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O.S.T. - マクロスΔ (Macross Delta, 마크로스 델타) (Soundtrack)(CD)
O.S.T. / Victor Entertainment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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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도 빠른 키스를 하자

 그러니까 이 애니는 애초부터 떡밥 주울 생각은 없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미사인가 뭔가가 주인공보고 우주에서 잠깐 본 프로토컬쳐의 유적? 보러 가자고 꼬셔서(라면 먹고 갈래?) 여행간 건 나오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별의 가수를 찾은 건 아닌 거 같고 레이디 M이 찾았다고 한다. 근데 대체 레이디 M이 누군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미사도 못 찾은 걸 찾았다고? 왠지 극장판 나올 냄새가 스멀스멀 나지 않은가?

 

 뭐 어떠냐. 아이돌이 있고 초롱아귀가 이쁘면 되지.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요즘은 삼각관계이더라도 남자애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캐릭터다. 아무리 직장에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 이 놈은 프레이아가 밀항하다 잡힐 위기가 오자 잘릴 위기를 감수하며 그녀가 탈출하도록 도와준다. (미카는 쿠델리아의 회사가 망하던 말던.) 사신이라 불리던 상사가 죽자 자신이 더 잘하겠다며 책임을 짊어지고 그의 자리를 사실상 비워둔다. (상사는 아니지만 형님이 죽자 바로 상사를 금발머리로 바꾸는 미카의 회사.) 처음부터 한 눈 안 팔고 오래오래 프레이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지켜 왔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멋있게 고백했다. (쿠델리아한테 키스했는데 아트라랑 ㅅㅅ한 미카. 쿠델리아와의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에 아트라의 애를 돌봐달라고 해서 멘탈을 바사삭 부순 미카.)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분량에 비하면 철혈의 오펀스보다 욕은 덜 먹었다. 인기는 없었지만 안전하게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마치 당선이 확실시된 문재인 밑 제 2, 제 3자들을 보는 듯하다. 마치 너의 이름은 영화에서 여주인공 인기에 완전히 묻힌 착실한 도시 남자 타키를 보는 듯했다. 확실히 이치죠 히카루가 무지 욕먹긴 했지.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 건담이 지지부진하기도 했었다. 시대의 영향을 입어도 아침드라마와 찌질남과 나쁜 남자의 인기는 변하지 않는 걸까!

 

무튼 남 말 듣고 애니 보는 습관이 있다면 고치는 게 좋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 무척 재밌게 봤고 스토리의 근본이 된다는 마크로스 플러스도 보려고 한다. 결국 개성의 문제인 것. 이 애니도 개개인의 성격을 보는 맛에, 오늘의 또 색다른 이야기를 물고 뜯는 맛에 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원래 스트레스 좀 받으며 살아야 오래 산다. 그런 점에 있어선 같은 주제임을 감안할 때 건담 시드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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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로이드 극장판 소드아트온라인 아스나 오디널 스케일 Ver.& 유이 (おもちゃ&ホビ-) - 논스케일 ABS&PVC 도색완료 가동 피규어
グッドスマイルカンパニ-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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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 여자를 만나려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니까.

 

 

 우리 키리토가 두번째 검이 없어지니까 완전 평범한 학생이 되어버렸다. 많은 게임 유저 중에서도 염색을 안해서 검은 머리칼이 유달리 휘날리던 키리토는 어디갔냐. 머리칼 뿐만 아니라 아예 공중도 훙훙 날라다니던 님은 어디에. 마지막에 바스타드 소드를 차도 그건 검이 멋있는 것 뿐이지 캐릭터가 멋진 건 아니잖아. 그보다 키 작은 게 더 잘 보여. 무튼 우리 쌍검 키리토를 돌려달라. 설마 라스 가서도 저 검 쓰는 건 아니겠지?

 

 아스나가 기억을 잃는데 그 상실감으로 인해 게임을 하는 동작에 더욱 빠져든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그녀의 행동이 게임 중독 증세같이 보인다는 점이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다. (중독 증세 맞는 것 같지만.) 게임은 안 하지만 왠지 찔린다. 게다가 키리토가 게임에서 만난 남자애 이다보니 어머니와 갈등이 많던 거 같던데. 남자 탓이 아니라 아스나 본인이 페북, 아니 게임을 덜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스나 어머니...

