영상이 낫군 그래.

 그러므로 엑스트라 에디션도 2기도 꾸준히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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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원 2018-05-0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구

전성원 2018-05-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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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러브 라이브! CE Vol.2 - 넘버링 코토리 & 우미 학생증 + 클리어케이스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 니타 에미 외 목소리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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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기는 보통 1기보다는 퀄리티도 덜하고 재미도 떨어진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러브라이브 1기가 워낙 파격적인 줄거리이다보니, 2기에서 일본 드라마 식으로 전개해 나가도 신선한 편이다.

 사실 1기에선 멤버 결성의 순간에 집중하다보니 전개를 질질 끄는(...) 각자의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러브라이브에서 니코니가 워낙에 인기를 구가하다보니, 니코니의 과거라던가 집안에 관련된 설명도 흥미를 끌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3학년 멤버의 졸업식 장면이라던가, 눈 치우는 장면을 너무 길게 보여준 건 아닌가 싶다(...) 특히 눈 치우는 장면이 최종예선이 있던 날이라 중요한 장면이자 중요한 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깜빡 졸 뻔했다(...)

 그래도 나도 여고 출신이고, 여자 고등학생들이 졸업식 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소하게 노는 이야기를 쭉 보니 나도 덩달아 고교시절 생각나서 좋았다. 마침 그 당시 나도 동년배 친구 2명을 포함하여 3명이 뭉쳐다닌 적이 있었는데, 나 혼자 경기도권 대학에 가게 되고 다들 남쪽 대학이라던가 외국대학으로 붙게 되어 뿔뿔이 흩어졌더랜다. 합숙은 아니지만 몰래 학교에서 먹고 잔 적도 있었고. 멤버 중 한 명이랑 겨울바다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했었고. 그 녀석들 잘 살고 있을까... 결론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마음껏 노세요. 20대부터 알바라던가 여러가지 사회생활을 하게 되서, 맘껏 속내를 털어내며 놀 수 있는 날이 흔치 않음.

 

 

 

 2. 일단 러브라이브상에서 경쟁자였다보니 이 분들은 쓸쓸히 퇴장당함 안습.

 에리치카가 어라이즈의 스파이였다는 설정도 좋았는데 ㅋㅋㅋ 실제가 아니라서 유감스럽습니다만...

 근데 정작 뮤즈보다 이분들 공연이 더 압도적이긴 했다는 거.

 뮤즈도 어째 마지막에 러브라이브 홍보대사로 공연하게 된다는 것 같은데 어라이즈같이 좀 강렬한 음악 좀 만들어볼 수 없나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음악이 어째 죄다 모닝구무스메 비슷한 것이;;; 난 사실 코다 쿠미같은 음악세계를 더 좋아하는데; 

 

 3.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러브라이브에서 린의 인기도에 대한 찬반이 격하게 갈리던데 난 린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 쪽이다. 아니 사실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컷트를 하고 남성같이 행동하는 여성들에게도 예쁜 치마를 입고 꾸미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여성스러움의 절정인 웨딩드레스 의상을 보고 린은 부끄러움, 수치심, 질투가 뒤섞여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하나요에게 의상을 떠넘기면서도 착잡한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자신도 치마를 입고는 싶은데 왠지 아까워서 자신보다 더 예뻐보이는 아이에게 입히고 싶기도 하고, 설령 입더라도 칭찬을 듣고 싶으면서도 뒤에서 수군거릴까봐 겁나는 그런 마음이랄까. 외모와 성격은 시원털털하지만 성격은 누구보다도 더 여성스러우면 저런 일 많이 생긴다. (특히 호르몬 방출이 심한 여고시절이라면.) 러브라이브는 5화 새로운 나에서 그런 심정을 잘 커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상황을 잘 마무리한 하나요의 언변이 최고다. 옷장사하면 정말 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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