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네버랜드 3
시라이 카이우 지음, 데미즈 포스카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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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알만한 쉬운 반전인데 원작 쓴 분이 함정 깔음.

1. 일단 1인칭 시점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등장함으로써 이동하는 인물이 정말로 누군지 모르게한 배치.

2. 마마가 시설에 무슨 장치를 해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시스터의 등장. 그러나 단순무식한 사람의 의견이 때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는데...

3. 그리고 똑똑한 척하지만 두 명 앞에서는 생각을 아무렇게나 늘어놓으며 쿨한 척하는 레이.(사실은 츤데레.)

이전에도 도가니 같은 실화소설 때문에 시설에 사는 아이들의 삶이 큰 논란으로 번진 적이 있다. 그러면서 탈시설화는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나 기타 약자들을 돌보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날까? 약속의 네버랜드 오프님에서는 똑똑한 아이들 3명이 숲을 달려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무언가 벽 같은 것을 깨뜨리고 그들이 달려들어가는 공간은 칠흑같이 까맣다. 물론 시설에서 가만히 있으면 괴물에게 잡아먹히거나 어른이 되어도 다른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가해자로서 그 무리에 가담할 뿐이다. 그러나 아주 어린 아이들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설령 그들 중 몇 명이 운 좋게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일반 사회에서 정상인처럼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시설의 교육은 일반 사회의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령을 기본적으로 숙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시설 밖으로 나간다면 시설에서보다 더 일찍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 엠마는 철저하게 아이들 모두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려면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에서 탈주하는 엠마의 활약과 그녀를 항상 도와주는 노먼의 무서운 지략이 이 애니메이션의 매력 포인트이긴 하다. 스릴과 감동도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철저히 지역사회와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 숙고하며 함부로 교훈성을 내세우지 않는 게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이다. 서브컬쳐계 스토리에 새로운 지점을 그려넣고 있는 명작이다. 혁명까진 아니지만, 신중한 구석이 있다. 물론 주인공 엠마에 의해 확고한 윤리 기준은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 엠마의 그 집요한 보편적 복지 이론에 반발감이 있을 순 있는데(그런데 항상 일본 작품에선 적군의 편도 생각해보자는 이론이 집요하게 등장하는 면이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싶은데...), 작중에선 명백히 엠마 편으로 기울어지는 게 느껴진다. 난 그게 또 마음에 든다. 데스노트보다는 좀 더 무게가 있고, 데빌맨에 비해선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P.S 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대뜸 사회복지사 직원에게 아이들을 이렇게 가둬도 되냐 삿대질하면서 말리는 나에게 '넌 사회복지사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 말한 어르신이 있다. 내가 이 계열에 대해 잘 몰라도 이것만은 안다. 시설의 부당함에 대해서 화를 내는 건 너무나 쉽다. 마찬가지로 고발도 쉽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설의 병폐를 무작정 고발하고 일이 커졌을 때 직장을 잃은 (소수 양심이 있고 시설을 잘 이끌어 나가려 내부에서 노력했던) 직원들은, 그리고 졸지에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어디에 가느냐이다. 누가 맞는지, 누가 사회복지사로서 어울리는 생각을 지녔는지 여기서 얘기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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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FX J Dies irae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おもちゃ&ホビ-) - 1/8 PVC 도색완료 완성품 피규어
壽屋(KOTOBUKIYA)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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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용서하고 애정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증오하는 마음도 있다. 자신이 실패할 수도 있음을, 추락할 수도 있음을 깨닫고 경계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은 마치 한없이 먹을 것만을 추구하는 어린아이의 탐욕스런 마음과도 같다. 사랑해야 할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하나 아직 되지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말한다. 자신의 귀에 듣기 감미로운 말만을 줏어담는 사람은, 자기혐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한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진실을 모르며 알기 싫다고 부정한다. 그렇게 현실을 오판하면 결국 이루려는 일을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난 사람이 진실을 알 권리와 함께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진실은 하나라고 보며, 신은 이를 주관한다고 여긴다. 신이 아닌 인간에게 진실을 부정할 자유는 없고, 무지에 대한 대가는 결국 치뤄질 것이다.