 역시 지방에서 애니 영화를 보면 증정품이 없는 듯하다. 다른 데선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역시 서울로 가야 하겠지. 소드 아트 온라인 스토리가 왠지 점점 심각하게 가는 것 같은데 점점 재미없다는 평이 많아져서 오싹하기도 하다. 그걸 VR게임 안에서만 해결해서 운동부족이었던(...면만 먹는다고 하니 살도 찌지 않았을까.) 키리토가 AR게임을 접하면서 현실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중간에 잠깐 보인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결국 마지막엔 옛날 시절 100층 괴물을 클리어하는 데서 끝나버려서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듯하지만 3기를 향한 신의 한 수였다고 잘 얼버무리자. 그렇다고 마지막 액션을 까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당연하지만.

 

 어쨌던 기분 하루종일 복잡하고 내일 일까지 지장이 생길 뻔했는데 소아온 보고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다. 고마워요, 소아온 극장판.

P. S  듀나가 지지하는 영화관 스크린 비율 문제로 한 때 난리였는데 난 솔직히 그게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어.
근데 엔딩크레딧 다음에 에필로그가 나오는 영화인데도 일단 본편만 끝나면 무조건 직원들이 문 열어대고 불 켜대고 나오라고 소리지르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체 왜 뭐 때문에 그래 응? 청소는 좀 나중에 하면 사장한테 얻어터지는 거니?
나는 3기 스포 나온다는 소식 전해듣고 끝까지 버티긴 했는데 소아온 모르는 듯한 사람들은 다 나가는 분위기여서 너무 분위기가 소란스러웠다. 이거 좀 영화관에서 정해줬음 좋겠다. 엔딩크래딧 때도 그냥 조용히 있던가, 아님 이 영화는 에필로그 나오니까 끝까지 앉아서 보라고 안내를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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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모자이크 1
하라 유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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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본을 쓰느라 평소에 쓰지 않는 뇌 부분을 너무 써버려서, 졸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평상시에도 뇌를 좀 써달라고!"

 

 

 

극장판에서 볼 때는 저 대답이 좀 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한테는 교훈이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처럼 책을 읽느라 뇌의 한 쪽 부분 같은 데에 너무 많이 집중이 되면 그게 피둥피둥해져서 다른 뇌 부분을 누르지 않을까. 어제 조조영화를 보고 저녁에 사람을 만났는데 말을 심하게 건너뛰었는지 상대방이 너무 당황해해서 간단하게 밥 한끼 먹고 술 한잔만 마시고 헤어졌다. 만난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달까. 나님 일상생활에서도 대화의 중심에 화제를 맞추려 노력하자. 망상에 뇌를 좀 덜 써보라고.

 

 부모님들이 애들 끌고 와서 여자애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보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아니 그 반댄가.) 보통은 '아니 이게 대체 뭐야' 하는 기분이 들겠지. 여자애들 팬티라던가 다리성애라던가 안경성애라던가 가슴 출렁이는 장면이 나오니까.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다리성애지만) 그림체가 다른 작품들보다 귀여움에 좀 더 맞춰져 있으므로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리뷰를 보고 애들을 끌고나와서 이 영화를 볼 부모님은 없겠지. 하지만 이 애니 보기 전에 선입견부터 갖지 마시라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어머니는 의외로 너의 이름은에 굉장히 감동받으신 거 같더라. 유익한 극장판 애니가 많다. 금빛 모자이크 극장판은 무난한 편이다.

 금빛 모자이크 본 애니메이션의 핵심 내용이 일본을 동경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좌충우돌이라면 극장판은 금빛 모자이크의 츤데레 담당, 아야야(... 검색해보면 왜 이렇게 부르는지 알게 됩니다.)의 이야기다. 딱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시절 예민한 여학생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좋았다. 차마 그게 내 모습 그대로라고는 양심상 말할 수 없지만(?!) 여자애들 3명이 친구일 때 흔히 하게 되는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러브라이브의 호노카코토리우미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할까. 친구들을 따라서 학교 진학을 할까 말까 하는 고민도 흔히 하게 되고.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올라갈 때는 아무래도 취업을 중요시 하다보니 친구 따라가기가 힘들지. 근데 요즘 보면 고등학교 진학도 상당히 힘든 듯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귄지 오래된 친구들과 느긋하게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즐기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는 동아리 종류도 많고 활동도 본격적으로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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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오션 4 - 죠죠의 기묘한 모험 Part 6 (67) 죠죠의 기묘한 모험 Part 6 스톤 오션 4
아라키 히로히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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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말이야, 궁금증이 들곤 해. 내가 이 더 핸드로 지워버린 건 대체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하면서 말이야.

