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도 빠른 키스를 하자
그러니까 이 애니는 애초부터 떡밥 주울 생각은 없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미사인가 뭔가가 주인공보고 우주에서 잠깐 본 프로토컬쳐의
유적? 보러 가자고 꼬셔서(라면 먹고 갈래?) 여행간 건 나오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별의 가수를 찾은 건 아닌 거 같고 레이디 M이 찾았다고
한다. 근데 대체 레이디 M이 누군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미사도 못 찾은 걸 찾았다고? 왠지 극장판 나올 냄새가 스멀스멀 나지
않은가?

뭐 어떠냐. 아이돌이 있고 초롱아귀가 이쁘면 되지.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요즘은 삼각관계이더라도 남자애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캐릭터다. 아무리 직장에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 이
놈은 프레이아가 밀항하다 잡힐 위기가 오자 잘릴 위기를 감수하며 그녀가 탈출하도록 도와준다. (미카는 쿠델리아의 회사가 망하던 말던.) 사신이라
불리던 상사가 죽자 자신이 더 잘하겠다며 책임을 짊어지고 그의 자리를 사실상 비워둔다. (상사는 아니지만 형님이 죽자 바로 상사를 금발머리로
바꾸는 미카의 회사.) 처음부터 한 눈 안 팔고 오래오래 프레이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지켜 왔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멋있게 고백했다.
(쿠델리아한테 키스했는데 아트라랑 ㅅㅅ한 미카. 쿠델리아와의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에 아트라의 애를 돌봐달라고 해서 멘탈을 바사삭
부순 미카.)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분량에 비하면 철혈의 오펀스보다 욕은 덜 먹었다. 인기는 없었지만 안전하게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마치
당선이 확실시된 문재인 밑 제 2, 제 3자들을 보는 듯하다. 마치 너의 이름은 영화에서 여주인공 인기에 완전히 묻힌 착실한 도시 남자 타키를
보는 듯했다. 확실히 이치죠 히카루가 무지 욕먹긴 했지.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 건담이 지지부진하기도 했었다. 시대의 영향을 입어도
아침드라마와 찌질남과 나쁜 남자의 인기는 변하지 않는 걸까!
나는 이 애니메이션 무척 재밌게 봤고 스토리의 근본이 된다는 마크로스 플러스도 보려고 한다. 결국 개성의 문제인 것. 이 애니도 개개인의
성격을 보는 맛에, 오늘의 또 색다른 이야기를 물고 뜯는 맛에 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원래 스트레스 좀 받으며 살아야 오래 산다. 그런
점에 있어선 같은 주제임을 감안할 때 건담 시드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