물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때로는 과거를 외면하고 도망치려는 사람들의 변명이 되기도 한다. 전통과 역사는 과거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에게 경계의 일침을 날린다. 과거의 외면은 근미래에만 우리의 시각을 고정시키며 결국 편협한 성격을 낳는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이 애니 혐한이라고 규정한 게 설마 김치장아찌 샌드위치 때문이냐...? 아니 한국인이 먹기에도 충분히 위험한 것 같고 츄라이 김치 정신은 한국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니 딱히 혐한까지 갈 건 없다고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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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저널 이프 창간호 소장판
이프 편집부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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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군 경험은 일종의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외상)이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정신 분석학적 연구나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복학생들이 교수에 대해 '예의'가 바른 것은 후배들에게 선배 대접 받으려는 의지와 상관관계를 이룬다. 그것을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이 되었다고 혹은 '어른'이 되었다고 표현힌다. 더불어 집단적 동질성의 문화 역시 군대에서 극단화된다. (...) 불안감 주입의 메커니즘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 "군복무 동안 형성된 집단의식은 그들이 제대하는 순간 다시 사회로 환원되며 50년 동안 군대라는 조직을 거쳐 온 그들의 선배들과 조우해 거대한 집단의식을 형성한다."


 

군대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건 탈모, 착모, 탈모, 착모, 탈모, 착모, 탈모, 착모, 탈모, 착모라는 분이 계신다.


훈련소에서 군사 이론 교육을 받기 위해 실내 강당에 모였을 때 조교가 수많은 훈련병들을 통제할 때 쓰는 방법이라 한다. 조교 혼자 수많은 훈련병 군중 앞 한 가운데 서서 카리스마를 뿜뿜하며 전투모를 쓰고 벗기를 반복하는 귀찮은 짓을 시키는데 그 자체가 무지 컬트적이라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조교가 “탈모!” 라고 외치면 다들 동시에 전투모를 벗고 “착모”라고 외치면 다시 다들 전투모를 쓴다. 원칙적으로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하는데, 모자를 씌운다는 것은 “너희들은 교육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요란스럽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벗긴다는 것은 군인으로서 교육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재차 확인하는 것이다. 훈련병들의 탈모 속도가 느리거나 모자를 벗는 것 외에 잔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보여서 조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직도 준비가 덜 되었군!” 이라는 의미로 다시 “착모”를 주문한다.

 

난 이 글을 보고 왠지 어린왕자에 나오는 신사가 생각났다. 그는 인사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벗는 의미 없는 짓을 한다. 그도 그 행동이 의미 없다는 걸 은연중에 안다. 그래도 어린왕자가 박수칠 때마다 쉴새없이 탈모와 착모를 반복하느라 탈진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신사가 힘들어한다면, 아예 모자를 없앨 순 없는 걸까?

 

군대에 막 다녀온 사람 보면 단순히 그 사람답지 않은 게 아니라 거의 인간같지 않은 말과 행동을 보이곤 한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쏟아내는 말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찬성이건 반대이건 간에 직설적이다. 여성가족부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유투브 방송을 차단한다 들었는데 이에 대해선 좀 아쉬운 바이다. '개인의 발언할 자유'가 차단되서 그러는 게 결코 아니다. 평소 남자들만 있는 자리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과 발언을 하거나 듣고 보고 나왔는지에 관해 생생히 겪을 수 있어 상당히 흥미가 있었다. 예전에 오타쿠 모임에서도 직업 군인을 막 때려치고 나온 인물을 본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지만, 그의 이론에 반박할 페미니즘 이론을 정리하는 데엔 상당한 도움이 되었었고 나중에는 헤어져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여성들은 감정이 풍부해서 충동적이라 하는데, 나는 대부분의 남성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군대에서 막 전역한 남성을 건드렸을 때 그 분노는 매우 충동적이라고 본다. 나는 그들에게서 당사자주의의 위험성을 목격하곤 한다. 그들은 전쟁에 출전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분노하며 사실상 전쟁나면 군인이 가장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군인들은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나면 여성들은 제일 먼저 강간당할텐데 자기 남성들에게 지켜달라 애원하지 않는다며 고충을 호소한다. 이는 매우 모순이지 않은가? 강간에 대한 이야기는 곧 출산하지 않는 비혼 여성들에 대한 분노로 번지다가 곧 자신이 전쟁나서 총을 잡게 되면 일단 우리나라 여성부터 다 쏴 죽일 거라는 이야기로 끝난다. 이 정도면 대체 여성이 누구한테 공격을 받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북한이던 우리나라 남성이던 어쨌던 간에 남성이지 않을까?