 

4부에선 뭔가 친근한 면이 많이 보인다.

 

 모리오쵸: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시골이다. 바다가 있고 기념물이라고는 바위가 자랑이며 뭔가 빽이 풍부한 요리사가 있는 관광지에 항구로 들어올 수 있는 배는 작고 부자들은 빈집만 엄청 지어놓는다. 빼박 일본이나 한국이나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규모 관광지.

 최초로 솔로인 죠죠: 죠린이 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죠린도 10대에 러브라인 생긴다. 아무래도 기가 센 어머니 하나만 있는 외동아들이니 서로간에 부담감은 있겠지. 근데 이탈리아 요리사가 준 비누를 줍는다거나, 새비지 가든의 노래를 엔딩곡으로 한다거나 깨알 BL 드립...

 미국-일본 혼혈들: 딱히 죠죠만이 아니다. 칠리페퍼 스탠드를 쓰는 놈도 미국 음악 외엔 아무 음악도 모르는 듯한 외곩수. 코이치 가문을 등쳐먹으려던 사기꾼의 등짝에도 미국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아무튼 일본 애들은 뭔 일이 있으면 미국 욕하고 등짝 때리기 참 좋아한다. 혹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도 배경이 항구 소도시였나 그러고보니.

 

 

죠죠도 왠지 어중간하다. 치료 캐릭터라고 하기엔 원상복귀시킨 사물이나 사람의 상태가 불완전한 경우도 있고, 마지막까지 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완전 정의의 편이자 선한 이웃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아마 치료만 해서는 싸움이 안되서 그러지 않나 싶기도 하다. 관점이 바뀌면서 죠셉의 성격이 확 변한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볼 땐 그럭저럭 재밌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죠죠의 능력이 진화하진 않지만 지루하진 않다. 스탠드의 성장이 코이치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도 하고.

 

 죠셉 죠스타가 애를 두고도 몰랐다는 건 좀 억지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뭐 그래도 아이를 찾기 위해 손목 긋는 걸 보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걸 하는 능력은 그대로인 듯. 어떤 부자들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악행도 하는데 뭐...

 일본에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크레이지 배가본드가 있다.
 만화책 베가본드를 생각했다면 틀리다.
 원곡은 천상병의 시이다.

 https://youtu.be/3eaD89dKh1Y

 

 스탠드가 넘치지만 죠죠 가문이 특히 주인공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악의 대표를 상징하는 자들을 무찌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자신들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출세만을 지향하거나 돈을 밝히거나 한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게 아니다. 비록 잘 살게 될지라도 그런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운명을 바꾸려면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해야 한다.

 독서토론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리 마을주의자들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마을 일을 나서서 돕도록 매력으로 유도시켜도 부잣집 사람들은 조용히 사는 게 목표라 울타리를 치고 집 문을 잠가 틀어박혀 있을 거라고. 아무리 끼와 남다른 취향이 있어도 아닌 척 가면을 뒤집어 쓰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그만이고 정 못 버티면 서울로 떠서 자신과 맞는 인간들을 불러 놀아제끼면 그만이라고. 그러자 서울에서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오신 선생님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사람이 언제까지 그 자신의 본능을 억누를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억누를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운이 다하지 않는 한. 그리고 마을을 진정 위하는 사람들이 와르르 모여 목청높여 그의 비겁함을 폭로하지 않는 한.

