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네버랜드 3
시라이 카이우 지음, 데미즈 포스카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다 알만한 쉬운 반전인데 원작 쓴 분이 함정 깔음.

1. 일단 1인칭 시점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등장함으로써 이동하는 인물이 정말로 누군지 모르게한 배치.

2. 마마가 시설에 무슨 장치를 해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시스터의 등장. 그러나 단순무식한 사람의 의견이 때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는데...

3. 그리고 똑똑한 척하지만 두 명 앞에서는 생각을 아무렇게나 늘어놓으며 쿨한 척하는 레이.(사실은 츤데레.)

이전에도 도가니 같은 실화소설 때문에 시설에 사는 아이들의 삶이 큰 논란으로 번진 적이 있다. 그러면서 탈시설화는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나 기타 약자들을 돌보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날까? 약속의 네버랜드 오프님에서는 똑똑한 아이들 3명이 숲을 달려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무언가 벽 같은 것을 깨뜨리고 그들이 달려들어가는 공간은 칠흑같이 까맣다. 물론 시설에서 가만히 있으면 괴물에게 잡아먹히거나 어른이 되어도 다른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가해자로서 그 무리에 가담할 뿐이다. 그러나 아주 어린 아이들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설령 그들 중 몇 명이 운 좋게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일반 사회에서 정상인처럼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시설의 교육은 일반 사회의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령을 기본적으로 숙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시설 밖으로 나간다면 시설에서보다 더 일찍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 엠마는 철저하게 아이들 모두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려면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에서 탈주하는 엠마의 활약과 그녀를 항상 도와주는 노먼의 무서운 지략이 이 애니메이션의 매력 포인트이긴 하다. 스릴과 감동도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철저히 지역사회와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 숙고하며 함부로 교훈성을 내세우지 않는 게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이다. 서브컬쳐계 스토리에 새로운 지점을 그려넣고 있는 명작이다. 혁명까진 아니지만, 신중한 구석이 있다. 물론 주인공 엠마에 의해 확고한 윤리 기준은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 엠마의 그 집요한 보편적 복지 이론에 반발감이 있을 순 있는데(그런데 항상 일본 작품에선 적군의 편도 생각해보자는 이론이 집요하게 등장하는 면이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싶은데...), 작중에선 명백히 엠마 편으로 기울어지는 게 느껴진다. 난 그게 또 마음에 든다. 데스노트보다는 좀 더 무게가 있고, 데빌맨에 비해선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P.S 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대뜸 사회복지사 직원에게 아이들을 이렇게 가둬도 되냐 삿대질하면서 말리는 나에게 '넌 사회복지사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 말한 어르신이 있다. 내가 이 계열에 대해 잘 몰라도 이것만은 안다. 시설의 부당함에 대해서 화를 내는 건 너무나 쉽다. 마찬가지로 고발도 쉽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설의 병폐를 무작정 고발하고 일이 커졌을 때 직장을 잃은 (소수 양심이 있고 시설을 잘 이끌어 나가려 내부에서 노력했던) 직원들은, 그리고 졸지에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어디에 가느냐이다. 누가 맞는지, 누가 사회복지사로서 어울리는 생각을 지녔는지 여기서 얘기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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