 

그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한남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때 그가 했던 행동과 발언을 많이 참조하고 있다. 신고하려고 하나하나 그의 성적 발언을 캡쳐했는데, 그게 의외의 보물이 된 셈이다. 더불어 그 옆에 있는 친구들도 은근슬쩍 성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했는데, 그것들 중 인상깊었던 것들을 혼합해서 쓰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정치 얘기와 같이 군대 축구 얘기를 싫어한다. 어째서일까? 한국의 정치는 한국만의 특수한 사안으로 이뤄져 있다. 그처럼 군대도 다른 나라의 군대와는 달리, 한국의 특수한 문화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군 복무를 끝내고 나온 사람들은 자기 빼고 다른 군인들이 과연 전쟁시 나라를 지킬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진보적인 대통령이 뽑혀도 징병제를 시작하고 또한 계속 유지하는 중일까? 나는 이게 한국을 유지하는 유교 문화와 비슷하다 생각한다. 즉, 직업군인을 빼자면 군대는 한국 남자를 한국 남자로 만들어주는 특수교육같은 것이다.

 

 

 

 


 

P.S 방송하시는 분께 남길 명언이 있군요.

여성은 남성의 힘의 우위에 굴복했지만, 여성 특유의 무기를 가지고 반격했다. 그들의 주된 무기는 남성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에리히 프롬의 격언입니다. 덕분에 웃음으로 즐겁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한 이 글 남기려고 이 책을 초스피드로 읽을 수 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는 이제 국가 방위의 주체이며 사회적 책임을 떠맡은 자이며 "남들(특히 여자!) 판판이 놀 때" 혼자만 죽도록 고생한 공인이다. (...) 그러나 군필자들이 부르주아고 고학력자라면 과연 '손해 보았다'는 느낌을 그랗게 강하게 투사하게 될까? 그들은 특권층의 병역 기피나 면제에 대한 분노를 '자기 계급에 대한 피해 의식'의 형태로 갖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지방대' 제자들이 왜 한결같이 고성, 인제, 원통 등 전방 산간 지역으로 배치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아는가?) (...) 군필 남성들은 군대 경험을 토대로 해서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느끼는 소외감, 불안증, 차별에 감정 이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걸까?




페미니즘이나 메X 여성들이 남성에 대해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는데, 솔직히 군대 막 다녀온 남성만큼 피해 의식 쩌는 분들을 '일반인들' 사이에서 난 거의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다 죽어가는 군 가산점 이슈에다가 댓글을 다는 분들도 캐물어보면 복학생이다. 심지어 여성의 출산을 군대에 빗대어 표현했다가 본격적으로 고령화 저출산 현상이 터지게 되어서, 괜히 비혼 여성들 탓하며 아닥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어째서 남들이 자기와 겪는 똑같은 고생을 해야 한다며 어느 지식인을 포함한 숱한 남성들이 찬동을 해대는지 모르겠다. 고통은 혼자 지고 축하할 일을 만들며 파티에 모두 같이 가는 게 사람이 해야 할 진정한 도리가 아닐지, 이들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간단히 말하자면 '쓸데없이 주둥이 나불대지 말고 1절만 하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같은 개똥철학이랄까? 형님이 사람되고 싶다면 나가 페미니스트 되십쇼 더 이상 징징거리지 말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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當代批评理論 (平裝, 第1版)
人民出版社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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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층의 자제가 군대를 면제받거나, 군부대 배치에서 생존과 무관한 지역에 배치되는 특권(학력에 따른 행정병 배치)이나 특정한 사람들만이 장교가 될 수 있는 것(학군단) 등은 병역 의무를 둘러싸고 남성들간의 불평등이 학력, 계급 등에 의해 구조적으로 자행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병역 비리 척결에 대한 엄중한 칼날은 주로 젊은 남성 연예인에게 쏟아졌다. 얼마 전 이미 한국 국적을 포기한 유승준에게 입국 불허라는 초법적 조치를 내리며 그를 고의적 병역 기피로 국가 기강을 흔들리게 한 중대한 범법자로 취급한 국방부의 '오버 액션'은, 병역 비리는 곧 시민권의 박탈로 이어진다는 제스처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을 터였다. 이렇게 연예인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통해 형평성에 대한 아슬아슬한 증명은 해냈지만, 사실상 형평성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술자리의 푸념에서 일반화될 정도로 만연해 있는 의심이다.