 그래서 키라는 죠죠의 보스들 중 역대급으로 약하다. 비현실적인 악당들을 현실적으로 보정시키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었으나 그것도 왠지 자신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안습적인 핸디캡이 있었다. 만일 초등학생에게 설치한 폭탄 때문에 죠죠 가문 중 둘 씩이나 죽는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면 그렇게 자신이 키라라고 당당히 이야기하지 않았겠지.) 그래서 왠지 죠죠 시리즈답지 않은 4부이지만, 여태까지 쉴 새 없이 반복될 줄 알았던 죠죠만의 패턴을 완전히 깨부순 데서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다. 계급사회에 대한 풍자와 운수의 전면부정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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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
김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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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때문에 빠듯하게 짠 일정 안에서 각 나라의 수도와 국립박물관, 유적지를 찍고 다니느라 무슨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는 것 같았다. 단 한 군데라도 빼먹으면 '유럽일주'를 하지 않은 게 될까 봐 몸살기가 있어도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 '가봤다'를 증명할 일이라도 생길 줄 알고 입장권과 안내서 따위를 악착같이 챙겼고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셀카를 찍어댄 뒤 곧장 페이스북에 전시했다. 친구들은 내가 게시한 사진과 글에 별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철저한 무반응이 부러움과 시샘의 메아리라 해석하고 더 많은 사진과 글을 올렸다. 여행은 그렇게 일상과 마찬가지로 관성으로 진행됐다.

세계 곳곳의 역사 지리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취합되어 있고 따라잡기 불가능한 속도로 매일 업데이트된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여행은 철저히 이미 체험한 이미지와 관념의 재생이다. 여행자들이 쏟아내는 안내서는 투입한 금액과 시간에 비해 매우 큰 수확을 건졌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환상을 강요한다. 필연에 거만해지고 우연에 환호하는 게 여행기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혈에 나오시는 분은 이렇게 건장하시진 않으나 치료받으러 오시는 여성 분의 포즈는 구체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상상된단 말이다.


0. 그래도 직접 해보지도 않고 부정하기는 싫으니 해보겠다는 주인공의 자세가 나오긴 하다. 그렇지만 나도 이 작가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이 의견에 찬성이다. 첫째로 나는 여행가서도 책을 가져가서 읽는 타입이니 (그래서 사막은 못 갈듯. 땀이 책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나같은 놈이 해외여행을 가봤자 돈만 날리지 싶다. 두번째로 항상까진 아니지만 경치가 좋다 해서 여행갔다가 생각보다 별로인 곳들이 종종 있고, 몇번이나 이 파라다이스 같다는 곳이 눈앞에 있는 저곳인가를 확인해본 적도 있다. 해외를 간다고 그렇지 않을까? 진짜로?

1. 전복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좀 뚱한 동네 삼촌 같은 편인데 악스트에서 본 김덕희 단편에서도 비슷한 성격이 주인공이다. 이 사람도 말라죽은 앵두나무 이하생략 시집을 낸 분처럼 비슷한 의미에서 마음에 든다. 내용은 좀 올바른 면이 있으나 그를 표현하는 주인공도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세상은 주인공보다도 더 삐딱하게 기울어지는 느낌이랄까?

여성들은 대부분 소작농같은 신세이고 남성들은 대부분 건물주가 된 유리천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병정은 아니지만 을인 아버지의 비애, 주인공의 따분함 등은 약간 소설의 주제와 어긋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짤막한 사건과 주인공의 소소한 행동의 변화로 마지막에 겉돌았던 주제를 깔끔히 통일시킨다. 여전히 찝찝함은 지울 수 없지만.

2. 급소는 왠지 장과 주인공을 엮으면 BL물 같기도 해서 좋았다 헤윽 커플로 맺어주고 싶다 되려 핏줄이 이어졌을 것 같기도 해서 더 금지된 커플같은 냄새가 나 저 둘이 커플이라고 작가가 공식 인정해주면 나 마구마구 핥아댈 자신 있는데(아냐)

3. 아니 진짜 방심하고 봤다가 빵 터진 절차가 있습니다 소설 ㅋㅋㅋ 90년대 판타지 소설 때 왠지 독자가 배꼽을 잡고 웃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불태워질 듯이 모든 걸 걸고 개그를 추구하는 유행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그 잔해를 보는 듯하다. 어쩌다가 화장실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키들거린 적은 오랜만이라 왠지 화장실을 나오니 아랫집 윗집에서 초인종을 누를 것 같은 불안이 스며나왔다. 왠지 뒤로 가면서 갑자기 반전(?)이 뜨지만 그것도 매력있다. 어쩌면 전복처럼 뜬금포 결말이 작가만의 컨셉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맘에 드는 작가라서 그런가 해외여행에 대한 견해도 나랑 많이 비슷하다. 이거 반드시 독서모임에서 엄청 까일 거 같은데(...)
그리고 이 단편소설을 읽은 그 날 난 출근했다가 갑자기 유니폼을 두고 오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원래 걸어서 50분 걸리는 거리를 30분 만에 주파했다 한다;;

4. 흙에 그린 개는 짖지 못한다는 대사는 흙수저의 조선시대 버전 표현인 듯하다. 여기선 노비인 주인공이 글을 베껴쓰다가 양반에게 들키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기응변을 쓰는 거지만 어느 정도 맞는 듯하다.