 

 

이 책은 2002년에 쓰여진 것으로 읽어보면 다소 옛날 티가 난다. (어차피 절판이라 구할 수 없을테지만.) 그러나 아무리 부대 안에서 핸드폰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직 군대는 군대이다. 또한 성소수자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반대로 성소수자들이 성추행 당하더라도 대다수가 그 당시엔 아무 말도 못하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군사주의가 만연하다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군사주의는 인간을 세뇌시킨다고 본다.


병영체험과 비슷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여성들은 군인들의 얼굴 평가 대상이 되었고, 군인들은 군인대로 끌려가서 동정을 받았다. 과연 이게 복지로 해결되는가 하면 아니다. 복지는 그저 일부 군인들의 영양보충과 심리치료를 제공해줄 뿐, 군대 내부에서의 폭력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주기 어렵고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어려움에 대한 데이터만 모은다', '나는 군인아저씨가 아니라 OOO이다. 강제로 징집당했을 뿐인데 날 군인으로만 보는 직원의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난 강제 징병제부터 바뀌어야 군대의 비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난 군인장병들이 불쌍하지 않다. 결국 카더라 통신이 진실이 되어 우리나라 군인들이 노예처럼 다뤄졌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긴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진보했다는 지식인들은 유승준 등 병역 거부에 대해 다루면서 '다들 가는데 자기만 안 간다고 쏙 빠지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을 함부로 하여 나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지게 했다. 현재 그가 출판하는 아동 잡지는 아주 잘 팔리는 중이다. 그의 책도 읽어보지 않았고, 읽었으면서도 그게 대체 얼마나 섬뜩한 이야기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지식인 소리를 들으려고 자식들에게 그 잡지를 읽히는 것이다. 운동권을 가보면 군대 몇 기 출신이란 이야기가 아직도 돈다. 자신이 당한 고통은 모든 군인들이 한번쯤은 당해보는 고통이기 때문에 수치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사실 불쌍한 사람은 군인이 아니라 징집당하기 싫어서 이까지 모두 뽑아버리는 젊은이들일텐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물론 거짓말을 한 건 죄지만, 남성들은 군대 징집을 피한(혹은 군대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신의 아들이라며 이죽거린다. 신의 아들이란 단어는 폭력적이지만, 놀랍게도 사회복지사에게서까지 공공연히 나온다. (이 일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이 잡지에서 나오는 예언은 무섭게도 실현되었다. 요즘엔 군대에 간 여성이 많다. 그러나 성추행을 당한다. 설령 옆에 앉은 여성이 직업군인이더라도 남성들은 자신들끼리만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고 끼워주지 않는다. 지나친 당사자주의는 조직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결국 계속적으로 부패를 불러오기 십상인데도 말이다. 성인이 여성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대부분의 주제가 군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젊은 남성만이 시민이며 여성은 시민의 권리가 없던 그리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니 강제동원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가 소년 뒷꽁무니를 쫓아다녔던 사실에 대해 한국 남성들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 (이전에 페친 댓글에서 봤는데 하도 어이가 없어서 덧붙임.) 이처럼 한국에서 군대에 대한 남성 의식의 진보는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더구나 동성 간 성폭력의 가담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동성애자라는 정체성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동성애를 폄하하고 희화화하기도 한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군대퀴어소설 본 적 있는데. 엄청난 남자츤데레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분들이 무더기로 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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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성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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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산업은 다이어트가 마치 남녀 모두에게 필요한 것처럼 제시하지만 실제로 이 산업의 광고 모델은 대부분 날씬한 여성 연예인들이거나 제품의 효과를 봤다는 일반 여성들이다. 결국 다이어트 산업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비만한 사람들'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이 제시하는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임을 알 수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글을 쓰니 남자도 날씬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 글을 추가로 올린다. 남성들은 근육이 있어도 되니 먹고 운동하면서 살을 빼면 되지만 여성들에겐 근육을 찌우면 근육돼지라는 단어가 새롭게 붙을 뿐이다. 결국 굶으면서 빼게 되는데 사람의 몸에 뼈만 남으면 미래엔 빼박 골다공증이다.


폭발적으로 유행어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다. 어머니의 말로는 50대 사이에서도 '나만 애인 없어'라는 말이 유행어로 돌고 있다고 한다. 공부하느라 쉰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모르는 유행어들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 쓰기가 조심스러워지는 단어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쿵쾅'이다. 이 단어는 개인적으론 상당히 폭력적이라 본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섣불리 쓰다가 페미니스트라 욕을 먹을까봐 불안해서인지 한남들은 여성들을 욕하고 싶을 때 쿵쾅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물론 살이 찐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운동을 싫어하거나 민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페미니스트들의 외모를 일반화하여 폄하하는 사람들이 치밀한 함정을 꾸미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에 걸려든 일부 여성들은 '내가 페미니스트이지만 날씬하고 예쁘다'라는 걸 증명하는 프사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남성들은 그 프사의 사진과 포르노 사진을 합성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이 가장 오래 세뇌되어 있었으며 가장 취약했던 요소가 다이어트에 관한 점이었다. 페미니스트는 이제 무작정 아름답고, 사회생활을 잘 해야 하며, 완벽하게 살아야 하는 존재로 되었다. 문제는 이미 여성이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왜 내가 코르셋을 벗어야 하느냐, 코르셋을 입은 내 모습이 어째서 나쁘단 말이냐'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본인이 코르셋을 입느냐 벗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코르셋은 본인의 체형이나 미용상품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다이어트는 그 자체가 여성에게 함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북에 다이어트 약품이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 상품은 정말 살을 뺄 수 있다며 시험자들까지 공개적으로 촬영하며 홍보했다. 이 약품은 유해한 성분으로 인해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페북에 광고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다이어트는 여성들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검열이 많은 게 무엇보다도 문제다. 그래서 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이지만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그렇지만 그건 개인적 취향이어야 한다. 존중할 수는 있지만 그게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기준이 될 순 없다.

 

아이를 낳으면 기본적으로 여성은 신체에 급격한 변화가 온다. 코르셋을 집어던진 여성들의 성인병이 걱정되는가? 사실 우리나라는 너무나 성인병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병이다. 아무튼 그렇다면 약간의 과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을 채택하여 요가 같이 건강에 관련된 운동과 채소 같은 식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쿵쾅이라 놀리지 않고 말이다.

 

난 어렸을 때 속이 자주 불편해서 뭘 먹질 못하고 죽만 삼키다보니 심각하게 저체중이었다. 키도 작고 머리카락도 갈색이었고 뭐 잘못하면 숭숭 빠져서 몹시 짜증났는데 친구들은 소말리아인이라고 놀리다가도 그런 날 몹시 부러워하곤 했다. 청소년 이후부턴 과체중이 편해서 계속 과체중으로 사는 중이다. 대학 때 시위하는 모습이 신문에 올랐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보람찬 일을 하는 중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한 번 기업에 취직하려고 정상체중으로 간 일이 있었다. 그 때도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뉴스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근데 그 때도 생각보다 좋았다. TV에 나오면 얼굴이 찍힐까봐 무섭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찍는 셀카보단 훨씬 괜찮게 찍히더라. 상상은 역시 현실보다 항상 어느 정도는 왜곡되어 있나 보다. 페친 중에도 사진 찍는 게 무섭단 분이 계시더라. 혹시 이런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다면, 무서워하지 마라 힘내라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페친 분께선 서울대 인류학과 논문 제목 하나 생각난다 말씀하셨다. "내밀한 표준화, 한국 성인 여성의 비만 경험을 통해 본 몸과 섹슈얼리티" 라는데, 여기 나와 있는 내용이 거진 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통통한 살집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나. 페미니즘 접하고 탈코르셋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자기검열은 좀 있다고 한다. 그냥 뭘 해도 이 사회는 스트레스받게 조성하는 거 같다. 내 경우 정상체중으로 갔더니 업체 사람들이 살 빠졌네? 하면서 다음에 하는 말이 그런데 얼굴이 보통이니 살 빼도 이뻐지진 않네?였다. 그럼 다음엔 성형을 해야겠지? 돈도 막 쓰겠지?그러면서 망하는 거라 본다. 지금은 현기증나서 다시 과체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만 먹으면 8키로 빼는 게 쉽단 걸 알아서 말이다 ㅇㅇ 그렇지만 이 책은 그게 주제가 아니니 다음에 다루기로.