5. 작가가 본래 편집자 출신이라 그런지 편집 일에 대한 애환의 글이 하울링에서 좌르륵 펼쳐진다. 하기사 나도 무슨 웹진에서 편집을 맡았다는 사람의 SNS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떠나 너무 문장 성분이 엉망진창이라 지적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웹진 편집일 하시며 잘 살고 계시리라. 여기다 내 연휴 내가 쓰는 데도 눈치를 본다거나 갑자기 사직을 당하는 상황 등 직장인 독자가 문득 공포로 소스라치게 되는 요소가 잘 섞여 있다.
그나저나 걍 연차 내고 쉬겠다는데 직원들끼리 같이 좋은 데 나가자니 ㅋㅋㅋ 사장 양심있냐?

6. 여자한테 대쉬하되 시도하지 말아야 할 게 세 가지 있음.
첫째, 밤중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지켜주겠다느니 쇼하지 말 것.
둘째, 아무리 친한 척했더라도 여자가 좋아하는지는 꼭 물어볼 것. 아무리 여자가 튕기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자리 깔고 진지하게 물어보면 튕길 자리 안 튕길 자리 지가 다 알아본다.
셋째, 서프라이즈 하지 말 것. 의외로 싫어하는 사람 많다. 눈치라도 고단수던가.
여자한테 대쉬하기 위해선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설에서 고 주임이 하듯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식사를 하러 좌식에 앉을 때 모포를 가지고 와 하체에 둘러주기, 인도를 걷고 있으면 여자가 차 다니는 쪽으로 걷지 않게 끌어당겨주기 등. 사실 기본적인 매너인데 그런 것도 못하는 남자들 많더라. 물론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할 때 고 주임 같은 사람이 가장 부담스럽게 대시해대서 곤란스럽긴 하지만 ㅎ..
철학서와 시집을 같이 보는 중인데 난 철학자보단 시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하울링에서는 가상세계에서의 일이지만 시인이 교수에게 굽신굽신거리는 장면이 나오니 꼭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난에 쫓기는 시인만 있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 또래의 유명한 시인도 아버지가 목사라고 하니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것 같고. 시인 몰까.

7. 가장 별로였던 소설은 코뮈니케이터. 소설 제목으로 상당한 기대가 있었는데 내용이 너무 발랄해서 따로 노는 게 문제였다. 전적으로 신예 작가답지 않게 묵직한 기술이 많은 김덕희의 작품을 생각해보면 뜻밖의 작품이고 가볍게 쓰려고 노력한 게 돋보였으나, 요즘 제법 심각한 문제인 게 개에 대한 이슈인데 너무 가볍게 치고 나가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혈. 가시 자국ㅡ혈2보다 훨씬 더 뒷부분에 실려있는 작품이다. 순서가 멀어진 것에 대해서 직접 이유를 물어보고는 싶었지만 하필 저자가 한무숙 상을 타는 날이 독서모임 있는 날인지라; 근데 퀄리티는 가시 자국ㅡ혈2보단 못하단 느낌이다. 가시 자국ㅡ혈2가 시원스레 결말을 냈다면 혈은 어딘가 자꾸 겉돌고 있단 느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서울에 살던 때 쓰지도 않을 송곳을 비상용이라 고집하며 자꾸 가방에 넣고 다녔을 때처럼, 남자도 한번쯤 그런 날카로운 뭔갈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기분이 있구나' 정도의 인상?
김형중 씨의 평론은 별로였다. 물론 나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본 적 있지만 김덕희의 작품에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현실을 반영했다기엔 몽환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말이다. 자망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배경이 비 오는 강이다 보니 악몽같은 느낌이 배후에 깔려 있다. 그래서 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뗄 수 없는 게 이 책의 매력인데 평론 끝까지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더라. 굳이 이 책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인셉션에 정치 이야기를 어중간하게 섞은 듯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급소는 한국의 보통 마초물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성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게 힘든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받았지만 여성들의 결을 파악하려 작가가 더 노력한다면 마초물이란 비난은 받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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