 

다이어트에 폐단이 있다 그러면 어떤 미친 놈들이 '그럼 운동해서 빼면 되잖아' 그럼. 여기서부터 전쟁 시작됨. 운동하면 근육이 찐다고 하면 '야 ㅋ 여자는 운동해도 근육 안 쪄 남자인 나도 안 찌는데 ㅋㅋ'라고 하는데 시쟐 ㅋㅋㅋ 내가 과체중 된 때가 태권도 하면서부터였거든? 너님 내 종아리 보면서 축구선수같다고 놀릴 때가 바로 어제 아님? 그러면 상체 운동하라 그런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이 건강에 좋다 그런다. 하다가 손목 삐면? 그럼 '니가 역기 드는 걸 잘못했는데 왜 내 탓을 함?'이다. 근데 내가 역기를 제대로 들었는데도 손목을 삐었단 근거가 없다. 여기서부터 사람이 미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식빵 한 쪼가리 물 한 컵으로 돌아가시는 분들 많고. 사실 걷기만 해도 전체 몸이 평범하게 빠지니 그닥 걱정할 게 없는데 말이지. 다이어트에 대해서 충고해준답시고 이야기하는 작자들(특히 한남들) 중에 실속 있는 인간 없다. 골이 얼마나 빈 놈들인지 알려주자면, 나한테 다이어트 충고한 인간과 같이 서점에 간 적이 있는데 서점에 있는 여자들 몸매가 다 날씬해서 운동 열심히 한 거 같대더라. 그러면서 책 읽는 사람이 운동도 잘 한댄다. 내가 '개XX 난 안 보임? 나도 책 읽잖아 시X 놈아.'하니까 입 쳐닫더라 ㅋㅋㅋ 그냥 서점 가서 여자 가슴 엉덩이만 훑었다고 솔직히 말하면 또 몰라. 아무튼 그런 부류는 어딜 가도 책이 아니라 인간 몸매만 따지는 케이스인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그런 거 같아요. 대부분이 그렇게 나오니까 그래야 되는 거 같구 그런 거 있죠. 묘사되는 게 그렇잖아도. 캐릭터를 봐도 드라마 같은 데서 뚱뚱한 여자가 지적이거나 전문직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봤을 때 거의 주부거나 아니면 아주 조연이거나 아니면 웃기는 아줌마, 그 정도예요. 

 


어떤 분이 방송에서 나이가 들면 어차피 겸손해질테니 나는 지금 건방질 거라는데 뭔 소리냐 그럼 그 동안 당신으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거 아니냐.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살이 어쩌고 방송에서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 있는데 시불 그럴때마다 혀 뽑아버리고 싶다. 니는 아무 생각없이 입 나불거렸겠지. 그렇지만 몇몇 사람은 너님 때문에 수조억번 지옥을 왔다갔다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 글 언급한 그 방송인 분께 한마디. 어려서 건방졌는데 나이들어 겸손해지는 건 남들보다 훨씬 늦게 철들었다는 것이다. 제가 보기에 말씀하신 분은 죽어야 철이 든다는 케이스네요. 무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제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누추한 블로그에 들르신 것도 ㅋㅋㅋ 덕분에 서로이웃 신청하는 분들이 많아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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